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가내노동자의 현실과 보호
        저자 신경아
        발간호 제045호 통권제목 1994년 겨울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첨부파일 4. 여성 가내노동자의 현실과 보호_신경아.pdf ( 7.06 MB ) [미리보기]

        목차 
        Ⅰ. 들어가는 말 
        Ⅱ. 가내노동의 정의와 쟁점 
        Ⅲ. 가내노동과 국가, 기업, 여성노동의 전략 
        Ⅳ. 한국의 여성 가내노동자의 현실 
        Ⅴ. 맺는 말 


        Ⅰ. 들어가는 말 

        80년대이후 한국여성노동시장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기혼여성의 
        공식부문에의 진입과 고용불안정의 증가현상이다. 전세계적인 '노동력의 여성화' 
        추세속에서 한국에서도 여성의 노동력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많은 
        산업과 직종에서 여성의 구성비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무직과 일부 전문직으로 
        진입하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여성노동력의 양적 증대가 기혼여성의 
        노동력 참여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비공식부문에 집중되어 있던 기혼여성들이 공식부문에서의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공식부문 노동시장에 진출하게 된 사실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여성노동력의 양적 증대가 그에 따르는 질적 향상을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매우 불안정한 형태로 고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고용의 불안정 현상은 기업이 그들을 '유연한 노동력'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에서 그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장의 변동이나 생산과정의 요구에 따라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노동력, 특히 수량적 유연성을 제공하는 
        노동인구로서 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형태로 고용되고 있다. 파트타임, 용역직,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가내노동 등이 그것들로서 이러한 고용형태는 여성의 
        노동참여를 불안정한 것으로 만들어 왔다. 그리고 이중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가내노동(homework)에서 발견된다. 가내노동은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비가시적인 저임금노동이지만 가사 및 양육과의 양립가능성, 고용기회에 대한 
        접근의 용이함 등으로 인해 여성의 주요한 노동형태가 되어 왔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내노동은 전자본주의적인 노동방식, 또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외부에 위치한 주변적인 노동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사라져갈 일시적인 유형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 가내노동은 '비공식부문론'의 
        이중경제(dualism)도식 속에서 공식부문과는 단절된, 정체된 노동유형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걸친 자본주의적 통합과정 
        속에서도 가내노동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국가의 의류, 
        전자산업에서 나타나듯이 포디즘(Fordism)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생산체계에서 
        가내노동은 더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 80년대 이후 소위 
        '탈산업사회론'이 대두되면서 가내노동은 '재택근무'라는 이름아래 '미래형 
        노동'으로 각광을 받기도 하였다. 

        이 글은 '가내노동이 20세기 후반 왜 다시 중요한 노동형태로 부상하게 
        되었는가? 하는 물음을 제기하고 이를 국가와 자본, 여성노동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가내노동은 여성에게 주어진 이중의 
        역할, 즉 일과 모성이라는 두 가지 책임을 병행해 나갈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참여의 특수성과 참여전략의 핵심에 닿아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가내노동이 과연 여성에게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본질적으로 소외된, 불가피한 수용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실제로 여성 
        가내노동자들이 직면한 노동현실은 어떤 것이며 그것은 또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경험되는가? 이러한 문제를 밝히는 작업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의 전반적 특징과 노동전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연구방법으로는 가내노동에 관련된 정부 조사보고서와 통계자료에 대한 양적 
        분서과 아울러 가내노동자와의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면접 대상은 
        가내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분포해 있는 의류업과 최근 컴퓨터의 보급으로 
        확대되고 있는 전산입력업을 채택하였다. 이는 의류업의 경우 전통적인 
        가내노동의 대표적 분야이면서도 최근 생산체계의 극심한 변화를 겪으면서 
        오히려 가내노동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전산입력업은 소위 '신기술'에 
        기반하고 있지만 단순노동집약적인 노동과정의 특성으로 인해 87년이후 
        생산공정이 모두 분할되어 현재는 전 생산공정이 '재택근무'라는 이름으로 
        가내노동자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기술과 신기술을 
        사용하는 노동과정 모두에서 가내노동이 여성에게 어떤 장점을 제공하고 어떤 
        문제점을 지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필요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 볼 
        것이다. 



        Ⅱ. 가내노동의 정의와 쟁점 

        공적 영역에서 수행되는 정규직 전일제 노동을 '노동(work)'의 전형으로 
        간주하는 상식적인 노동개념으로는 가내노동을 포착하기 어렵다. 가내노동은 
        가정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불규칙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도 정부 통계가 가내노동자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내노동의 비가시성, 은폐된 노동으로서의 특징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가내노동에 대한 정의는 가내노동자에 대한 보호법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ILO와 몇몇 국가에서는 나름대로의 개념규정과 보호법을 
        마련하고 있다. 

