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 사회, 성 지향과 성별에 따른 폭력과 차별 근절 위한 조직적 노력 강화
        등록일 2020-12-24

        캐나다 원주민 사회, 성 지향과 성별에 따른 폭력과 차별 근절 위한 조직적 노력 강화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캐나다는 영국과 프랑스계 이민자 및 북미대륙 원주민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국가로서 지난 시기 원주민에 대한 억압적이었던 역사에 대한 자성의 노력도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원주민 사회에 대한 오랜 문화적·경제적 억압의 결과는 캐나다의 원주민 사회의 경제적 궁핍, 사회적 주변화에 더불어 심각한 젠더 폭력의 양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 캐나다 통계청이 2018년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올 12월에 펴낸 보고서에 의하면 캐나다 북부 세 개의 준주(territories)에 사는 주민들의 반 이상이 15세 이후 성적 혹은 육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준주들은 북극과 가까이 있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으로서 원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데, 61%의 유콘(Yukon) 주민들은 남성과 여성 모두 십대 중반을 지나면서 최소한 한 번 이상 육체적 혹은 성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누이트족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누나붓(Nunavut) 준주의 경우에도 52%의 여성, 55%의 남성 응답자들이 육체적 성적 폭력을 경험 해 본 적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들 북부 준주 전반에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성폭행의 피해자가 될 확률은 세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언론(HuffPost)과의 인터뷰에서 유콘 여성의원회(Yukon Status of Women Council)의 전문가는 이 조사 결과를 원주민 사회에 만연한 강간 문화 (rape culture)를 보여주는 방증이라 해석하면서, 심각한 인종차별과 문화 말살 정책을 몸소 체험한 원주민들 사회에 뿌리 깊이 자리잡은 정부와 경찰에 대한 완전한 불신 때문에 이러한 강간 문화가 더욱 성행하고 성폭력을 당했을 시에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에 접근성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 이렇게 원주민 사회에 만연한 젠더폭력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원주민 사회 내부로부터 조직적인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2020년 12월 9일 90만명 이상의 캐나다 원주민들과 그들의 645개 부족 공동체들을 대표하는 기관인 퍼스트 네이션 의회(AFN, The Assembly of First Nation)의 여성 의원들은 퍼스트 네이션 의회 내에서의 여성과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 열띤 찬반 토론 끝에 78%의 찬성으로 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퍼스트 네이션 의회에는 여성의원회(The Women’s Council)가 그동안 의원들로 하여금 원주민 사회의 여성들과 여성리더십 지원 정책에 대한 제언을 해왔으나, 젠더 평등 정책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또한 2019년에는 퍼스트 네이션 의회의 남성 의원이 자신을 성폭력 사건으로 경찰에 신고하려 하는 원주민 여성단체 여성 인사를 성차별적인 언사와 괴롭힘,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한 인사 개입 및 살해 협박 등을 동원하여 이 여성의 신고를 막으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 가해자가 의회에서 제명되었던 사건도 있었다.
        • 퍼스트 네이션 의회의 세 명의 여성 의원 중 한 명인 도리스 빌(Doris Bill, chief of the Kwanlin Dün First Nation in Yukon and Khelsilem) 의원이 지난 9일 발의한 이 결의안은 “성 지향성과 젠더에 따른 차별 및 성폭력과 따돌림 등 모든 형태의 폭력을 끝내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고 9개월의 조사 기간을 상정, 세 명의 독립적인 조사관을 선임하여 조직 내의 차별에 대한 조사에 대한 체계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이 그 요지이다. 또한 9개월의 조사 후에는 조직 내 젠더 폭력 실태, 그 원인 분석, 그리고 정책 제언을 담은 보고서가 공개될 것이다. 정책 제언결의안을 발의한 도리스 빌 의원은 이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퍼스트 네이션 의회가 조직적 젠더폭력과 싸우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하였으나, 몇몇 의원들은 결의안이 요구하고 있는 조사(investigation)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조직의 현 정책들과 절차들에 대한 리뷰(review)로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찬반 토론 중 로즈앤 아치버드(RoseAnne Archibald) 의원이 수뇌부의 남성들이 결의안 통과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이후 남성 의원들로부터 비공식적인 경로로 비난을 받은 정황이 알려졌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