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누이트여성 대상 지역사회 내 젠더폭력 심각
        등록일 2020-01-31

        캐나다, 이누이트여성 대상 지역사회 내 젠더폭력 심각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다문화 사회인 캐나다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젠더폭력 관련 이슈를 논할 때 인종· 문화 집단에 따라 여성이 경험하는 폭력이 어떻게 다른지를 밝히려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0년 1월 16일 캐나다 공공안전부 (Public Safety Canada)는 캐나다 파투잇 이누이트 여성회(Pauktuutit Inuit Women of Canada)와 마니토바대학교(University of Manitoba’s) 사회학과 연구팀에 발주한 이누이트 누낭가(Inuit Nunangat) 지역의 이누이트 여성들에 대한 젠더화된 폭력(Gendered violence)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 캐나다는 영토의 약 40%가 북극 지역에 속하는 지구 최대의 북극권 국가로서 다양한 부족의 이누이트들이 북극 지방에 살고 있다. 이들은 유럽계 이민자들이 캐나다로 오기 전부터 캐나다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로,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들과 협약을 맺어 북극 지방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자치지역 또한 엄연한 캐나다의 일부로 캐나다 주정부는 이 지역에 경찰력과 행정 공무원들을 파견하여 북극 영토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 문제는 북극 지방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행정력이 효과적으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누이트 여성들은 캐나다 전체 여성들에 비해 젠더화된 폭력에 13배 더 노출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누나부트(Nunavut) 이누이트 여성들의 경우 전체 북극 지방 평균보다 12배 더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2016년 캐나다에서 가정폭력에 가장 심하게 노출된 집단으로 보고되었다.
        • 보고서는 이누이트 여성들을 이렇게 극단적인 환경으로 내몰린 이유를 역사적으로 구조화된 원인에서 찾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이누이트들을 강제로 정착시키고 근대적인 교육을 한다는 미명하에 이누이트 어린이들을 가정에서 분리, 기숙학교에 강체 수용하였으며, 이누이트들의 썰매견들을 도살하는 등 수십년 간 이누이트 사회를 문화와 경제적으로 수탈하는 과정에서 이누이트 문화에 기반한 그 사회 고유의 경찰(social control) 기능이 해체되었으나 캐나다 경찰은 이 원주민 사회 고유의 사회 통제 기능을 대체하지는 못하였다는 것이다.
        • 또한 보고서는 젠더화된 폭력이 이누이트 여성에게 일상이 되어있음에도 경찰 행정이 이누이트 공동체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이는 캐나다 북극 경찰행정이 인종주의적 시스템(systemic racialized policing)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경찰이 관할하는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가 매우 미비하고 인종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이누이트 여성들이 빈번하게 위험한 상황에 닥치더라도 경찰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고 여성들 또한 공무원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문제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정의한 보고서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탈식민화 프레임워크(decolonizing framework)를 정책에 적용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탈식민화는 식민 객체에게 동화를 강요하는 식민 전략을 반대로 적용하는 것으로, 이누이트들로 하여금 식민 질서에 복종할 것을 기대하기보다 거꾸로 정책과 사회 서비스 기관들이 이누이트의 방식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극 지방의 공무원들이 경찰이 단순히 공권력을 외부인의 관점에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또한 북극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일한다는 좀 더 통합적인 인식을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보고서는 경찰과 커뮤니티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제언도 담고 있다. 북극권의 경찰들에게 이누이트 언어,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육 실시, 이누이트 문화(Inuit Qaujimajatuqangit)를 경찰행정 과정에 반영시키기 위해 커뮤니티의 리더들로 구성된 이누이트 자문위원회 설치, 피해자들의 증언을 수집할 때 반드시 여성 경찰관 포함, 개별 경찰서에 이누이트 주민들을 고용하여 통역, 순찰 등의 역할 부여, 응급상황에 항시 대응할 수 있도록 이누이트 누낭가 지역에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는 물적 기반 투자 확대, 이누이트어로 소통이 가능한 응급 전화를 설치, 경찰과 이누이트 커뮤니티간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바느질 모임 등 이벤트 기획,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찰과 커뮤니티 간의 긍정적인 소통 경험 홍보 등이 그 예이다.


        <참고자료>
        ■ Global News(2020.01.16.), “New report says Inuit women face ‘racialized policing’ in the Arctic”, URL: https://globalnews.ca/news/6423031/inuit-women-racialized-policing-arctic/(검색일 : 2020.1.19.).
        ■ Pauktuutit Inuit Women Canada and Elizabeth Comack(2020), “Addressing Gendered Violence against Inuit Women: A review of police policies and practices in Inuit Nunangat”, URL: https://www.pauktuutit.ca/wp-content/uploads/Pauktuutit_Addressing_Gendered_Violence_English.pdf(검색일 : 20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