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온라인 여성혐오 철폐를 위한 수사 실시 및 제도 정비
        등록일 2024-06-28

        독일, 온라인 여성혐오 철폐를 위한 수사 실시 및 제도 정비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지역학과·정치학과 강사(Lecturer)

        • 2024년 3월, 독일 수사당국은 온라인 여성혐오 발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수사는 어느 한 지역이나 한두 명 정도에 그치는 소규모 수사가 아니라 온라인 여성 대상 폭력이라는 주제에 적극적인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여러 연방 주들(states)과의 협의로 이루어진 조치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본 원고에서는 독일 정부가 온라인 여성혐오를 철폐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해 온 제도 및 실질적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 독일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시행한 것은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2024년 3월 7일로, 독일의 전국 11개 주에서 온라인에 여성혐오 관련 글을 올린 것으로 특정되어지는 용의자 45명을 수색 또는 심문했다. 독일 연방범죄수사국(Federal Criminal Police Office, BKA)의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수사 이후 구금된 사람은 없었다. 이 외에도 지난 몇 달간37명의 용의자를 대상으로 자택 수색 및 심문을 시행한 바 있다.
        • 수사당국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무분별하게 비방하거나 성폭행을 옹호하는 등의 여성혐오 게시물을 올린 작성자를 추적해 수사 대상을 특정했다. 이번 수사는 형사법(Criminal Code)을 적용했는데, 보다 세부적으로는 비헌법적, 테러 조직을 나타내는 상징 사용(86조a), 국민선동(111조), 모욕죄(185조), 정치인 대상 모욕 및 명예훼손(188조) 등이 이에 해당되었다. 또한 온라인 여성혐오 콘텐츠 중에는 특정 여성 정치인들을 겨냥한 모욕성 발언도 상당수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 홀거 뮌히(Holger Muench) 연방범죄수사국(BKA) 국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당국은 온라인상에서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희롱, 차별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바로 이러한 가해 행위를 익명의 가면에서 끄집어내 형사상의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뮌히(Muench) 국장은 이번 조치가 2년 전 온라인 여성혐오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수사당국 담당자들의 시범사업이 발전되어 실질적으로 행동에 옮겨진 성과라고 설명했다. 2024년 3월 대규모 수사에 참여했던 바바리안주 범죄수사국(Bavarian State Office of Criminal Investigation)에 따르면, 귀도 리머(Guido Limmer) 부국장은 "모욕, 위협, 성차별적 폭력 등과 같은 행위가 갈수록 극단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여성혐오 콘텐츠는 성평등이라는 근본적인 인권 가치 자체를 훼손하고 있으며,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라는 점을 밝혔다. 
        •  2018년부터 독일은 온라인상 혐오 발언 철폐를 목표로 하는 네트워크집행법(Network Enforcement Act)을 시행해 욌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들은 현행법상 불법으로 여겨지는 콘텐츠를 삭제해야 하며, 위반하는 경우 정부 당국으로부터 최대 5천만 유로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 그리고 2021년 4월, 독일 의회는 극우주의 및 혐오 범죄 철폐에 관한 법(Act on Combating Right-Wing Extremism and Hate Crimes)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 2백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둔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는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고 연방범죄수사국(BKA)에 해당 콘텐츠 내용과 IP주소 등록을 의무화한 제도가 시행되었다. 폭력적인 언어나 내용을 포함한 콘텐츠는 당국 내 신설된 온라인 범죄 콘텐츠 중앙보고국(Central Reporting Unit for Criminal Content on the Internet, ZMI)으로 전달되며, 약 200명의 인력이 이를 관리 및 처리하는 데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 이러한 독일의 제도적 정비가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혐오 콘텐츠 철폐라는 효과를 가져올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와 같은 온라인네트워크 상의 글이 혐오 콘텐츠인지 아닌지는 당사자도, 연방범죄수사국도 아니라 네트워크 서비스업체들이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결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 책임소재 문제점 등을 사유로 해당 제도에 맞서 상소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 분야와 개인의 온라인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검열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 연방범죄수사국(BKA)은 일단 혐오 콘텐츠가 보고되면 사법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적절한 절차와 처리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방대한 양의 온라인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일일이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실제로는 범죄행위로 여겨질 수 있는 콘텐츠를 하나도 올리지 않았더라도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가 혐오 콘텐츠로 오인하여 최대 일 년까지도 걸릴 수 있는 긴 기간동안 잠재적 용의자로 지목된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넘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기반의 사기업인 주요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들은 독일 사법당국에 극소수의 정보만 넘겨줄 가능성도 있으며, 이를 고려하면 해당 제도가 독일 내 혐오 콘텐츠 문제해결에 그리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 독일 여러 주에서 협력하여 대대적으로 시행한 온라인 여성혐오 대상 수사는 수사당국이 실질적인 행동을 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그동안 독일 정부가 온라인상 불법 콘텐츠를 철폐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정비해왔다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온라인상의 방대한 콘텐츠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란 매우 어렵고,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이나 수사당국의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수 있는 만큼 세부적인 판단 지침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앞으로 독일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완 및 개선을 해나가야 할 지점이다.

        <참고자료>
        ○ AP News (2024.3.7.), "German police conduct raids against people suspected of posting misogynistic hate speech online,”https://apnews.com/article/germany-women-misogyny-raids-internet-hate-crime-31d3e61aab90bdce3f6f0d96e21d0fe4 (접속일: 2024.6.10.)
        ○ Bavarian State Criminal Police Office (2024.3.7.), "Searches also in Bavaria on the occasion of the nationwide day of action to combat misogyny on the Internet", https://www.polizei.bayern.de/aktuelles/pressemitteilungen/063669/index.html (접속일: 2024.6.10.)
        ○ DW (2022.1.31.), "Germany's battle against online hate speech", https://www.dw.com/en/germanys-battle-against-online-hate-speech/a-60613294 (접속일: 2024.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