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영화협회, 영화분야 성평등 달성을 위한 페미니스트 등급 시스템 운영 중
        등록일 2020-02-14

         스웨덴 영화협회, 영화분야 성평등 달성을 위한 페미니스트 등급 시스템 운영 중 

        홍희정 웁살라대학교 젠더연구센터 객원연구원
         

        • 스웨덴 최대의 영화관련 단체인 ‘스웨덴 영화협회(Svenska Filminstitutet: 약칭 SFI)’는 2013년부터 주제, 배우 역할, 스텝 비중 등 영화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성평등 달성 목적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페미니스트 등급시스템(Feminism rating for films, 이하 등급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등급제 도입 이후 SFI는 스웨덴 문화부와 협력하여 매년 성평등 영화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특히 2017년에는 2020년 칸영화제를 겨냥하여 ‘20회에는 50대 50(Fity-fifty by the 20th Anniversary)’이라는 구체적 슬로건을 발표하여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 등급제는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성별 고정관념이나 여성 혐오, 영화의 흐름과 상관없이 등장하는 여성 나체와 섹스 장면,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욕설 등을 젠더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등급을 매긴다. 이 시스템은 미국 만화가인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1985년에 발표된 ‘Dykes to Watch Out for’를 만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을 관찰한 후 이를 젠더적 관점에서 분석한 벡델 테스트(bechdel test) 벡델 테스트에서는 1. 영화에서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인가? 2. 이 여성들이 한 번이라도 대화하는가? 3. 그 대화 내용이 남자 주인공에 관한 것이 아닌 다른 주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에 기반하고 있다. 벡델 테스트는 이 후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용되었는데, 특히 영화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를 비롯하여 실제 남성중심의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를 수치화함으로써 영화계의 성 편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 SFI는 이러한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에 대해 성평등성을 획득했다는 의미에서 A 등급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있으며, 2020년 현재 스웨덴 모든 영화에는 연령 등급과 함께 페미니스트 등급도 함께 표시되어 배포되고 있다.
        • 처음 SFI가 등급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 이 제도에 대한 찬·반 등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먼저 긍정적 반응으로는 스웨덴 영화감독인 엘렌 텔예(Ellen Tejle)가 “그동안 영화에서 여성이 주인공이 되어 흥미진진한 도전을 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등급제로 인해 더 많은 영화관에서 진정한 여성의 이야기가 상영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리고 Equalisters 대표인 리나 토마스가드(Lina Thomsgard)는 더 로컬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누구든 상관없이 성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기존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영향을 받지 않고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등급제를 옹호했다. 하지만, 잉마르 베르만 재단(Ingmar Bergman Foundation) 연구원인 얀 홀름버그(Jan Holmberg)는 등급제는 창작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내었고, 영화평론가인 하이네크 팔라스(Hynek Pallas)도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더라도 그 영화가 반드시 사회를 평등하게 하거나 더 좋게 만듦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백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더라도 환상적인 영화는 많다”라고 했다. 또한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강하며, 국가 지원까지 받는 SFI가 영화 제작에 있어 특정 이념이나 요소를 반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영세한 영화 관계자들은 SFI의 지원 등을 받기 위해 SFI의 구미에 맞추고자 자기검열까지 강행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도입된 등급제는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실적을 보면 최초 시행된 2013년에는 제작 영화 중 약 34%가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으나, 2018년에는 약 65%까지 그 비율이 증가하였다. 이는 영화 제작자들이 성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앞으로도 이 제도가 관련자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SFI 회장인 안나 서너 (Anna Serner)는 2018년 영화인을 위한 토크쇼에서 “영화 속에서 여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표현된다면 실제 사회에서도 그렇게 여겨질 수 있다”라고 말하며, 등급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하였다. 그리고 영화계에서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