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심리 -서구심리학을 벗어나려는 한 시도
        저자 문은희
        발간호 제035호 통권제목 1992년 여름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첨부파일 4. 우리나라 여성 심리;서구 심리학을 벗어나려는 한 시도_문은희.pdf ( 9.47 MB ) [미리보기]

        목차 
        Ⅰ. 들어가는 말 
        Ⅱ. 우리나라 사람과 서구인의 행동 단위 
        Ⅲ. 여성 심리 
        Ⅳ. 여성들의 자발적인 모임 
        Ⅴ. 맺음말 


        Ⅰ. 들어가는 말 

        사람은 누구나 어떤 환경에 있어도 인간이라는 '종'의 자연적인 특성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심리적 특질은 개인의 경향성이 그가 
        놓여진 환경과 서로 교섭한 결과로 빚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은 '한국 
        문화'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해서 '서구인'과 '남성'의 특징과 비교되는 
        심리구조를 지니고 행동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국 여성의 행동을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즈음에, 넘어야 할 두가지 장애물이 있다. 하나는 서구인을 기준으로 
        해서 인간행동을 해석하는 방식이 심리학의 정설로 되어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성을 기준으로 하여 인간다움을 보아온 점이다. 여성 심리학을 다루는 
        사람들에 의해서 후자는 지적되어 왔으나 서구 여성만을 (도표 1에서 'ㄴ'에 
        해당) 다룰 뿐 여전히 비서구인이자 여성인 우리네의 특징은 가려지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한국인'인 '여성'(도표 1에서 'ㄹ')을 보기 위하여 한국인의 행동 
        근거를 찾아보려 할 것이며 ('ㄷ'과 'ㄹ')을 보기 위하여 한국인의 행동 근거를 
        찾아보려 할 것이며('ㄷ'과 'ㄹ'), 또 남성과 비교되는 여성 심리를 정의내려야 
        하는 이중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 성 여 성 
        +-------------------+--------------------+ 
        | | | 서구인 
        | ( ㄱ) | ( ㄴ) | 
        +-------------------++++++++++++++++++++++ 
        | |||||||||||||||||||||| 한국인 
        | ( ㄷ) |||||||||( ㄹ)|||||||| 
        +-------------------++++++++++++++++++++++ 
        <도표 1> 서구인과 한국인의 심리비교 

        한 세기를 넘게 여성이 정규 교육을 받고 원칙으로는 시민으로서의 남/여 
        동등권을 누리고 있으나 서구 사회를 본보기로 한 우리의 새 사회에서도 여성에 
        관한 한은 전통적인 관념이 생생하게 살아 있거나, 적어도 전통적인 것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하는 정서가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여성에의 기대는 전통적인 주부상과 바깥 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두 
        지점을 오락 가락하는 추를 보는 듯 하다. 여성 자신들도 어떤 것이 자신의 
        원모습일 것인지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므로 여성의 행동에 대한 바른 이해 위에서만 가족을 포함한 사회 
        안에서의 여성의 삶과 위치, 남성과의 관계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심리를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으나 이 글에서는 행동 단위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서구인의 심리와 대칭된 우리네의 심리를 견주어 보려고 한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 참여와 활동의 내용과 
        형식을 분석해 보려한다. 



        Ⅱ. 우리나라 사람과 서구인의 행동 단위 

        이제까지 심리학 이론에서는 인간의 행동 단위를 당연하게 '개인'이라고 
        보았다. 눈에 띄는 행동이나 보이지 않는 생각과 느낌은 개별화된 사람에 의해서 
        행해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심리학 이론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개인'이 환경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개인'으로 발달하고 적응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런 해석방식은 그 발상지인 서구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행동은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 문화에서는 적합한 방식이 아님을 발견한다. 
        우리는 자신 안에 다른 사람들, 곧 자기에게 의미있는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밖에서 관찰하기로는 개인이 행동하는 것 같으나 자신 안에 
        '포함'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어져서 행동하고 있다. 

        이런 단위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서구의 심리학자들은 개인이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이 행동의 원칙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제각기 자기의 
        영역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해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을 위하는 보다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성들이 개인적인 행동인이라면 여성들은 그들에 비해 
        타인 중심적(alterocentric)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Bakan, 1966). 그런 
        여성들인 서구의 아내나 어머니도 우리나라 여성보다는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독자적인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을 쉽게 보곤 한다. 동시에 이들은 남편과 
        아이들을 개별적인 인물로 존중하고, 서로 예의를 지키고, 무례하게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문화에 따라서는 그 소산으로 '집합적인' 자아의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있음을 
        관찰하고 이를 '개인적' 자아에 대비시켜 설명하기도 한다(Hofstede, 1980). 
        '집합적'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개인들이 있으면서 그 개인들이 여럿이 합쳐있는 
        상태로, 우리네의 '포함하는' 심리구조와는 다른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학 입시를 
        앞둔 아이를 가진 어머니의 행동을 볼 때 어머니와 아이가 개인과 개인으로 합해 
        집합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안에 아이가 
        심리적으로 존재해 있어서 아이의 일을 자기의 일로 여기게 된다. 그 강도는 
        약할지 모르나 아이도 어머니를 자기 안에 '포함'하고 있어서 자기가 성취한 
        입시 성적이 어머니의 덕이라고 여기고 그것을 효도의 표지로 삼는다. 또한 이는 
        공동체적이라기 보다는 자기를 주체로 해서 '포함'된 사람(들)을 이해하고 자기 
        표준으로 기대하기도 하고 요구도 한다. '포함'된 다른 사람의 문제 해결도 
        자신의 판단에 따라 하게 된다. 말 없이도 '미리 알아서 해 주는'태도를 서로 
        기대하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해서 서구인의 행동 단위를 표준으로 하여 서구인들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해석하려 할 때 그들이 서구인보다 '못한'듯이 보일 수 밖에 
        없다. 비서구인을 '외계--의존적'이라고 하여 서구인들의 '외계--독립적'인 
        특성보다 '못한'행동 양태라고 그리고 있는 것은 한 보기이다(Witin, 1967; 
        Berry, 1982). '외계--의존적'인 인식의 특색은 행동의 기준을 바깥에서 
        찾는다는 것으로, 이것은 자신에만 의존하는 '외계--독립적인' 사람보다 
        독자성이 떨어진다고 여기게 된다. 이런 해석은 행동 단위가 '개인'말고도 다른 
        단위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헤아리지 못한 서구인의 해석 방식 때문에 생긴 
        것이다. 구체적인 연구를 보기로 들자면, 미국인과 일본인을 비교한 것으로, 
        일본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데 비해 미국인은 
        자신에게서 찾으려한다(Evans, 1981). 또 다른 연구에서도 미국인은 주로 
        귀속성(attribution)의 '일차 과정'을 사용하여 자신이 주체가 되어 현실을 
        조정하고 바꾸려 하는데, 일본인은 '이차 과정' 방식을 써서 자신을 현실에 
        순응하려고 하는 것을 찾아냈다(Rothbaum et al. 1982; Weisz et al., 1984). 
        다시 말해서 미국인은 자기 스스로 바깥 환경을 조정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고, 일본인은 그에 비해 환경의 조정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주체적인 
        자기조절을 (internal-control) 더 높이 평가하고, 그것을 바람직한 성숙의 
        지표로 생각하는 서구 심리학도들이 비서구인을 낮추어 평가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에 대해 일본인의 변명같은 설명은 (Azuma, 1984) 환경에 자신을 
        적응해가는 '이차적 조정'(secondary control)을 '사랑과 감정 이입'으로 
        연관시키는데, 설득력있는 해석이기 보다는 다분히 그들의 방식으로 미화하려 
        한다는 느낌을 주며, 또한 '체념'이 오히려 성숙한 표현이라는 그의 말이 얼마나 
        이해될 것인지 의심스럽다. 

