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여성살해 관련 법안 하원 통과
        등록일 2023-09-25

        벨기에, 여성살해 관련 법안 하원 통과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지역학과·정치학과 강사(Lecturer)

        ○ 지난 6월, 벨기에 하원은 여성살해 철폐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다. 마리-콜린 르로이 (Marie-Colline Leroy) 성평등·기회균등 및 다양성 장관(Secretary of State for Gender equality, Equal opportunity and Diversity)은 언론브리핑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벨기에 사회 내 젠더 기반 폭력에 있어 역사적인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본 법안에서 여성살해(femicide)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의로 여성을 살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해당 범죄를 보다 구체적인 세부 유형으로 나누었다는 점이다. 본 법안은 가까운 배우자나 지인 사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여성살해, 성매매 여성이 손님에게 살해당하는 사건과 같이 일면식이 없던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성살해, 강요로 인한 낙태, 할례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간접적 살해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행하는 젠더 개념에 기반한 살해도 본 법안의 범주에 포함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이번 법안이 하원에 상정되어있을 당시 프랑스의 한 여성단체인 Foundation RAJA – Danièle Marcovici외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라 슐리츠(Sarah Schlitz) 전(前) 성평등·기회균등 및 다양성 장관은 본 여성살해 철폐 법안이 크게 세 요소로 구성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바로 제도적 개념 정의, 추적, 그리고 보호이며, 각 요소에 관한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첫째, 본 법안은 정부가 여성살해를 좀 더 공식적이면서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디까지를 여성살해로 볼 것인지, 제도적인 정의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반영했다. 그 결과 본 법안에서는 앞서 소개한 여성살해 세부 유형을 명시하면서 여성살해로 정의했다. 그리고 여성 대상 폭력의 유형도 경제적 폭력, 성적인 폭력, 온라인상에서의 폭력, 심리적 폭력으로 세분화했다.
        ○ 둘째, 본 법안은 체계적인 여성살해 관련 통계 구축을 위한 새로운 체제를 도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범죄 세부유형 등에 관한 내용이 데이터 수집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2년마다 실질적인 데이터와 더불어 그에 기반해 입법관계자들이 고려할 수 있는 정책제언을 담은 공식 보고서를 작성 및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본 법안은 사법,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위원회를 조직하고 여성살해에 관한 질적 연구를 실시할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 벨기에의 여성살해와 관련된 내용을 수집하고 공개하는 Stop Feminicide에 따르면, 벨기에에서는 올해 최소 23명, 작년 최소 24명의 여성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벨기에에서는 공식적인 관련 통계 체계가 미흡하다보니 시민사회 차원에서 다양한 사건 보도 기사들을 자체적으로 수집해 여성살해 수치를 발표하는 데이터가 여러 언론에 인용되기도 했다.
        ○ 셋째, 본 법안은 피해자 보호에 관한 여러 조치 내용을 담고 있는데, 기본적인 피해자의 권리에서부터 여성살해 피해에 노출된 여성들을 위한 임시 거주지 제공, 훈련된 전문 경찰관 면담 배정 및 실시, 여성 대상 폭력에 관한 온라인 신고 제도 간소화 및 활성화 등을 포함한다.
        ○ 이번 여성살해 철폐 법안은 2011년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주도로 유럽의 여성 대상 폭력 해결, 방지 및 근절하기 위해 체결되었던 ‘여성대상 폭력 및 가정 폭력 방지와 근절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Preventing and Combat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Domestic Violence)’을 이행하기 위한 벨기에 정부의 제도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일명 이스탄불 협약(Istanbul Convention)으로 알려진 본 협약은 유럽 내 만연한 여성 대상 폭력을 퇴치하고자 하는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협약으로, 2014년 발효되었다. 현재 총 38개국(37개국 및 유렵연합(EU))이 비준했으며, 벨기에는 2012년 이스탄불 협약에 서명하고 2016년 비준했다. 
        ○ 국제사회 차원에서 추진된 협약 자체도 의미가 있겠으나, 유럽평의회에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실질적인 이행 장려 차원에서 전문가 그룹 ‘The Council of Europe Expert Group on Action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 and Domestic Violence, GREVIO)’을 조직해 가입국들의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보고서로 공개하고 있다. 2020년, 전문가 그룹(GREVIO)에서는 여성 대상 폭력을 주제로 벨기에 기초선(baseline) 평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 벨기에 정부 대상 정책제언을 살펴보면, 해당 보고서는 이스탄불 협약에서 언급된 여러 유형의 여성 대상 폭력 관련 데이터 구축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관계,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 등에 관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정보 수집 및 공개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사법 체계 및 보건 분야에서 여성 대상 폭력이나 살해 사건을 처리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개선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해당 보고서는 폭력을 목격하거나 관련 사건으로 보호해 줄 사람이 없어진 아동의 경우,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아동보호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돌보는 시스템도 이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본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던 당일, 많은 시민들이 벨기에 의회 앞에서 모여 법안 가결을 축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번 법안은 여러 여성단체들도 초안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관점과 전문성도 반영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ANF News (2023.7.9), "Belgium adopts law against femicide," https://anfenglish.com/women/belgium-adopts-law-against-femicide-68221 (접속일: 2023.9.22.). 
        ■ Council of Europe (no date), " Istanbul Convention: Action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 and domestic violence- Belgium", https://www.coe.int/en/web/istanbul-convention/belgium (접속일: 2023.9.22.).
        ■ Foundation RAJA – Danièle Marcovici (2023.1.9), "Interview of Sarah Schlitz – “Stop Femicide” law in Belgium", https://www.fondation-raja-marcovici.com/en/uncategorized/interview-of-sarah-schlitz-stop-femicide-law-in-belgium.html  (접속일: 2023.9.22.).
        ■ The Brussels Times (2023.7.2), "Belgium adopts historic law against femicide," https://www.brusselstimes.com/580887/belgium-adopts-historic-law-against-femicide (접속일: 2023.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