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 승인
        등록일 2026-08-28

        곽서희 |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정치학과 강사(Lecturer)

        • 2026년 6월, 독일 연방참의원(Bundesrat)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가정폭력방지법(Gewaltschutzgesetz) 개정안을 승인했다. 연방의회(Bundestag)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의원들로 구성되어 법률을 제정하는 기관이고, 연방참의원(Bundesrat)은 16개 주 정부의 주 총리와 장관 등 정부 대표들이 참여하여 연방의회가 심사 및 의결한 법안을 심사하는 기관이다.  본 개정안은 가정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앞서 5월 연방의회 투표 당시 좌파당(Die Linke)의 기권을 제외하고 모든 여야 정당이 해당 법안에 찬성해 통과되기도 했다. 
        • 이번 개정안은 가해자 접근과 거주 감시를 위한 전자 감시 제도를 도입하고, 가해자 대상 폭력예방 교육 의무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정부가 제출한 것이다. 해당 법안의 목적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통일된 규정을 마련하는 데 있다. 
        • 이번 법안이 승인됨에 따라 앞으로 법원은 잠재적 폭력 위험도가 높거나 재범 위험이 큰 가해자에게 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할 수 있으며, 접근금지 명령의 준수 여부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즉, 고위험 사례의 경우 접근금지 명령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위반 시 처벌 수위도 상향될 수 있다. 다만 전자발찌 착용 명령은 가정법원만 내릴 수 있으며, 고위험 사례에 한해 일시적으로 내려질 수 있다.
        • 전자발찌 착용 여부는 일회성 결정에 그치지 않는다. 관계당국은 정기적인 관리와 심사를 통해 착용 및 감독을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게 된다. 이때 핵심적인 판단 기준은 폭력방지법에 따른 보호조치가 위반될 우려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실이나 정황이 있는지다. 이를 토대로 피해자에게 구체적이고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판단하고,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 또한 이번 법안에는 조정기관이 기존의 피해자 접근 금지 구역보다 넓은 범위에 ‘경계 구역(warning zone)’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새롭게 도입됐다. 이에 따라 폭력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부터 자동 경고를 발령함으로써 피해자를 보다 선제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가해자가 설정된 지리적 경계나 최소 거리 기준을 위반하면 피해자에게 이를 알리는 경보장치를 통해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 정보가 자동으로 전달된다. 피해자는 요청할 경우 해당 경보장치를 제공받을 수 있다.
        • 이번 개정안에는 가해자가 기술적 감시 장치와 휴대전화를 항상 소지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관계당국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가해자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보호명령 위반에 대한 최고 법정형도 기존 징역 2년에서 3년으로 상향된다. 이 밖에도 가정법원이 가해자에게 폭력예방 교육(Anti-Gewalt-Kurse) 참여를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폭력예방 교육은 가해자의 공격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 본 개정안으로 전자발찌 장치를 통해 잠재적 폭력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관계당국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피해자가 반대할 경우 전자발찌 위치 추적 및 감시를 명령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최종적으로 삭제되었다.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자 감시에 반대하도록 압력을 가하거나 협박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 슈테파니 후비히(Stefanie Hubig) 연방법무부 장관(사회민주당, SPD)은 이번 결정으로 전국의 가정법원이 피해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좋은 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피해자들과 끝까지 함께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가정폭력은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 본 개정안에서 중점을 둔 전자발찌 감시 장치와 가해자 개입 프로그램은 의미 있는 제도적 조치이지만, 일각에서는 위험 관리 체계와 가족법 개혁 등 추가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폭력으로부터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독일의 여성쉼터조정협회(FHK, Frauenhauskoordinierung e.V.)는 포괄적인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보다 포괄적인 대응 체계로서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고위험 관리 시스템과 평가 도구를 도입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가족법 개혁을 통해 양육권 및 면접교섭권보다 폭력으로부터의 피해자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쉼터조정협회(FHK)의 시빌레 슈라이버(Sibylle Schreiber) 대표는 전자발찌 감시 장치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려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가정법 및 면접교섭 절차에서 폭력 피해 여성과 자녀들이 여전히 가해자와의 접촉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번 가정폭력법 개정안은 전자발찌 감시 장치의 전국적 도입을 제도화하고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연방정부가 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함으로써 반복되는 가정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명시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참고자료>
        ○ Die Bundesregierung (2026.6.12.), "Mit elektronischer Fußfessel gegen häusliche Gewalt," 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aktuelles/haeusliche-gewalt-fussfessel-2394530 (접속일: 2026.8.16.).
        ○ Frauenhauskoordinierung e.V. (2026.5.8.), "Bundestag ändert Gewaltschutzgesetz – FHK fordert weitergehende Maßnahmen," https://www.frauenhauskoordinierung.de/aktuelles/detail/reform-des-gewaltschutzgesetzes-verabschiedet (접속일: 2026.8.16.).
        ○ Tagesschau (2026.6.12.), "Bundesrat billigt Fußfessel-Einsatz", https://www.tagesschau.de/inland/innenpolitik/haeussliche-gewalt-fussfesseln-femizide-strafrechtsreform-100.html (접속일: 2026.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