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성이 남성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위험인식 크게 체감
        등록일 2020-04-30

        캐나다, 여성이 남성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위험인식 크게 체감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캐나다의 한 조사기관(Abacus Data)이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알아보고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2020년 3월 20일부터 3월 22일 이틀간 캐나다 전역의 1,378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는데, 여성 응답자의 49%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스럽다(very worried)’, 26%가 ‘어느 정도 걱정스럽다(somewhat worried)’라고 응답한 반면, 남성 응답자의 경우는 30%가 ‘매우 걱정스럽다’, 33%가 ‘어느 정도 걱정스럽다’라고 응답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조사기관인 Leger에서 1,508명의 캐나다 전역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여성 응답자의 75%가 가족들의 감염 여부에 대해 두렵다고 응답했지만, 남성의 경우 64%만이 같은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 Abacus Data 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거의 걱정되지 않거나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약 31%에 달했으나, 성별 응답률의 차이가 컸다. 남성 응답자는 37%가, 여성 응답자는 25%가 거의 혹은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는 위험인식에 있어서 확연한 젠더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여성이 위험 상황을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학계의 연구결과를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또한 남성은 단지 걱정을 덜 할 뿐만 아니라, 팬데믹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정부의 공중보건 지침도 여성에 비해 덜 따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캐나다 사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의 지침을 누가 따르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서 세대 간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 조사는 30세 미만과 44세 이상의 남성들을 지목하였다. 30세에서 44세 사이 남성 40%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18세에서 29세 구간의 남성들의 경우 20%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29세 미만의 젊은 남성들이 코로나 사태를 가장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부 지침 또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30세에서 44세 사이의 연령집단은 남녀 모두 현 상황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조사기관은 이를 이 연령대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이 분포해서일 것으로 해석했다.
        • 캐나다 여성재단은 이러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인용하면서 가정 내에서 여성이 행하는“걱정 일(worry work)”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그동안 가정 내의 대소사를 걱정하는 일 또한 흔히 여성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여겨져 왔는데, 매사에 과도하게 우려하며 호들갑을 떠는 여성상은 침착한 남편과 대조되며 종종 미디어에서 코믹하게 묘사되어 왔지만, 이는 여성의 이유있는 염려와 불안을 감추어 왔으며 여성들이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물질적, 감정적 노동(risk management work)을 평가절하해 온 것이라는 것이다. 여성재단은 이성애 가정에서 남성보다 여성들이 이 걱정하는 일을 전담한다는 연구결과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확인된 것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 캐나다 여성들이 현 상황에 대해 남성들에 비해 훨씬 더 큰 걱정을 하는 것은 확실히 그럴 만한 물질적 이유가 있다. 캐나다 사회에서 여성 일자리는 저임금, 파트타임, 서비스 직종에 집중되어 있으며, 여성들은 가정 내에서의 돌봄 의무 때문에 실업에 처할 가능성이 남성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에서 코로나 사태를 젠더 측면에서 진단하는 언론 보도들이 눈에 띄고 있는데, 바이러스 감염은 성별을 가리지 않지만 전국적인 셧다운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가장 가혹한 피해를 받을 집단은 여성이라는 분석들이다. 예컨대 최근 캐나다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 사태 이후 25세에서 54세 사이 연령집단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실직률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의료 시스템이 코로나19 사태 중심으로 운영됨에 따라 병원이 충분하지 않은 노바스코시아와 같은 주에서는 여성들이 임신 중절 시술과 같은 중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때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 또한 있었다.
        • 캐나다 여성부(Women and Gender Equality Canada) 장관은 2020년 4월 10일 코로나19 사태가 여성에게 왜 유독 가혹한 것인가에 대해 지적하면서 연방정부의 지원대책이 여성들의 독특한 수요를 충분히 감안하고 있지 못하다며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2020년 4월 20일 현재 추가 재정 지원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참고자료>
        ■ Canadian Women’s Foundation(2020.03.25.), “Women’s Worry Work in the COVID-19 Pandemic”, https://canadianwomen.org/blog/womens-worry-work-in-the-covid-19-pandemic/ (접속일 : 2020.04.18.)
        ■ National Post(2020.03.23.), “COVID-19: Canadian women far more worried about pandemic than men are, poll shows”, https://nationalpost.com/news/politics/canadian-women-are-far-more-worried-about-covid-19-than-men-poll?video_autoplay=true (접속일 : 2020.04.18.)
        ■ HuffPost(2020.04.10.), “Feds Must Do More To Address Women’s Needs During Pandemic: Advocates”, https://www.huffingtonpost.ca/entry/coronavirus-women-federal-support_ca_5e908094c5b6cac1e812872d (접속일 : 2020.04.18.)
        ■ Leger(2020.03.23.), “COVID-19 TRACKING SURVEY RESULTS”, https://leger360.com/wp-content/uploads/2020/03/COVID-19-Tracking-Study-March-24-2020-final.pdf (접속일 : 2020.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