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외통신원 7월 원고] 스페인_지난 1분기 젠더기반 폭력 신고건수 약 4만 건 기록이 주는 의미
        등록일 2017-08-07

        지난 1분기 젠더기반 폭력 신고건수

        4만 건 기록이 주는 의미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스페인에서는 최근 여성대상 폭력(violence against women, VAW)사건들이 사회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4일 동안 무려 5명의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대개 남편 또는 배우자에게 살해당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약 천여 명이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하였다. 시위대는 "우연한, 개별적 사건이 아닌 남성이 권력을 가진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patriarchy)에서 비롯된 문제" "우리는 살고 싶다" 등의 슬로건을 외치며 마드리드 시내를 행진하였다.

        그리고 스페인 일간신문 엘 파이즈(El Pais)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6, 가정 폭력 및 젠더기반폭력 감독 상설기구 통계 결과 젠더기반 폭력으로 신고 된 건수가 20171분기에만 약 40,509건을 기록했고 이는 작년에 비해 20.1%증가한 수치이다. 10건의 신고 당 7건은 피해자가 상설기구 또는 경찰에 직접 신고한 것이다. 그리고 1분기에만 12,858건이 법정에서 다뤄졌으며, 이 중 66.22%가 유죄 판결이 나왔다. 가정폭력 및 젠더폭력 감시기구의 수장인 앙헬레스 까르모나(Angeles Carmona)"젠더 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점차 널리 알려진 덕분에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라고 하면서도, 동시에 "정부의 노력이 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하였다.

        스페인 내 여성인권 관련 활동가들은 현재 법안은 존재하지만, 법안이 실제 여성들을 보호하는 기여도는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은 2004, ‘젠더 폭력방지를 위한 종합보호대책법(Organic Act 1/2004 on Integrated Protection Measures against Gender Violence)’을 제정하였다. 더불어 여성대상폭력 사건을 전담 법정(Courts for Violence Against Women)도 설치되어 운영되어 왔으며, 이 밖에도 젠더폭력방지를 위한 국가위원회(National Delegation on Gender Violence), 여성단체 대표, 관계부처 및 NGO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국가차원의 상설기구인 가정폭력 및 젠더폭력 감시기구 (State Observatory of Domestic and Gender Violence)2002년 설립되어 젠더 관련 폭력이나 가정폭력에 대한 관련 정보 및 데이터 모니터링, 분석 및 평가 등을 실시해오고 있다.

        런데 현실에서는 이러한 정책적, 제도적 정비가 여성대상 폭력 감소에 얼마나 기여하였을까? 작년 발생한 44건의 여성대상 살인 사건에서 거의 절반가량이 사건 발생 전 경찰에 신고가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간과하였고, 이는 결국 여성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여성대상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 또한 최근 6년간 스페인은 젠더기반 폭력 예방차원에서 책정되었던 정부 예산이 2010년 약 31백만유로 (한화 약 402억 원)에서 201625백만 유로 (한화 약 325억 원)로 축소되었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불어 여성 대상 폭력이 어떠한 것인지, 또는 적절한 대응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 제고 역시 스페인 사회에서는 주목할 만한 과제로 남아있다. 예로, 2016년 발표된 스페인 내 6개 대학 내 여성대상 폭력 및 인식 현황 연구결과에 따르면 1,083명의 대학생(67% 여성, 33% 남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 대학생활에서 여성대상 폭력 사례를 알거나 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가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피해자의 92%가 여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폭력을 경험한 바 있는 피해자 중 91%가 사건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로는 64%의 응답자가 바로 설문지 내 문항(: 외모에 대한 불쾌한 발언, 신체 접촉, 언어 또는 신체적 위협, 성관계 강요, 스토킹 등)을 보며 본인이 당한 것이 여성대상 폭력의 일부라는 점을 알게 됐지만, 그 당시에는 여성대상폭력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아서였다고 응답했다.

        UN Women의 공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배우자로부터 일생동안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비율(lifetime Physical and/or Sexual Intimate Partner Violence)13%, 최근 1년 내 폭력을 당한 비율(Physical and/or Sexual Intimate Partner Violence in the last 12 months) 2% 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이웃국가 포르투갈이 같은 지표에서 각 19%5%, 이탈리아가 19%6%, 프랑스는 26%5%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스페인이 유럽 내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또한 본 국가별 데이터 자료는 가까운 배우자에 대한 정의, 폭력 범위 및 인식 수준이 국가별 사회, 문화적 맥락, 또한 개별적인 인식 차이로 인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법안 또는 전담기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여성 대상 폭력 및 강력범죄, 그리고 보다 포괄적인 면에서 불평등한 젠더 권력관계를 바탕으로 행해지는 젠더기반 폭력은 보다 실질적인 정책 이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 UN Women에서 발표한 본 수치는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국가들의 경우 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 2014년 자료에 기반함.

         

        참고자료

        • Valls, R., Puigvert, L., Melgar, and Garcia-Yeste, C. (2016), Breaking the Silence at Spanish Universities: Findings From the First Study of Violence Against Women on Campuses in Spain, Violence Against Women 22(13): 1519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