        여러 심리학자들이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비서구인들의 자아 개념을 덜 분화된 
        것으로 보았으며 이것은 유교와 힌두교가 우세한 문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DeVos, 1986; Hsu, 1985; 1984;Metzger, 1981; Sue, 1981). 그러나 
        더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인 개인에 의해서 행동하고 자기 스스로를 다스리는 
        독자성만을 이해하는 서구 문화에 비해, 심리적인 상호 부조가 힌두교의 자아 
        개념이다(Bharati, 1985; Lindley, 1986).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하여 더 깊고 
        넓은 깨달음에 이르는 이 성숙에의 과정에서 유교적 자아 개념의 뜻을 찾는 이도 
        있다(Tu, 1985). 서구인의 자아와 그 성숙의 개념이 개인의 분리된 자립이라고 
        한다면 비서구 문화에서는 서로에 대한 책임감 있는 지원을 함께 나누는 것이 
        성숙된 자아의 개념이다. 

        서구의 학자들 가운데도 어떤 이는 서구 문화에서 개인의 자립을 지나치게 
        신화화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Johnson, 1985). 개인이 외부와의 울타리를 
        경직되게 잔뜩 높이 쌓고, 자기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자기만이 책임져야 한다고 
        무리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 스스로의 의도와 노력이 중요하지, 
        행운이나 바깥 요인들에서 자기의 성패의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Nicholls, 1985; Rosenbaum, 1972). 서구인의 심리적 특성이라고 알려진 
        '죄의식'의 개념도 서구인다운 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 이들 비교 심리학적 연구들이 현상적 차이는 서술하면서도 
        설득력있는 해석은 하지 않고 있다. '행동 단위'의 차이로 문화간의 심리적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측면의 행동을 관찰해 볼 수 
        있겠으나 그 가운데 성공과 실패에 대한 원인을 어디에서 찾는가 하는 귀속성과 
        스트레스와 지원 체제를 비교함으로 행동 단위가 개인인지 아닌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귀속성과 행동 단위 

        이제까지의 '귀속성' 연구는 모두 개인을 귀속의 단위로 여긴 것 뿐이었다. 
        모든 질문은 본인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원인의 경향성만을 물었었다. 개인만이 
        행동의 단위라고 믿는 서구 심리학자들에게는 개인의 일에 관해서만 묻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포함'된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하는지 아닌지를 묻는 연구는 아직까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제까지 심리학자들이 타인을 '포함'한 자아를 귀속성의 단위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까운 사람들, 특히 자기 가족을 '포함'하는 행동 단위를 
        고려한 귀속성 연구는 이제껏 실시되어온 문항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 문화와 
        관련해서 문항을 새롭게 다시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주의적인 서구인이 
        자신의 일에 전적으로 책임지는데 비해서 우리는 책임을 당사자인 개인이 반드시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보기를 들면, 서구의 어머니는 자기의 일에는 책임감을 
        나타내 보이나, 자녀들의 일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가지지 않을 뿐 아니라 
        자녀들의 일은 당연히 그들의 책임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자녀들의 일을 어머니 자신의 일로 여기고 책임을 느낀다(표 1 볼 것). 또한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다. 

        <표 1> 자녀의 문제에 대한 귀속성 
        --------------------------------------------------------------------------- 
        한국인과 서구인의 차 유의도(P<) 
        --------------------------------------------------------------------------- 
        자신에의 귀속성 한국인 > 서구인 0.001 
        밖으로의 귀속성 한국인 < 서구인 0.001 
        --------------------------------------------------------------------------- 

        '개인'이 아닌 다른 이를 '포함'하는 귀속 단위를 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 
        보기를 들어 어머니에게는 자녀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일의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알아봐야만 한다. 많은 연구들이 귀속성의 단위가 
        개인이라는 기본 가정을 의심없이 받아들여 만들어진 척도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있는 바 대로 서구인들이 비서구인보다 더 자신들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으로 들어났고(internal attriution), 반대로 비서구인들은 자신 
        밖에서 원인을 찾는 태도(external attribution)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냈다. 행동 단위와 귀속성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하고 설명해 보려 한다. 

        +----------------------------+ 
        | +-----+ ++++++++++ | +++++++++ ㉯: 개인 나 
        | | 다 | ||||나|||| | ||||나||| ㉰: 다른 사람 
        | +-----+ ++++++++++ | +++++++++ +-----+ 
        | +-----+ +------+ | | 다 | 
        | | 다 | | 다 | | +-----+ 
        | +-----+ +------+ | 
        | | 
        +----------------------------+ 
        '포함'하는 단위인 경우 '개인'이 단위인 경우 
        (밖에서 원인 찾음) (나에게서 원인 찾음) 

        <그림 1> 개인(㉯)의 문제의 원인 찾기 

        보기를 들어, 어머니에게 자신의 실패(그림 1에서 '나')의 이유를 물었을 때 
        개인주의적 단위를 가진 서구의 어머니는 자신이 자기 조정을 한다고 보기 
        때문에 자기 '내부로 귀속'하는 태도, 곧 자기 탓이라거나 자기능력이나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자신에 '포함'된 사람들 때문이라고 '외부로 
        귀속'하는 태도, 곧 자녀, 남편, 또는 시댁 탓이나 덕으로 돌리는 경우가 서구인 
        보다 더 많다(그림 1). 그러나 문화에 따라 책임의 단위가 개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내부'와 '외부'로의 귀속성은 전혀 달리 평가될 
        것으로 예측되어 더 많은 토론이 요청되는 문제일 것이다. 

        +---------------------------------+ 
        | +-----+ +------+ | ㉯: 개인 나 
        | | 다 | | 나 | | ㉰: 다른 사람 
        | +-----+ | | | 
        | +-----+ +------+ | +------+ 
        | | 다 | ++++++++++++ | | 나 | ++++++++++++ 
        | +-----+ |||||||||||| | +------+ |||||||||||| 
        | |||||다||||| | |||||다||||| 
        | ++++++++++++ | ++++++++++++ 
        +---------------------------------+ 
        '포함'하는 단위인 경우 '개인'이 단위인 경우 
        (나에게서 원인 찾음) (바깥에서 원인 찾음) 

        <그림 2> 다른사람(㉰)의 문제의 원인 찾기 

        자신과 가까운 다른 사람에 관한 일에 대해서 그 원인 소재를 어디에서 찾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포함하는 자아'를 가진 경우에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태도를 발견 하고,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남의 일로 여길 것이다. 보기를 들어, 
        어머니들에게 아이에게 사고가 났다면(그림 2에서 '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었을 때,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경우 그것은 자기에게 '포함'된 
        아이에 관한 것이므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내부로 귀속'하는데, 개인주의적인 
        서구 어머니들은 아이의 부주의, 성격, 혹은 상황에 원인이 있다고 '외부로 
        귀속'하는 경향이 크다(그림 2). 

        여기에서 서구인들이 비서구인 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죄책감'이 크다고 해 온 
        일반적인 이해는 그들의 경우 '개인'이 행동 단위였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인은 자기 개인의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우리는 다른 사람을 
        '포함'한 모두에 대해 책임을 스스로 묻게 된다는 차이를 볼 수 있다. 

