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민 참여 성범죄 예방 온라인 지도 제작과 안전법 추진
        등록일 2021-11-01

        영국, 시민 참여 성범죄 예방 온라인 지도 제작과 안전법 추진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영국 정부와 경찰이 시민 참여로 성범죄 우범 지역을 표시하는 온라인 지도를 만들어 정책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영국 의회에서는 소셜 미디어에서 음란 영상물 등 유해 콘텐츠 유통을 막는 온라인 안전법 (Online Safety Bill) 입법이 활발히 논의 중이다. 본론에서는 2021년 9월 시행된 시민 참여 온라인 지도인 ‘스트리트세이프 (StreetSafe)’를 중심으로 영국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여성 보호 정책을 분석한다. 이어 온라인 안전법이 앞으로 온라인에서 사이버 성희롱, 리벤지 포르노 같은 사이버 성범죄로부터 어떻게 여성을 보호할지 살펴보도록 한다. 

         

        • 시민 직접 참여로 성범죄 우범 지역 온라인 지도 제작

         - 2021년 7월 21일, 영국 내무성 (Home Office)는 런던에서 집에 가던 길 납치돼 목숨을 잃은 사라 에버라드 사건을 계기로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 피해자 보호와 피의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Tackl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를 발간했다. 2012년 3월 사라 에버라드 사건에 이어 9월에는 20대 여성 초등학교 교사인 사비나 네사가 런던 공원 근처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해 영국 여성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정책이 바로 ‘스트리트세이프’다. 시범 정책으로 9월부터 시행된 스트리트 세이프는 시민들이 익명으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공공장소나 언어 및 신체 폭력, 낯선 사람이 쫓아오는 경험 등이 발생한 장소를 온라인 사이트 (https://www.police.uk/streetsafe)에 직접 제보해 통합 데이터를 구축하고, 디지털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스트리트세이프에 등록된 정보는 경찰과 지방 정부가 성범죄 우범 지역을 파악하고, 추가 조명이나 순찰 인력을 배치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 이외에도 영국 정부는 여성 표적 범죄 피해자 보호 추가 대책을 내놨다. 구체적인 피해자 보호 방안은 다음과 같다.  
        · 여성 표적 범죄에 더 자주 노출되는 소수 인종을 위한 전문가 지원 서비스 및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  등을 돕는 전화 상담 서비스 확충에 150만 파운드 (약 24억 2천만 원) 예산 투입
        · 대학을 포함해 영국 고등교육 기관에서 학생들이 성희롱 및 성추행 피해를 봤을 경우, 학생들이 서    명한 비밀유지협약 (Non-Disclosure Agreements)를 빌미로 학교 측이 피해자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 검토
        ·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NHS),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성폭력 피해자를 장기적으로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패스파인더 (pathfinder)’ 프로젝트 개발


        - 영국 정부가 내놓은 피해자 보호 대책 중 유심히 살펴볼 정책은 학생이 성추행 피해를 당했을 경우 대학의 비밀유지협약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비밀유지협약은 기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다. 영국 대학들은 학교의 대외 평판을 긍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교내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를 종용한 뒤 피해자가 해당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비밀유지협약에 서명하도록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영국 언론은 대학교수가 가해자일 경우 이들이 신상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다른 대학으로 이직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며 비밀유지협약서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또한, 2021년 10월에는 알자지라 방송이 영국의 명문 대학인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글라스고, 워릭 대학교에서 가해자인 대학 교수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성추행 사건을 쉬쉬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기도 했다. 영국 교육부가 대학의 비밀유지협약 사용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게 되면 비밀유지협약서 뒤에 숨은 가해자의 신상이 밝혀지고, 학생 피해자들이 피해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영국 의회, 불법 콘텐츠 유통 막는 온라인 안전법 (Online Safety Bill) 초안 검토 중  

