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인 | 모나시대학교 Global Studies 조교수·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
○ YWCA 오스트레일리아와 Per Capita Centre for Equitable Housing은 여성과 가족을 위한 장기 사회주택(social housing) 및 부담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사회정책일 뿐만 아니라 국가 입장에서 경제적 선택이기도 하다는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이번 연구 결과는 호주 전역에서 주택 위기가 심화되고, 여성 노숙이 증가하며, 보건·사법·사회복지 서비스 전반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발표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 보고서에 따르면 안정적인 주거는 응급의료, 경찰, 위기숙소, 사법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를 줄여 공공 부문의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치상으로는 여성의 필요를 반영한(gender-responsive) 사회주택 및 부담가능한 주택에 정부의 예산 1달러가 투자될 경우, 정부는 최소 2.02달러의 측정 가능한 사회?경제적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 주택을 제공할 경우 경제적 편익은 더욱 커졌으며, 안정적인 주거가 가족 재결합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정부 예산 투입 대비 최대 4.66달러까지 사회?경제적 편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또한, 해당 주택 지원 프로그램은 매년 약 350만 호주달러 (약 37.7억 원)의 의료비용과 280만 호주달러(약 30.2억 원)의 사법시스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YWCA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미셸 필립스(Michelle Phillips)는 이번 연구가 사회주택과 부담가능한 주택을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니라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수익성 높은 투자 중 하나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그동안의 주택정책이 성별에 따라 주거 불안을 경험하는 방식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성별을 고려하지 않는(gender-neutral)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 이번 보고서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호주 주택시장에서 여성들이 여전히 다양한 구조적 장벽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드니와 멜버른 등 주요 대도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주택 공급 부족으로 심각한 임대주택 위기(rental crisis)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심 지역에 임대 매물이 나오면 여러 가구의 세입자가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또한 한국의 전세 제도와 달리 호주에서는 전세 제도가 없어, 대부분의 세입자는 높은 수준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2025년 10월 기준 시드니의 주당 중위 임대료는 807호주달러(약 86만 9천 원)로,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495호주달러(약 376만 원)에 달한다.
○ 이러한 상황은 특히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그리고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주거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을 얻을 가능성이 높고, 무급 돌봄 노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며, 가정폭력에 노출될 위험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부모 가구의 경우 여성 가장의 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 선행연구에 따르면 여성과 아동의 노숙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가정폭력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전한 주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임시주거 및 위기지원 프로그램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번 연구 결과는 호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호주 국가 주택 투자 기금(Housing Australia Future Fund)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사회주택과 부담가능 주택에 투자하고 있는 시점에 발표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보고서가 매우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분석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여성과 아동의 삶의 질 향상, 세대 간 빈곤의 감소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 편익을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사회·경제적 가치는 보고서에서 제시된 수치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 이번 연구는 정부가 복지 지출의 경제적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요구받는 상황에서, 여성과 가족의 주거 안정을 위한 투자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공공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임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안전, 가정폭력 예방, 노숙 감소, 가족의 회복과 자립을 지원하는 주택정책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사회 전체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공공투자라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지닌다.
<참고자료>
● Forbes (2026), Average Rent in Australia: The Complete Guide. https://www.forbes.com/advisor/au/property/average-rent-price-in-australia/ (접속일: 2026.6.22.)
● Percapita (2026), Gender Responsive Housing. https://percapita.org.au/our_work/gender-responsive-housing/ (접속일: 2026.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