        2. 스트레스 및 사회적 지원과 행동 단위 

        행동 단위의 차이가 스트레스와 사회적인 지원을 받는 자원에 대한 인식도에도 
        현저한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자신에 '포함'하는 심리 단위를 
        가진 경우 그 다른 사람의 일 때문에 그 만큼 책임을 지게 되고 따라서 그만큼 
        스트레스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것은 자신에게 
        ('개인'이든지 '포함'의 자아이든지) 일어난 문제를 파악하는 '일차 인식 
        과정'과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원 동원의 '이차 인식 과정'을 거치면서 
        생긴다(Lazarus, 1966). 따라서 스트레스의 강도는 부닥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자신의 성격, 능력, 태도와 같은 '내적 자원'과 사회 지원 같은 '외적 
        자원'이 얼마나 충분하다고 인식하는 것에 달려있다. 보기를 들면, 인간 
        관계에서 생긴 문제가 인생사들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이기도 한 만큼 
        스트레스를 조장하는 가장 큰 장본인이기도 하며 부적절한 인간 관계가 심리적인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 인간관계가 
        깨진 경우에 나타나는 건강의 악화는 쉽게 볼 수 있는 사실이고(Weiner, 1987), 
        배우자를 사별한 경우에 병이 든다던가 심한 경우 뒤따라 별세하는 경우들도 
        보고되고 있다(Berkman, 1979; Blazer, 1982; Young, 1982). 

        서구인들의 경우는 뜻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며 돌보는 
        관계가 특히 중요하므로 이런 관계가 부족한 경우에 적응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정신분석학에서 유래된 것으로 인지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소외'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어린 시절의 '상대 상실'이나 '의존 
        갈망'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홀로 남겨지는' 문제는 심각하다고 
        여긴다(Beck, 1980; Gilbert, 1984; Parkes, 1982). 서구의 심리학자들은 개인이 
        홀로 남겨져 있는 '소외'가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지나친 관여와 부담스러운 의무가 '포함'하는 행동단위의 문화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서구인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인들에게는 
        소외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인간 관계들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서구인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도움을 주는 사회 지원을 인식하고 고마와하는 정도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은 행동 단위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만한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개인을 행동 단위로 가지고 있는 이들 보다 '포함'의 단위를 
        가진 이들이 스트레스를 경험할 소지가 더 많을 뿐 아니라 문제에 대처해 갈 
        해결 방도를 찾기도 어렵다. 개입된 사람이 많으므로 개인의 통제만이 다루는 
        것이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최근 건강과학에서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사회 
        지원과 그 효과에 관해서도 서구인들이 생각하는 것 같이 마냥 긍정적일 
        것인가를 되새겨 보며 이를 문제삼아 우리로서 면밀히 관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1970년대 이후로 건강과 관련된 학문 분야에서 사회 지원의 효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서구에서 되어온 수 많은 연구들을 종합해 비평한 
        이들이(Coher et al. 1986; House, 1981; Sarason et al., 1985; Shaver, 1987)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 지원을 구하고, 
        그 사회지원자들과의 교섭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더 많은 사회 지원자와 더 좋은 지원 자원을 가진 
        사람은 스트레스 아래서도 더 잘 이겨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지원 체제가 더 중요한 기능을 하며 또 효과가 있는지는 문화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특히 우리로서는 행동 단위를 고려해서 관찰해 보아야 
        한다. 서구인들이 좋은 지원자를 많이 가지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나 우리는 오히려 혼자 남겨 지기를 원할지도 모르는 대조적인 상황을 생각해 
        봄 직하다. 개인의 독자성을 표방하는 문화에서 지나친 '소외'가 문제이고 
        포함의 행동 문화에서는 지나친 '관여'가 부담스럽다는 것을 생각해 볼 일이다. 

        앞에서 나온 사회적 지원과 관련된 비교 연구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이것들은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지원자의 구성이 누구로 되어 
        있는가도 문제가 될 것이다. 일본인의 경우에는 직장 동료가 친구이자 사회적 
        지원자 구실을 하는데, 서구인들은 직장인은 직장 동료일 뿐이고 직장 밖에서 
        따로 우정을 찾는다(Argyle, 1984). 백인 서구인들이 사회사업가, 의료인, 
        법률가, 교육자, 종교인 같은 전문적인 지원자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는데 
        비해서, 서구 사회에서 사는 소수 인종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같은 비공식적인 
        자연 지원 체제에 크게 의존한다고 한다(Held, 1981; Neighbors et al., 1983, 
        1984; Johnson, 1982; Yoon, 1987). 한 사회 안에서도 서로 다른 문화적 색깔을 
        띈 사람들 사이에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회 지원도 대체로 가족들과 친지들에게서 받고 있으며,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도 가족과 혈연 관계의 친지들 가운데서 찾던가 
        그와 비슷한 관계의 학연이나 지연이 있는 '유사가족'이나 (박영신, 1984)그들의 
        소개를 통하여 받게 된다. 사사롭게 인간 관계가 성립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동원되도록 제도화되어 있어야 할 전문직의 도움을 받으려는 경우에도 친분 
        관계가 전제되고 있다. 이런 가족--친분 관계에서 서로 지원을 주고 받는 신의의 
        관계가 바람직하게는 평생의 인연으로 지켜진다. 

        서구인들의 친분이 개인과 개인 사이에 성립되는 것에 비해서 우리는 이미 
        이루어진 핵심 집단 안에서 지원을 주고 받게 된다. 어른이 된 서구인들은 
        자신의 가족과 어린 시절의 관계로부터 거리를 두고 떨어져 나가서, 가족 
        바깥에서 새로운 애착과 신의의 관계를 구축해 가야 한다고 믿는다(Weiss, 
        1982). '포함'하는 우리 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그들은 영구적인 관계를 
        자동적으로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정을 죽이지 않고 살리려고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고 인간 관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성 기술이 높이 
        발달해야 한다. 개인주의적인 문화권에서 사는 사람이 집단주의적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보다 더 발달한 기술을 갖추고 있음을 찾아낸 연구도(Triandis et 
        al., 1988) 우리의 논지에 관련이 있다. 

        우리네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는 자신에 '포함'된 지원 체제를 
        의식하지도 못한 채 혜택을 주고 받고 있으므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따라서 사회적 지원을 동원할 사회적 기술도 발달시킬 필요가 없다. 
        아주 가까운 가족들의 지원은 더욱 의식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내가 남편의 지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살펴 보는 것이 한 보기가 될 
        수 있다. 서구의 여성들에게는 배우자나 남자 친구가 가장 중요한 지원자로 
        인식되고 있다(Brown et al., 1978; Lieberman, 1982; Lin et al., 1985; Park, 
        1990). 우리나라의 경우에 남편은 다른 가족들과 같은 정도의 지원자들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다. 지원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불리우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볼 
        때 (표 2 볼 것), 서구 여성은 남편이라고 하는데 비해 우리 나라 여성들은 다른 
        가족 성원들을 택하던가 친구들이라고 하는 의미있는 차이를 나타낸다(Park, 
        1990). 

        <표 2> 지원자로 처음 꼽힌 사람(%) 
        --------------------------------------------------------------------------- 
        첫 지 원 인 한 국 인 서 구 인 
        --------------------------------------------------------------------------- 
        남 편 22% 55% 
        --------------------------------------------------------------------------- 
        가 족 19% 12% 
        --------------------------------------------------------------------------- 
        가족 아닌 지원자 59% 33% 
        --------------------------------------------------------------------------- 

        우리 여성들이 실제로 남편의 지원이 그만큼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는 여성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남편을 자기 안에 '포함'하고 
        있다는 것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곧, 남편은 자기 "바깥으로부터 도움을 
        제공하는 지원자"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서구인들은 가족 구성원들 끼리도 서로 개인으로 존중하고 인식하기 
        때문에 남편의 지원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감사하는 표시를 
        반드시 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받고 있는 지원 체제에 대한 한 
        연구에서는 아예 남편을 지원자의 한 사람으로 문항에조차 넣지 않고 
        있다(한국여성개발원, 1990). 

