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민간 및 공공부문 고위직 여성 비율 높이기 위해 여러 조치 마련
채혜원 독일통신원
- 2021년 8월 12일 시행된 ‘민간 및 공공 부문 고위직 남녀동등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Zweites Führungspositionen-Gesetz, 이하 FüPoG II)’으로 독일 기업에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2015년부터 시행된 ‘민간 및 공공 부문 고위직 남녀동등 참여에 관한 법률(FüPoG Ⅰ)’에서 관리직 여성 비율을 더욱 늘리기 위해 기업 및 공공부문에 대한 구속력 있는 요구사항을 포함시켰다.
- 2015년 제정된 FüPoG는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남녀 임원직 비율이 동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독일 상장기업의 경영이사회 여성 비율 3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30% 여성 비율을 채우지 못할 경우, 남성 이사진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공석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경영이사회 여성 비율은 2017년 25%에서 2020년 35.2%로 증가했다.
- 다만 독일 상장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이사회’와 이를 감독하는 ‘감독이사회’로 나뉘는데, FüPoG 법안에 따른 ‘여성 경영이사회 30% 할당제’ 시행 이후 경영이사회 여성 비율은 증가했지만 감독이사회 여성 비율은 7.7%에 그쳤다. 할당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업의 여성 경영이사회 비율은 19%에 머물렀다.
- 이에 이번 법 개정안(FüPoG II)은 경영이사회 30%를 넘어 더 많은 여성이 최고 경영진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선 민간부문의 경우, 직원이 2,000명 이상인 상장기업은 임원이 3명을 초과할 경우, 최소 여성 1명과 남성 1명 이상으로 선출해야 한다. 기업에서 여성임원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거나 목표치를 통한 미래에 예상되는 여성 비율에 대한 분석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 또한 법 개정안은 이사회 구성원이 출산 휴가, 육아 휴직, 질병, 가족 구성원 돌봄 등을 이유로 특정 기간 동안 직무를 멈출 수 있는 공적 휴가 개념의 ‘직무 정지(Auszeit)’ 권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규정은 남녀 이사진 모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돌봐야 하는 가족이 있을 경우 경력에 타격을 받지 않도록 만들었다. 직무 정지 휴가 이후에는 이사진 재임명이 보장되도록 했다.
- 연방정부는 법 개정안을 통해 100대 기업이 속한 민간 부분보다 공공부문에 대한 규정을 한층 강화했다. 먼저 연방 정부가 과반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2명 이상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최소 1명 이상의 여성을 임명해야 한다. 이 조항이 적용되는 기업 수는 106개 기업이다.
- 이어 연방 행정부는 2025년 말까지 관리 직책 남녀 비율을 50%로 동등하게 달성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연방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연방 당국 내 장관직, 의회 최고비서직 등을 포함한 고위직의 여성 비율은 34%다. 관리자 비율은 고위직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23개 독일 연방 당국의 관리자 직군 여성 비율은 전체 관리자의 46%를 기록했다.
- 법 개정과 관련해 독일 언론 타게슈(tagesschau)는 법안 FüPoG II 시행이 여러 기업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기업 아디다스(Adidas), 바이엘(Bayer), 이온(E.ON),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Infineon), SAP는 연방 정부가 법 개정안을 발표한 후, 바로 이사회에 여성 1명을 임명했다.
- 또한 검색 엔진 제조업체 MTU는 기술 회사라 여성 비율을 늘리는 것이 큰 도전과제이지만 2022년까지 관리직과 전체 직원의 여성 비율을 25%까지 늘리기 위해 여러 학교와 대학에 취직연계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현재 MTU의 관리직 비율은 현재 11.5%에 불과하다. 다름슈타트에 기반을 둔 기술 그룹 머크(Merck)는 여성 경영진 비율이 35%이지만 앞으로 더 여성비율을 늘리기 위해 리더십 프로그램에 여성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 현재 유럽에서는 10개 국가에서 기업 고위직과 경영진의 성평등 보장을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할당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노르웨이이며,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가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된 법적 구속력 조치 지수는 여성 할당량이 얼마나 높은지, 규정 미준수 시 제재 조치가 얼마나 강한지 등에 따라 매겨지는데, 독일은 10개 국가 중 가장 낮은 지수 값을 기록했다. 덴마크, 스웨덴, 영국, 아일랜드, 그리스, 폴란드, 루마니아, 터키 등 11개국은 기업 여성 고위직 비율을 높이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만 시행하고 있다.
- 이에 전문가들은 할당제 적용 범위를 넓히고 목표로 설정하는 여성 비율 역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경제연구소(DIW) 젠더 경제학 연구 그룹장은 ‘타게슈’와의 인터뷰에서 “이사회에 최소 여성 한 명 임명을 기준으로 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기업은 다양성과 성평등 확보를 주요 기업 목표로 설정하고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법 적용 대상을 모든 상장 기업과 국영 기업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스페인, 아이슬란드 및 오스트리아에서는 여성 할당제가 특정 규모 이상의 비상장 회사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직원 50명 이상 기업, 네덜란드 직원 250명 이상(최소 순매출액 3,500만 유로) 기업, 프랑스 직원 500명 이상 기업, 오스트리아에서는 직원 1,000명 이상인 모든 민간 기업이 할당제 시행 대상이다.
- 한편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독일 기업이 여성 이사회 비율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과 스웨덴에 본사를 둔 올브라이트 재단(AllBright Foundation) 연구에 따르면, 2019년 9월과 2020년 9월 사이 독일 상장 기업 30곳의 경영진 중 6명 여성이 일터를 떠났다. 이로 인해 독일 DAX 지수에서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이 12.8%로 감소했다. 재단 자료에 따르면, 독일 주요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이 서독에서 대학을 나온 50대 남성 경제학자와 엔지니어이다.
<참고자료>
- tagesschau(2021.08.30.), “Vorstände sollen weiblicher werden” https://www.tagesschau.de/wirtschaft/unternehmen/frauen-vorstaende-dax-konzerne-101.html (접속일: 2021.09.15.)
- bmfsfj(2021.08.11.), “Gesetz für mehr Frauen in Führungspositionen tritt in Kraft” https://www.bmfsfj.de/bmfsfj/aktuelles/alle-meldungen/gesetz-fuer-mehr-frauen-in-fuehrungspositionen-tritt-in-kraft-164124 (접속일: 2021.09.17.)
- bmfsfj(2021.8.12.), “Zweites Führungspositionen-Gesetz - FüPoG II” https://www.bmfsfj.de/bmfsfj/service/gesetze/zweites-fuehrungspositionengesetz-fuepog-2-164226 (접속일: 2021.09.24.)
- DW(2020.10.26.), “Corporate Germany has a woman problem and the pandemic is making it worse”https://www.dw.com/en/corporate-germany-has-a-woman-problem-and-the-pandemic-is-making-it-worse/a-55396602 (접속일: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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