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5세 미만 미성년자 의제강간 처벌법 제정
        등록일 2021-06-30

        프랑스, 15세 미만 미성년자 의제강간 처벌법 제정 

        곽서희 Erasmus University Rotterdam 박사과정

        • 2021년 3월, 프랑스 하원에서는 만장일치(찬성 94표, 반대 0표)로 만 15세 이하 아동과의 성관계를 합의 여부 상관없이 미성년자 의제강간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법안이 최종 통과되었다. 해당 법안은 상원에서 먼저 발의된 것으로, 의회에서 오랜 기간 수많은 수정 및 논의를 거쳐 결국 만장일치로 통과하게 됐다.
        • 프랑스에서는 과거 성추행 사건이 폭로된 사회 유명 인사들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갖고도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무죄 또는 낮은 형량을 받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기준 연령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법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 특히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8년 한 28세 남성이 공원에서 만난 11세 소녀를 본인 아파트로 데려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여 강간이 아니라 성추행으로 낮은 형량을 받게 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이는 본격적으로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법 마련에 관한 논의가 추진되는 계기가 되었다. 재판 당시 피고인 남성 측 변호인단은 소녀가 자발적으로 남성을 따라갔고 상황을 인지하고 동의했다고 주장한 반면, 소녀 측 변호인단은 11세로 성관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인지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시기였다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법원은 결국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법적 기반 마련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에마뉴엘 마크롱 정부는 아동·청소년 성범죄 법 강화를 추진했고, 내각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법안 초안 마련을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 합의에 기반 한 성관계 가능 최소연령을 15세에서 13세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가 오가기도 했으나 정부 측에서는 15세를 추진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15세로 법안에 반영됐다.
        • 해당 법이 한창 의회에서 막바지 논의 중이던 올해 초에도 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관련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올해 2월, 프랑스 파리 소방관 20여명이 2008년 당시 13세였던 소녀를 2년 넘게 무려 130차례가 넘게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던 사실이 드러나 프랑스 사회가 큰 충격에 빠지고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성관계를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합의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중 단 3명만이 기소되었고, 그들 역시 강간이 아닌 성추행으로 형량이 줄면서 피해자와 피해자의 어머니는 항소했고, 결국 대법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프랑스 대법원은 강간으로 확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해당 사건을 파기 환송했고, 이를 계기로 강간 규정 및 처벌에 관한 여론이 크게 증가했다. 해당 판결은 의회에서 15세 이하 성관계 금지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지 불과 며칠 뒤 내려진 판결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도심 곳곳에서 수차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같은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들은 그동안 위협의 유무가 아니라 상호 합의를 기반으로 강간 행위를 판단하는 제도적 개선을 위한 옹호 활동을 추진해왔다. 합의 없이 일어난 성관계를 강간으로 정의하는 유럽 국가로는 벨기에, 독일, 그리스, 룩셈부르크, 스웨덴 등이 있다. 이번 4월에 제정한 법으로 인해 프랑스 기존 법적 기반이 강간을 규정하는 방향을 전면적으로 수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15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경우 위협 또는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이라고 정의하고 처벌을 명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 이전 형법에서도 기준 연령은 같은 15세로 명시되어 있었지만, 그동안 검찰 측에서는 강간 기소 시 서로 합의하지 않았던 상황이고 피고가 협박이나 폭력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입증해야만 했다. 입증에 실패하면 가해자는 기존 형법 제227-25항에 따라 강간이 아닌 15세 이하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최대 5년형과 75,000유로(한화 약 1억 113만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 이번 법안이 통과된 후 법무부 장관(Justice Minister) 에릭 듀퐁-모레티(Eric Dupond-Moretti)는 의회 연설에서 "우리 아이들과 사회에 역사적인 법이다”라는 발언과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손댈 수 없으며, 이제 성인 그 누구도 15세 이하 아동에게 서로 합의해서 행한 성관계라고 주장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번에 제정된 법에 따르면 15세 이하 강간에 관한 유죄 확정시 형량은 최대 20년에 이른다. 