        그뿐 아니라 서구인들은 자기들에게 제공되는 지원에 대해 감사하는 정도가 
        훨씬 높다 <표 3>. 사소한 일에 보탬을 받거나 정서적인 안녕에 조금이라도 
        도움과 지지를 받은 경우에 반드시 고마워 한다. 그런데 우리 경우는 받은 
        지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일쑤다. 보기를 들면, 산후 조리하고 있는 우리 
        나라 젊은 어머니들 가운데 도와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나서도, "도와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대답할 만큼 바깥에서 받는 도움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 감사할 줄도 모르는 염치없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도와주는 가까운 
        사람들에 묻혀서 살고 있는 상태이기에 그렇게 인식하는 이유를 넉넉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족 이외의 친구들이 첫번째 지원자로 꼽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자기 안에 '포함'되지 않은 바깥 남들에게서 받은 
        지원을 의식하게 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 표 3 > 지원받은 것을 감사하는 정도의 차이 
        --------------------------------------------------------------------------- 
        사회적 지원 영역 서구인 > 한국인 (P<) 
        --------------------------------------------------------------------------- 
        여가 활동에 어울리는 지원 0.001 
        --------------------------------------------------------------------------- 
        정서적인 지원 0.001 
        --------------------------------------------------------------------------- 
        구체적인 도움 0.001 
        --------------------------------------------------------------------------- 
        반향하는 지원 0.001 
        --------------------------------------------------------------------------- 
        충고, 이끌어주는 지원 0.001 
        --------------------------------------------------------------------------- 
        위안해 주는 지원 0.001 
        --------------------------------------------------------------------------- 
        Mann-Whitney U-Test 결과 

        각 항목에서 서구인들이 우리나라 어머니들보다 모두 자신들이 받고 있는 사회적 
        지원을 감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귀속성의 연구나 사회 지원 체제의 인식을 살펴 보아 우리의 심리 구조는 
        서구인의 것과 다르고, 그 가운데도 행동 단위의 차이가 뚜렷하다 함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개인'이 단위인 서구인에 비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동은 
        다른 사람을 '포함'한 단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여성의 심리를 
        보아 정밀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한국인의 특성과 더불어 남성과 
        다른 여성의 심리 구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Ⅲ. 여성 심리 

        이때까지 일반 심리학에서 해온 것 같이, 여성의 행동을 해석하는 것도 서구의 
        여성 심리의 설명과 해석 그대로를 의심없이 받아들여서 그 틀로만 보아 왔다. 
        남/여의 타고 난 신체적인 차이는 동서를 통털어 다를 바 없다. 심리적인 차이가 
        생긴다면 이는 태어난 이후에 문화적인 환경 안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 남성'에 대비되는 '개인 
        여성'이 사회화된 결과가 서구의 여성 심리--행동 양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서구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된 것(도표 1에서 'ㄴ')을 가지고 우리는 이제까지 우리네 
        여성('ㄹ')의 심리도 같다고 해석하려 했다. 특히 서구인('ㄱ'과 'ㄴ')과 
        우리('ㄷ'과 'ㄹ')의 행동 단위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우리 나라 여성들의 행동 
        양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그러므로 행동 단위를 염두에 두고 이제까지 당연한 듯이 수용하며 인정해 온 
        여성 심리의 특성을 되짚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여성의 
        삶의 앞날을 설계하는 데에 바른 바탕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여성으로 살며 느끼고 관찰한 자료를 가지고 한국 여성의 심리 특성을 서구 
        여성의 그것과 비교하여 설명하려 한다. 

        1. 여성은 약하고 수동적인가?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다고 흔히들 생각하고, 강자인 남성에게 의존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어 왔다. 그러므로 약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특성을 갖추게 된다(Miller, 1976). 보기를 들어, 남/여가 직접 
        부닥치는 최전방 같은 부부 사이에서 남/여의 역할 분화가 가장 첨예화한다. 
        이렇게 가까이서 접하고 살아가는 부부 관계에서 비롯된 남/여 역할 분화는 
        그밖의 사회 행동에 까지도 파급된다. 남/여 역할의 이원화는 조화로운 협력을 
        동반하는 분업으로만 끝나지 않고, 상하의 관계, 우열의 관계, 안팎의 관계, 
        또는 보호하고 보호받는 관계로 굳어졌다. 그리하여 여성은 일생을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 같이 살아간다고 여긴다. 여성도 충분히 성숙하여 어른 
        구실을 스스로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또 남성의 보호 
        아래에 있으면서 공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고 결정권을 남편에게 맡기고 자신은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사적인 삶을 여성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공적인 힘을 
        가지려 하지 않는 비정치성과 밖에까지 미치는 넓은 관심을 키우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여성의 심리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런 특성은 '개인'이 행동 단위인 서구의 여성들을 기술하는데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남성들이 주도하는 문화 속에서 강한 '개인 남성'에 
        대한 '개인 여성'은 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신체적 구조가 운명"이라는 
        굴레에 우리 보다 서구 여성들이 더욱 매이고 또 그 논리에 머물러 있다(Ussher, 
        1989).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들은 반드시 서구 여성 같이 힘없이 약한 존재가 
        아니다. 가정 안팎에서 개인 단위 여성으로 행동하는 힘없고 약한 여성이 
        아니고, 자신 안에 남편, 자녀들, 그 밖에도 부모, 형제 같은 가까운 사람들을 
        '포함'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부인'에 해당하는 호칭이 155가지나 
        있다고 하는데, 그 분류가 당사자인 '개인'여성과는 상관 없이 남편의 지위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여성의 관계와 또 그와 관련된 여성의 품행에 근거하고 
        있는 것을 보아서도 이런 현상을 잘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우리 나라 
        여성들이 필요한 때에는 집 안팎에서 그들의 강함을 적극적으로 발휘했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슬기를 보여 주었다"고 하며 집안 일을 처리함에도 '안주인'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였다고 한다(하 연강, 1986). 지금도 서구 여성들에 비교하면 
        우리 여성들이 훨씬 더 큰 일들을 독립적으로 쉽사리 해결해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은 물건을 구입해도 남편과 의논하고, 전자 제품 하나를 사려해도 
        남편과 함께 이서해야 하는 서구 여성들은 우리 나라 여성들이 혼자 집을 사고 
        팔고 한다는 것을 들으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2. 여성은 성공 공포증이 있는가? 

        서구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는 여성의 '성공 공포증' 혹은 '성공 
        기피증'(Horner, 1972)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도 서구 여성의 심리 상태를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보인다. 서구의 '개인'여성은 성공함으로 해서 
        '개인'남성과 지위를 겨루는 자리에 서게 되어, 이른 바 전통적인 '여성다움'을 
        지키는 데 위협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그들 같이 여성다움을 
        잃는다고 느끼거나, 성취와 여성다움이 서로 갈등 관계에 있다고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의 성공은 온 가족을 위해 좋은 일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서, 자기에게 '포함'된 자녀들이나 남편, 그 밖의 가까운 사람들의 
        성공도 자신의 것으로 여기게 되어 있으므로 남/여 사이에 이로 인해서 무리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 보기를 들면, 입시 철마다 보고 듣는 것으로서 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한 딸은 부모에게 효도했다고 한다. 성취한 며느리는 집안과 
        공동으로 성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의 딸과 며느리는 
        서구 여성들과는 달리 성취 때문에 갈등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우리 여성들은 서구에서 전문직 여성들이 심리적으로 갈등을 겪는 것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들의 경우, 전문인이기 때문에 '남성적'이라고 보여지는 
        부정적인 평가에 더해서, 여성이기 때문에 가정에 소속된 존재라고만 생각되어 
        또 다시 남성에 비해 적합하지 못하다는 이중으로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갖는 
        심리적인 부담을 지게된다. 우리의 경우는 여성의 성취가 '개인'의 '여성다움'과 
        관련이 없고, 또한 공동의 기여로 받아들여지므로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되며 전혀 
        부정적일 수 없다. 

