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스토킹 피해 관련 법제도 및 현황
        등록일 2021-04-30

        영국의 스토킹 피해 관련 법제도 및 현황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영국에서는 2016년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한 20대 여성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스토킹 의심 범죄가 발생 시 경찰이 초기 개입을 허용하는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관련 내용을 담은 스토킹 보호법(Stalking Protection Act)가 2019년이 제정됐다.
        • 본론에서는 먼저 스토킹 보호법 제정 배경과 법의 주요 내용, 해당 법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 스토킹 보호법에 포함된 스토킹 보호명령(Stalking Protection Orders)을 중심으로 경찰이 언제 어떻게 스토킹 의심 범죄에 개입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경찰 권한 강화한 스토킹 보호법 (Stalking Protection Act) 제정

         - 2019년 3월 15일 제정된 영국의 스토킹 보호법은 상대를 병적으로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스토커를 통제할 수 있는 경찰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범죄 피해가 발생해야 경찰이 개입할 수 있었으나 이 법이 제정되면서 스토킹 의심 사건에 경찰의 초기 개입이 가능해졌고 스토킹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보호 명령(protection)을 사용해 스토커가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경찰의 보호 명령은 최대 2년까지 유효하며, 스토커가 경찰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5년 형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한다.
         - 이 법이 제정되기 전 영국에서 스토킹 범죄 처벌 수위를 높이고 경찰의 초기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한 계기가 있었다. 2016년 10월 26세였던 앨리스 러글스는 헤어진 뒤 스토킹했던 전 남자친구에게 목숨을 잃었고, 가해자는 22년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사건 발생 뒤 앨리스가 ‘전 남자친구의 행동에 위협을 느낀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신고 받은 경찰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초동 조치가 논란이 됐다. 2021년 4월 26일 페미사이드(femicide)를 중점적으로 보도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앨리스의 신고를 받고도 가해자를 만나거나 이야기한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앨리스 가족은 딸의 이름을 따 ‘The Alice Ruggles Trust’라는 자선 단체를 만들어 스토킹 범죄와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 경찰 스토킹 보호 명령, 과거 스토킹 범죄 혐의 없어도 경찰이 개입 가능

         - 2019년 스토킹 보호법이 제정된 뒤 2020년 1월부터 경찰의 초기 개입을 허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한 내용을 담은 스토킹 보호 명령 (Stalking Protection Orders)가 도입됐다. 영국 내무성(Home Office)가 2021년 1월 경찰을 대상으로 배포한 ‘스토킹 보호 명령, 경찰 개입을 위한 법적 지침 (Stalking Protection Orders, Statutory guidance for the police)’는 언제 어떻게 경찰이 스토킹 의심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무성은 “경찰이 스토킹 보호 명령을 효과적이고 시의적절하게 사용하고, 스토킹 행동에 숨겨진 동기를 파악해 스토킹이 다른 범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는 것이 이 지침을 발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 영국에서 스토킹의 명확한 법적 정의는 없다. 하지만 영국 검찰(The Crown Prosecution Service: CPS)에 따르면, ‘상대가 원하지 않는 집착하는 행동을 지속해서 행하고, 이러한 행동이 피해자에게 폭력을 당할 것이라는 위협이나 심각한 피해를 줄 경우’를 검찰과 경찰 모두 스토킹으로 인정한다.
         -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경찰은 스토킹 보호 명령을 사용하기 전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가해자가 스토킹을 하는지, 가해자가 스토킹 피해자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스토킹 보호 명령을 사용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등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면 경찰은 법원에 스토킹 보호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경찰이 스토킹 보호 명령을 사용할 때 피해자가 과거 스토킹 피해 경험이 없거나 가해자가 스토킹 범죄 혐의를 받은 적이 없더라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킹 피해가 발생하기 전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확대된 것이다.
         - 임시 명령 (Interim Orders)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스토킹 보호 명령은 최대 2년까지 유효하고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완전한 명령(Full Orders)이라면, 임시 명령은 지속 기간은 짧지만 ‘스토킹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라는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돼 경찰이 사건에 더 빨리 개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임시 명령은 스토킹 피해 때문에 피해자의 목숨이 위태롭거나 가해자로부터 즉각적인 위험이 있으면 경찰이 최대한 빨리 개입하기 위해 사용된다.

        • 경찰 권한 강화한 보호 명령 승인 시 가해자는 소셜 미디어로도 피해자 접촉 불가

         - 법원이 보호 명령을 승인하면 스토킹 가해자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피해자에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금지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피해자가 거주하는 곳이나 자주 방문하는 곳에 접근 금지 2) 전화, 우편, 이메일, 문자 메시지, 소셜 미디어 등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피해자에게 연락 금지 3)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 등 제3자를 통해 피해자와 연락하는 것 금지 4) 소셜 미디어에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것 금지 5) 가정법원을 포함한 법원에 피해자를 언급한 악의적인 소송 제기하는 것 금지 6) 피해자가 등장한 영상 녹화 금지 7) 인터넷 사용 내용을 볼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장치 사용 금지 8) 피해자 감시 금지
         - 이외에 가해자를 개도하기 위한 정책도 함께 시행한다. 심리 상담, 약물 알코올 중독 상담 치료, 범죄 예방 목적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경찰이 강제할 수 있다.
         - 지난해 4월 30일 케임브리지셔 경찰은 스토킹 보호 명령 도입 이후 자치구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예를 공개했다. 이별 후 전 여자친구에게 지속적으로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 괴롭힌 34세 남성이 경찰에 체포돼 3개월간 피해자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다.

        • 영국 정부와 의회는 2019년 스토킹 보호법을 제정해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스토킹을 통제할 수 있는 경찰의 권한을 강화했다. 스토킹 보호법과 함께 도입된 스토킹 보호 명령에 따르면 과거 스토킹 피해 경험이 없거나 가해자가 스토킹 범죄 혐의를 받은 적이 없더라도 경찰이 개입할 수 있으며, 피해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는 즉각적인 개입할 수 있는 임시 명령을 사용할 수 있다. 스토킹 보호 명령이 도입된 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정책의 효과를 책정하기 어렵지만, 스토킹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  참고자료
        ■ Legislation.gov.uk (2019) “Stalking Protection Act 2019”, https://www.legislation.gov.uk/ukpga/2019/9/contents/enacted (접속일: 2021.04.27.) 
        ■ GOV.UK. (2021.01.) “Stalking Protection Orders, Statutory guideline for the police”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stalking-protection-act-statutory-guidance-for-the-police (접속일: 2021.04.27.) 
        ■ The Crown Prosecution Service (2020.01.20.) “Stalking Protection Orders”, https://www.cps.gov.uk/legal-guidance/stalking-protection-orders (접속일: 2021.0.27.) 
        ■ BBC (2021.3.10.) “Stalking protection orders: Police ‘not using’ new powers to protect victims”, https://www.bbc.com/news/uk-wales-56327375 (접속일: 2021.4.27.) 
        ■ The Guardian (2021.04.26.) “The UK’s femicide epidemic: who’s killing our daughters?”,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21/apr/25/the-uks-femicide-epidemic-whos-killing-our-daughters (접속일: 2021.04.27.) 
        ■ Cambridgeshire Constabulary (2020.04.30.) “Cambridgeshire’s first Stalking Protection Order granted”, https://www.cambs.police.uk/news-and-appeals/cambridgeshires-first-stalking-protection-order-granted (접속일: 202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