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부모 가정 지원 정책의 현황과 한계
김양숙 토론토 대학 객원연구원(Visiting Research Fellow)
○ 캐나다 사회에서 한부모 가정(lone-parent family)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부모 가정은 1976년 289,000가정에서 2014년 698,000가정으로 지속해서 증가하였다(Statistics Canada 2015). 이들 한부모 가정 중 1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가정의 비율은 1976년 9%에서 2014년 20%로 증가하였으며, 싱글맘 가정의 비율은 2015년 현재 81%로 196년에 비해 그 비중이 5%p 감소하였다. 1976년부터 2014년 사이 싱글맘과 싱글대디 가정이 전반적으로 모두 늘어났으나, 싱글대디 가정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은 1990년대 이후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지난 40년간의 추세 중에서 또 다른 특기할 점은 한부모 가정의 고용률이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이다. 1976년부터 2014년까지 싱글대디의 고용률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싱글맘의 고용률은 48%에서 69%로 증가하였다. 캐나다 통계청은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같은 인구학적 변화와 캐나다 정부의 한부모 가정 소득 지원정책을 한부모 가정 고용률 증가의 주요한 원인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꾸준한 고용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부모 가정은 양부모 가정에 비해 낮은 고용률과 높은 빈곤율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4년 캐나다 전체 싱글맘의 69%, 싱글대디의 82%가 고용상태에 있으며, 이는 양부모 가정(여성 75%, 남성 90%) 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낮은 고용률과 높은 빈곤율은 특히나 싱글맘 가정에서 심각한데, 통계청은 캐나다의 성별화된 노동시장에서 싱글맘 가정의 빈곤화의 원인을 우선적으로 찾고 있다. 여성들이 소매업과 서비스업에 주로 종사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싱글맘들의 경우 이러한 산업에서 저임금 직종에 종사할 확률이 양부모 가정의 여성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 캐나다의 한부모 가정 지원정책은 1990년대부터 생산적 복지 내지는 워크페어(workfare)식 접근, 즉, 소득을 보조하되 임금노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빈곤에서 탈피하도록 유도하는 접근법을 취해왔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뉴브런즈윅(New Brunswick) 과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ritish Columbia) 싱글맘들을 대상으로 실험적으로 실시한 캐나다 자활 프로젝트(Canadian Self-sufficiency Project (SSP)) 가 그 예인데, 싱글맘들이 (풀타임) 임금노동을 시작할 경우 소득 보조를 해주는 정책이다. 마이클 쉐년은 이러한 소득 보조 정책이 1990년대 캐나다 싱글맘들의 고용율 신장을 통계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증명한 바 있다(Shannon 2009).
○ 비록 지난 몇십 년간 한부모 가정의 고용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였지만, 여전히 빈곤가정 어린이들의 대다수는 한부모 가정의 어린이이다. 예컨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빈곤층 및 장애인 보조 정책 수급자의 84%가 한부모 가정이다(British Colombia 2015). 싱글맘 가정의 빈곤화 역시 여전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저소득 한부모 가정의 90%가 싱글맘 가정이다. 시민사회와 학계의 전문가들은 싱글맘 가정의 빈곤화를 열악한 여성 노동의 문제에서 진단하고 있다(The Tyee 2020). 여성의 노동시장에서의 위치 자체가 열악한데다가 돌봄의 의무마저 여성에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싱글맘들은 열악한 고용 조차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더 타이(The Tyee)의 보도에 의하면 브리티시 콜롬비아에서 최저임금 (2020년 현재 13.85 캐나다 달러)을 받는 임금노동자의 2/3 가량이 여성이며,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지급하는 예외적 업종들 (주류 서비스업) 또한 여성화된 업종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들이 대부분 저임금의 불안정한 직종들이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젠더 불평등 문제가 싱글맘의 빈곤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 현재까지도 캐나다의 한부모 가정 지원정책의 큰 틀은 소득을 보조하되 임금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고용을 유도하는 것이다. 예컨대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에서 2020년 현재 6세 이하의 자녀가 둘 있는 한부모 가정의 경우 연방정부의 아동 수당(Canada Child Benefit)과 주정부의 세금 혜택 (B.C. Early Childhood Tax Benefit)을 통해 연 28,820 캐나다 달러 (약 2,717만 원) 가량을 소득지원 명목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The Tyee 2020; British Colombia).