        3. 여성은 감정적인가? 

        남성에 비해서 여성은 감정적이고 덜 이성적이라고 생각해왔다. 보기로 여성은 
        눈물도 많고 낭만적인 것을 좋아해서 이를 추구한다고 한다. 그런데 서구인에 
        비해서 우리는 훨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추구한다. 결혼 상대를 고르는 
        데서 이런 면이 잘 들어나고 있다. 결혼 대상을 택하는 데는 낭만적인 사랑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여기는 서구인에 비해 우리 나라 사람은 아주 
        실제적이다. 노동계층에서부터 상류 부유층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회 경제적인 
        배경을 고려해서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끼리 혼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공 정자, 1990; 박 민자, 1990). 결혼 중개소를 이용하는 것이라든가, 
        혼수를 비롯한 결혼 준비 과정의 여러가지 구체적인 현상들은 우리 나라 
        여성들의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삶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혼 뿐 아니라 자녀들의 교육과 장래 계획에 관한 관심과 관여에서도 서구의 
        어머니들과 우리 나라 어머니들은 대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녀들의 
        성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서구의 여성들은 거의 
        빠짐없이 자녀들이 기쁘고 행복하게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네 어머니들은 사회 경제적인 출세가 행복이고 그것도 일류 대학을 
        거쳐서 번듯한 직장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여유있게 살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려니까 자녀들의 느낌이나 자녀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에 마음쓰기 보다는 
        영양 상태나 건강에 신경 쓰거나 그들이 학교 공부를 잘 하게 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주선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학생들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어떻게 느끼게 되었는가?"를 물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아팠을 때 간호하시느라고 애쓰시는 것을 보고....."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을 말하고 있다. 서구인들이 사랑의 출발을 애착이라고 강조하고(Bowlby, 
        1966), 따뜻하고 부드러운 표현을 사랑의 중요한 본성이라고(Harlow, 1966)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단위로 자라온 서구인들에게는 정서적인 사랑의 
        표현을 필수적이라 할만 하다. 갖나서부터 다른 방에 떼어 놓고 재우는 서구인과 
        달리 어머니가 곁에 데리고 자고 업고 다니는 우리네 아이들은 서구의 아이들과 
        다른 사랑의 인식과정을 밟을 것이고 다른 사랑의 인식 내용을 갖게 될 것이다. 
        행위 단위가 다른 데서 빚어나온 서구인들의 '사랑'의 정의로 우리네 마음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일 수 있다. 

        부부사이도 그렇다. 서구인 부부들은 의사 소통, 특히 마음의 표현이 
        활발해야만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기술은 필수적인 도구이다. 정서적인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해준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미안하기는 해도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예사다. 구체적으로 
        아내들은 남편을 자상하게 보살피고 섬기면서도 마음의 표시나 느낌의 전달은 
        어색하여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무뚝뚝한 한국 여인으로 주부 역할을 해내고, 
        기껏 의사 표시를 한다면 모두 잔소리같은 구체적인 일에 관한 것 뿐이다. 
        서구의 부부들 같이 서로 애정을 표시하는 것은 낯간지럽다 느끼고, 서로에 대한 
        감사나 사과하는 표시는 어색할 뿐 아니라 거리감마저 느낀다. 

        4. 여성은 평화주의자인가? 

        서구의 여성들을 두고 평화를 만들려 애쓰고 또 그런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MacDonald et al., 1987). 북아이랜드의 어머니들이 벌인 평화운동이나 
        서구 여성들이 대거 참여하는 요즘의 녹색당 운동들은 살아있는 그들의 
        평화주의적 표현이다. 대개 집집마다 가족과 친척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여자들이 한다(Apter, 1985). 절기와 때마다 잊지 않고 축하장과 인사장을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여성들이고, 인간 관계의 갈등을 풀고, 바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는 것도 여성들이라고 한다. 아내에게서 남편이 받는 
        이런 지원이 절대적이라고도 한다.(Bernard, 1981). 가까운 사람들 사이일 수록 
        갈등도 더 날카롭게 나타날 수 밖에 없고, 또 이러한 갈등 때문에 그 해결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도 된다. 여성은 '여성다운' 특성을 한껏 
        발휘해서 부드럽고 매끄럽게 관계를 유지하고, 될 수 있는 한 대립을 피하려 
        한다. '어리석은 여자 노릇 하기'나 '그런 척 해주는' 방식으로 남성의 자존심을 
        다독거리는 기제를 활용하는 것도 '개인' 단위의 여성의 행동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부부나 다른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두사람이 아니라 다른 역할을 하는 (부부 같으면 '안팎'의 역할) '포함'의 
        일체로 산다. 따라서 '개인'대 '개인'의 첨예한 갈등도 덜 겪게 된다. 서로의 
        역할 구분이 명확한 '부부'의 경우 같으면 서로의 일에 관여하지 않게 되므로 
        갈등의 소지는 더욱 줄게 된다. 따라서 갈등을 해소하는 기술도 상대적으로 덜 
        개발되어 서구식의 평화적 중재자라는 '여성다운' 특징이 약하게 된다. 사교성 
        없고 사회성이 낮게 된다. 서구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사회적 기술이 더 
        발달되었다고 하는데 (Sarason, 1987), 우리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그들같이 
        바깥 사회 생활에서 사회적인 기술을 터득할 기회조차 적기 때문에 남성들보다 
        사회성이 자라지 못한다. 여성계 지도자들의 모임을 관찰하더라도,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고 윤활하게 사귐을 나누고, 자기의 의견을 분명하게 펴고,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기 보다는, 이야기하는 가운데라도 이해타산에 따라 예의를 
        갖추지도 않은채 자리를 떠나가는 삭막함을 경험한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모인 작은 모임에서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서로 이해하려 하는 자세보다는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하려는 것을 늘 경험해 온 바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발언도 
        직설적으로 해서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솔직하다는 이름 아래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곧잘 상처를 준다. 
        자녀들에게도 함부로 말하려 하지 않는 서구의 어머니들과는 달리 우리는 대놓고 
        말하는 그것도 칭찬이나 좋은 말보다는 나무람과 잔소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자녀를 자신에 '포함'한 데서 비롯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5. 여성은 '돌봄'의 도덕 기준을 가졌는가? 

        정의와 공평을 원칙으로 삼는 남성의 경험을 기준으로 한 도덕성 발달 원칙을 
        비판하고, 그와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았던 심리학자가 바로 
        길리건(Gilligan, 1982)이다. 그는 남성을 준거로 하여 여성의 경험을 
        미숙하다거나 일탈적인 것으로 보아온 이론이 공평치 못하다 함을 지적한 바 
        있다. 그의 관찰과 경험에 따르면 여성들은 인간 관계를 지켜주는 도덕으로 해서 
        납득할 만한 질서를 유지하는데, 그 도덕의 정수는 '정의'라는 이름 아래에서 
        책임을 내어 던지지 않고 기본적인 신의를 깨지 않는데 있다고 한다. 무자비하게 
        서로를 저버리지 않는 인간 관계와 아낌이 도덕성의 바탕이라고 본다. 남성들이 
        서로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도덕성의 초점을 두고 있다면, 
        여성은 자기 권한을 지키려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을 '아끼는'데 무게를 둔다. 
        단순히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무관심과 보살피려하지 않는 비인격적인 정의로움을 여성은 불안해 한다. 여성은 
        입장과 처지를 감안한 판단과 도덕적인 이해를 자신들의 자세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에는 '아낌'과 '배려'의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저함 없이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자주 체험한다. 여성의 권리를 논할 
        때 여성 개발의 적은 여성 스스로의 자기 희생과 자기를 부정하는 자세라고 
        보았었다. 그래서 여성을 위한다고 앞선 여성 지도자들이 여성의 독자성을 위한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여성 교육을 강조했던 것이다. 여성 
        교육이 여성의 삶에 크게 공헌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이 
        여성의 이기성을 키우고, 자신만이 자유를 누리고, 인간 관계의 예민성을 잃게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성취해야 할 과업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오히려 남성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인간 관계에 대한 
        '배려'의 발달을 소홀히 해왔던 것이다. 

