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임신근로자 차별 방지 관련 제도 개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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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09-01 |
네덜란드의 임신근로자 차별 방지 관련 제도 개황 곽서희, 레이든 대학교(Leiden University)
지역학과·정치학과 강사(Lecturer) ○ 네덜란드 법에서는 임신이나 출산을 사유로 피고용자를 해고하거나 업무에서 차별하는 행위는 성 불평등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직간접적인 차별을 경험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많아 제도와 현실에서의 간극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제도적 개선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본 원고에서는 네덜란드의 임신근로자 관련 법 내용과 더불어 최근 관련 사례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 우선 네덜란드에서는 고용에서의 평등대우법(Equal Treatment Law)이 제정되어있다. 해당 법은 인종, 국적, 성별, 장애 등 개인의 특정 요소에 기반하여 고용주가 고용 과정에서 차별을 행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용주는 고용 과정에서 남녀 동등하게 대우할 의무가 있으며, 지원서, 근로 계약서 또는 연장계약 관련 서류에 근로자의 임신, 자녀계획 또는 현재 자녀 유무 현황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는 행위가 금지되어있다. ○ 이 밖에도 2023년 3월, ‘고용 및 선정에서의 평등한 기회 감독에 관한 법안(Act on the Supervision of Equal Opportunities in Recruitment and Selection)’이 하원을 통과했고 현재 상원에 상정되어 있다. 본 법안은 고용주와 고용업체가 고용 과정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감독하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조치를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본 법안에서는 25명 이상의 근로자를 둔 사업장의 고용주는 차별 철폐를 위한 조치 내용을 서면으로 문서화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리고 25명 이하 사업장인 경우 이러한 조치 내용을 구두로 근로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본 법안이 최종 가결 및 발효되면 네덜란드 노동청(Netherlands Labour Authority)이 이행 내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며, 사업장에 일정 기간 내 시정할 것을 명령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행정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과태료는 약 4,500유로(한화 약 650만 원) 정도가 될 예정이며, 벌금 부과 내역 정보는 공개된다. ○ 그리고 아직 직장에 고용되지 않고 소속이 없는 구직자이더라도 채용 과정에서 차별 행위를 목격하거나 경험한 경우, 독립적으로 인권 정책 및 위반 행위를 모니터링하는 기관인 네덜란드 인권위원회(Netherlands Institute for Human Rights)나 차별철폐관리국(Anti-Discrimination Bureaus)과 같은 전문 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고용 및 선정에서의 평등한 기회 감독에 관한 법안’은 직접 근로자들을 고용 및 관리하는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고용 및 인력 제공을 관할하는 제3기관, 즉 용역회사도 차별 철폐를 위한 노력을 이행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용역 회사는 의뢰하는 회사 측이 차별적인 고용 기준을 요청하면 노동청에 보고해야 한다. ○ 2020년, 네덜란드 인권위원회(Netherlands Institute for Human Rights)에서는 지난 4년간 출산을 경험했고 현재 일을 하는 1,150명의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신 관련 차별 사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 내용에 따르면, 임신, 출산, 또는 출산 직후 자녀 양육과 관련해서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응답자의 43% 가량이 임신 관련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12년, 2016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크게 개선되지 않은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실제 관련 사례로는 한 임신근로자가 본인이 일하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계약 만료 다음 날, 해당 근로자의 상사는 메신저를 통해 계약 미연장 사유로 ‘임신으로 결근이 잦았고 출산 후 자녀를 돌보느라 업무와 병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근로자는 이러한 행위가 임신근로자에 대한 성차별이라 보고, 35,000유로(한화 약 5,070만 원) 이상의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방법원(sub-district court)은 상사의 메시지가 명시적으로 여성의 출산과 육아를 계약 미연장 사유에 연관지었다고 보았다. 보상금 책정에 있어 지방법원은 원고가 이러한 일이 없었다면 1년은 계약이 연장되었을 수 있었다는 점, 임신, 출산, 실업 급여를 받는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보상금액을 최종 12,500유로(한화 약 1,810만 원)로 산정했다. ○ 또 다른 최근 사례로 2022년, 네덜란드의 주요 통신사 중 한 기업은 면접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가 임신 중이라고 말하자 ‘자리에 적격이긴 한데 채용되면 곧 출산휴가를 쓸 것 아니냐, 출산휴가를 다 쓰고 나면 다시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해당 여성은 진정서를 제출했고, 네덜란드 인권위원회(Netherlands Institute for Human Rights)는 해당 기업 측이 임신을 사유로 차별한 행위라는 결정을 발표했다. 조사 절차가 진행되면서 기업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 ○ 네덜란드에서 임신한 구직자 또는 근로자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권리는 제도적으로 보장 받고 있으며, 현재 상원에 상정된 법안까지 발효된다면 제도적 틀은 한층 진일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여러 사례들을 비추어 볼 때, 직장에서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해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이행과 직·간접적인 차별 철폐를 위해서는 정부와 고용주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College vor de Rechten van de Mens (2023.7.8). "Hoe gender(on)gelijk is Nederland? Het hardnekkige probleem van zwangerschapsdiscriminatie", https://www.mensenrechten.nl/actueel/nieuws/2023/07/08/hoe-genderongelijk-is-nederland-het-hardnekkige-probleem-van-zwangerschapsdiscriminatie (접속일: 2023.8.23.).
■ College vor de Rechten van de Mens (2023.). "VodafoneZiggo Group B.V. discrimineerde een vrouw door haar af te wijzen voor een functie vanwege haar aanstaande zwangerschapsverlof", https://oordelen.mensenrechten.nl/oordeel/2022-118 (접속일: 2023.8.23.). ■ De Rechtspraak (2023.2.28), "Uitspraken-ECLI:NL:RBMNE:2023:1856", https://uitspraken.rechtspraak.nl/#!/details?id=ECLI:NL:RBMNE:2023:1856&showbutton=true&keyword=ECLI%253aNL%253aRBMNE%253a2023%253a1856&idx=1 (접속일: 2023.8.23.). ■ Mondaq (2023.5.23), "Dutch Court Finds Employer Discriminated by Not Renewing an Employment Contract Due to Pregnancy", https://www.mondaq.com/discrimination-disability—sexual-harassment/1320290/dutch-court-finds-employer-discriminated-by-not-renewing-an-employment-contract-due-to-pregnancy#:~:text=The%20sudden%20termination%20of%20employment,compensation%20at%20EUR%2012%2C500%20gross (접속일: 2023.8.23.). ■ RTL Nieuws (2020.2.17), "Werkgever beboet voor discrimineren zwangere: 'Velen gaan de fout in'", https://www.rtlnieuws.nl/economie/life/artikel/5022416/discriminatie-zwanger-zwangerschap-kinderwens-ontslag-werk(접속일: 2023.8.23). ■ SIA (2020.11.23) "Netherlands-Nearly half of pregnant women in labour market face some form of discrimination, study finds", https://www2.staffingindustry.com/eng/Editorial/Daily-News/Netherlands-Nearly-half-of-pregnant-women-in-labour-market-face-some-form-of-discrimination-study-finds-55899 (접속일: 2023.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