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첫 여성 대통령 나오나…바첼렛 1위
        등록일 2005-12-13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내과의사 출신 좌파 지도자 미셸 바첼렛(54) 후보가 46% 득표율로 다른 후보 3 명을 큰 표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다음달 15일 결선투표를 치르며 승 리할 경우 칠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AP통신은 11일 실시된 대선 개표 결과 집권세력인 중도좌파연합 바첼렛 후보가 46%,상원의원 출신 백만장자인 국민혁신당(RN) 세바스티안 피네라 후보가 25.6%,독립연합당(UNI) 호아킨 라빈 후보가 23.3%,공산당 연합 토머스 히르치 후보가 5%의 득표율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3위 라빈 후보는 개표 종료 직후 피네라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라빈과 피네라의 득표율을 합하면 49%에 육박해 결선투표 에선 중도좌파인 바첼렛과 중도우파인 피네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에선 이미 여성 대통령 3명이 배출됐지만 바첼렛과 달리 모두 남편의 정치적 후광을 등에 업고 당선된 경우였다. 바첼렛은 두차례 이혼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 아이 3명을 혼자 키우고 있다. 칠레 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도 역임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남성우월주의가 지배해온 보수적 칠레 사회의 획기적 변화를 상징한다.

        또 1973년 쿠데타로 집권해 1990년 몰락한 피노체트 정권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군 장성이던 바첼렛 후보의 아버지는 피노체트의 쿠데타 세력에 저항하다 감옥에서 고문으로 숨졌고 바첼렛 자신도 한때 어머니와 함께 투옥돼 고문을 받았다. 현재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 중인 90세의 피노체트는 자택연금 상태로 이번 선거에선 투표권마저 박탈당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