        여성노동과 관련한 현재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가내노동에 대한 정의는, ①통상 
        자신의 집에서 작업을 수행하며, ②생산물 판매시장의 측면에서 자본가에게 
        의존하고, ③생산도구는 소유할 수 있으나 원재료를 자본가에게서 제공받고, 
        ④임금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 노동자로 규정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정을 근거지로 한 작업들(home-based works)'내의 
        유형을 구분해야 할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전문적 자영업과, 프리랜서 등은 
        가정에서 직무를 수행하지만 가내노동과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Allen & 
        Wolkowitz, 1987:51). 가내노동이 저임금, 노동의 불안정성이라는 특징을 지닌 
        것과는 달리 전자의 경우 직무나 계약조건에 따라 임금 및 고용조건에서 상당한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가내노동자를 구분해 보면, 가정에서 일하는 
        취업자(home-based worker)는 세 유형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첫째, 가정에서 
        일하는 자영업자(home-based business owner)는 독립적인 개별사업자로 조세를 
        납부하는 층이다. 이 층은 비교적 고소득자로 안정적인 취업을 지속한다. 둘째, 
        피용자(home-based employee)는 기업에 고용되어 있으며 때에 따라 사무실과 
        집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최근 등장한 '재택근무자'가 이것으로 
        원칙적으로 피용자에게 주어지는 고용상의 모든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 셋째,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는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이지만 실제로는 
        피용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대다수의 여성 가내노동자가 여기에 포함된다(K. 
        Christensen, 1989). 이들은 갯수제 임금을 받으며 기업주나 하청업자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임금노동자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피용자에게 부여되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 
        따라서 피용인과 독립계약자 범주 사이의 경계는 매우 모호하며 형식적으로 
        독립게약자로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피용자의 상태에 있는 다수의 
        가내노동자들이 법적으로 피용자의 위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한 쟁점이 되어 왔다. 

        아울러 가내노동자는 전통적인 부문에서뿐 아니라 신기술산업부문에서도 
        발견된다. 의류나 봉제와 같은, 산업생산의 주변에서 사양화하는 기업의 
        노동력으로서 가내노동자의 광범위한 활용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사무직 및 컴퓨터와 관련된 직무들, 즉 자료입력, 프로그래밍, 
        체계분석(system analysis)등에서도 재택근무라는 형식으로 가내노동이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 관련 가내노동은 구기술에 기반한 가내노동과 비교하여 
        노동조건이 양호하지만 고용주와 가내노동자간 생산관계의 성격자체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그리고 컴퓨터 관련 재택근무 중 하위직무인 
        자료입력직(data processing)가내노동은 노동조건의 면에서 전통적인 가내노동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주 : 자료입력직 가내노동은 뒤의 한국의 
        사례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Ⅲ. 가내노동과 국가, 기업, 여성노동의 전략 

        1. 국가와 비공식부문 

        가내노동은 비공식부문 노동유형으로 기업의 하청구조를 통하여 공식부문과 
        연결된다(주 : 노동의 측면에서 비공식부문을 정의해 보면, 노동과 자본간 
        명확한 분리와 계약관계가 부재하며, 노동조건과 임금이 법적으로 규제되는 
        영역외부의 소득활동과 그것의 총합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Portes, 1987:31). 
        따라서 국가가 노동과 자본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공식부문과 
        비공식부문의 접합에 대한 국가정책적 지향이 어떤 것인가? 하는 점에 따라 
        가내노동의 존재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포르테즈는 미국내 비공식부문의 존속과 그 기능을 강조하면서 비공식부문의 
        존재는 결코 경제적인 요인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공식경제내 
        생산관계와 비공식경제내 생산관계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이를 국가의 정치적 
        통제로 설명한다. 비공식부문은 공식부문 기업에 최저임금제와 간접비의 지불을 
        회피할 수 있는 노동력을 제공해 주지만 이는 결코 개별기업과 노동자의 경제적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가는 노동시간, 최저임금, 산업재해, 퇴직금, 
        기타 복지에 관한 노동법과 그 적용 범위를 규정함으로써 비공식부문의 규모와 
        기능을 일정한 정도로 조절할 수 있다. 국가가 법적규제를 특정영역, 즉 
        공식부문에 한정함으로써, 기업은 공식부문 노동자에 대항하여 법의 보호 밖에 
        놓인 다수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주 : 미국의 경우 불법이민노동자는 
        비공식부문의 핵심적 노동력을 구성한다. 또 가내노동과 관련하여 1981년 레이건 
        정부는 일부 산업에서의 가내노동 금지법을 폐지함으로써 전 산업에서 
        가내노동을 허용하고 있다(Sokoloff, 1987:25). 영국에서는 가내노동의 증가가 
        신가족주의(neo-familism)의 등장과 국가정책의 산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처 
        정부 이후 과거 국가가 책임지던 가족복지 부담이 사적 영역으로 전가되면서 
        가족단위로 생산이나 재생산활동을 수행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중심적 생활양식은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될 수 있지만 가족구성원, 
        특히 여성의 부담증가를 가져오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Allen & Wolkowitz, 
        1987:176). 또, 이탈리아의 경우 고용규모 50인 이하의 기업중 
        '장인작업장(artisanal)'으로 등록한 사업장은 피고용인에 대한 법적 보호를 
        면제받는다. 따라서 많은 수의 하청기업이 장인작업장으로 등록하고 있고 
        가내노동자들을 도제로 처리함으로써 법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2. 기업의 전략과 가내노동의 증가 

