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로 2021년 2주의 유급 부성휴가 도입 예정
        등록일 2020-10-12

        스위스,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로 2021년 2주의 유급 부성휴가 도입 예정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스위스는 중대한 법률 및 제도적 결정이 필요할 때 국민들이 직접 찬반 투표를 할 수 있는 국민투표(referendum)를 실시하는데, 2020년 9월 27일에 부성휴가(paternity leave) 등을 주요 안건으로 실시한 국민투표 결과에 따르면, 60%가 넘는 투표자들이 부성휴가 도입안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 스위스는 2005년에 14주 유급 모성휴가(maternity leave)를 처음 도입했다. 남성의 경우 일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자녀 출산으로 남성이 일정 기간 휴가를 사용하는 것을 자체 재량으로 허용해 줬지만, 부성휴가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는 부재했다. 자녀를 출산했을 때 남성은 이사하는 날 하루 연차를 내듯 하루나 이틀 정도 연차를 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 스위스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부성휴가 도입을 위한 제도적 시도가 있었지만, 매번 성공하지 못하고 안건으로 남아있었다. 스위스 의회에서는 작년 9월, 부성휴가 2주 도입 추진안이 승인되었지만, 보수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 Swiss People’s Party)를 비롯해 반대하는 정당들이 부성휴가 도입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서명을 받아 제출하면서 이번 국민투표에서 결정하게 된 것이다.
        • 알랭 베르세(Alain Berset) 내무부(Federal Department of Home Affairs) 장관은 이번 투표 결과는 부모 및 자녀들에게 긍정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 이번 투표로 부성휴가를 실시하게 되면 스위스 정부는 연간 약 230만 스위스 프랑(한화 약 28억 9천만 원)의 예산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성휴가 실시에 필요한 예산은 연방정부에서 운영하고 고용주와 피고용자가 같은 비율로 분담하여 적립하는 사회보장 연금 체계의 일부인 소득보장제도에서 지출하게 된다. 유급 부성휴가를 사용하는 남성은 임금의 최대 80%, 2주 휴가 기간 총 최대 2,744 스위스 프랑(한화 약 345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이번 투표 결과로 부성휴가는 내년 1월부터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성휴가 제도가 도입되면 남성들은 주말 포함 총 14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14일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않고 자녀 출산 후 6개월 이내에 분할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청 자격은 최소 5개월 스위스에서 근로, 최소 9개월 스위스 연금 낸 남성이며, 부성휴가 제도가 공식적으로 실시되는 시점부터 출산하는 자녀의 부모라면 신청할 수 있다.
        • 스위스에서 가족 친화적 정책 발전을 목표로 약 40여 개 이상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Pro Familia Schweiz 대표는 이번 투표 결과가 남성은 밖에 나가 일하고 여성은 집에서 가사 및 육아에 전념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중시하던 스위스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약 17만 명의 노동조합원을 둔 스위스 노동조합 연합 Travail Suisse 측에서도 이번 투표가 스위스의 가족 정책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면서, 남성 노동자들이 배우자가 자녀를 출산하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