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과거 코치로부터 성폭행 피해 폭로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프랑스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던 사라 아비트볼(Sarah Abitbol)이 과거 선수 시절 겪었던 성폭행 및 성추행 피해를 폭로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비트볼 선수는 2000년 세계 선수권 대회 페어 종목 동메달, 유럽 선수권 대회 은메달 및 동메달 총 7회 수상, 그리고 프랑스 선수권 대회 10회 우승을 기록한 바 있는, 프랑스 피겨스케이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선수이다.
- 아비트볼 선수는 과거 1990년-1992년, 당시 코치였던 질 베이에르(Gilles Beyer)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녀 나이 15세에서 17세 사이 였던 때이다. 이는 최근 그녀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출판하고, 그녀가 시사 잡지 롭스(L'Obs)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 아비트볼은 이전에도 베이에르 코치의 만행에 대해 알린 바 있으나, 당시 관계 당국이 이 사건을 덮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주변의 일부 사람들은 그녀에게 필요한 약이 있으면 먹고, 조용히 지나가는 게 낫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느덧 30여 년 가까이 지났지만, 44세가 된 그녀는 그 충격을 잊지 않았으며, 우울증약을 복용하며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 그녀의 성폭행 관련 언론폭로 이후 지속적으로 취재요청을 받고 있는 베이에르 전 코치는 사라 아비트볼 선수와 성관계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고 인정하면서, 아비트볼 선수에게 매우 미안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과거 사건을“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표현했고, 이에 대해 아비트볼 선수는 추가 인터뷰를 통해 부적절한 관계였던 게 아니라 성폭행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당시 관계자들에게도 과거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고 밝혔다.
- 더 나아가 다른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세 명도 10대 선수 시절 베이에르 및 다른 코치들로부터 성폭행 또는 성추행 피해를 당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해당 코치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 지난 1월 말, 미성년자 선수 네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테니스 코치 앤드류 게디스(Andrew Geddes)에게 법원에서는 18년형을 선고하여 큰 화제가 되었던 바 있다. 그리고 사라 아비트볼 선수가 과거 성폭행 피해사건을 폭로하던 당일, 프랑스 내 유명 스포츠 전문 일간지 르퀴프(L’Equipe)에서는 스케이팅, 수영, 테니스 종목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추행 문제를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 내 프리랜서 기자들로 구성된 연합 ‘We Report’는 자체 조사 결과, 2019년 말 기준 약 28여 개 스포츠 종목에 걸쳐 77개의 성추행 사건, 최소 약 27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의 대부분이 15세 이하라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 최근 프랑스 스포츠 여러 분야에 걸쳐 발생해온 성폭행 및 성추행 사건들이 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록사나 마라시노뉘(Roxana Maracineanu) 체육부 장관(Minister of Sports)은 이번 사건 이후 모든 프랑스 내 운동협회들이 선수들, 특히 소속 미성년자 선수들의 성폭행 및 성추행 피해 사실을 조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라시노뉘 장관 본인 역시 전직 수영선수로 활약했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배영 200m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 검찰에서는 이번 폭로 이후, 베이에르 및 다른 코치들의 미성년자 선수 상대 성범죄 여부에 대해 공개수사를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으로 체육계 성폭행 및 성추행 문제 근절을 위해 프랑스 정부에서 어떤 방안을 마련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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