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주, 범죄피해자·피의자 성별 비공개 전환으로 젠더폭력 현황파악에 어려움 예상
        등록일 2019-10-15

        캐나다 온타리오주, 범죄피해자·피의자 성별 비공개 전환으로 젠더폭력 현황파악에 어려움 예상

        김양숙 캐나다 토론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 현재 캐나다는 범죄자의 실명, 사진을 비롯한 자세한 신상 정보를 언론에서 자유롭게 공개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해 캐나다 노스욕(North York) 한인타운에서 밴을 몰아 인도로 돌진하여 아홉 명의 사상자를 낸 여성혐오 범죄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실명과 나이, 출신 학교 등 자세한 신상정보가 사건직후 공개되었으며, 최근에는 범인이 수사관과 인터뷰를 하는 영상까지 언론에 공개되어 범인이 여성에 대한 혐오를 어떻게 키워왔으며 어떤 단체를 통해 범죄를 구상해 왔는지가 대중에게 드러났다. 그런데 앞으로는 캐나다의 이러한 투명한 범죄자 신상 공개 관행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 지난 9월 23일 월요일 온타리오주 경찰은 더 이상 범죄 피의자와 피해자 등 범죄에 연관된 개인들의 성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현행법이 경찰로 하여금 범죄에 연루된 개인들의 성별에 대한 정보를 공공에 의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경찰은 진보적인 시대 변화에 맞추어 성별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경찰은 이번 결정이 특정 사건 때문에 이뤄진 것은 아니며, 경찰이 개인의 외모만을 보고 그 사람의 성별을 잘못 추측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자 하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서 경찰은 현재 온타리오의 운전면허증을  포함한 캐나다의 여러 주의 신분증에서 성별을 더 이상 표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경찰 또한 개인의 외모에 기반을 두어 젠더를 규정하고 이를 공공에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경찰은 범죄에 연루된 개인들을 지칭함에 있어서도 남성 혹은 여성 보다는 “피의자”, “운전자”, “용의자”등 성 중립적인 호칭을 사용할 것이라 했다.
        • 경찰은 이번 조치가 성별 정보를 아예 수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경찰은 성별 정보는 경찰 내부 분석용으로만 수집될 것이며, 종전대로 범죄에 연루된 개인들의 이름, 나이와 고향 등은 공개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예외적인 경우, 예컨대 용의자나 실종자를 경찰이 수색 중인 경우에 한해 성별정보를 공개할 것이라 한다. 경찰은 이날 경찰 행정의 목적은 위법행위를 한 개인이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범죄 사건에 있어 피의자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 설명하면서, 온타리오 경찰은 내년 5월부터 이를 일선에서 시행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내부 정책을 이에 맞게 수정하고 일선 경찰들의 교육 과정에 반영할 것이라 발표했다. 
        • 온타리오 경찰의 발표 직후 전문가들은 성별 정체성에 대한 존중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공공의 알 권리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학계, 특히 가정폭력 등 여성에 대한 범죄 관련한 시민단체들로 부터의 비판이 거센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캐나다 여러 주에서 경찰이 범죄에 대한 정보 공개에 대해 범죄자나 피해자 가족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 하는 등 정보 공개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캐나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젠더적 측면을 감추는 역할을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예컨대 캐나다 페미사이드 감시단은 온타리오 경찰의 발표 바로 다음 날 공개한 입장을 통해 경찰의 조치가 앞으로 캐나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 범죄의 실상을 알기 어렵게 할 것이라 비판했다. 해당 단체는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을 통해 캐나다 전역의 여성 혐오 살인 현황을 파악해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 캐나다 전역에서 대략 150여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온타리오에서는 65명이 살해당한 것을 밝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었는데, 앞으로 경찰이 범죄의 젠더 맥락을 소거한 채 단지 한 개인이 한 개인을 살해했다는 식의 정보만을 공개된다면 캐나다 사회가 범죄의 구조적 배경을 이해하는 역량이 심각하게 제한될 것 이라 주장했다.
        • 한편 이번 결정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와는 별개의 사인으로 보인다. 현재 온타리오의 경우 별개의 법령(Christopher’s Law)에 근거하여 성범죄자 명단을 구축하고 있다. 온타리오주에서 성범죄자의 경우 유죄가 확정되는 즉시 이 명단에 등록되며 범죄자의 이름과 신상정보, 성범죄자가 7일 이상 머문 곳의 주소, 소유 차량에 대한 상세 정보, 범죄 수법, 범인의 고용주와 종사 분야가 기록된다. 또한 온타리오는 모든 성범죄자의 DNA를 수집하고 있으며, 죄질에 따라 최소 10년부터 평생에 이르기까지 범죄자를 성범죄자 명단에 포함시키고 실형 수감이 끝난 뒤에도 경찰의 감시를 적용하고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