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개발보건학 석사
- 2026년 3월, 영국 정부는 직장 내 성별 임금 격차 완화와 완경 대응 실행계획(Landmark gender pay gap and menopause action plans)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기존 성별 임금 격차 보고 제도를 보완하여, 기업이 단순히 격차 공개를 넘어 격차 발생의 구조적 원인에 대응하는 구체적 실행계획 수립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2026년 4월부터 직원 수 25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 격차 데이터 공개와 함께 임금 격차 완화 및 완경 대응 실행계획을 자발적으로 작성·공개하도록 하는 시범 제도가 도입된다. 2027년 봄부터는 하위 법령을 통해 해당 계획의 작성 및 공개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 정부는 실행계획에 포함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영역별 근거 기반 조치 목록을 참고 자료로 제시하였다. 해당 내용은 정책 연구 기관인 행동통찰팀(Behavioural Insights Team)에서 수행된 직장 내 성평등 개선 연구와 노동 연금부(Department for Work and Pensions)의 완경 관련 문헌 검토를 바탕으로 마련되었다. 기업은 실행계획을 수립·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행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관리할 것이 권고된다. 구체적인 다섯 가지 영역은 다음과 같다.
채용(Recruiting staff)
포용적인 채용 공고 작성과 구조화된 선발 절차 도입을 통해 다양한 지원자 확보를 유도한다.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표현 제거, 경력 공백에 대한 과도한 설명 요구 완화, 성비를 고려한 평가자 구성 및 사전 정의된 평가 기준 적용 등을 통해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한다.
개발 및 승진(Developing and promoting staff)
승진 과정에서 자기 추천제(self-nomination)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승진 후보를 자동으로 검토 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을 권장한다. 또한 행동 기반 피드백 제공, 멘토링 및 후원(sponsorship)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경력 개발 기회를 강화한다.
조직 내 다양성 구축(Building diversity into your organisation)
성별, 인종, 장애 등 소수집단의 대표성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내·외부에 공유하도록 권고한다. 또한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공유함으로써 조직 차원의 책임성과 참여를 강화한다.
투명성 증대(Increasing transparency)
임금 및 승진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의사결정 참여와 조직 책임성을 강화한다. 또한 유연근무 및 휴가 제도의 실질적 활용을 보장하여 일·생활 균형 유지와 노동시장 이탈 방지를 지원한다.
노동자 지원(Supporting employees experiencing menopause)
관리자 대상 교육, 근무 환경 조정, 직업 건강 관리 체계 내 지원, 직원 네트워크 구축, 조직 차원의 위험 평가 등을 통해 완경이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고 여성의 경력 지속성을 지원한다.
이번 발표는 성별 임금 격차 완화와 완경 대응을 통합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정부가 돌봄 책임, 채용 구조, 성별 임금 격차를 개별적 현상이 아닌 상호 연결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경력 초기 출산·육아 시기에 돌봄 부담에 따른 노동시장 이탈, 이후 재진입 과정에서의 제약, 그리고 중·후반 경력 단계에서 완경이라는 요인이 결합하면서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누적되어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돌봄 경제(care economy)와 노동시장 구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돌봄 책임이 특정 집단에 집중될 경우 노동시장 참여 방식과 경력 경로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채용, 경력 지속성, 승진 기회, 임금 수준 전반에 걸쳐 불균형을 초래한다. 여기에 완경이라는 생애주기 요인이 결합될 경우 중·후반 경력 단계에서 추가적인 이탈 위험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고위직 성별 불균형과 궁극적인 성별 임금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고숙련 여성 인력의 이탈 방지와 경력 지속성 확보에 초점을 둔다. 돌봄을 주로 담당하는 여성의 지속적 근무와 재진입을 지원하고, 완경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고위직으로 갈수록 나타나는 성별 불균형 완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한편, 이번 정책은 직원 250명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의 한계를 지닌다. 중소 규모 사업장은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여성 노동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파트타임·시간제 근로 비유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본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되는 집단은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 형태에 속한 여성 노동자에게 한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정책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자 집단에 대해서는 성별 임금 격차 완화 및 완경 대응과 같은 지원이 충분히 확산되지 않을 수 있으며, 노동시장 내 집단 간 격차가 유지되거나 심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 적용 대상 확대 및 보완적 정책 설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참고자료>
● GOV UK (2026.3.4.). “Government launches landmark gender pay gap and menopause action plans to help women thrive at work”, https://www.gov.uk/government/news/government-launches-landmark-gender-pay-gap-and-menopause-action-plans-to-help-women-thrive-at-work (접속일: 2026.3.17.)
● GOV UK (2026.3.4.). “Creating an action plan: guidance for employers”,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creating-an-action-plan-guidance-for-employers (접속일: 2026.3.17.)
● GOV UK (2026.3.4.). “Action plans: list of actions”, https://www.gov.uk/government/collections/action-plans-list-of-actions (접속일: 2026.3.17.)
● GOV UK (2025.8.11.), “How to improve gender equality in the workplace: actions for employers”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how-to-improve-gender-equality-in-the-workplace-actions-for-employers (접속일: 2026.3.17.)
● GOV UK (2025.7.17.). “Menopause in the workplace literature review”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menopause-in-the-workplace-literature-review (접속일: 2026.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