        그런 교육의 과정에서 교육의 혜택을 받고 성취한 여성들이 남성과의 동등함을 
        정당하게 주장하는 듯 하나 실제로는 남성이 정의 내려주는 문화와 사회 기구의 
        대변인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한 여성은 실제로 남성과 동등한 것이 아니라 
        남성에 의존하고 스스로 심리적으로 여성임을 저버리게 된다. 앞서 지적했듯이 
        서구의 여성보다 우리 나라 여성의 경우에는 '개인'이 '개인'을 대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예민하지도 않고, 실제적인 것을 강조하는 특성을 가진 탓에 
        한층 더 뚜렷하게 이런 특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곧, 능력의 
        신장만으로는 여성의 균형잡힌 '보살핌'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관심두어야 할 것은 여성들의 능력키움에만 멈추지 않고, 잠재해 있으면서 
        삶을 움직여 가게 하는 동기라던가 심리 사회적 특성에 대한 이해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나 다른 사람과 같이 느낄수 있는 예민함이 있어야만 참 
        배려함이 있을 수 있다. 예민하고 세심한 배려함이 없이 능력만을 갖춘 여성들은 
        자기들의 편이함 만을 추구한다. 여성들에게서 Gilligan이 발견했다는 도덕성의 
        특징을 우리 나라의 교육받은 여성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여성 연구나 여성 운동에서 남성과 대비시켜 여성의 '억울함'이나 
        '불공평함'만을 강조하는 것에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 여성의 경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이해', '공감', '동정',의 
        윤리적 기준과 행동 지향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남성 문화에 맞추어 활동하는 
        여성들이 남성 위주로 정식화시켜 놓은 도덕성 발달의 정수인 '공평성'에 
        한정되어 살아 온 것을 반성해야 한다. 보다 인간다운 여성의 도덕성이라 할 수 
        있는 '배려'를 관심 밖에 두어 온 것은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요즘 세상에서는 이해와 배려의 태도를 손해보는 것이라고 해서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른 바 배운 여성들이 대다수 다른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는 전혀 없이 그들을 무시해 온 것이다(문 은희, 1983). 

        우리나라 여성들은 서구의 시각을 벗어 날 뿐 아니라 남성적인 연구 자세에 
        야합하지 않는 참으로 우리다운 여성적인 연구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전혀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들여다 보면서도 정확하게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말 것이다. 여성 본래의 모습을 찾아서 이해하려면 
        서양식 만으로도, 또 남성식 만으로도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고 풍성하게 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역사를 통해 
        끊임 없이 이어져 왔다. 인간 존중, 정의로운 사회,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는 
        협동의 삶을 이루려고 하는 뜻을 다짐하는 것이었다. 평화와 정의를 사회 속에 
        펴려고 할 때 개인을 행동 단위로 삼는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이에 더욱 순조롭게 
        맞대어지고 친화적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물음을 품게 된다. 그럴 때 행동 
        단위가 '포함적'인 우리 문화의 특성으로 어떻게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 갈 
        것인가.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의 특성을 '개인적'인 특성으로 바꿔야만 
        하는가. 또 그렇다 할 때 그런 바뀜이 과연 얼마만큼 가능한가. 이런 심각한 
        물음들을 두고 여성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 활동, 특히 여성들의 사회 참여의 한 형태인 
        자발적인 모임을 통한 활동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Ⅳ. 여성들의 자발적인 모임 

        사회의 모든 면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수세에 머물러 있는 한 
        여성들 만의 자발적인 모임의 필요성은 존속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여성운동가였던 파크(Alice Park)가 말한대로 "여성 단체가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는 문명 사회"(Cott, 1987,p.243)를 기다리지만 그 때까지는 여성 단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츰 많은 여성들이 교육을 받아 사회의 명사가 된다고 해도 
        다른 여성들 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접할 이점을 장악했다고 보일지 모르나 
        여전히 주변인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성이 힘을 가진 사회에서 여성의 
        특성과 삶의 갈등은 이해받기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분리된 여성만의 세계에서 
        안주할 수도 없다. 예외적인 몇몇 여성이 올라섰다고 해서 그가 보통 여성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성 집단을 거쳐서 여류 인사가 된 이들 몇몇 
        여성들은 남성 세계에서 잘 어울려 지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다수 여성들을 
        외면하고 모른척 하게 된다. 이런 속성을 눈앞에 두고 우리 나라 여성 모임의 
        목표, 원칙, 또 그에 어울릴 활동을 우리의 심리 구조를 마음에 두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모두는 여러 가지 집단의 구성원일 수 밖에 없다. 
        가정이라는 일차 집단으로부터 학교, 이웃과 친구들의 모임, 그리고 종교 단체 
        등 여러 집단에 동시에 가입되어 활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나라 여성들이 
        참여하는 가정 밖의 활동은 경제적인 보상을 받는 일터와 보상이 없는 자원 
        활동의 모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강조하고 금전상의 보상에 
        가치를 두면서 경제적인 힘을 확보하는 것을 강조해온 것이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성 세계 안에서 소수인이거나 힘없는 자리만을 채우는 
        결과(문 은희, 1984)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활동은 여성 전체 
        인구를 위해서 별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우리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원 
        활동 모임의 기여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이 활동에서 서로 말하는 이야기에 
        사려깊게 귀기울이고, 겸손하게 협력할 줄 알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기쁨의 삶을 
        체험하고, 또 이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의 겸손한 삶만이 
        이해타산으로 움직이려는 각박한 사람들로 가득찬 오늘의 사회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만이 자원 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제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자발적인 활동을 '심리적'요인으로 
        분석하고 의의를 찾기로 한다. 이 글에서는 여성 단체의 역사를 서술하려 함이 
        아니고 우리나라 여성들의 자원 활동의 밑바탕이 되는 심리적인 이해 위에서 그 
        활동을 분석해보려 함에 있다. 그러므로 어떤 특정 단체를 거론함 없이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한가지라도 통찰력을 제공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람직한 자원 활동이란 보수를 받지 않음은 물론이고 사회 복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일컫는다. 사회적으로 여성이 받는 불공평함을 
        억울하게만 여기고 일방적으로 수혜자가 되려고만 하면 피지배자적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수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저앉겠다는 것으로 밖에 달리 보여지지 않는다. 공공 사회에서의 적극적인 
        참여는 가정인의 역할, 직장인의 역할과 상관 없이 자원 봉사 활동을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남녀, 노소,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진 
        능력과 시간을 바쳐서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와 이웃에 기여할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의무가 있다. 그렇게 하여 참여자가 사회를 묶어 주는 구실을 할 뿐 
        아니라 자신도 성숙하고 질좋은 삶을 영위하게도 된다. 

