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가정폭력·성범죄 증인 보호 관련 제도 현황
        등록일 2022-02-25

        영국의 가정폭력·성범죄 증인 보호 관련 제도 현황

        곽서희 로테르담에라스무스대학교(Erasmus University Rotterdam) 박사과정

        • 2021년 12월, 한국 헌법재판소는 19세 미만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법정 진술 대신 녹화 영상의 법적 증거능력을 인정했던 기존 조항(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30조 제6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나아가 방어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같은 결정이 발표된 후, 일각에서는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의 법정 출석과 반대신문, 증언 절차 전반에서 피해자가 입게 될 수 있는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 위와 같은 한국의 최근 사건을 계기로, 본 원고에서는 영국의 가정폭력 및 성범죄 피해자 증언이나 반대신문 절차에서 증인을 최대한 배려하는 제도적 특징을 개괄하고자 한다. 비단 미성년 아동·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 피해자 전반에 관한 내용도 필요한 경우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2021년 하반기, 영국에서는 가정폭력법(Domestic Abuse Act)이 제정되었는데, 같은 법에서는 잉글랜드, 웨일즈 내 민사법원과 가정법원에서 가해자 측의 직접적인 피해자 반대신문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본 법은 폭력, 학대, 위협 등의 행위를 포괄하는 의미로 ‘domestic abuse’라고 명시하나 본 원고에서는 가독성을 위해 간략하게 ‘가정폭력’이라고 칭함. 본 법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내용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동향 2022년 1월 원고 참고바람.

        • 그동안 영국의 가정법원 심리 절차에서 법원이 가정폭력 용의자나 가해자 측이 직접 피해자를 신문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는 부재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서 상당한 고통을 겪는다는 비판이 일었고, 가해자를 대면한다는 환경에서 피해자의 증언의 전반적인 질적 하락 문제도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2020년 6월, 영국 사법부(Ministry of Justice)는 관련분야 전문가 패널을 조직하였으며, 그동안 제출된 증언 관련 데이터와 1,200여 시민 및 기단체가 제출한 내용들을 반영하여 사법적 신문 절차에서 아동이 연루된 경우 이행해야 할 제도적 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정부는 보고서와 함께 이행전략(Implementation Plan)을 발표했는데, 본 이행전략에서 수립된 내용들이 가정폭력법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반대신문 금지 조항(제63, 64, 66절)에 반영되었다.
        •  작년에 제정된 영국의 가정폭력법에 따르면 용의자 및 가해자 측은 가정법원 기소 절차 과정에서 피해자를 직접 만나 반대신문 할 수 없다. 본 법에서는 가정법원에서는 필요한 경우 법원 측에서 공인된 법적 대리인을 지정하고, 일부 제한된 상황에서만 반대신문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영국 정부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위와 같은 피해자 반대신문 금지 조항은 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대면하여 반대신문을 당하거나 본인이 질문해야 하는 상황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목적이라고 명시했다. 
        • 그렇다면 다른 범죄 피해자, 특히 미성년자 아동이나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이들은 사법 절차가 진행되면서 어떤 제도적 보호를 받으면서 증언 및 신문에 참여하는가? 영국 검찰(Crown Prosecution Service, CPS)에서는 검찰에서 사법 절차에서 피해자 및 목격자 아동 보호 지침(Safeguarding Children as Victims and Witnesses)을 공표하고 시행하고 있다. 본 지침은 증언, 법정 방문, 재판 시 대기시간 및 연기, 언론 또는 대중에의 노출 등 세부적으로 검찰 측이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다. 본 지침에서는 아동을 단순히 나이로만 증언 또는 반대신문 가능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각 아동은 개인으로 인정받고 개인별 성숙도나 역량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법정에 섰을 때 위축되는 분위기를 제공하기 않도록 판사, 변호인 등이 준수해야 할 내용을 다루는 특별 조치(Special Measures)도 마련되어 있다. 
        • 특별 조치는 1999년 제정된 청소년 사법 및 형법 증거법(Youth Justice and Criminal Evidence Act)에서 법적 절차를 겪으면서 심신이 취약하거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증인에게서 증언을 받는 과정에서 보다 나은 증언을 취합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다. 매우 다양한 세부 사항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통합적으로 특별 조치라는 지침으로 칭하고 있다. 이 범주에 해당하는 증인은 여러 부류가 있는데, 18세 이하 모든 미성년 아동(기존 17세에서 2009년 18세로 조정됨)은 본 특별 조치에서 정의하는 취약하거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대상으로 포함된다. 그리고 성범죄 피해의 경우, 증인이 성인이거나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자동으로 무조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증인'으로 분류되고 특별조치 대상에 해당 된다. 
        • 특별조치에서 증인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법정 내 조치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피고와 증인을 분리하기 위해 스크린을 설치할 수 있다.

         - 증인은 법정 밖 다른 공간에서 증언하고, 법정 내에서는 실시간 방송 링크로 연결할 수 있다. 증언은 법정과 같은 건물 내 공간일 수도 있고, 다른 장소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
        - 성범죄 사건이거나 피고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을 느낄 수 있는 경우, 공개가 아닌 비공개 법정으로 진행할 수 있다.
        - 판사 및 변호인은 영국 법정에서 착용하는 가발 및 법복을 벗고 재판을 진행한다.
        - 재판 심리 전 증인이 증언하는 영상을 녹화할 수 있으며, 이는 사법적 이해관계와 충돌하거나 원고의 증언을 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면 사전 신청 시 자동으로 허용된다. 또한 증인 반대신문 및 재신문 역시 사전 진행이 허용될 수 있다.

        • 지난 한국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앞으로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고 반대신문 절차를 마주해야 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현 시점에서 영국의 가정폭력 또는 성범죄 피해자, 특히 아동·청소년을 특별 대상으로 고려하고 법적 절차에서 보호하고자 마련한 제도적 틀은 시사 하는 바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참고자료>
        ■ Crown Prosecution Service, "Safeguarding Children as Victims and Witnesses“, URL:  https://www.cps.gov.uk/legal-guidance/safeguarding-children-victims-and-witnesses (접속일: 2022.2.23.).
        ■ Crown Prosecution Service, “Special Measures”,  https://www.cps.gov.uk/legal-guidance/special-measures (접속일: 2022.2.23.)
        ■ Government of the United Kingdom(2022.01.31.), "Policy paper: Cross-examination in family proceedings factsheet", URL: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domestic-abuse-bill-2020-factsheets/cross-examination-in-the-family-court-factsheet (접속일: 20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