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성부, 법관 자격 요건으로 성폭력 교육 이수를 의무화한 법안 발의
        등록일 2020-02-28

        캐나다 여성부, 법관 자격 요건으로 성폭력 교육 이수를 의무화한 법안 발의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20020년 2월 6일 캐나다 여성부(Ministry of Women and Gender Equality)는 고등법원 판사의 자격요건으로 성폭력 관련 교육 훈련(training on sexual assault myths and law) 이수를 의무화하는 법안 Bill C-5를 발표했다. 여당인 자유당은 해당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주 고등법원 판사 후보들에게 성폭력에 대한 교육 훈련을 받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2월 6일 마리암 몬세프(Maryam Monsef) 여성부 장관은 ‘C-5의 입법 절차가 완료되면 앞으로 더 많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한 법적 심판을 받도록 앞으로 나설 것이며 재판 동안 그들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 C-5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해당 법안의 입법화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캐나다 상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 고등법원의 판사가 되기 위한 자격조건은 변호사로 10년 이상의 경험이 있는 자인데, 이 법안은 온타리오 고등법원의 판사 임명 자격 요건에 성폭력 관련 교육 훈련 이수를 포함한다. 또한 정부안은 고등법원 판사 후보자들에게 성폭력의 사회적 맥락과 관련 법률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이수할 것을 약속하게 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이 법안이 통과 되더라도 하급법원 현직 판사들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할 수는 없다. 캐나다 헌법은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어, 연방 사법부 기관 만이 사법적 교육을 주관할 수 있고 입법부가 이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이번 정부안 C-5는 2017년 로나 엠브로스( Rona Ambrose) 보수당 의원이 개인발의한 C-377을 수정한 법안이다. 2017년 엠브로스 의원 안은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하였으나, 상원에서 거의 2년을 계류하다 입법화에 실패했다. 여성부 장관은 이번 안의 의도가 성폭력범죄 피해자들이 법의 심판대 앞으로 나오게 하려는 것이며 초당적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안임을 강조했다. 엠브로스 의원 안은 2014년 캐나다를 떠들썩하게 했던 로빈 캠프(Robin Camp) 판사 사건 이후 발의된 것이다. 캠프 판사는 강간 사건 재판 중 증언을 하는 피해자에게 강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왜 다리를 오므리지 않았느냐’, ‘왜 골반을 뒤틀지 않았느냐’ 등의 질문을 하면서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 피해 여성 또한 강간을 원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 또 그는 해당 사건의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여성을 점잖게 대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훈계를 해 엄청난 물의를 빚었다. 2015년 상급 법원은 해당 사건의 재심을 명령하였고, 같은 해 네 명의 법학과 교수들이 캠프 판사에 대한 캐나다 연방 사법 위원회(Canadian Judicial Council) 청원을 주도해 그에 대한 자격심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16년 위원회는 캠프 판사가 직위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캠프 판사는 판사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2017년 재심에서 해당 사건 피해자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판사가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캠프 판사 사건은 판사들조차 성폭력 피해자 움을 강요하는 고정관념(피해자가 노출이 많은 의상이나 만취 상태 등으로 강간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등)에 젖어 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사건이었다.
        • 캠프 판사 사건으로 인해 판사와 같은 고위직 전문직종 종사자들도 평생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촉발되었으며 2018년 연방 사법위원회는 새로 임명된 판사들에게 임명 후 최초 5년간은 수업을 듣도록 했다. 캐나다 사법회(National Judicial Institute) 또한 성폭력과 관련 형법 수업들을 개설하여 수년간 법관들에게 제공해 오고 있으며, 성폭력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법률 교육 외에 성폭력의 근본이 되는 차별, 빈곤과 원주민 이슈 등 또한 교육하고 있다.
        • C-5가 현존 교육 프로그램들과 엠브로스 위원 안과 차별되는 점은 입법부가 교육 이수를 자격 판사 임용 자격 요건으로 지정함으로써 이제까지는 자발적으로 혹은 권유에 그쳤던 교육이 사실상 법률로 의무화된다는 점이다.
        • 캐나다에서 성폭력 범죄의 신고율을 매우 낮으며, 신고율이 저조한 큰 이유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법관들의 젠더감수성 결여를 들고 있다. 즉, 현재 사법부가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증언을 받는 등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되려 심화 된다는 것이다. 캠프 판사 사건과 같이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치욕스러운 재판 과정을 버텨야 하지만 가해자들은 종종 아예 증언에 불리지도 않거나 무죄가 선고되다 보니 성폭력 피해를 당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밀턴 지역 성폭력 센터(Sexual Assault Centre of the Hamilton Area)에 의하면 성폭력 사건이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천 건 중 세 건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 성인보다 더 많은 재판을 견디어야 하며 이때 법관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더욱 절실하다. 여성부는 C-5의 통과는 더 이상 지체될 수 없으며 피해자들과 전문가 등의 조언을 바탕으로 조속히 교육 내용 꾸릴 것이라 밝혔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