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2020년 12월 말부터 여성용품 부가가치세 폐지
        등록일 2020-03-31

        영국, 2020년 12월 말부터 여성용품 부가가치세 폐지 

        황수영 브리스톨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 영국에서는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생리대와 탐폰 등 여성용품에 부과됐던 일명 ‘탐폰세 (tampon tax)’가 완전히 폐지된다. 현재 영국 정부는 여성 생리용품을 사치품으로 분류해 부가가치세 5%를 부과하고 있으나 3월 1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첫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탐폰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영국에서 생리용품에 세금이 부과되기 시작한 것은 1973년이다. 탐폰세가 폐지되면 20매 탐폰을 기준으로 7펜스(한화 약 105원), 12매 생리대는 5펜스(약 75원) 정도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영국 여성단체들은 면도기 등 남성용품과 다른 생필품에는 부가세를 매기지 않고 생리용품을 사치품으로 분류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오랫동안 탐폰세 철폐 운동을 벌여왔다. 원래 17.5%에 달했던 탐폰세는 노동당 의원이었던 다운 프리마로가 탐폰세 인하 운동을 벌이면서 2000년에 5%까지 낮아졌다.
        • 최근 대중의 관심을 크게 끌었던 탐폰세 폐지 캠페인은 2014년 5월 골드스미스 대학교 학생이었던 라우라 코리튼이 주도했던 ‘Stop Taxing Periods’이다. 당시 코리튼은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인 ‘Change.org’에 탐폰세 철폐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고, 32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코리튼은 2020년 3월 6일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탐폰세 폐지는 성차별주의의 끝을 뜻한다. 생리를 터부시하는 인식 때문에 생리대 살 돈이 없는 여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일도 생긴 것”이라며  탐폰세 폐지를 환영했다.
        • 20년 가까이 지속한 캠페인으로 영국 정치권도 탐폰세 폐지를 지지했으나 지금까지 유지했던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유럽연합법에 따라 부가세를 매겨야 해서 영국 정부가 원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폐지할 수 없었다. 유럽연합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최소 세율을 적용한 것이 5%였고, 영국은 2000년 이후 이 과세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서 더는 유럽연합법에 묶일 필요가 없게 됐고, 유럽연합 탈퇴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영국의 탐폰세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 영국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생리 기간에 학교에 가지 않는 생리 빈곤(period poverty)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초?중?고등학교에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사용하는 사건을 통해 청소년의 생리대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처럼 영국에서도 비슷한 고통을 겪는 청소년이 많다. 영국의 아동 권리 보호단체인 Plan International이 2018년 3월 14~21세 여성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설문조사 참가자 중 42%가 생리대 살 형편이 안되어 화장지를 덧대는 등 임시방편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이 중 7%는 양말, 신문지나 종이 등으로 임시 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 생리 빈곤이 학업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전국교육연합(the National Education Union)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13만 7천 명 이상 여학생이 생리 때문에 수업을 빠진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한편, 영국 정부는 올해 초중고생 170만 명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급하는데 예산 2천만 파운드(약 301억 원)를 편성했다. 생리대 지급은 각 학교가 필요한 분량의 생리대를 영국 교육부가 지정한 유통업자를 통해 직접 주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참고자료>


        ■ BBC(2015.02.09.), “Why the ‘tampon tax’ is here to stay- for a while at least”, http://www.bbc.co.uk/newsbeat/article/31299254/why-the-tampon-tax-is-here-to-stay---for-a-while-at-least(검색일: 2020.03.27.).
        ■ BBC(2020.03.07.), “Budget 2020: Pledges on tampon tax and the future of cash”, https://www.bbc.com/news/business-51772425 (검색일: 2020.03.27.).
        ■ The Guardian(2020.03.06.), “Budget 2020: chancellor plans to finally end tampon tax”, https://www.theguardian.com/uk-news/2020/mar/06/budget-2020-chancellor-plans-to-finally-end-tampon-tax (검색일: 2020.03.27.).
        ■ The Guardian(2020.1.18.), “Free period product to be available in schools and colleges in England”, https://www.theguardian.com/education/2020/jan/18/free-period-products-to-be-available-in-schools-and-colleges-in-england (검색일: 2020.03.27.).
        ■ Plan International(2018.03.12.), “40% of girls have used toilet roll because they’ve struggled to afford sanitary wear, survey reveals”, https://plan-uk.org/media-centre/40-of-girls-have-used-toilet-roll-because-theyve-struggled-to-afford-sanitary-wear (검색일: 2020.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