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대륙에 부는 '여풍'
        등록일 2006-04-14

        부정부패 척결등 국가제건에 앞장

        르완다선 여의원이 절반…영향력 확대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이스 무주루 짐바브웨 부통령, 도라 아쿠닐리 나이지리아 NAFDAC국장, 음람보 응쿠카 남아공 부통령,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

         

        “여성에게 돈을 빌려주면 자녀를 학교 보내는데 쓰지만, 남성에게 돈을 주면 곧바로 쓸데없는 곳에 낭비한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지배세력인 남성의 잘못 때문에 아프리카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여전히 빈곤과 질병,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그 대안으로 여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에서 내각·의회에 진출한 여성이 늘면서, ‘여성의 힘’이 아프리카의 고통을 치유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기대에 적극 부응하고 있는 여성 지도자는 라이베리아의 엘렌 존슨 설리프 대통령이다. 아프리카 첫 여성 대통령인 그는 1월 취임 이후 부패 척결에 나서는 등 국가 재건을 이끌고 있다. 취임하자마자고 위직 12명을 해고했고, 지난달에는 국제원조기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무부 관리 300명을 모두 내보냈다. 설리프 대통령은 파격적으로 경찰청장에 여성인 비트리스 무나 시에 전 경찰 청 차장을 임명해 ‘부드럽지만 강한’ 조치들로 치안 확보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도라 아쿠닐리 국가식량마약통제국(NAFDAC) 국장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나라를 변화 시키고 있다. 가짜약을 몰아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는 그는 부패 관료의 비호를 받던 가짜약 판매상 마르셀 은나퀘를 타깃으로 삼아 그의 창고를 적발하고 가짜약을 모조리 불태웠다. 그는 은나퀘 추종 세력의 암살 시도로 여러 차례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취임 당시 80%였던 가짜약 비 율을 3년 만에 10%대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조이스 무주루 짐바브웨 부통령과 음람보 응쿠카 남아공 부통령 등도 강력한 추진력을 앞세워 국가 경제 발전의 중심 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의 여성 정치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의회 내 여성 의원 비율이 전 세계 평균치(16%)보다 높다. 르완다 의회는 절반이 여성 의원으로 채워져 있다. 남아공과 모잠비크도 여성 의원이 전체 의원의 30%를 차지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여성 영향력 확대 추세는 여성인구 비율 증가와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회의론 때문 이다. 아프리카 각국은 내전을 겪으며 남성 절반 이상이 숨졌다. 르완다의 경우 전쟁이 끝난 1994년 남녀 성비는 무려 3대 7이었다. 이에 따라 르완다 의회는 여성의원 쿼터를 확대했다. 무엇보다 대륙 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전쟁, 폭력 등이 남성 중심 사회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반면 아프 리카 여성단체와 여성 지도자들은 투명한 재정 운용과 모성적 포용력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일보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