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파트너에게 살해당한 피해여성 작년 55명으로 역대 최고치 기록
        등록일 2020-01-31

        스페인, 파트너에게 살해당한 피해여성 작년 55명으로 역대 최고치 기록

        곽서희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사회학연구기관 국제개발학 박사과정

         

        • 스페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전 또는 현 파트너가 여성을 살인한 사건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2020년 1월초 기준 피해여성 수가 1,033명을 기록했다. 이전 또는 현 파트너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수는 2016년 49명, 2017년 50명, 2018명 51명으로 조금씩 증가해 왔고, 2019년에는 최소 55여명의 여성이 살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 주목할 점은 피해자 수뿐만이 아니라 과연 피해여성들이 관련 기관 및 제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는지 여부이다. 2019년 살해당한 피해여성 55명 중, 80%에 이르는 44명은 폭력 피해를 당하면서 경찰에 신고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나머지 11명의 피해여성은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거나 경찰의 보호를 받던 중이었음에도 살해당했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그런데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여성대상 폭력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1월 초에는 한 여성의 긴급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는데 추격 및 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 2명이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고,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남성은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신고한 여성은 딸의 남자친구가 집에서 딸을 폭행하고 살아있는 채로 불태워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남성은 사건 당시 이미 여성대상 폭력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그동안 스페인 정부에서는 젠더기반 폭력 근절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젠더기반 폭력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새해가 밝자마자 또다시 성범죄 및 여성대상 살인 사건이 보도되자 스페인 사회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내 남성 중심 문화를 계속되는 젠더기반 폭력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반면, 일부는 여성을 남성보다 하대하는 문화를 지닌 타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 또한, 일부 여성단체는 극우 정당 Vox의 정치적 입지 확대를 비판하고 있다. Vox당의 주요 정책 노선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국수주의, 반 무슬림, 반 여성주의로,  Vox당은 여성을 보호하는 법 조항 폐지, 젠더기반 폭력 근절을 위한 예산 삭감을 주장해왔다. 또 다른 예로, 작년 9월 초당적인 차원에서 모든 정당들이 서명하는 여성대상 폭력 규탄 선언문에 유일하게 Vox당이 서명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강력하게 비판했고 같은 보수연합 정당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작년 총선에서 Vox당은 스페인 의회에서 3번째로 큰 정당으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 여성단체연합인 Federation of Progressive Women 욜란다 베스테이로(Yolanda Besteiro) 대표는 Vox당이 가해자 측 논리에 서서 대변하고, 피해여성들이 현 제도를 불신하게 만들어 피해 취약성을 가중시키는 한편, 젠더기반폭력 철폐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깨뜨린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또 다른 여성단체연합인 National Federation of Associations of Separated and Divorced Women의 아나 마리아 헤에즈 델 캄포(Ana María Pérez del Campo) 대표 역시 젠더 테러리즘과도 같은 여성대상 폭력 사건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Vox 소속 의원들이 지역 정치무대에 입성하게 되면서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기반으로 각종 관련 제도 이행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스페인에서는 주요 도시 곳곳에서 젠더기반 폭력 철폐와 예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자주 개최되며, 일부 단체들은 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대상 폭력 문제를 예방하거나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스페인 정부에서는 현재 정치적 국면, 그리고 지속되는 여성대상 범죄 사건들을 종합하여 실질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 El Pais(2020.01.02.), "Spain sees worst year for gender violence deaths since 2015", URL: https://elpais.com/elpais/2020/01/02/inenglish/1577951554_688193.html  (검색일: 2020.01.21.).
        ■ Euro Weekly(2020. 01.02.), "2019 worst for gender violence murders in Spain since 2015" URL: https://www.euroweeklynews.com/2020/01/02/2019-worst-for-gender-violence-murders-in-spain-since-2015/(검색일:  2020.01.21.).
        ■ Euro Weekly(2020. 01.06.), "Spain in revolt as rapes and sexual assaults sweep across the country," URL: https://www.euroweeklynews.com/2020/01/06/spain-in-revolt-as-rapes-and-sexual-assaults-sweep-across-the-country/#.XiLNPkf0lPZ(검색일:  2020.01.21.).
        ■ Euro Weekly(2020.01.13.), "Violent Occurrence On Spanish Streets Result In One Man Shot Dead And Two Police Officers Stabbed", URL: https://www.euroweeklynews.com/2020/01/13/violent-occurrence-on-spanish-streets-result-in-one-man-shot-dead-and-two-police-officers-stabbed/#.XiLU9Uf0lPY (검색일:  2020.01.21.).
        ■ The Telegraph(2020.01.03.), "Ireland approves 20 female-only professorships to tackle academic gender imbalance", URL: https://www.telegraph.co.uk/news/2020/01/03/ireland-approves-20-female-only-professorships-tackle-academic/(검색일:  2020.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