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양심적 진료 거부 보호 법안 논쟁
        등록일 2019-12-31

        캐나다, 양심적 진료 거부 보호 법안 논쟁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캐나다 알버타(Alberta) 주에서 양심의 권리 보호법(Conscience Right Protection Act, Bill 207)이 지난 11월 발의된 이후 캐나다 전역에 걸쳐 논쟁의 불을 확산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환자가 요구하는 치료를 의사 자신의 양심상의 이유로 거부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양심의 권리 보호법은 의료행위를 규율하는 기관이 의료진에게 “직간접적으로” 그들의 양심에 반하는 특정 서비스를 강제하거나, 관련 의견을 표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알버타주의 인권법을 개정하여 개인의 양심을 고용상의 차별 근거 금지 규정에 포함시킬 것을 적시하고 있다.
        • 현재 이 법안과 관련되어 두 가지 젠더 이슈가 논의되고 있는데, 첫째, 이 법안이 여성의 낙태에 관한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 법안 발의를 주도한 단 윌리엄 알버타 의원(United Conservative Party MLA Dan Williams)은 낙태 반대주의자(Pro-life)로 잘 알려져 있어 이 법안이 윌리엄 의원과 같은 낙태 반대주의자들에게 합법적으로 낙태시술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온타리오(Ontario) 주에서 몇몇 의사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진료행위를 강제하는 주의 법률이 인권 침해적이라며 제시한 소송에서 온타리오 고등법원은 의사들은 자신들의 양심에 반하더라도 최소한 반드시 다른 의사에게 추천을 해 줄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한 판례가 나왔는데, 윌리엄 의원은 이 판례를 개인의 양심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로 규정하면서, 양심적 의료 서비스 제공 거부의 권리는 캐나다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라 밝혔다.
        • 두 번째 논쟁은 성소수자, 특히 트렌스인(trans people)에 대한 것으로 이 법안이 트렌스인들에 대한 차별을 합법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버타를 포함한 캐나다 많은 주의 현행법은 의사의 개인적 신념이 환자가 요구하는 의료 서비스와 충돌할 경우, 해당 의사가 반드시 다른 의료진에게 추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법안은 의사가 양심에 반하는 특정 서비스를 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않아도 이를 근거로 의사에게 어떠한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현행법의 추천 의무 규정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트렌스 인권 옹호 단체들은 대대적으로 이 법안을 공격하며 국가가 트렌스인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적 신념을 가지고 트렌스인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 주고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해 주는 것이라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캐나다의 많은 주에서는 트렌스인들에 대한 젠더 확증 수술(gender affirming surgery)을 공공의료보험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이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정신의학 전문의로부터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 진단을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법안이 도입되면 1차 의료시설에서부터 트렌스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 신념을 가진 의료인들이 전문의에게 트렌스인들을 추천해 주지 않거나, 혹은 진단을 해 주지 않을 의사에게 연결해 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트렌스인들의 장기간 호르몬 요법에의 접근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 이 법안은 2019년 11월에 발의된 후 상임위 1차 심사를 통과하였으나 이후 대대적인 반대여론에 부딪혔고, 2차 심사에서 부결되어 알버타 주의회 본안에 상정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낙태 반대론자들과 보수 종교계 등의 지지를 얻은 윌리엄 의원은 해당 법안의 상정을 새해에 다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 한편 재선에 성공한 트뤼도 수상은 12월 16일 법무부에 보낸 업무 서한에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형법을 성소수자의 인권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을 지시하였다. 캐나다 언론은 대체로 트뤼도 수상의 이러한 성소수자 인권 보호 행보와 시민사회 및 의료계
        • 의 반대, 알버타 주지사의 반대 등을 이유로 해당 법안의 통과를 어렵다고 보고 있다.

        <참고자료>
        ■ anada(2019.12.16.), “Minister of Justice and Attorney General of Canada Mandate Letter”,  url:  https://pm.gc.ca/en/mandate-letters/minister-justice-and-attorney-general-canada-mandate-letter (접속일 : 2019.12.20.).
        ■ CBC(2019.11.22.), “Controversial conscience rights bill for Alberta physicians voted down”, url : https://www.cbc.ca/news/canada/edmonton/conscience-rights-alberta-doctors-1.5369332 (접속일 : 2019.12.20.).
        ■ Grandin Media(2019.12.03.), “Debate over conscience rights hasn’t cooled off in Alberta”,  url : https://grandinmedia.ca/debate-over-conscience-rights-hasnt-cooled-off-in-alberta/ (접속일 : 2019.12.20.).
        ■ CBC(2019.11.10.), “Advocates concerned Alberta conscience rights bill could put trans people at risk”,  url: https://www.cbc.ca/news/canada/edmonton/advocates-say-conscience-rights-bill-207-1.5354803 (접속일 : 2019.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