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추진 계획 발표
        등록일 2021-11-01

        스페인,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추진 계획 발표

        곽서희, Erasmus University Rotterdam 박사과정

        • 2021년 7월, 스페인 사회권리부 장관(Minister of Social Rights) 이오네 벨라라(Ione Belarra) 장관은 출산휴가 기간을 24주로 확대한다는 정부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출산휴가란 남성 근로자들의 배우자 및 여성 근로자의 출산휴가를 모두 포괄한다. 
        • 벨라라 장관은 가족 다양성 및 가족 지원에 대한 법률 지원 내용 관련 기자회견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연장하고 영아 공공교육 시스템을 0-3세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벨라라 장관은 본 계획을 밝히면서 오늘날 많은 가족들이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자녀를 출산하고 첫 몇 해 동안은 훨씬 더 극심한 고충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배우자 출산휴가 및 출산휴가 16주는 부족하며, 많은 여성 근로자들이 4개월간의 출산휴가 후 업무로 복귀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면서 공공보육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현재 스페인 남녀 근로자 모두 각 16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배우자 출산휴가와 출산휴가 모두 법정 기본임금의 100% 유급으로 정부에서 지원한다. 주어진 출산휴가는 본인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배우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 남성 근로자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경우 자녀가 돌이 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16주 중 6주는 의무적으로 자녀 출산 직후 사용해야 한다. 
        • 사실 스페인은 이미 2021년 1월, 남성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여성의 출산휴가와 동일한 기간인 16주로 확대하여 실시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 자녀가 태어나면 남성 근로자가 쓸 수 있는 휴가는 단 이틀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상당히 진일보한 성과를 이루었다. 
        • 이와 같이 스페인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이 확대된 데에는 스페인 사회 각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옹호활동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스페인의 한 시민단체 네트워크인 ‘Platform for Equal and Non-transferable Birth and Adoption Permits (PPIINA, Plataforma por los Permisos Iguales e Intransferibles de Nacimiento y Adopción)’은 10여 년간 해당 의제로 정책 로비활동을 펼쳐 왔다. PPIINA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 네트워크 PLENT(Platform for Equal and Non-Transferable Birth and Adoption Leave)의 스페인 지부 격으로 2005년에 설립되었다. 육아에서 성평등을 추진하고 남성의 역할 확대를 위해 육아 관련 법적, 제도적 개선을 목표로 개인 및 단체들이 협동하여 정책 옹호활동,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목표가 남녀 모두 100% 유급 육아휴직(출산휴가 포함)이다. 
        • PPINA의 마리아 파조스(María Pazos) 대변인은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추진 배경으로 남성이 자녀 육아에 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여성은 그만큼 일·가정 양립으로 경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남녀 동일한 휴가 기간 및 유급휴가 조건이라면 고용주가 여성 근로자를 출산휴가를 명목으로 부당하게 차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할 거라고 본 것이다. 또한 파조스 대변인은 남성 근로자가 배우자 출산휴가기간 동안 임금을 받게 된다면 남성 근로자들도 재정적 부담을 덜고 실제로 좀 더 적극적으로 휴가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벨라라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의 출산휴가 확대방안은 모든 아동은 동일한 존엄성을 갖는다는 규범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부모, 사실혼 관계 부모와 같이 다양한 가족형태에서 자라나는 아동을 포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개정되는 출산휴가 부분에서는 이를 반영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벨라라 장관은 스페인에서 요즘 출산이 빈곤의 위험을 높인다면서,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보다 질적으로 훌륭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향후 예산 관련 정책 논의에서 다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법 초안은 올해 연말 정도 윤곽이 잡히고 의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게 될 수 있을 전망이다.
        • 유럽연합(EU)에서는 2019년, 남성 근로자에게 자녀 출산시 최소 10일의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를 제공할 것을 의무화하는 지침(Directive (EU) 2019/1158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20 June 2019 on work-life balance for parents and carers and repealing Council Directive 2010/18/EU)을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유럽연합 지침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남성 근로자가 최소한 국가별  병가휴가 제도에 따른 임금 수준의 임금을 보상하는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를 최소 10일 보장해야 한다. 
        • 유럽연합 회원국마다 각기 다른 세부 규정이 있고, 제시하는 기간이 10일에 불과하며, 지침 자체가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한계점도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차원에서 해당 이슈를 제도적으로 규범화하고 있다는 점은 회원국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위 유럽연합 지침을 기준으로 스페인의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는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가 다시 한번 배우자 출산휴가 및 출산휴가를 24주(6개월)로 대폭 확대하고자 하고 있어, 이러한 계획이 실제로 제도화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특히 재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발표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6개월의 배우자 출산휴가 및 여성의 출산휴가는 고용주 및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남성 근로자들이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실제로 정부가 현 제도를 본격적으로 바꾸고자 한다면 찬반 논쟁이 일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추진하는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볼 만 하다.

        <참고자료>

        • AS(2021.07.15), "Se ampliará la baja maternal y paternal a seis meses: así es en el resto de Europa" 、https://as.com/diarioas/2021/07/15/actualidad/1626331306_906987.html (접속일: 2021.10.29.)
        • El Pais(2021.01.06), "Something to celebrate for new fathers in Spain, as paternity leave extended to 16 weeks" 、https://english.elpais.com/spanish_news/2021-01-06/something-to-celebrate-for-new-fathers-in-spain-as-paternity-leave-extended-to-16-weeks.html (접속일: 2021.10.29.)
        • European Commission, "EU rights to work-life balance",https://ec.europa.eu/info/policies/justice-and-fundamental-rights/gender-equality/women-labour-market-work-life-balance/eu-rights-work-life-balance_en#right-to-paternity-leave-as-of-2-august-2022 (접속일: 2021.10.29.)
        •  The Local Spain(2021.01.06), New fathers in Spain can now enjoy 16 weeks paternity leave", https://www.thelocal.es/20210106/new-fathers-in-spain-can-now-enjoy-16-weeks-paternity-leave/ (접속일: 2021.10.29.)
        • The Local Spain(2021.07.14), "Spain could raise parental leave to six months for both mothers and fathers",  https://www.thelocal.es/20210714/spain-could-raise-parental-leave-to-six-months-for-each-parent/ (접속일: 2021.10.29.)
        • The World (2021.01.21), "Can Spain’s new paternity leave law address entrenched gender roles?", https://www.pri.org/stories/2021-01-21/can-spain-s-new-paternity-leave-law-address-entrenched-gender-roles (접속일: 202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