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성, 대도시에서 여성대상 폭력에 대해 ‘불안’, ‘공포’ 시달리지만 정부 여성안전정책 부족
        등록일 2020-08-28

        독일 여성, 대도시에서 여성대상 폭력에 대해

        ‘불안’, ‘공포’ 시달리지만 정부 여성안전정책 부족 

        채혜원 독일 통신원

        • 독일 대도시의 많은 여성이 길거리에서 폭력을 경험하며 도시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구호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 독일 지부는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도시 안전’을 주제로 16세부터 71세 여성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독일 대도시인 함부르크, 베를린, 쾰른, 뮌헨에서 여성들은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 여성들은 인터랙티브 지도(Interactive Map)에 자신이 안전하거나 반대로 안전하지 않은 경험한 곳을 표시했고, 지도에 표시된 총 1,267개의 장소 중 80%가 안전하지 않은 장소로 지목됐다. 설문에 참여한 여성 중 25%는 도시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20%가 거리에서 신체적·언어적 폭력 또는 위협 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안전하지 않아 부정적인 곳으로 표시된 장소 중 25%의 도시 공간에서 여성들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 예를 들어 여성들은 공원에서 조깅할 때, 길거리에서 언어 성폭력, 스토킹,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 등을 경험하면서 도시에서 안전하지 않음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가로등이 어두운 거리 등 낮보다 밤에 더 큰 위협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하지 않다고 표기된 곳 중 80% 정도가 밤이나 어두울 때 느끼는 불안감이 컸으며, 낮에 위협을 느낀 장소는 20% 정도였다. 이 외에도 여성들은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마약하는 사람을 접했을 때, 대중교통을 기다리거나 이용할 때, 공원이나 녹지공간에 있을 때, 위험 상황에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을 때 큰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들은 레스토랑이나 행사장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 플랜 인터내셔널은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인도 델리, 호주 시드니, 우간다 캄팔라, 페루 리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같은 주제로 설문 조사를 벌였으며, 결과는 독일과 비슷했다. 대부분 소녀와 여성이 도시에서 안전하지 않음을 느낀다고 답했고, 총 21,000개 이상 장소에서 부정적으로 표기된 곳은 80% 이상이었다. 플랜 인터내셔널은 소녀와 여성에게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2014년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와 함께 ‘소녀를 위한 안전 도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 이집트, 인도, 페루, 우간다, 호주, 스페인 등 12개국에서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 마이케 로트거 플랜 인터내셔널 독일 지부 이사는 설문 조사 결과에 따라 모든 소녀와 여성이 두려움 없이 도시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발표 자료를 통해 “길을 더 밝게 만들고 공원을 재구성하는 등의 도시계획조치도 필요하지만, 소년 및 소녀를 대상으로 성 역할 관련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여전히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을 괴롭히는 것이 괜찮다는 식의 고정관념과 차별이 여성에게 안전하지 못한 도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상황이 이렇지만 독일 정부의 눈에 띄는 여성안전정책은 없다. 다만 쾰른에서 여성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웨이가드(WayGuard)’라는 휴대폰 앱을 운영하고 있다. 앱 사용자는 자신이 신뢰할만한 친구나 가족, 지인 등의 연락처를 등록해놓을 수 있고 집으로 귀가할 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보여주고 전화나 채팅을 통해 연락할 수 있다. 귀가한 이후에도 이들에게 귀가 여부를 알리게 되어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앱 사용자 또는 앱 사용자와 연계되어 있는 또 다른 사용자가 긴급전화를 걸 수 있으며, 앱 중앙센터는 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경찰이나 응급, 의료서비스 개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웨이가드’ 중앙센터에서 바로 경찰 또는 병원에 연결한다. ‘웨이가드’ 앱은 AXA 보험회사 쾰른지사와 쾰른 경찰이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 앱은 2016년 10월부터 지금까지 30만 명 이상의 앱 등록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으며, 2019년 11월부터는 스위스에서도 서비스를 오픈했다.‘웨이가드’ 앱 외에 쾰른시는 폭력피해자에게 전문 상담을 제공하는 보호센터 두 곳과 긴급전화(0221/376490)를 운영하고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