이탈리아 출산율이 다시 증가한 이유
        등록일 2006-05-26

        여성들에게 안정된 직장과 임금 보장할때 출산율 높아져
         
        지난 4월 이탈리아 통계청은 2005년 잠정 합계출산율을 1.34명이라고 발표했다. 95년 1.19명으로 바닥
        을 찍었던 출산율이 그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출산율은 1.33명이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이탈리아의 미래가 우려 된다’는 사설들을 쏟아냈다.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
        하려면 출산율이 2.1명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노동·사회정책부의 베아뜨리체 발루찌 가족계획 담당관은 “지금의 추세대로 간다면 현재
        인구 5,8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1,500만 명이 줄어, 4,300만 명이 될 것이다. 이는 국가의 생존 문제와
        직결 된다”고 지적했다.

        내리막길 출산율 95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이탈리아는 2차 세계대전 이전 까지는 대가족 제도 전통 영향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였으나, 1960-70
        년대 산업 발전 이후 출산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1970년에만 해도 2.5명으로 서유럽에
        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1981년에 이미 1.6명을 기록
        해 당시 2.66명을 기록한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 1995년에 1.19명으로 최저 출산율을 기록
        했다.



        이탈리아 전체 부부 중 맞벌이 부부가 40%에 이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부부가 같이 벌지 않으
        면 살기 힘들다. 아이를 둘씩 낳고 직장 생활을 하기 힘들다. 더구나, 아이들 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딸 하나를 둔 한 이탈리아 직장 여성(46세)의 말이다.

        이탈리아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경제적인 문제로 인구 전문가들은 보
        고 있다.

        그리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도 여성들이 안고 있는 아이 양육과 가사라는 이중부담이 출
        산율 저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남편의 양육·가사 참여와 출산율의 관계

        피렌체 대학의 레띠지아 멘카리니 교수가 3,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아이를 더 가질 의
        향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는 아주 흥미롭다. ‘남편이 아이를 더 돌보고, 집안일을 해 줄수록 부인이
        두 번째 아이를 더 원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스웨덴 주부들이 3시간 42분을 가사 노동에 쓰고 있는 반면, 이탈리
        아 주부들은 하루 평균 5시간 20분을 소비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 주부들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가
        사 노동에 쓰고 있다.

        또 이탈리아 여성들이 점차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첫 아이를 낳는 나이가 점점 늦어지
        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성들이 30대, 심지어 40대 들어서서 결혼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만혼은 필
        연적으로 늦은 출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표에서 보듯이 첫 아이를 낳는 이탈리아 여성의 나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0년에는 첫 아이를 출산하는 평균 여성 나이가 30살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
        고 있다. 서른 넘어 첫 아이를 갖게 되면, 아이를 하나만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출산율 저
        하로 이어진다.

        출산율 저하는 필연적으로 사회의 노령화를 가속화 시킨다. 이탈리아인들의 평균 수명은 79.85세로
        세계 3위(2002년 WTO 자료)의 장수 국가이다. 2004년에는 평균 수명이 남자 77.3세, 여자 83.1세 나타
        났다. 2005년에는 전체 인구 5,800만 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1,150만 명에 달해 노인 인구가 19.5%에
        이르렀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노인인구가 34%에 이를 것이라고 인구 전문가들은 예상
        하고 있다.

        “여성의 안정된 직장과 소득은 출산율을 높인다”

        이탈리아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4년부터 출산 보조금 지급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가계 수입과 관계없이 둘째 아이를 출산한 모든 가정에게 1,000유로를 지급해 왔다. 올해
        부터는 연수입이 4만5,000유로 이하인 가정에서 출산하는 모든 신생아에 대해 지난 4월 총선에서 집
        권에 성공한 좌파 연합은 2,500유로의 출산 보조금 지급을 공약한바 있다.

        그러나 출산 보조금 지급만으로 출산율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

        나폴리 남쪽에 위치한 인구 1,850명의 작은 도시 ‘라비아노’에서는 지난 2004년 2월부터 아이를 갖는
        모든 부부에게 1만 유로를 지급하고 있지만, 2004년 한 해 동안 겨우 8명의 아이가 태어났을 뿐이다.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양육 부담이다. 양육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는 산모에게 출산 휴가를 22주간 주고, 육아를 위해 월급의 30%를 받으면서 부부가 각
        각 6개월간의 출산 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해 주었다. 또 여성들이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 할
        수 있도록, 탁아소 및 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했을 때 출산과 육아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파트 타임제와 일자리
        나누기 등 탄력적인 근무 형태를 도입해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2000년대 들어서 매우 완만하나마 출산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정책적 노력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사회투자 연구소」의 보고
        서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일을 하는 여성의 증가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여성들이 높은 교육을 받고, 안정된 직장에서 안정된 임금을 받아 육아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출
        산을 결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안정된 직장과 임금을 보장
        할 때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탈리아가 각종 출산율 제고 정책으로 출산율 저하 문제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다.다만 이탈리
        아는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룰 때 출산율도 올라 갈 수 있다고 판단해 이 문제
        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보다 과감한 육아 비용 지급, 육아 휴직 기간 보장, 보육 시설 확충 외에 여성의 취업 기
        회 확대와 안정된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연길 주 이탈리아 홍보관 (itsah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