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조부모 육아휴직 공약 찬반 논란
        등록일 2024-08-29

        오스트리아, 조부모 육아휴직 공약 찬반 논란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정치학과 강사(Lecturer)

        • 오스트리아 칼 네함머(Karl Nehammer) 연방총리(Federal Chancellor)는 최근 조부모 휴직(Großeltern-Karenz) 정책안을 발표하였다. 2024년 9월 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네함머 총리가 속한 국민당(ÖVP)에서 이전에도 제안한 적 있던 조부모 육아휴직 정책 모델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린 것인데, 정계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본 원고에서는 해당 정책안의 주요 내용과 더불어 찬반 입장을 개괄해보고자 한다.
        • 오스트리아 국민당은 선거 공약에서 아동보육시설 확대와 더불어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을 위한 육아휴직 도입을 발표했다. 제시한 정책안에 따르면 조부모, 는 본인의 자녀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경우 대신 손자녀를 돌보기 위해 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휴직 시에는 그에 따른 육아수당을 받는다.
        • 수잔 라브(Susanne Raab) 가족부 장관(Family Minister)은 이러한 조부모 육아휴직 모델에 대해 "많은 가구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봐주는 일이 육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조부모 휴가 제도는 조부모가 된 노령층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가족에게도 상당히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족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국민당 소속이자 오스트리아 노인협회(Austrian Seniors' Association, Österreichischer Seniorenbund) 그리트 코로셱(Ingrid Korosec) 회장은 "조부모 육아휴직은 미래지향적이고 앞으로 보다 좋은 정책안으로 개발해 나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지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 현재 오스트리아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Ö)은 이번 조부모 휴가제도 계획에 완전히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육아휴직 기간이 연금 기간에 산정되지 않아 남녀 연금격차가 약 40%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여성 법정 은퇴 연령이 계속 조금씩 늘어나면서 일해야 하는 기간은 더 길어지는 반면, 조부모 육아휴직까지 사용하게 되면 연금수령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근로자가 조부모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노령인구의 재정 안정성 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사회민주당은 조부모 육아휴직보다는 국가가 1세부터 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관점을 반영하여 전국적으로 육아 및 돌봄 제도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회민주당 안드레아스 콜로스(Andreas Kollross) 지방 대변인은 연방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면 지방자치단체도 아동 돌봄 시설을 확대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 심지어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함께 구성한 국정 파트너인 녹색당도 이번 국민당의 조부모 육아휴직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녹색당의 바바라 네슬러(Barbara Neßler) 가족정책 대변인은 이번에 국민당이 제시한 조부모 육아휴직 모델은 육아의 책임을 조부모에게까지 떠넘기는 양상을 보이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조부모에게 양육 부담을 전가하기보다는 각 주와 지자체 차원에서 아동 돌봄 시설을 의무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슬러 대변인은 수십 년간 아동 돌봄 시설 확대에 대한 수요가 있었지만, 정부가 제대로 개선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아동 돌봄 시설을 확대하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는 가족은 계속 고충을 겪고 자발적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누군가가 근로를 중단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 국민당은 녹색당의 공식 입장 표명에 유감을 드러냈다. 국민당 베티나 초프(Bettina Zopf) 의원은 녹색당이 주장하는 아동 돌봄 시설 확충과 조부모 육아휴직 도입은 반드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반된 정책안은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연방정부는 이미 아동 돌봄 시설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45억 유로(한화 약 6조 7천억 원) 가까이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오스트리아의 한 언론사 콘트라스트(Kontrast)의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내에서도 주별로 주립시설 등록, 운영시간, 비용에 있어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니더외스터라이히(Niederösterreich)주의 주립 유치원 비용은 월 50에서 180유로 정도인데(한화 약 7만 4천 원-27만 원), 공석이 나지 않아 월 500유로 정도(중식 미포함, 한화 약 74만 원)하는 사립 시설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 빈(Wien), 카린티아(Carinthia), 부르겐란트(Burgenland)주에서는 아동돌봄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8시간 이상 운영하는 유치원 비율은 주마다 격차가 큰 편으로, 수도 빈(Wien)은 100%인 반면 오스트리아 서쪽 끝에 위치한 포어아를베르크(Vorarlberg)주는 52%에 그치고 있다. 
        • 국민당은 아동 돌봄 서비스 및 교육이 오스트리아 모든 주에서 무상으로 제공되기 보다는 조부모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여 조부모가 아동돌봄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만들고자 공약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선거 공약의 일부로 제시된 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조부모 육아휴직의 구체화 여부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오스트리아는 다당제 국가로, 총선 후 각 정당이 얻은 의석수에 따라 협상을 통해 복수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향후 새로운 연립정부가 정책을 추진하게 될 때 해당 주제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지켜볼 만하다.

        <참고자료>
        ○ Kontrast (2024.07.31.). "Statt mehr Kinderbildung & Betreuung: ÖVP will Großeltern einspannen", https://kontrast.at/grosseltern-karenz-oevp (접속일: 2024. 8. 19.)
        ○ Kronen Zeitung (2024. 7. 28.). "ÖVP promotes grandparental leave: “Freedom of choice" https://www.krone.at/3473833 (접속일: 2024. 8. 19.)
        ○ Kronen Zeitung (2024.07.29.). “‘Grandparental leave’ causes a stir”, https://www.krone.at/3474792 (접속일: 2024. 8. 19.)
        ○ Kronen Zeitung (2024.08.01.). "Grüne fordern verpflichtenden Kindergartenausbau", https://www.krone.at/3478627 (접속일: 2024. 8. 19.)
        ○ Profil (2024.07.30.). "Was steckt hinter der Großeltern-Karenz der ÖVP?”, https://www.profil.at/morgenpost/was-steckt-hinter-der-grosseltern-karenz-der-oevp/402930373 (접속일: 202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