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조부모에게 양도가 가능한 유급 육아휴직 제도 도입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정치학과 강사(Lecturer)
- 스웨덴은 2024년 7월, 조부모가 손자녀 육아에 참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유급 조부모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다. 이로써 스웨덴은 유럽에서 조부모가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첫 국가가 되었다.
- 이 법은 비단 조부모에 국한하지 않고 부모가 본인에게 주어진 육아휴직 기간 및 급여 일부를 ‘자녀의 법적 보호자가 아닌 자’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조부모뿐만 아니라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도 양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가족 내 구성원 중 조부모가 가장 크게 관여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스웨덴의 여러 국내외 언론에서는 주로 ‘조부모 육아휴직’제도라고 칭한다. 본 원고에서도 조부모가 해당 제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관점에서 스웨덴의 새로운 육아휴직 제도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 현재 스웨덴의 유급 육아휴직 급여는 사회보험으로 자녀 한 명당 총 480일이 부모에게 주어지며, 자녀가 만 12살이 되기 전까지 사용해야 한다. 주어진 기간 중 390일은 당사자의 소득에 기반하며 병가 급여 수준으로 육아휴직 급여가 지급된다. 대개 신청자 소득의 약 80% 정도에 이르는데, 일 최대 1,218크로나(한화 약 155,000원)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나머지 90일은 일괄적으로 고정된 금액, 일 180크로나(한화 약 23,000원)가 지급된다.
- 병가 급여 수준에 상응하는 육아휴직 급여를 받으려면 부모는 자녀 출산 전 최소 240일 연속으로 일하고 연 임금으로 최소 85,000크로나(한화 약 1,086만 원)를 받은 이력이 있어야 한다. 반드시 동일한 직장에서 일했거나 계속 동일한 금액의 임금을 받아야 했을 필요는 없다. 만약 최소 240일 연속으로 일하지 않았다면 첫 180일은 일 250크로나(한화 32,000원) 정도만 받는다. 소득이 없거나 학생인 경우, 또는 저소득층에 해당할 때도 일 250크로나(한화 약 32,000원)가 지급된다.
- 육아휴직의 양도 범위에도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부모끼리만 양도할 수 있었는데, 새로 시행된 제도는 다른 개인에게도 양도할 수 있게 되어 그 개념적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함께 양육하는 부모는 주어진 육아휴직 기간 중 최대 45일, 한부모가정인 부 또는 모는 90일을 양도할 수 있다. 주어진 육아휴직 기간 중 부모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간(dubbeldagar)도 있다. 이전에는 자녀 출산 후 12개월 중 30일이었는데, 새 제도가 시행되면서 자녀 출산 후 15개월 중 60일로 확대되었다.
- 이에 따라 조부모가 손자녀 육아를 맡으면 손자녀가 생후 12개월이 되기 전, 최대 3개월 간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조부모가 유급 육아휴직 급여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은퇴한 조부모의 육아휴직 급여는 수령하고 있는 연금액에 기반해 산정된다. 그리고 유급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 기간 동안 다른 구직 또는 학업 활동을 해서는 안된다.
- 해당 제도는 스웨덴 정부에서 육아휴직 급여 가족 간 양도에 관한 법안을 제출한 뒤 의회가 지난 12월 가결하였다. 2023년 9월에 해당 법안이 상정되었을 당시 스웨덴의 여러 노동 단체들은 이 정책이 국가에서 ‘보모 시스템(nanny system)’을 조장해 실질적으로는 육아휴직 기간을 먼 친척이나 전문 보모에게 양도하는, 즉 육아를 개인이 가까운 가족 외 타인에게 외주를 주는 문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 이에 대해 2024년 10월 안나 텐예(Anna Tenje) 노인 및 사회보장부 장관(Minister for Older People and Social Security)은 스웨덴 의회에서 정부에게 정책안이나 법안에 대한 질문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질의응답 절차에 참석해 "육아휴직 기간과 급여를 일부 양도하는 제도가 외부 육아 보조인력을 고용하는 대가로 사용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나 텐예(Anna Tenje)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복지 사기 및 복지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범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새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모가 일하면서도 자녀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넓혀주고 지원해 주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 이 밖에도 스테판 포르스베리(Stefan Forsberg) 스웨덴 사회보험청(Försäkringskassan) 육아관련 사회보험 운영 담당국 이사는 이번 새 법의 목적은 부모들에게 더 많은 유연성과 효과적인 일?가정 양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추진된 개혁은 한부모 가정과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고 설명했다.
- 스웨덴은 1974년 아버지가 된 남성 근로자도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일하는 부모가 자녀 출산 후 특히 신생아 시기에 겪을 수 있는 육아 부담을 경감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50여 년이 지난 2024년, 부모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에게도 육아휴직 일부 기간을 양도하고 당사자가 육아휴직 급여를 수령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스웨덴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바와 같이, 실제로 가족 외 타인이 아니라 조부모가 손자녀 육아에 참여하고 유급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 가정이 많아질지는 향후 통계 자료나 정부 보고서 등과 같은 자료를 통해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 AP News (2024.7.1) "Swedes take a new step in parental leave. Grandparents can now get paid to take care of grandkids", https://apnews.com/article/sweden-parental-leave-grandparents-stepparents-a2dc2a77530cf8f52a39bc8c830482ec (접속일: 2024.12.17.)
? Euronews (2024.9.26) "Sweden first pioneered parental leave. Now it's the first country to give grandparents paid leave", https://www.euronews.com/next/2024/09/26/new-swedish-law-enables-government-funding-for-babysitting-grandparents (접속일: 2024.12.17.)
? EuroWeekly (2024.9.26) "Grandparents in Sweden now eligible for paid parental leave", https://euroweeklynews.com/2024/09/26/grandparents-in-sweden-now-eligible-for-paid-parental-leave/ (접속일: 2024.12.17.)
? Försäkringskassan (스웨덴 사회보험청 공식웹사이트 ) "Föräldrapenning (Parental allowance)" https://www.forsakringskassan.se/privatperson/foralder/foraldrapenning (접속일: 2024.12.17.)
? SVT (2024.7.1) "Nu kan farfar vara föräldraledig – här är de nya reglerna (Now grandfather can take parental leave - here are the new rules)", https://www.svt.se/nyheter/lokalt/dalarna/nu-kan-farfar-vara-foraldraledig-har-ar-de-nya-reglerna (접속일: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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