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항공 승무원 대상 성희롱 문제 심각
        등록일 2019-09-30

        독일, 항공 승무원 대상 성희롱 문제 심각

        채혜원 독일통신원

        • 최근 독일에서 항공 승무원이 겪는 성희롱 문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항공 승무원 비영리조직인 ‘UFO(Unabhängigen Flugbegleiter Organisation)’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항공 승무원 두 명 중 한 명꼴로 직장에서 적어도 한 번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은 성차별적인 발언부터 원치 않는 신체 접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발생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5월 ‘UFO’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졌으며, 1,000명 이상의 항공 승무원이 참여했다.
        • 항공 승무원에 대한 성희롱은 주로 기내에서 발생했으며, 일시 체류했다가 두 번째 비행을 떠나는 도중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가해자의 45%는 파일럿과 같이 높은 직위에 있는 직원이었고, 25%는 승객이거나 같은 등급의 승무원이었다. 항공 승무원 비영리조직인 UFO에서 2년 넘게 승무원 성희롱 문제를 다루고 실비아는 “많은 승무원이 근무 중 성희롱을 경험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UFO는 성희롱이 발생했을 경우, 함께 비행 중인 직속 상사나 회사에 일반적으로 배치되어있는 성평등담당관 또는 관련 부서 팀 리더에게 도움을 청하고 보고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비행 편에 들어가지 않도록 일정을 짜고, 승객으로부터 발생한 사건일 경우 항공사가 승객을 항공편 이용에 제한을 두는 방법을 둬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UFO 자료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이후 이와 같이 조치를 취하는 항공사 비율은 낮은 상태다.
        • 성희롱은 발생 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UFO 조직의 실비아는 독일 언론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관리자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아,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조치와 올바른 피해자 지원 방법 등을 배워야 한다.”며 “승무원을 대상으로도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이와 관련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는 항공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미투 운동’이 항공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UFO 조직의 실비아는 “‘미투’ 이후 성희롱이 그냥 넘어가거나 받아들여질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며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항공사가 성희롱을 내부 문제로만 간주해 공론화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UFO는 또한 성희롱과 함께 성차별적 업계 문화에 대해 비판하면서, 여성 승무원에 대해 메이크업과 하이힐 착용 등을 요구하는 사안도 문제라 지적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긴 머리에 작은 모자를 쓰는 것이 항공사 정체성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다른 항공사에서는 모든 직원에 대해 같은 머리 스타일을 유지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항공 승무원 직업훈련 중에는 실제 비행보다 더 짙게 화장을 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승무원에 대한 체중 요구사항도 있었다.
        • 이어 UFO는 세련된 머리 스타일이나 몸에 딱 맞는 유니폼 등으로 대표되는 여자 승무원의 잘못된 이미지는 ‘항공사의 성차별적인 광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십 년 동안 항공사 광고는 성차별적 이미지를 연출해왔다. 예를 들어 조종실에는 항상 두 명의 남성이 앉아 있으며, 그 주변에 긴 머리의 여성 승무원이 서 있는 모습이다. 광고 슬로건도 문제로 지적됐다. 승무원은 안전을 책임지고, 직업 훈련 동안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항공기에서 대피시키는 법을 배우지만 광고 슬로건은 대부분 서비스 제공에 관한 것이 많았다. UFO의 실비아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음료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이런 서비스 제공은 승무원의 주요 임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UFO는 독일 내 3만 명 이상의 항공사 직원에 대한 직무 및 임금 정책 등을 다룬다. 회원 항공사의 임금 정책과 임금 체결, 여러 법적 지원을 제공하며 국가 및 국제 차원의 로비 활동을 통해 단체 이익을 보호한다. 이와 함께 승무원의 재교육을 통해 직무 발전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직에서는 약 20명의 정규직 직원과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일하고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