        여성 단체 활동 자체가 자원 활동이므로 이 둘을 분리하지 않고 자원 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모임을 중심으로 오늘의 자원 활동을 보려 한다. 개인 단위로 
        착한 사마리아인 구실을 성실히 하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고 존경하나 
        이글에서는 그런 사례들을 포함하지 않으려 한다. 
        1. 유일한 사회 활동으로서의 여성 모임 

        취업의 기회가 적을 뿐 아니라 남성들에 비해서 사회 활동의 기회도 적기 
        때문에 가지 각색의 동기로 사회 활동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여성들은 이미 
        만들어진 여성단체에 가입하거나, 스스로 새 모임을 조직하게 된다. 단체를 
        통해서 여성들이 활동하는 것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한 훈련과 연습이 되어 그 
        속에 분명히 발전적인 측면이 있다. 그렇게 해서 키워진 지도력이 눈에 띄어 
        유명 인사가 된 몇몇 여성들이 정치적인 구도에 발탁되곤 하여, 마치 여성 
        운동을 하는 것이 정치에의 발돋움인양 잘못 인식되는 소지를 낳게도 되었다. 
        철저하게 자원 활동가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원칙의 여성'에 대한 아쉬움을 
        갖게 한다. 이점에서 '전문적인 자원 활동가'로 자칭하는 외국의 여성 
        지도자들이 부럽기조차 하다(Altrusa, 1992).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족을 자기에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과 판단이 
        '개인'단위로 행동하는 서구인 보다 자유스럽지 못할 것이다. 여성 활동의 
        복지적 원칙이 아들의 장래와 집안의 이익에 거치장스러운 것이라고 여겨지면 
        거침없이 그 원칙을 내던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다른 경우는 남성과 다를 바 
        없이 권력을 향한 도구로 여성 자원 활동 모임들을 이용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방침과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정당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맥으로 지도자를 뽑거나 서슴치 않고 거짓문서를 꾸미기도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30여년 역사를 가진 한 모임의 회장이 겨우 두어번 갈렸거나, 
        아예 한 사람이 만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임들도 있다(여성단체협의회, 
        1992). 회원 모두가 아래/위 가림 없이 '함께' 협력하며 활동하는 모임이라면 
        결코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2. 여성이 '유휴 인력'이라는 생각 

        취업할 길이 좁기 때문에 일하지 않고 놀고 있으면서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고학력 여성들이 자원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대부분 여성 
        지도자들의 생각이다(김 영정, 1984). 보수 받고 일하는 사람만 일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들만이 바쁘다는 생각은 이제까지 여성들을 향해서 남성들이 전개해 온 
        논리가 아닌가. 보수받는 여성들이 이제 와서는 다른 여성들을 향해서 "그대들은 
        놀고 있으니 돈받지 말고 봉사하시오"하는 격이 아닌가 말이다. 돈버는 
        남/여성들에 의해 규정된 '유휴인력'이라는 팻말이 겹쳐져서 자원 활동의 
        값어치를 떨어뜨렸다. 이로 인해서 자원 활동에 대한 동기 유발을 낮추고 그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국가의 지원을 받고 
        여성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단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월급받으면서 하는 
        정해진 자기 일 밖에는 조금도 더 일하여 하지 않아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것도 
        자기 일과 관련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여성 이해에 필요한 자료 
        수집에 능동적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다른 여성더러 
        자원 활동을 권장할 수 있겠는가 하고 자문케 된다. 

        경제적으로 보상받는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다른 여성들 위에 군림하는 
        자세는 여성들이 남성을 향해 항의해 온 것과 똑같은 논리의 반복일 따름이다. 
        거의 여성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그 단체 안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과 
        비인간적인 불신의 관계를 경험했다는 한 직원의 말은 그냥 넘겨 버릴 문제가 
        아닐 것이다. 현대 교육의 혜택을 받고, 주어진 여건 안에서 남성적인 역할에 더 
        잘 맞추고, 재빨리 남성들의 것과 비슷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해서 뭇여성을 
        내려다 보면서, 여성들을 연구하고 대변한다는 여성은 신체적으로 여성일 뿐이지 
        '심리적'으로 나아가 '인간적'으로 여성이라 할 수는 없다 (문 은희, 1983). 
        그런 여성의 수가 아무리 많아진다고 해도 여성에 관한 통계적 지표는 상승할지 
        모르나 여성 전체의 지위가 올라갔다거나 여성의 관한 통계적 지표는 상승할지 
        모르나 여성 전체의 지위가 올라갔다거나 여성의 삶이 질적으로 향상되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여성의 수는 많을수록 오히려 
        그만큼 여성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 

        서구에서 보고된 연구물은 바쁜 사람들이 자원 봉사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고 
        한가한 사람들은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Chamber, 1987)고 한다. 또 전적으로 
        자원봉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봉사하고 있는 일에 더욱 보람을 느끼고 또 자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와 확신을 가지는 사람들은 과거에 보수받는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며, 취업하고 있었을 때에도 언제나 자원 활동을 해 왔던 
        사람들이라고 한다(Daniels, 1988). 또 다른 연구는 착한 일을 하는 것도 습관이 
        된다고 하면서, 전에도 착한 일을 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착한 일을 한다고 
        지적한다 (Oliner, 1988). 여기서 우리가 얻을 것이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자원 
        활동을 할 기회를 마련함으로서 평생을 통해 자원 활동을 계속할 것을 격려하는 
        것이다. 특별히 애타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을 하는 청소년 시기에 (Erikson, 
        1968) 협력 관계에서 사회성과 도덕성을 키우는 체험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될 
        것이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장 싼 값에 인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들먹인다면 자원 활동의 본 뜻을 살릴 수 없다. 경제적인 능력으로 
        개인의 존엄성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여 봉사하는 뜻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남녀 노소, 취업 여부에 상관없이 서로 섬기는 자세가 
        퍼져야 한다. '섬기는 사람'이라는 호칭을 가진 직분에 부름받은 사람들도 
        섬기기 보다는 흔희 섬김을 받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참으로 민망하다. 

        3. 좁은 관심 영역의 문제 

        여성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은 아직까지 불리한 입장에 있는 여성에게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자원 활동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것만을 위해서 
        움직인다면 자원 활동이 사회를 묶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문 은희, 
        1985). 좁은 의미의 여성에게만 관련된 근시안적 문제만을 계속해서 내세운다면 
        정작 여성의 삶에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가 거론될 경우에 다른 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없게 된다. 사회의 다른 계층이나 여러 부문에 속한 모든 이들도 
        관심있는 문제를 내놓아야만 누구나 생각해 보아 찬성하여 협조하던가, 반대하는 
        의사라도 적극적으로 펴서 토론도 하고 관심을 북돋게 된다. 자신의 권리 
        주장만을 하는데 그것을 들어주는 착한 상대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함께 
        일하려는 동료가 될 자세를 가져야만 다른 사람도 동료다운 마음으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는 자발적 협력이 가능해 진다. 

        그러므로 여성들 사이에서만 혜택을 주고 받을 것이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공동세계에 좀 더 적극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영역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전문적으로 자원 활동을 
        해야만 한다 (Kaminer, 1984). 서구에서 여성들이 모든 면에서 전문가가 되어 
        여론을 이끌기도 하고 정책 결정에 한 몫을 하는 것을 보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만이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젊은 여성이 전쟁 전문가로까지 활약하는 것은 우리에게 마냥 
        생소하기만 한 형편이다. 서구 사회에도 여성들의 문제가 아직도 산적해 있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이 생각해야할 것은 각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꾸준히 자격을 
        갖추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조급하게 실용성만 강조했기 때문에 기초적인 학문 분야에서 찾아야 할 
        근본적인 것을 우리에게서 스스로 발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당장에는 쓸모 없어 보여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가 하는 
        밑바탕을 알아야만 우리 문제도 제대로 파악하고 또 해결점에 바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야만 '남성'과 '서구'의 안목으로 이끌려 온 문화와 사회에 
        순응 적응만 해가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남/여가 다 의미있게 살 수 있는 
        사회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구 여성과 달리 남편과 아들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들을 
        삶에서 제외할 수 없고 대립해서 맞서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서구에서 일구어 
        놓은 여성학과 투쟁적인 의식화 운동이 우리의 행동 구조에 어긋나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남편과 아들을 포함한 우리의 것을 각 분야에서 찾아서 모두가 
        전문인이 된다는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서로 보살피고 협력하는 자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펴 나가야 한다. 이제까지는 이런 면에 관심을 넓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구조의 문제 같은, 스스로를 근본적으로 탐색하는 훈련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4. 단체 운영의 경직성 

