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업 내 여성임원 40% 할당제 법안 하원 통과
        등록일 2021-07-30

        프랑스, 기업 내 여성임원 40% 할당제 법안 하원 통과

        곽서희 Erasmus University Rotterdam 박사과정

        • 지난 5월 12일, 프랑스 하원 의회는 2030년까지 기업 내 의사결정직에 여성 비율 40%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당에 상관없이 61명 하원 전원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며, 본 법안은 경제 및 고용 분야에서의 양성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제도적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는 주요 현안 중 하나로 양성평등을 설정하고 각종 입법 및 정책 이행을 추진해 왔다.
        • 이번 법안은 1천명 이상의 근로자를 둔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들은 고위 의사결정직 내 여성 임원 비율을 2027년까지 최소 30%, 2030년까지 40%를 달성해야 한다. 이번 법안 하원 통과를 두고 엘리자베스 모레노(Elisabeth Moreno) 양성평등정책 장관(Gender Equality Minister)은 "프랑스의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사실 프랑스는 이미 여성임원 할당제 관련 법이 시행되고 있다. 2011년, 프랑스는 2017년부터 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둔 기업은 2020년까지 임원직의 최소 40%를 여성으로 임명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Copé-Zimmermann law)을 시행한 바 있다. 입법 당시 찬반 논란이 이어졌고 그 결과 원안에 비해 적용내용과 구속력이 다소 축소되어 완성된 법이었다. 당시 여성임원 할당제 법은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점진적 도입안을 채택했는데, 2011년 제정 당시 여성이 임원 명단에 한명도 없는 경우 다음 총회까지는 한명 임명할 것,  2014년 기준 이사급(director) 여성임원 비율이 최소 20%이상일것, 2017년 1월 부터는 여성임원 비율 최소 40%를 달성하고 2020년 1월 부터는 500명 이상 근로자를 둔 기업에서 250명 이상 근로자를 둔 기업으로 확대 적용했다.
        • 위와 같이 기업 내 여성임원 할당제 법을 실시한 결과, 프랑스 주가지수(CAC40) 상장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은 2009년 10%에서 2019년 45%가량으로 크게 상승했고, 그 결과 프랑스는 아이슬란드(46%)에 다음으로 세계에서 기업 내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2018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지만 여성임원 할당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이번 법안이 상정되었다.
        • 그러나 이사회나 임원 구성을 세부적으로 나누었을 때, 고위임원직 내 여성 비율은 아직 낮고 약 2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모레노 장관은 의회 연설에서 "여성임원 할당제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깊숙히 고착화된 성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 통과를 추진했던 의회 내 여성인권 및 양성평등 위원회(Delegation for Women’s Rights and Equal Opportunities for Women and Men) 마리-피에르 리생(Marie-Pierre Rixain) 의장은 법안 통과 후 감격하면서도, 아직 프랑스 사회에 유리천장이 남아있다고 지적하며 경제 분야에서 여성이 보다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상, 하원에는 1999년 조직된 여성인권 및 양성평등 위원회에서 양성평등 관련 입법안을 검토 및 발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반면 이번 법안 통과 후 노동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여성임원 할당제 연장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거나 정부가 기업의 선택권에 간섭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번 법안도 이전처럼 벌금 조항이 명시되었는데, 2030년 발효 이후 2년 내 여성임원 비율 40%를 채우지 못하면 총 임금계산서(wage bill)의 1%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이러한 처벌 조항이 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이전 법안이 시행되면서 실제로 일부 기업에는 수천유로의 벌금이 부과된 바 있다.
        • 이번 법안은 기업 내 여성임원 할당제 외에도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 및 확대를 위한 여러 조치들을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공공투자은행(BpiFrance)에서 55세 이상 여성도 본인 은행계좌를 개설할 권리를 갖고 임금이나 정부로 부터 받는 보조금을 배우자가 아닌 본인 계좌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한부모 가정의 보육서비스 지원, 임산부 근로여성의 자택 또는 원격 근무 지원도 포함되었다.
        •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6개 투자그룹이 모여 고위급 경영직에서의 남녀 균형을 위해 노력하기 위한 네트워크 ‘30% Club France Investor Group’를 발족했다. 해당 네트워크는 본래 2011년 영국에서 조직된 것을 시작으로 호주, 브라질, 캐나다, 일본 대상 투자기업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조직된 네트워크다. 이번에 프랑스에서 조직된 그룹은 프랑스 시가총액 상위 120개 기업(SBF 120) 내 고위 임원직에서 여성 리더 비율을 2025년까지 최소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정부가 아닌 재계에서 자발적으로 의미 있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여성대표성 증대를 이루는데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투자그룹들은 프랑스 내 기업들이 경영진 구성에 있어 성별 다양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노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 올해 하원을 통과한 기업 내 의사결정직 여성임원 40% 할당제 법안은 기존에 추진해 오던 여성임원 할당제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 이전 법을 이행하면서 실제로 프랑스 기업 내 여성임원 비율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통과된 법안도 향후 의사결정직 내 여성 대표성 확대라는 목표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지 주목해 볼 만 하다.

        <참고자료>
        ■ Fr24 News (2021.05.15), "France unanimously votes gender quotas for executive leadership" ,https://www.fr24news.com/a/2021/05/france-unanimously-votes-gender-quotas-for-executive-leadership-fr.html  (접속일: 2021.07.25.)
        ■ The 30% Club (2020.11.11), "Six asset managers lauch the 30% Club Investor Group in France," https://30percentclub.org/press-releases/view/six-asset-managers-launch-the-30-club-investor-group-in-france (접속일자: 2021.07.25.)
        ■ The Guardian (2013.12.23), "French firms warned of fines for not complying with gender equality laws,"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3/dec/23/french-firms-fine-gender-equality-laws (접속일: 2021.07.25.)
        ■ RFI (2021.05.13), "French MPs approve quotas for more women in corporate management" ,https://www.rfi.fr/en/france/20210513-french-mps-approve-quotas-for-more-women-in-corporate-management (접속일: 2021.07.25.)
        ■ Soulier-Avocats (2016.11.29.), "Update on the application of the rules designed to increase the presence of women in the boardrooms of large French companies" ,https://www.soulier-avocats.com/en/update-on-the-application-of-the-rules-designed-to-increase-the-presence-of-women-in-the-boardrooms-of-large-french-companies/ (접속일: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