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의회, 임신중지 관련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는 ‘하트비트센터’ 에 대해 제재 요구
        등록일 2020-02-28

        유럽연합 의회, 임신중지 관련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는 ‘하트비트센터’ 에 대해 제재 요구

        채혜원 독일 통신원

        • 유럽연합(EU) 의원들이 임신중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전 세계 ‘위기임신센터’에 대한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이 논의는 영국의 비영리 시민 언론 단체 ‘오픈 데모크라시(openDemocracy)’의 관련 보고서가 2월 초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오픈 데모크라시는 취약한 임산부로 위장해 5개 대륙 총 18개국에 있는 위기임신센터 중 일부에 방문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센터에서 임신중절수술을 하면 암이나 정신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알리고 있었다. 이와 함께 상담을 원하는 여성에게 성경 원칙과 기독교 윤리를 강요했으며 임신, 건강 등에 관해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오픈 데모크라시가 조사한 센터들은 트럼프 정부와 관련이 있는 미국의 하트비트 인터내셔널(Heartbeat International) 계열사다. 중남미에서는 휴먼라이프 인터내셔널(Human Life International)이라는 이름으로 멕시코,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및 코스타리카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트비트 계열사는 이탈리아, 스페인 및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여러 유럽연합 국가와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에도 있다.
        • 오픈 데모크라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센터는 강간이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에게도 임신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파트너에게 심한 학대를 겪고 있는 여성으로 위장한 오픈 데모크라시 조사자는 센터 상담 시 “당신은 피해자이지만 임신중지를 선택할 경우 당신 역시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 임신중지 권리를 위한 단체 활동가들은 “하트비트 계열사 센터들은 괴로운 상황에 놓인 여성으로 하여금 원치 않는 임신 상태를 지속하도록 잘못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위험하고 폭력적인 방법은 여성을 무력화시키고 여성의 건강과 존엄성을 파괴한다.”고 말했다.
        • 이에 대해 여러 유럽연합 정치인들과 유럽연합의회 의원들은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픈 데모크라시 보고서가 발표된 후 여러 유럽의회 의원은 하트비트 계열사 센터가 인권 침해 및 성차별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어 이에 대한 확실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에 서명했다.
        • 유럽의회 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사회당 그룹(S&D, Socialists and Democrats), 녹색당/자유동맹연합(The Greens/European Free Alliance), 리뉴 유럽 그룹(Renew Europe Group) 의원들이 서명했다. 의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여성에게 임신 중지가 추가적인 장애를 유발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난했다.
        • 벨기에의 힐데 유럽의회 의원은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여성을 기만하고 허위 정보를 제공한 센터들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위협을 가했다.”고 지적하며 “의회 의원들은 정치인으로서 모든 정치적, 법적 도구를 사용해 이러한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서한에는 일부 시설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오픈 데모크라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하트비트 계열사 센터는 공공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에는 400개가 넘는 센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 센터가 공립병원, 여성보호소, 가족상담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국제가족계획연맹(International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파트너십 및 전략 책임자인 아이린 도나디오는 “하트비트 관련 조직은 정부 자원이 부족한 점을 이용해 공공기관으로 들어가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하트비트 인터내셔널 측은 독일 언론 ‘도이치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임신중지가 한 인간인 아기의 삶을 끝낸다는 것은 진실이다”라며 “우리는 전 세계 60개국 이상의 임신 관련 지원 단체와 협력해 국가별 관련 법과 문화적 규범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개별 혐의에 대해서는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 이번에 오픈 데모크라시가 조사를 벌인 18개 국가는 아르헨티나, 캐나다, 코스타리카, 크로아티아, 에콰도르,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멕시코, 나이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스페인, 남아프리카, 한국, 우간다, 미국 및 우크라이나이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