        앞에서 지적한대로 여성 활동의 방식과 조직의 형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남성들의 것을 그대로 본뜨고 있다. 이들이 남성들의 것과 다르게 되면 마치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듯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고 남성들은 물론 여성 
        지도자들도 거리낌없이 "그래서 여자는 안된다"라든가 "'여자'라고 자신을 
        인식하고 일하려면 아예 그만 두라"고 거리낌 없이 내뱉듯 말하곤 한다. 곧 남성 
        특유의 '일'중심의 '합리성'에 따라 조직하고 운영하는 것을 그대로 모방, 
        답습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남성보다 잘 못 할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여자들에게만 맡겨서는 일이 되지 않는다"면서 여성들 스스로 남성들의 지도, 
        감독을 자청하고 나서기도 한다. 우리나라 여성 단체 가운데 가장 뚜렷하고 오래 
        되었을 뿐 아니라 또한 공헌도 많은 어느 단체의 감사와 법률 고문이 
        남성이었으며 더구나 이들이 여성 문제에 대해 아주 '보수적인'사람들이었다는 
        것이 한 보기이다. 여성 연구 기관에서 연구원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남성'직원의 지시에 따라 식을 진행하면서, 그 기관의 책임자인 여성이 "이런 
        것은 우리가 부족하니까 이제라도 배워서 따라야 한다"고 훈시하는 것도 같은 
        궤에 속하는 한 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서로 배워야 한다는 
        원칙은 백번 옳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대식으로 줄을 서서, 차렷하고, 
        절하고, 임명장을 받는 형식을 똑 같이 관공서에서 해 온대로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여성들 스스로 던져볼 수 있어야 한다. 

        '남성'을 배워 따르다 보면 그들에게서 좋은 면만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도 배울 뿐 아니라 또한 거기에 고착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보기로서, 원칙에 따라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하여 추진하는 대신에 
        우리 나라 특유의 학연, 지연, 혈연 같은 연줄에 기대어 일을 해나가는 습성을 
        여성들이 그대로 따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모든 일에서, 모든 
        영역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에 있는 것을 바꾸려 
        하거나 무슨 일을 급히 서두를 때 연줄이 있는 사람들의 충성심에 호소하여 이런 
        이들만 모아서 추진하는 것이 보통이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 서로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 풀 뿌리의 사람들로부터 서로 다른 점을 알게 
        되고, 서로의 뜻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아낌없이 치루고, 
        모두가 모임의 뜻에 합의를 보고 움직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할 만큼의 참을성의 여지를 여성들 자신의 
        특성으로(Gilligan, 1982)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버리고 기존에 있는 
        방식이나 관례라 하는 것을 생각없이 따르고 있는 것은 대안적인 활동의 새 
        지평을 지레 포기하는 것에 다름없다. 

        성차의 특성 가운데 바람직한 것을 가려서 남녀간에 서로 살리는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 (Sarvasy, 1992). '여성'의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믿는다면, 
        작은 여성 단체라도 고문으로 모셔지기를 기다리는 어른들의 생각이나, 이사회나 
        위원회에서는 실제적인 봉사 활동은 조금도 하지 않고 모든 일을 봉급주는 
        간사에게 모두 맡기는 것이 옳은 방식이라고 보이지 않을 것이다. 순수하게 사회 
        봉사에 뜻을 품고 자원 활동에 참가하려던 사람들은 간사가 주도하는 회의에 
        수동적으로 참여만 하는 것에 오히려 흥미를 잃기 일쑤다. 전임 회장들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평회원으로 자원 활동하는 여성 자원 활동의 새로운 
        가능성이 아쉽다. 위원회에 가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고작 회비를 내는 
        것으로 자원 활동을 했다고 만족해 할 수는 없다. 위원들이 간사에게 모든 일을 
        맡기거나 간사의 보조역이 되어 비용만 보탰을 뿐 간사가 지도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고 활동하는지 깜깜하게 모르고 지낼 수 있다. 
        그렇게라도 오랜 기간을 관여해서 이사도 되고, 임원이 되는 명예를 추구하는 
        곁다른 목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제도에 불만이고 곧 그 자리를 그만두게 
        될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여성 심리를 이해하려는 출발점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자원 활동을 반성하는 
        면에서 점검해 본 것을 부분적으로 위에 적어 보았다. 이제 이 글을 끝맺음 
        하면서 우리의 여성 심리와 자원 활동을 이어 아래에서 몇가지 가능한 방향을 
        정리하고자 한다. 



        Ⅴ. 맺음말 

        인간 존중, 정의로운 행동 기준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협동하는 민주 사회를 세우려 하고, 이 사회 안에서 남/여가 함께 충분히 
        자신들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는 우리 여성들은 어떤 심리적인 
        자세로 살아야 할까? 

        첫째, 우리가 가족 중심적인 좁은 가치 체계의 한계를 넘을 수만 있다면 
        '포함'하는 자아가 오히려 '넓은 영역'을 자연스럽게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정신이 생기는 것은 타고난 특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키우고 발달시킬 
        수 있는 것이므로 그것은 노력 여하에 달린 것이다 (Kohlberg, 1981). 자기에게 
        '포함'하는 영역이 보편화되고 넓어지면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게 된다. 자기 
        통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얽매어 있는 개인주의적인 단위를 가진 서구인들과는 
        달리 우리는 과민하게 자기 통제하는 문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므로 '포함'의 
        범위를 넓히기만 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곧,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용납하는 것도 수월하고, 서로 돕고 관여하고, 또 적극적인 
        간섭마저도 무리함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특성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기 가족만을 위하는 처사가 자기 가족에게도 해로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심리 구조의 조절을 통해서 우리 나라 여성들의 삶을 보다 
        넓은 관심 영역으로 진입시킬 것이다. 

        둘째, 서구의 여성들에 비해 우리나라 여성들의 성역할이 보다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 역할을 보다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나아가 여성의 삶 자체를 과감하게 운영하는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서 현대 교육을 받아 여성의 활동 영역과 내용도 
        넓어져, 이러한 여성의 '역량'이 다양하게 확장된 삶의 '영역'과 '내용'과 
        합하여 활성화된다면 여러분야에서 각자가 전문성을 가지고 자원 활동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뒤바꾸어 여성 각 개인은 보다 큰 삶의 보람과 풍성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셋째, 남성에 대비시켜 여성의 억울함이나 불공평함의 시정도 외쳐야 하겠지만 
        여성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이해', '공감', '동정'의 윤리적 기준과 
        행동 지향성도 같이 강조하여야 한다. 성차의 특징이 성차별의 원인이 되는 것도 
        파악하지만, 남/여가 공평하게 함께 살아갈 더 나은 세계를 위한 가능성을 
        부여할 성차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키우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서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출발이 되어 함께 문제의 소재를 
        파악하고 또 그에 맞게 스스로 해결책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깃발을 높게 쳐든 
        여성 자원활동 모임에서 남자만큼이나 남성식으로 수완이 뛰어난 지도자들이 
        평생토록 모임의 '머리'가 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방적인 '지시'와 
        '따름'의 수직 관계에서 벗어나서 모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협력하는 
        수평의 관계를 이룰 필요가 있다. 

        자기의 판단을 자신있게 표현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귀기울여서 모두가 더불어 
        의미있게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 자원 활동 모임에서의 
        체험과 훈련은 매우 값질 수 밖에 없고 그 속에서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삶의 
        마당을 더욱 넓혀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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