         - 온라인 안전법의 주요 내용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기업에 사용자들을 해로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2021년 5월, 디지털 문화 장관 명으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온라인 안전법 초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지금껏 영국 정부는 온라인 유해 콘텐츠 유통과 관련해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자발적인 자정 노력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해당 법이 시행되면 스스로를 언론이 아니라 단순한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지칭하며 책임을 회피했던 소셜 미디어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 온라인 안전법 초안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아동 착취 영상, 특정인이나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온라인 성희롱, 음란 게시물이 유통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또한,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 정책이나 디자인을 바꾸는 등 소셜 미디어 이용에 변경이 생길 때는 불법 콘텐츠 유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한 ‘위험 평가서 (risk assessment)’를 영국 정부가 허가한 방송 규제 기관인 오프콤 (Ofcom)에 제출해야 한다.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소셜 미디어 기업 연간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 특히, 최근 페이스북이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을 알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온라인 안전법 입법에 더욱 힘이 쏠리고 있다. 2021년 9월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지난 3년간 인스타그램이 청소년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 조사를 했고, 대다수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미성년자 이용자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계속 노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 보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게 해 10대 소녀들에게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안전법 초안을 논의하는 영국 의회 공동 위원회 (Joint Committee) 위원인 데미안 콜린스 보수당 의원은 “페이스북이 (청소년에게 인스타그램이 유해하다는) 정보를 알면서도 이 사실을 숨겼다면 페이스북은 처벌받아야 한다”며 “온라인 안전법은 소셜 미디어 기업에 사용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사용자가 소셜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것을 기업이 알면서도 숨겼다면 사용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영국에서는 지난 3월 런던에서 집에 가던 길 납치돼 목숨을 잃은 사라 에버라드 사건에 이어 9월에 사비나 네사가 공원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국 정부와 정치권은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시범 정책으로 9월부터 시행된 스트리트세이프는 아직 정책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시민의 경험을 바탕을 성범죄 우범 지역을 파악하고, 이 정보를 정책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영국 의회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온라인 안전법이 시행되면, 소셜 미디어 기업의 사용자 보호 의무를 법적으로 명시해 여성이 표적이 되는 음란 영상물, 리벤지 포르노, 온라인 성희롱 등 다양한 사이버 범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 GOV.UK (2021.7.21.) “Government response to consultation on sexual harassment in the workplace”, 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consultation-on-sexual-harassment-in-the-workplace (접속일: 2021.9.25.)
        • GOV.UK (2021.10.3.) “Police and local authorities given extra 23.5 million pound for safer streets”, https://www.gov.uk/government/news/police-local-authoritiesgiven-extra-235m-for-safer-streets (접속일: 2021.10.25.)
        • GOV. UK (2021.5.12.) “Draft Online Safety Bill”,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985033/Draft_Online_Safety_Bill_Bookmarked.pdf (접속일: 2021.10.25.)
        • GOV.UK (2021.7.21.) “Tackl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strategy launched”,  https://www.gov.uk/government/news/tackling-violence-against-women-and-girls-strategy-launched (접속일: 2021.10.25.)
        • HM Government (2021.7.) “ Tackl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1005630/Tackling_Violence_Against_Women_and_Girls_Strategy-July_2021-FINAL.pdf (접속일: 2021.10.25.)
        • Aljazeera (2021.10.19.) “Oxford professors abused position with sexist and drunken conduct”, https://www.aljazeera.com/news/2021/10/19/oxford-professors-abused-position-with-sexist-and-drunken-conduct (접속일: 2021.10.25.)
        • The Guardian (2021.9.23.) “’London streets are safe for women’, say Met after Sabina Nessa killing”, https://www.theguardian.com/uk-news/2021/sep/23/sabina-nessa-thought-killed-on-way-meet-friend-say-police (접속일: 2021.10.25.)
        • The Guardian (2016.8.26.) “Sexual harassment of students by university staff hidden by non-disclosure-agreements”, https://www.theguardian.com/education/2016/aug/26/sexual-harassment-of-students-by-university-staff-hidden-by-non-disclosure-agreements (접속일: 2021.10.25.)
        • The Wall Street Journal (2021.9.14.) “Facebook Knows Instagram Is Toxic for Teen Girls, Company Documents Show”, https://www.wsj.com/articles/facebook-knows-instagram-is-toxic-for-teen-girls-company-documents-show-11631620739 (접속일: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