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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정부, 대리적 폭력 법제화 추진
        등록일 2026-10-23

        곽서희 |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정치학과 강사(Lecturer)

        ○ 스페인 정부는 2026년 7월 국무회의에서 대리적 폭력(vicarious violence)에 관한 조직법안(proyecto de ley orgánica)을 승인하고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대리적 폭력이란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자녀나 다른 가족 구성원 등 피해자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이용해 고통을 가하는 폭력을 의미한다.
        ○ 이번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대리적 폭력을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나 친밀한 관계의 상대방이 제3자를 매개로 여성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즉 스페인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타인을 이용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까지 여성에 대한 폭력의 범위에 포함하고자 한다. 아울러 대리적 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인정되는 사람의 범위도 확대했다. 여기에는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보호·양육이나 기타 법적 지원 대상인 미성년자와 장애가 있는 성인, 그 밖의 미성년 친족이나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 피해자의 직계존속과 형제자매, 현재의 배우자나 친밀한 관계의 상대방 등이 포함된다.
        ○ 법안은 젠더폭력 관련 기본법, 형법, 민법, 아동보호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등 총 10개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사법 측면에서는 대리적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형법 개정을 추진한다. 특히 대리적 폭력을 형법상 젠더에 따른 가중처벌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또한 범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메시지, 문자, 이미지 또는 기타 콘텐츠를 공개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부가형을 도입하고자 한다.
        ○ 또한 본 법안은 자녀 또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특정 중대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친권을 자동으로 박탈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양육권과 면접교섭권에 대해서도 상당한 제한을 두도록 했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이나 대리적 폭력과 관련한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양육권과 면접교섭권의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 또한 폭력 행위에 대한 상당한 근거가 있거나 부모가 특정 범죄와 관련한 법적 절차의 대상이 된 경우에도 친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공동양육의 경우에도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면 공동양육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양육권 결정 과정에서는 원칙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되,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 개인적 상황에 맞춰 청취 방식과 절차를 조정하도록 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이번 법안은 가정폭력 문제를 친밀한 관계나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한정하지 않고, 폭력이 자녀의 양육과 부모의 권리, 아동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즉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피해 범위를 직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자녀와 가족 구성원, 그 밖의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성년자의 법적 보호에 관한 법률과 민사소송법도 개정해 미성년자의 대리적 폭력 노출을을 위험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에 포함하도록 했다.
        ○ 법안에는 민사등록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대리적 폭력으로 자녀를 잃은 어머니는 사망한 자녀의 성(姓)을 변경할 수 있으며, 다른 미성년 공동 자녀가 있는 경우 이들의 성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일반사회보장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 고의적 살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해당 범죄의 피해자와 관련된 유족급여 수급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 아나 레돈도(Ana Redondo) 스페인 양성평등부 장관은 이번 법안이 스페인이 젠더기반 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적 규범과 논의를 다시 한번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레돈도 장관은 이번 법안이 ‘대리적 폭력은 젠더기반 폭력의 한 형태’라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안에는 인식 개선과 정보 제공, 관련 정책의 모니터링을 위한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을 강화해 법조인 선발 및 승진 시험에 대리적 폭력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 전문교육과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담았다.
        ○ 이번에 스페인 정부가 승인한 법안은  향후 의회의 심의와 의결 등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관련 논의와 최종 입법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법안은 스페인이 젠더기반 폭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자녀와 가족 구성원 등을 매개로 고통을 가하는 대리적 폭력까지 법적 보호의 범위에 포함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대리적 폭력을 단순히 폭력 피해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친권과 양육권, 면접교섭권 등 가족관계와 관련된 문제와 연계해 종합적으로 대응하려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참고자료>
        ○ La Moncloa (2026.7.14.), "El Gobierno aprueba el proyecto de ley contra la violencia vicarial," https://www.lamoncloa.gob.es/consejodeministros/resumenes/paginas/2026/140726-rueda-prensa-ministros.aspx (접속일: 2026.10.14.)
        ○ Ministerio De Igualdad (2026.7.14.), "El Consejo de Ministros y Ministras aprueba el Proyecto de Ley Orgánica de medidas en materia de violencia vicarial," https://www.igualdad.gob.es/comunicacion/sala-de-prensa/el-consejo-de-ministros-y-ministras-aprueba-el-proyecto-de-ley-organica-de-medidas-en-materia-de-violencia-vicaria/ (접속일: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