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우 |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사회정책학 박사과정
- 2026년 3월 26일, 스웨덴 정부는 유럽연합 임금 투명성 지침(EU Pay Transparency Directive, 이하 EU PTD)의 시행 시기를 연기하고 관련 규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EU 차원의 재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별 임금 평등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스웨덴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2026년 5월 22일, EU 집행위원회가 규제 단순화를 위한 재협상이나 ‘시행 일시 정지(stop-the-clock)’ 조치에 EU PTD를 포함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스웨덴은 입법 절차를 재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스웨덴 의회가 여름 휴회를 앞두고 있고 가을 선거도 예정되어 있어, 관련 국내법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마련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EU PTD의 취지에 동의하고 성별 임금 평등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조치를 시행해 온 스웨덴 정부가 지침에 반대하는 이유와 주요 쟁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EU PTD는 2023년 5월 채택되었으며, 회원국들은 국내법 전환 기한(transposition deadline)인 2026년 6월 7일까지 이를 국내법에 반영해야 했다. EU PTD는 유럽연합 회원국 내 성별 임금 격차(Gender Pay Gap)를 해소하고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 채택된 지침이다.
- EU PTD는 고용주에게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과한다. 첫째, 고용주는 노동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노동자의 개별 임금 수준과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 집단의 성별 평균 임금 수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을 고용한 고용주는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 간 임금 격차에 관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셋째, 임금 보고 결과 정당한 사유로 설명되지 않는 성별 임금 격차가 5% 이상인 경우에는 공동 임금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 임금 차별 피해자의 사법적 구제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투명성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고용주는 임금 차별이 없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 EU PTD가 채택될 당시 스웨덴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침의 설계가 스웨덴의 기존 규정 및 노동시장 모델에 부합하지 않고, 회원국들이 각국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지침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연성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스웨덴 성평등 담당 장관 니나 라르손(Nina Larsson)은 지침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각국의 상황에 맞게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스웨덴이 성별 임금 평등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EU PTD에 우려를 나타낸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임금 투명성 지침의 설계가 행정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정도로 복잡하며, 특히 ‘동등 가치 노동(equal value work)’의 개념을 실무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유럽 비즈니스 연합(BusinessEurope)이 제기한 우려와도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둘째, 해당 지침이 단체교섭(collective bargaining)을 토대로 형성된 스웨덴의 노동시장 모델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셋째, 규제가 적절하게 설계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성평등 달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 이처럼 스웨덴은 해당 지침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지침 이행에 따르는 복잡성과 비용에 대해 고용주들이 제기해 온 우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EU PTD의 핵심 개념인 ‘동등 가치 노동’을 실무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웨덴 정부와 유럽 비즈니스 연합이 단체교섭, 행정적 부담, 규제 단순화의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해당 지침에 대한 조직적인 반발(coordinated pushback)이 힘을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
- 국내법 전환이 지연됨에 따라 스웨덴의 공공부문 고용주들은 지난 6월 8일부터 지침의 ‘수직적 직접효력(vertical direct effect)’을 적용받게 된다. 반면 민간 고용주에게는 ‘지침 합치적 해석(directive-consistent interpretation)’ 원칙이 적용된다. 이는 EU PTD에 맞게 아직 제정되거나 개정되지 않은 기존 국내법을 해석할 때에도 가능한 한 지침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EU PTD 이행 지연은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 여성과 남성이 동등 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받을 권리는 1957년 이래로 EU의 근간을 이루어 온 원칙이다. 현 스웨덴 정부가 EU 노동법의 핵심 개념인 ‘동등 가치 노동’의 현장 적용 가능성과 지침의 복잡성을 이유로 EU PTD의 이행을 지연하고 있다는 점은 이 사안을 단순한 행정적 조정의 차원을 넘어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지침 시행과 관련한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대응 방향과 유럽 비즈니스 연합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European Commission (2026.6.5.). “New EU rules on pay transparency explained”, https://commission.europa.eu/news-and-media/news/new-eu-rules-pay-transparency-explained-2026-06-05_en (접속일: 2026.7.13.)
LEWIS SILKIN (2026.3.7.). “Sweden calls for a renegotiation of the Pay Transparency Directive – is the tide turning against Brussels?”, https://www.lewissilkin.com/insights/2026/03/27/sweden-calls-for-a-renegotiation-of-the-pay-transparency-directive (접속일: 2026.7.12.)
MAYER BROWN (2026.6.30.). “EU PAY TRANSPARENCY DIRECTIVE: PRACTICAL BRIEFING FOR INTERNATIONAL EMPLOYERS”, https://www.mayerbrown.com/en/insights/publications/2026/07/eu-pay-transparency-directive-practical-briefing-for-international-employers (접속일: 2026.7.12.)
Nordic Labour Journal (2026.4.13.). “Swedish government defies EU on equal pay rules”, https://www.nordiclabourjournal.org/swedish-government-defies-eu-on-equal-pay-rules/ (접속일: 2026.7.13.)
TechSverige (2026.5.25.). “No renegotiation or postponement of the Pay Transparency Directive”, https://techsverige.se/en/2026/05/ingen-omforhandling-eller-uppskjutande-av-lonetransparensdirektivet/ (접속일: 202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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