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대선] 좌파 바람이냐 女風이냐
        등록일 2006-04-10

        ‘제3의 차베스’ 우말라 선두… 플로레스·가르시아와 3파전
        과반수 어려워 결선투표 갈듯… 남미 ‘좌파 도미노’ 시험대

         

        남미 대륙을 휩쓸고 있는 좌파 바람과 여풍(女風)이 페루 대통령선거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좌파 도미노의 여세를 몰아 ‘제3의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를 노리는 오얀타 우말라(43) 후보와 ‘제2의 바첼렛(칠레 여성대통령)’을 꿈꾸는 중도 우파 루르데스 플로레스(46)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선거 막판 바짝 좁혀졌다. 여기에 중도 좌파인 전 대통령 알란 가르시아(56)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선거는 3파전이 됐다.

         

        선거일 하루 전인 8일 페루의 여론조사기관 ‘아포요’에 따르면, 지지율 30%가 넘던 우말라 후보의 지지율이 27%로 하락한 반면, 플로레스와 가르시아 후보는 나란히 23%의 지지율을 얻었다.

         

        불안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우말라 후보의 당선 여부는 중남미 좌파 도미노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 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 중령 출신으로 페루민족주의단결당(PNUP) 후보로 나선 우말라는 국가 주요산업의 국유화, 정부의 개입을 통한 부의 재분배,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오랜 가난에 지친 빈민층과 인디오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우말라 후보는 2000년 당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무장봉기를 일으키며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 (왼쪽부터) 좌파 오얀타 우말라·중도우파 루르데스 플로레스·중도좌파 알란 가르시아

         

        페루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플로레스 후보는 친(親)기업, 친(親)시장 정책을 내세운다. 국민단 일동맹(UN) 후보로 선거에 나선 그녀는 우말라의 집권을 우려하는 기업인들이나 중산층의 표를 끌어 모으고 있다. 하원의원을 지낸 후 2001년 대선에 출마했던 플로레스 후보는 기성 정치인들의 부패에 진력난 국민들에게 ‘깨끗한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전 개시 후 줄곧 지지율 3위에 머물던 가르시아 후보는 군중을 사로잡는 탁월한 웅변술로 선거 막판 플로레스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아메리카인민혁명동맹(APRA)의 후보로 나선 그는 1985년 당시 35세로 남미 최연소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라틴 아메리카의 케네디’로 부상했다. 2001년 대선에서 도 플로레스 후보에게 줄곧 뒤지다 1%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2차 투표까지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에 따라 세 후보 모두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1·2위 득표자끼리 맞붙는 결선 투표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선 투표는 내달 7일 치러진다. 우말라와 플로레스가 맞 붙을 경우, 탈락한 가르시아의 여성표를 플로레스가 흡수해 상황이 역전할 수도 있다. 둘 다 좌파 성 향인 우말라와 가르시아가 결선에서 만날 경우, 혼전이 될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내다봤다.

         

        [조선일보 신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