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소녀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영국 범정부 전략
        등록일 2026-04-29

        이지원 |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개발보건학 석사

        • 2025년 12월, 영국 정부는 『폭력과 학대로부터 자유: 여성과 소녀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범정부 전략(Freedom from Violence and Abuse: a cross-government strategy to build a safer society for women and girls)』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여성과 소녀 대상 폭력(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을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규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뿐 아니라 공공기관, 기업, 시민사회, 개인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영국 정부는 여성 혐오적 태도와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부추기는 문화적 규범이 가정, 학교, 직장뿐만 아니라 공공장소, 온라인 공간 등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가 피해자와 생존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 내부에도 오랫동안 존재해 왔음을 인정하면서, 경찰과 형사사법제도의 대응 한계, 피해자 지원 서비스 접근성 문제, 정책 우선순위에서의 배제 등 제도적 한계를 포함한 구조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이번 전략은 향후 10년 내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대응이 부처 간 분절된 정책 구조와 단기 예산 중심 운영 방식으로 인해 장기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온라인 기반 폭력과 디지털 환경에서의 학대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청소년과 청년층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여성과 소녀 대상 폭력 대응을 정부 임기나 단기 예산 주기를 넘어서는 범정부적 과제로 설정하고, 사회 전반의 공동 책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다. 전략 수립 과정에는 형사사법기관, 여성 폭력 대응 전문가, 시민사회뿐 아니라 피해자와 생존자가 직접 참여하여 서비스 접근, 주거 지원, 복지제도, 의료 체계 이용 과정에서 마주한 구조적 장벽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며 근거 기반 정책 설계를 뒷받침하였다.
        • 이번 전략은 다음 세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추진되며, 정책 이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성과 점검과 새로운 증거 반영을 통해 대응 방식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1) 예방 및 조기 개입
        - 이는 폭력 발생 이후 대응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폭력이 반복·재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 환경을 조성하는 접근을 의미한다. 특히 학교 기반 예방 교육과 사회 인식 개선을 통해 장기적으로 폭력 발생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이를 위해 건강한 관계 형성과 동의 개념 영국의 관계·성·건강 교육(RSHE)에서는 ‘동의(consent)’를 성적 관계에서의 자발적 합의뿐 아니라 상대방의 필요와 취약성에 대한 이해, 권력 관계에 대한 인식, 배려와 책임 있는 관계 형성을 포함하는 윤리적 관계 교육의 핵심 요소로 다루고 있다.
        에 대한 학교 교육 강화, 여성 혐오적 콘텐츠 대응, 행동 변화 캠페인 확대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새로운 형태의 유해 행위에 대응하여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도 포함된다. 특히 남성과 소년을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 변화의 주체이자 동반자로 참여시키는 정책 방향이 강조된다.
        2) 가해자에 대한 책임 강화
        - 영국 정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른 중대 범죄와 동등한 수준으로 다룰 수 있도록 형사사법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경찰 조직 내 공공안전 대응 역량을 전문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특히 정보 기반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개선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범죄 탐지와 예방 기능을 확대함으로써 가해자 식별과 조기 개입 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또한 수사·기소·처벌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응 공백을 줄여 가해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운 사법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하였다. 
        3) 폭력과 학대의 피해자와 생존자 지원 강화
        - 영국 정부는 피해자 중심 접근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주거, 의료, 복지, 사법 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하여 보다 일관되고 접근 가능한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 특히 지역 간 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지원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개선하며, 안전한 주거 지원을 포함한 회복 중심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 더불어 피해자가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겪는 반복 진술 부담과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트라우마 인지 기반 사법 절차를 강화하고, 피해자의 경험과 안전을 고려한 환경으로 제도를 개선하여 사법 접근성과 회복 지원을 함께 강화하는 것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안했다.

        •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여성과 소녀 대상 폭력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관련 입법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2025년에는 데이터 법(Data Act)을 통해 동의 없는 성적 딥페이크 제작을 범죄로 규정하였고, 사적 이미지의 비동의 유포, 스토킹 가해자 정보 공개 제도 개선, 음란물 내 여성 대상 폭력적 묘사 규제 강화 등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폭력 대응을 확대하였다. 또한 공공장소 성희롱 방지법(Public Sexual Harassment Act)을 기반으로 고의적 괴롭힘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였다. 
        • 한편, 일부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에서는 전략 발표가 지연되었고 목표 달성 수준에 비해 재정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전략의 실행 가능성과 정책 지속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며, 향후 정책 효과는 부처 간 협력 수준, 지역 단위 실행 역량, 안정적인 재정 지원 확보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측면에서 여성과 소녀 대상 폭력을 범정부 차원의 장기 정책 과제로 명확히 설정하고, 예방 중심 접근과 피해자 중심 대응을 통합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피해자와 생존자의 경험을 정책 설계에 반영하고 디지털 폭력 대응을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은 근거 기반 정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정권 교체나 재정 우선순위 변화 속에서도 부처 간 분절화를 최소화하고 정책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이 전략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UK GOV (2026.4.14.), “Freedom from violence and abuse: a cross-government strategy to build a safer society for women and girls”,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freedom-from-violence-and-abuse-a-cross-government-strategy/freedom-from-violence-and-abuse-a-cross-government-strategy-to-build-a-safer-society-for-women-and-girls-accessible#fn:7 (접속일: 2026.4.17.)
        UK GOV (2025.10.23.), “Criminal Justice System statistics quarterly: June 2025”, https://www.gov.uk/government/statistics/criminal-justice-system-statistics-quarterly-june-2025 (접속일: 2026.4.17.)
        UK GOV (2025.12.19.), “Relationships and sex education (RSE) and health education”,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relationships-education-relationships-and-sex-education-rse-and-health-education (접속일: 2026.4.17.)
        The Guardian (2025.12.18.), “UK government strategy to protect women and girls from violence ‘seriously underfunded’”,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25/dec/18/uk-government-strategy-to-protect-women-and-girls-from-violence-seriously-underfunded (접속일:2026.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