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성 전용 공중화장실 추가 설치 위해 정책 재검토
        등록일 2020-11-30

        영국, 여성 전용 공중화장실 추가 설치 위해 정책 재검토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영국 정부가 여성 전용 공중화장실 추가 설치 등을 포함해 공중화장실 정책을 재검토한다. 최근 몇 년간 영국에서 성 소수자를 비롯해 남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gender neutral toilet) 설치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여성 전용 화장실 숫자가 줄어 여성의 화장실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 담당 부처인 주택공동체지방정부(Ministry of Housing, Community & Local Government)는 10월 31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통해 “많은 공중화장실을 성 중립 화장실로 개조하면서 여성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생리 중이거나 임신, 폐경을 겪는 여성들은 여러 이유로 여성 전용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을 수 있으나 성 중립 화장실은 이러한 여성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화장실 정책을 재검토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정책 검토 과정에서 영국 정부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화장실을 이용할 때 항상 칸막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남성 화장실 대비 여성 화장실 비율이 적절한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정책 재검토는 화장실 정책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의 의견을 내년 1월까지 수렴한 뒤 이 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식으로 진행된다.
        • 영국에서 성 중립 화장실 설치가 논란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남성용 소변기가 있는 성 중립 화장실 숫자가 증가하면서 역으로 여성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남녀 화장실 분쟁의 대표적인 예가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의 올드빅 극장(Old Vic Theatre)의 화장실 개조 사건이다. 지난해 올드빅 극장은 시민 모금으로 마련한 10만 파운드(우리 돈 약 1억 5천만 원)를 투입해 기존 남녀 화장실을 모두 성 중립 화장실로 개조했다. 원래 의도는 성 소수자들을 포함해 남녀 모두 편하게 이용하는 화장실을 설치하자는 것이었지만, 의도와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전체 화장실에 칸막이와 소변기를 동시에 설치하면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여성들은 남성용 소변기를 제외한 칸막이 화장실 24곳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남성들은 칸막이를 포함해 화장실 42곳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여성이 더 오래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올드 빅 극장은 남성과 같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한 여성이 여성 전용 화장실 사용할 선택권을 없앴다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했다.
        • 페미니스트들은 공중화장실 설계가 여성의 화장실 이용 습관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영국 여성 인권활동가이자 작가인 캐롤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Invisible Women: Exposing Data Bias in a World Designed for Men’이라는 책에서 남녀 화장실 숫자를 똑같이 한다고 해도 여성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서는 줄을 없애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페레스는 책에서 여성의 화장실 이용 시간이 남성보다 평균 2.3배가량 높아서 공공시설에 여성 화장실 숫자가 남성 화장실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 인구의 노인과 장애인 비율이 남성보다 더 높다는 점, 돌봄 노동을 도맡아 하는 여성이 아이나 노인, 장애인 등 노약자를 데리고 화장실에 갈 가능성이 남성보다 크다는 점, 가임기 여성이 월경을 겪으면 생리용품을 교체하는데 시간이 길어져 소변을 보더라도 남성보다 화장실 사용 시간이 길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 로버트 젠릭 주택공동체지방정부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최근 많은 여성들과 노인들이 공중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안전한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자료>
        ■ GOV.UK(2020.10.31.), “Government review to boost the provision of toilets for women and men”, https://www.gov.uk/government/news/government-review-to-boost-the-provision-of-toilets-for-women-and-men (접속일: 2020.11.10.)
        ■ GOV.UK(2020.10.31.), “Toliet provision for men and women: call for evidence”, https://www.gov.uk/government/consultations/toilet-provision-for-men-and-women-call-for-evidence (접속일: 2020.11.10.)
        ■ Independent(2019. 10.2.), “Old Vic theatre replaces single-sex toilets with inclusive facilities for all genders”, https://www.independent.co.uk/life-style/old-vic-gender-neutral-toilets-pictures-single-sex-male-female-a9129016.html (접속일: 2020.11.10.)
        ■ The Guardian(2019.11.14.), “The queue for women’s toilets is a feminist issue”,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9/nov/14/queue-ladies-loo-feminist-issue-public-toilets (접속일: 2020.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