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외통신원 1월 원고] 프랑스 : 부르키니, 그리고 프랑스 내 무슬림 여성의 자유
        등록일 2017-02-06

        [2017년 해외통신원 1월 원고] 프랑스

         

        부르키니, 그리고 프랑스 내 무슬림 여성의 자유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작년 9, 프랑스 리비에라(Riviera) 해변에서 찍힌 한 사진이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바로 여성 이슬람교도를 위한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burkini)를 입고 있던 무슬림 여성이 무장한 경찰로부터 둘러싸여 부르키니를 탈의하라는 압력을 받고, 부르키니를 벗고 있던 장면이다. 해변에 앉아있던 주변 사람들로부터 떠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는 협박도 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에 앞서 지난 8,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여성은 입고 싶은 것을 입을 수 있는 기본적인 자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던 프랑스 내 무슬림 여성 부르키니 착용 금지 법안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프랑스 내 30여 곳에서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하고 있거나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 등 무슬림 여성의 복장에 대한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부르키니와 같은 무슬림 복장이 공공질서를 해할 수 있다는 주장, 그리고 모든 신체 부위를 가려야만 하는 부르키니야 말로 여성을 억압하는 의복이라는 주장이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내 무슬림 여성들은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다른 여느 여성들처럼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어느 지역 및 환경에서 지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슬림 여성의 자유는 프랑스 내 무슬림 사회에서도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례로, 무슬림 인구 비율이 매우 높은 파리 근교의 한 도시 세브랑(Sevran)서는 여성들이 외출 하려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신체를 가리는 부르카(burka)를 입어야 하며, 여성은 입장 불가능한 장소들이 도처에 있었다. 프랑스 국영방송 2TV와 프랑스 내 양성평등 개선을 위해 설립된 단체 Brigade Des Mères (BDM)가 직접 나서 지역 내 여성들의 일상 현황을 취재하였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여성은 공공장소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실험 차원에서 여성 인권 운동가 2명이 일반 주점인 (bar)에 들어가려고 하자, 입장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는 일조차도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보도된 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Minister of State for Digital Affairs) 악셀 르메르(Axelle Lemaire)"이는 무슬림이라는 종교 문제라기보다는, 여성에 대한 불법적인 차별" 이라고 언급하기도 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로 인해 프랑스 내 여성 단체들은 여성의 입장을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여성의 스커트 착용, 홀로 길거리를 걷는 등 여성의 기본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항의 시위를 여러 차례 개최하기도 했다. 결국 부르키니에서 비롯되어 여성 인권까지 번지게 되는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여성이 옷을 입거나 집 밖을 돌아다니는 기본적인 행동에 있어 무슬림 여성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프랑스 당국 차원에서, 또는 무슬림 남성들 차원에서 결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적, 종교 등을 떠나, 기본적으로 본인의 복장은 본인의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특정 종교에 대한 프랑스 정부 또는 지역당국 차원에서의 법적 제재는 큰 논란을 야기해 왔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 범죄들이 맞물리면서, 무슬림에 대한 시선이 항상 따뜻하지 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이슬람의 종교적 가르침이나 문화에 기반을 둔다는 근거로 프랑스 내 무슬림 사회에서도 무슬림 여성들의 이동, 또는 의상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자유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의 결합으로, 관용(tolerance)의 나라 프랑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 여성들의 오늘날은 아직 자유로운 삶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참고자료

        "Women shunned in some Muslim neighborhoods in France," 20161214일자, RT News,

        https://www.rt.com/news/370265-women-shunned-in-france/ (접속일: 2017110)

        "This isn't Paris. It's only men here' - Inside the French Muslim no-go zones where women aren't welcome," Telegraph, 20161218일자,

        http://www.telegraph.co.uk/news/2016/12/17/french-bar-tells-women-isnt-paris-men/ (접속일: 2017110)

        “Muslim woman wears burkini on French beach as tolerance experiment and immediately gets abuse,” 2016918일자, http://www.independent.co.uk/news/world/europe/burkini-ban-muslim-woman-threatened-beach-police-france-islam-terrorism-a7315191.html (접속일: 2017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