논의 당시 의회 일각에서는 15세 연령 규정을 못 박으면 서로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또래 간 합의된 성관계가 범죄로 규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따라서 해당 법에는 일명 '로미오와 줄리엣' 조항을 포함했는데, 5살 차이 내 개인 간 성관계는 해당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 그뿐만 아니라 이 법은 프랑스 정부와 의회가 다각도에서 성범죄 규제 및 처벌을 강화하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위 내용뿐만 아니라 이번 법에서는 근친관계이면서 18세 이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도 강간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온라인 아동 성도착자 또는 성추행 규제도 강화됐다. 온라인상에서 15세 이하 아동에게 접근해 정신적으로 길들이고 성행위를 취하게끔 하는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과 15만 유로(한화 약 2억 228만 원)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또한 동의 없이 타인의 치마나 옷 사이에 카메라를 대고 몰래 촬영하는 자는 징역 1년 형과 최대 15,000유로(한화 약 2,023만 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 프랑스는 이미 2018년에도 한차례 성범죄 관련법을 강화한 바 있다. 우선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소멸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연장했다. 예를 들어 당시 18세 미성년자로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48세가 될 때까지 해당 피해를 신고하고 기소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길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캣콜링(catcalling)과 같은 성추행하는 경우 현장에서 즉시 최대 750유로(한화 약 102만원)의 벌금, 특히 1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경우 최대 1,500유로 (한화 약 203만원)를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법 제정 이후 실제로 관계당국이 공공장소 성추행으로 700건이 넘는 벌금 고지서를 발부한 것으로 나타났다(2019년 8월 발표 기준).
        • 프랑스가 미성년자 의제강간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미성년자, 그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유형의 성범죄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해당 법이 의회를 통과한 만큼, 앞으로 발효 이후 실제 다양한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 Amnesty International(2020.12.17), "Let’s talk about “yes”: Consent laws in Europe" , https://www.amnesty.org/en/latest/campaigns/2020/12/consent-based-rape-laws-in-europe/ (접속일: 2021.06.26.)
        ■ France 24(2021.04.15). "French parliament approves landmark bill setting age of sexual consent at 15" , https://www.france24.com/en/france/20210415-french-parliament-approves-landmark-bill-setting-age-of-sexual-consent-at-15 (접속일: 2021.06.26.)
        ■ Le Monde (2021.04.15.), "Violences sexuelles : le Parlement adopte une loi fixant le seuil de non-consentement à 15 ans" ,https://www.lemonde.fr/societe/article/2021/04/15/violences-sexuelles-le-parlement-adopte-une-loi-fixant-le-seuil-de-non-consentement-a-15-ans_6076933_3224.html (접속일: 2021.06.26.)
        ■ Politico Europe(2021.03.16), "France moves toward setting 15 as age of consent. What took it so long?", https://www.politico.eu/article/france-moves-toward-setting-15-as-age-of-consent-what-took-it-so-long/ (접속일: 2021.06.26.)
        ■ Reuters (2019.08.06), "France fines more than 700 in first year of 'cat-call' law" , https://www.reuters.com/article/us-france-law-harassment-idUSKCN1UW1NY (접속일: 2021.06.26.)
        ■ The Government of France(프랑스 정부 공식 웹사이트), “Against sexual and sexist violence,” https://www.gouvernement.fr/en/against-sexual-and-sexist-violence (접속일: 2021.06.26.)
        ■ The Guardian(2018.02.14.) "French girl, 11, 'not a child' say lawyers for man, 29, accused of sexual abuse",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8/feb/14/french-girl-11-not-a-child-say-lawyers-for-man-29-accused-of-sexual-abuse (접속일: 2021.06.26.)
        ■ The Guardian(2021.03.18), "Firefighters should not face charge of raping girl, French court rules" ,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mar/18/firefighters-should-not-face-charge-raping-girl-french-court-rules (접속일: 202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