○ 90년대의 자활식 프로그램 또한 여전히 유지 중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경우 2015년 부터 한부모 고용 이니셔티브(Single Parents Employment Initiative) 프로그램 운영 중인데, 이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이나 장애가 있는 한부모 가정에서 부모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훈련에 투자하는 것이 골자이다(British Colombia). 현재 16,000명 이상의 한부모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주정부가 한부모들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이들의 재교육을 위한 학비, 재교육받을 동안 자녀 돌봄에 필요한 비용, 통학에 필요한 교통비를 지원한다. 돌봄 지원은 아동의 나이, 돌봄이 제공되는 형태에 따라 지원 수준이 세분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부모가 19개월 미만의 영아인 자녀를 어린이집과 같이 허가된 형태의 그룹 돌봄 기관에 맞길 경우 최대 월 1,250 캐나다달러(약 117만 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연령의 영아라도 소규모 가정식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 1,000 달러(약 94만 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부모가 허가된 시설이 아닌 사적으로 아이 돌보미를 고용한 때도 그 비용을 지원한다. 예컨대 19개월 미만 영아를 돌보기 위해 사적으로 아이 돌보미를 고용한 경우에도 주정부가 최대 394달러 (약 37만 원) 를 지원한다. 한부모 가정의 다양한 돌봄 상황에 최대한 맞춰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또한 소득 보조를 계속 받으면서 취업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정부가 지정하는 분야에서 최대 1년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에서 수요가 높은 분야인 아이돌봄 분야(Early childhood education), 행정, 의료 서비스, 건설 및 통상 분야가 이에 속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수료 후 취업을 한 경우에는 취업 후 최초 1년간 자녀 돌봄 비를 계속하여 주정부가 지원하여 고용이 안정될 수 있도록 돌봄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 부동산 또한 한부모 가정 관련 정책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측면이다. 캐나다에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저소득층이 매달 월세를 내면서 부를 축적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데다가 근년에는 토론토나 밴쿠버등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서 평균적인 임금 노동자들에게 조차 집값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토론토시는 저소득층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 (Affordable Rental Housing)을 운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정부와 건설사가 협약을 맺어 시정부가 임대료를 보조하여 시가의 80% 또는 60%의 수준으로 저소득층에게 아파트(콘도)를 일정 기간 임대해주는 것이다. 토론토시는 이 정책에서 한부모가정을 위한 세대를 할당하고 있는데, 22세 이하의 자녀가 한 명 이상(22세 이상의 자녀인 경우 신체적 정신적 이유로 자녀가 부모에게 재정적으로 의존상태일때에 한해 가능) 있는 저소득 한부모 가정이 참여 가능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싱글맘 가정의 빈곤과 주거 불안이 악화됨에 따라 토론토 우드그린 커뮤니티 서비스(Woodgreen Community Services)는 지난해 12월 민간기업과 합작하여 부실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거나 홈리스 상태인 싱글맘 가정들에게 리젠파크(Regent Park) 의 신축 콘도에 34세대를 2021년부터 임대하겠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토론토시가 510만 캐나다 달러 (약 47억)를 우드그린에 지원하였고, 방 두 개인 세대의 경우 월 1,270 달러 (약 117만원)로 토론토의 방 두 개 콘도의 평균 월세인 1,896달러에 비해 훨씬 낮은 임대료가 책정되었다.
