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극단적 여성혐오도 테러로 규정
임다혜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 국제보건/보건정책학 박사과정
- 영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베트 쿠퍼(Yvette Cooper) 내무부 장관(Home Secretary)은 유해한 이념이 초래하는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영국의 대(對)극단주의 전략(Counter-Terrorism Strategy; CONTEST)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새 정부는 여성혐오를 극단주의에 포함되는 유해한 이념으로 주목하고 영국 정부 출범 이래 최초로 여성혐오를 대(對)극단주의 전략에 포함시켰다. 이베트 쿠퍼 내무부 장관은 “온라인과 거리에서 극단주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며, 여성혐오 범죄가 증가함에도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對)극단주의 전략 검토 및 개정안은 2024년 10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본론에서는 영국 정부의 기존 대(對)극단주의 전략의 배경과 내용을 살펴보고, 새 정부에서 여성혐오를 전략에 포함하게 된 배경과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 영국 정부의 기존 대(對)극단주의 전략 내용
- 2003년 영국 정부가 발표한 영국의 대(對)극단주의 전략은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와 유럽에서 여러 테러 공격 이후 증가하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 전략은 영국 내외 테러리즘 모두를 다루며, 급진화 방지, 테러 활동 저지, 대중 보호 등을 포함하는 폭넓은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해당 전략에서 정의하는 테러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또는 이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폭력이나 위협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이 전략은 시간이 흐르면서 극우 극단주의(Far-right extremism), 폭력적인 동물권 운동과 같은 단일 사안에 관한 테러(Single-issue terrorism) 등 새롭게 발생하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극우 극단주의 범죄와 같이 인종주의 또는 민족주의적 이념에 기반하여 발생한 폭력이나 공격은 테러로 정의된다.
- 영국 정부의 대(對)극단주의 전략은 테러를 예방, 추적, 보호,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다. 예방에는 사람들이 테러리스트가 되거나 테러를 지지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이를 위해 지역 사회 참여, 교육, 극단주의 이념에 대한 개입이 포함된다. 추적에는 테러 활동을 감지, 조사, 저지하고, 관련자를 기소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리고 공공, 인프라 및 영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테러 공격에 대비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응급 계획 및 대중 인식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을 포함한다. 해당 전략은 지속적인 평가와 검토를 통해 변화하는 위협에 따라 개정되며, 정부 부처, 법 집행 기관, 국제 파트너 간의 협력을 통해 테러에 대한 통합적 대응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영국 정부의 대(對)극단주의 전략 검토 과정에서 여성혐오를 포함하게 된 배경과 의미
- 영국 정부에서 여성혐오를 극단주의의 형태로 고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성혐오가 동기인 범죄가 증가하면서, 여성혐오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정부는 여성혐오가 “인셀(Incel, 문화비자발적 독신(Involuntary Celibrate)의 줄임말로, 여성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조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현상) 문화”가 확장되면서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일례로, 2021년 영국의 남부지방에 위치한 플리머스(Plymouth)에서 22살 남성이 인셀 이념에 영향을 받아 5명을 총격 살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인셀 이념에 영향을 받은 여성혐오 범죄가 증가하면서, 여성들을 보호하는 대응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결과 영국 정부는 2021년 여성혐오를 혐오범죄의 항목으로 포함하는 사안에 대해 논의했고, 이는 성과 젠더(sex and gender)에 대한 혐오 발언(hate speech)을 여성폭력(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항목에 추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해당 결론에 대해 이전 정부는 법원 판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여성혐오를 특정 범죄 항목으로 지정하지 않았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3년이 지나, 새 정부로 당선된 노동당(Labour Party)은 공약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내놓았기 때문에, 공약 이행의 첫 단추로 내무부(Home Office)에서 대(對)극단주의 전략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 여성혐오를 극단주의의 항목으로 대(對)극단주의 전략에 포함시키는 움직임은 영국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특히, 앞서 설명한 인셀 문화가 온라인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사회의 양극화를 가속화시킬 뿐 아니라, 많은 여성과 여아가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베트 쿠퍼 내무부 장관은 기존 정부가 2015년 이후 변화하는 극단주의 흐름을 검토하지 않았으며, 여성혐오가 사회문제로 대두됨에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부재했다는 점을 비판하며 여성혐오를 극단주의로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여성혐오 범죄에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 여성혐오가 극단주의에 포함되면, 범죄가 발생한 이후에 여성혐오가 동기가 되었다는 것을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범죄 발생 이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여성혐오 이념이 확산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고, 지속적으로 이념을 확산하는 단체나 개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여성혐오가 테러 집단의 이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대중들이 여성혐오 이념이 가질 수 있는 잠재적 위협에 대해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여성혐오를 극단주의로 주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대(對)극단주의 전략에서 관리하는 테러 집단으로 포함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처음이다. 여성혐오 범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셀 문화를 확산하는 집단이나 개인을 테러 집단으로 간주하여 정부가 감시하고 그들의 행동을 저지할 수 있게 되면서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과 범죄가 확연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1년 여성혐오를 혐오범죄의 항목으로 포함하고자 했을 때, 법원에서의 판결 문제나 여성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사안이 걸림돌이 되어 무산된 역사가 있기 때문에 2024년 10월 해당 전략의 검토안이 발표되면 이후의 합의 과정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BBC (2024.08.18.), “Misogyny to be treated as extremism by UK government”, https://www.bbc.com/news/articles/c15gn0lq7p5o (접속일: 2024.08.18.)
■ Aljazeera (2024.08.18.), “UK to conduct review on tackling ‘extremist ideologies’, including misogyny”, https://www.aljazeera.com/news/2024/8/18/uk-to-conduct-review-on-tackling-extremist-ideologies-including-misogyny (접속일: 2024.08.18.)
■ GOV UK (2022.08.20), “Making misogyny a hate crime: Police, Crime, Sentencing and Courts Bill 2021 factsheet”,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police-crime-sentencing-and-courts-bill-2021-factsheets/police-crime-sentencing-and-courts-bill-2021-making-misogyny-a-hate-crime-factsheet (접속일: 2024.08.18.)
■ GOV UK (2023.07.13.), “Counter-terrorism strategy (CONTEST) 2023”,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50b1b8d52e73c000d54dc82/CONTEST_2023_English_updated.pdf (접속일: 202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