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 내 젠더폭력 현실과 법제도 현황
        등록일 2022-02-18

        김춘례 세인트조셉 대학교(Saint Joseph’s University) 조교수

        • 최근 미국에서는 주목할만한 일이 있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직장 내 법률적 변화라고 일컬어지는 “성폭력 및 괴롭힘 사건의 중재 조항 종결” 법률(the Ending Forced Arbitration of Sexual Assault and Sexual Harassment Act)이 2022년 2월 의회를 통과해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법률은 피해자 개인이 법정을 갈 것인지 아니면 중재위원회를 거쳐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으로 피해자가 고용주에 대해 소송을 어렵게 하는 경우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 법률을 소개한 길리블랜드(Gillibrand) 상원 의원은 이 법을 통해 고용주 및 기업들이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NPR, 2022). 또한 그는 이 법을 통해 “가해자에게 주어졌던 제도적 보호가 사라질 것”이라 밝혔다(Washington Post, 2021). 이 법률에 따른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직장 내 젠더폭력 피해율이 남성보다 불균형적으로 높다고 한다. 미국노동통계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2019년 살인을 제외한 41,560건의 직장 내 폭력이 발생했고 직장 내 폭력 피해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63.5%이었다(BLS, 2019). 또한 전국 피해자 조사(National Crime Victimization Report)에 따르면 직장 내 폭력 중 강간이나 성폭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NCVS, 2011). 
        • 직장 내 젠더폭력 피해자들은 수사 과정 중에서 경찰, 변호사, 혹은 판사 등에게 2차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이든 간에 직장 동료, 가족, 친구 혹은 주변인으로부터 부정적인 시선 및 차별을 경험한다. 
        • 2차 피해를 가하는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 피해자를 피하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축소시키거나, 피해자를 탓하거나 혹은 피해자를 깎아내리는 방식이다. 또한 가해자로부터의 앙갚음을 받는 형식의 2차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2차 피해는 피해자의 성별, 나이 등 개인 특성 및 피해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피해자가 겪는 (어떤 경우는 처음 폭력 피해보다 더 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하겠다(Carrera-Fernández 외, 2021).
        • 이를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법들이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제정되고 실행되고 있지만, 여성의 직장 내 폭력 피해는 여전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피해자는 형사법 및 민법 아래 보호받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는 데 있어 양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연방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법이 정한 조건(예: 작업장의 최소 고용인 수, 민원 제기 가능 기간, 고용주에게 피해 사실 고지의무 등)에  맞지 않으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또한, 2018년의 대법원이 기업이 고용인에게 개인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에 손을 들어주면서 많은 고용인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Washington Post, 2021). 
        • 한편에서는 연방법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장애물들로 인해 직장 내 폭력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State)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미국 내 캘리포니아, 델라웨어, 하와이, 일리노이, 뉴욕 그리고 오레곤 같은 몇 개의 주에서는 주법(state legislation)을 통해 여성의 직장내 폭력 피해 및 2차 피해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리노이(Illinois)주는 성폭력 피해자나 고용인의 가족이 성폭력 피해자일 경우 그들에 대한 어떠한 직장 내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고용주는 작업 일정을 바꾸거나 사무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등 피해자에게 적절한 편의를 제공해줘야 한다. 오리건주도 비슷하게 고용주는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고용주가 실행하기에 사업의 운영이 어렵거나 손실이 너무 큰 경우를 제외하고 적절한 안전 편의를 제공해야만 한다. 최근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에서는 직장 내 감독자의 성폭력 예방 교육 및 훈련, 고용인의 권리에 대한 정보 제공, 피해자를 위한 자원 제공, 핫라인 정보 제공 등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 이렇게 주에서 실행되는 법의 경우는 연방법이 제한해놓은 작업장의 최소 고용인 수 같은 조건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각자 사업장별 다양한 법률을 제정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 내 폭력을 예방할 뿐 아니라 2차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AFL-CIO, 2017).
        • 위에서 언급된 캘리포니아주의 사례처럼 직장 내 성폭력 의무 교육과 같은 정책을 기업들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의무 교육이 얼마나 젠더폭력 및 그에 따른 2차 피해를 줄이는지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 또한 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젠더폭력 및 그에 따른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회 인식변화는 짦은 시간에 이룰 수 있는 성과는 아니지만, 현재 미국내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도 젠더 피해 감소에 일조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고 미투운동(MeToo movement) 이후로 많은 젠더폭력 피해 여성이 문제의 심각성을 자기 경험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알리기 시작하면서 제도적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사회적 관습으로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평가되고 있다(Rhode, 2019). 

        <참고자료>
        ■ Aflico(2017.03.13.). “Ending Gender Based Violence in the World of Work in the USA”. URL:   https://aflcio.org/sites/default/files/2017-04/Ending%20Gender%20Based%20Violence%20in%20the%20World%20of%20Work%20USA%20Report%20%28002%29.pdf (접속일: 2022.02.14.).
        ■ NPR(2022,02.10.), “Congress approves bill to end forced arbitration in sexual assault cases”, URL: https://www.npr.org/2022/02/10/1079843645/congress-approves-bill-to-end-forced-arbitration-in-sexual-assault-cases (접속일: 2022.02.14.).
        ■ The Bureau of Justice Statistics(2011.03.). “Workplace violence 1993-2009”,  https://bjs.ojp.gov/content/pub/pdf/wv09.pdf (접속일: 2022.02.14).
        ■ The Washington Post (2022.02.13.), “Opinion: Distinguished pol of the week: A major civil rights win”, URL: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2/02/13/gillibrand-sexual-harassment-arbitration-ban-a-big-win/ (접속일: 2022.02.14.).
        ■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2021.08.06.). “Homicides and other workplace assaults by gender in 2019”, URL: https://www.bls.gov/opub/ted/2021/homicides-and-other-workplace-assaults-by-gender-in-2019.htm (접속일: 2022.02.12.).
        ■ Carrera-Fernández, M. V., Almeida, A., Cid-Fernández, X. M., González-Fernández, A., Fernández-Simo, J. D.(2021). Troubling Secondary Victimization of Bullying Victims: The Role of Gender and Ethnicity. 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 1-13. 
        ■ Rhode D(2019) #MeToo: Why Now? What Next? Duke Law Journal, 69, 377–428. https://www.hsdl.org/?view&did=821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