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성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한 2024-2025 예산안 발표
        등록일 2024-05-15

        호주, ‘여성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한 2024-2025 예산안 발표

        조혜인 모내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한국학과 조교수·젠더와 가정폭력 예방센터 책임연구원
         
        • 호주 정부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폭력을 국가적 위기(national crisis)라고 명명해 왔으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지원과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해온 바 있다. 특히 최근 호주 전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관련 살인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4일에 1명꼴로 여성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정부를 향한 더욱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2024년 4월 28일 현 호주 연방정부의 안토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가 수도 캔버라에서 개최된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 시위에 참여하였다. 시위 주최 측은 여성에 대한 폭력 대응과 관련하여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논의하여 통과시킬 것과 여성에 대한 폭력을 국가적 긴급사항(National emergency)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알바니즈 총리는 긴급 선언은 산불 등 자연재해에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하며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여성에 대한 폭력은 국가적 위기로 다루어져야 할만큼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알바니즈 총리는 이 문제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이므로 정부 차원의 노력보다는 호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 알바니즈 총리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젠더폭력 관련 기관의 관계자 및 여당 등에서는 정부가 이미 많은 예산을 여성에 대한 폭력 대응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정책이 실효성있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며 비판했다. 
        • 이후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2024년 5월 14일 호주 연방정부는 2024-2025 회계연도 예산안 중 여성에 대한 폭력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내용을 포함하여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발표했고,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케이티 갤러거(Katy Gallagher) 장관(재정부, 여성부 장관 겸임) 또한 이 예산의 가장 큰 사용 목적은 여성의 안전(women’s safety)이라고 강조하였다. 
        • 연방정부는 정부 예산서에 “The Women’s Budget Statement”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여 발표하였으며, 젠더폭력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과 시행을 위한 직·간접 예산을 약 2조 65억 원가량 투입하겠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이 책정하였다.

         - 향후 5년간 젠더폭력 관련 프로그램(The Leaving Violence Program) 지원(한화 약 925억 원)(2025년 7월부터 시행) 
         - 호주 국립 여성 안전 연구 기구(ANROWS)의 증거 기반 연구(evidence-based research) 지원(한화 약 38억 원)
         - 여성부 내 여성 안전 자원 확보 및 활동 지원(한화 약 350억 원) 
         - 가정, 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심리 치유 아웃리치(현장 지원 활동) 사업비 및 긴급 숙소 지원(한화 약 53억 원)
         - 젠더 기반 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한 대학 교육 과정 지원(한화 약 17억 원) 
         - 가정폭력 피해자 (비시민권자, 비영주권자 등의 비자 소지자) 대상 긴급 지원(한화 약 60억 원) 
         - 향후 4년간 강제 결혼 (forced marriage) 관련 교육 및 예방 프로그램 ‘스피크 나우(Speak Now)’ 지원 (한화 2.2억 원)

        • 호주 일각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과 해결이 주요 국정과제로 언급됨은 환영하고 있으나, “The Women’s Budget Statement”의 내용이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과 해결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신규 예산은 편성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 특히 기존에 시범 사업으로 운영되던 가정폭력 피해자 긴급 주거비 지원 프로그램 등의 경우 신규 예산이 배정되기는 했지만, 동일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있으며 여전히 소액 지원(약 5,000호주달러)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 또 다른 한계로 나타나는 점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으면, 주 부양자로부터 입은 젠더폭력 피해에 대해 가정폭력 전문 서비스 기관을 통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인 센터링크 (Centrelink) 혹은 국가장애 보험계획(NDIS)와 같은 일반 서비스 기관 혹은 장애 사회보장 서비스 기관 등을 통해 사회 보장 제도 지원을 받아야 한다. 동일한 지역에서 발생한 피해라고 하더라도 지원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피해 지원 절차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 2024-2025년도 연방정부 예산안이 2024년 5월에 발표되었으므로, 실제 집행이 이루어질 2024년 7월을 기점으로, 예산의 집행 내역과 이와 관련한 정책 실효성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자료>
        ■ ABC News (2024.4.28.), “Anthony Albanese tells rally gendered violence is ‘a problem of our entire society’”. https://www.abc.net.au/news/2024-04-28/pm-addresses-domestic-violence-rally/103777324 (접속일: 2024.4.29.)
        ■ ABC News (2024.5.13.), “One of the budget papers will be all about women. Here’s what you need to know”. https://www.abc.net.au/news/2024-05-13/womens-budget-statement-explained/103839216 (접속 일: 2024.5.13.)
        ■ Australian government (2024.5.14.), Women’s Budget Statement. https://budget.gov.au/content/womens-statement/download/womens-budget-statement-2024-25.pdf (접속일: 2024.5.14.)
        ■ Australian government (2024.5.14.), Cost of living help and a future made in Australia. https://budget.gov.au/content/overview/download/budget-overview-final.pdf (접속일: 2024.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