○ 고용과 복지를 연동한 형태의 한부모 가정 지원정책은 코로나 시국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020년 통계에 의하면 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한부모 가정의 고용률은 2019년 대비 25% 하락하였다 (The Globe and Mail 2021). 최근 글로브 앤 메일지의 보도로는 작년 팬데믹 동안 실직한 41,000명의 한부모 가정의 부모 중 30,000명은 싱글맘으로, 싱글맘들의 경제적 궁핍은 코로나 시국에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하반기 캐나다의 코로나 상황이 다소 개선되어 학교와 상점들이 문을 여는 등 잠시 경제 회복국면에 들어선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한부모 가정의 고용률은 회복되지 않았고 그대로 장기 실업으로 이어졌다. 글로브 앤 메일지는 윌프레드 로리에 대학 경제학과의 타미 셜리 교수(Tammy Schirle, an economics professor at Wilfrid Laurier University)의 분석을 인용하여 한부모 가정 중에서도 별거나 이혼 가정의 한부모 보다는 비혼 한부모 가정의 경제적 타격이 지난 1년간 특히 심했음을 보도하였다. 별거나 이혼 가정의 한부모들은 양육비를 공동 부담 하는 경우가 많고, 양육비가 상대적으로 넉넉하기 때문에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자녀 돌봄에 있어서 가용한 옵션이 더 많다는 것은 팬데믹 동안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부모들이 고용상태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적으로 궁핍한 비혼 한부모 가정들은 가족이나 친구 등 비공식적 돌봄에 더 의존 하는 경향이 있는데,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기존의 비공식적 돌봄에 의존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고용 상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팬데믹 동안 심화된 여성 노동의 불안정화와 싱글맘들의 빈곤은 고용 중심의 복지정책, 돌봄 정책 없는 여성 고용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의 학계와 시민사회가 돌봄 인프라의 개선 없이 경제회복이 불가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녀를 둔 여성들의 캐나다 평균 고용률이 80%인데 퀘백주는 85%이다. 또한 퀘백주는 2003년부터 2007년 사이 싱글맘 가정의 빈곤율 41.6%에서 21.7%로 낮춘 경험이 있다(The Tyee 2020). 타주에 비해 훨씬 탄탄한 공적 돌봄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돌봄 인프라가 여성의 경제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참고자료>
■ British Colombia(2015.09.01.), “Employment supports for single parents on assistance”, https://news.gov.bc.ca/releases/2015SDSI0043-001405 (접속일: 2021.05.19)
■ City of Toronto(2020), Affordable Rental Housing Program – Eligibility & Income Verification Guide 2020, https://www.toronto.ca/community-people/community-partners/social-housing-providers/affordable-housing-operators/affordable-rental-housing-program-eligibility-and-income-verification-guide-for-developers/ (접속일: 2021.05.19)
■ CTV News(2021.02.12.), “Dedicated affordable housing to open for single mothers, children in Regent Park this spring”, https://toronto.ctvnews.ca/dedicated-affordable-housing-to-open-for-single-mothers-children-in-regent-park-this-spring-1.5307508 (접속일: 2021.05.19)
■ Statistics Canada(2014), “Lone-Parent Families”, https://www150.statcan.gc.ca/n1/pub/75-006-x/2015001/article/14202/parent-eng.htm (접속일: 2021.05.19)
■ The Globe and Mail(2021.01.05.), “Single parents left behind in Canada’s labour recovery”, https://www.theglobeandmail.com/business/article-single-parents-left-behind-in-canadas-labour-recovery/ (접속일: 2021.05.19)
■ Shannon, Michael(2009). "Canadian lone mother employment rates, policy change and the US welfare reform literature." Applied economics 41(19):2463-81.
■ The Tyee(2020.01.24.), “These policies could help end single-parent poverty in BC”, https://thetyee.ca/News/2020/01/24/Policies-End-Single-Parent-Poverty-BC/ (접속일: 2021. 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