        가내노동의 증가는 하청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하청은 또한 서구사회에서 
        70년대 들어 추진된 생산의 재구조화, 탈집중화 현상과 관련되어 진행된다. 
        70년대 이탈리아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 생산의 탈집중화(decentralization)는 
        하청연결망을 통해 생산을 국내적, 세계적 차원에서 지리적으로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이는 노동시장 분절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Rubery & Willkinson, 
        1981). 공식, 비공식부문간, 각 하청 수준간 임금 및 노동조건의 격차를 
        이용하여 생산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이 하청화의 주요 동기가 되고 있다. 

        하청구조를 이용한 생산의 공간적 재배치, 탈집중화는 1970년대초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대기업들은 강력한 노동조합의 부상과 
        국가의 보호입법에 대항하여 노동시장 분절화를 강화하고 노동계급을 분화시키는 
        전략을 도입하였다. 공장규모를 축소하고 생산과정을 분할하여 세분된 
        하청연결망을 통해 선대제(putting-out)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컴퓨터 기술로 
        통합하는 것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미 잘 알려진 'Third Italy'의 
        베네통으로, 비용극소화와 유연성의 최대화를 목적으로 탈집중화를 추구한 이 
        기업은 생산에 필요한 인원중 11% 가량인 1,500여명의 노동자만 직접 고용하고 
        있다(Murray, 1983). 그외에 400여개의 소규모 하청기업에서 조립, 다림질, 
        완성과정을 수행하는데 하청기업의 생산은 전체 생산의 70%를 담당하며 이를 
        통해 40%의 노동비용을 절감한다고 한다. 이러한 하청계열은 베네통의 계열회사, 
        독립 소기업, 가내노동자로 이루어지며 그만큼 가내노동자의 역할은 생산에 
        중요하다. 그 결과 이탈리아에서 가내노동은 일부 빈민가에 한정된 주변적인 
        노동형태라고 볼 수 없으며 가내노동의 확산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 지난 
        10∼15년 사이 새롭게 나타난 경향이라고 지적되고 있다(Jackson, 1992). 

        이탈리아 뿐 아니라 다른 서구 국가에서도 생산의 재구조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본투자의 국제화와 값싼 외국상품의 수입에 직면하여 미국경제가 
        대응한 한 방식이 선벨트(Sunbelt)지역내 생산의 탈집중화이다. 켈리와 
        가르시아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대표적인 사양산업인 의류산업과 새로운 
        성장산업인 전자산업이 하청을 매개로 저임금노동력을 동원한 결과 가내노동과 
        정부의 규제 밖에 놓인 영세작업장 등 비공식 부문이 확대되고 라틴 아메리카계 
        이민 여성의 노동력이 증가하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Fernandez Kelly & 
        Garcia, 1988). (주 : 의류업은 무허가 하청공장과 가내노동 등 비공식노동을 
        활용하여 최근 오히려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와 국제하청을 결합한 상이한 
        노동시장분절들을 활용함으로써 성장/사양산업의 이분법적 전략 대신 보다 
        복합적인 경제의 재구조화 전략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생산의 탈집중화가 여성노동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베네통의 
        연구결과에서 벨루시(Belussi)는 새로 형성되는 생산체계는 유연적 전문화로 
        보기가 어렵다고 보고 "탈집중화한 포디즘"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거대한 
        조립라인을 지리적으로 분산시켜 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산조직은 중심노동자와 주변노동자, 특히 본공장의 핵심적 남성노동자와 
        하청기업의 주변적 여성노동자라는 노동시장 분절화를 초래한다. 핵심 직무는 
        광범위한 숙련과, 적은 탄력성을 지니며, 기계감시작업을 수행하고, 표준화된 
        임금을 받으며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있는 데 비해 주변 직무는 특정직무에 
        한정된 기술과, 대체의 용이함,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섬유 및 의류산업) 또는 
        고임금(기계산업)과, 노동조합 부재라는 특징을 지닌다(Belussi, 1992). 

        베네통의 경우 여성은 총피용자의 반이상을 구성하며 대부분 하청기업에서 
        일한다. 하청기업 여성노동자의 연령은 17∼25세로 이곳에서의 고용은 단기적인 
        것으로 노동이동률이 높다. 기업들이 평생고용기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들 영세 기업들이 노동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고, 핵심과정은 
        본사가 담당하는만큼 여성노동자들의 기술이 조립, 다림질, 완성부분에 국한되며 
        그 수준도 낮은 데 있다(벨루시(Belussi)는 이들 하청기업 여성노동자의 
        기술수준은 대량생산체제에서 보다 더 낮은 것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내노동자의 조건 역시 지역과 산업에 따라 다르지만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가내노동지역인 프레토(Prato)에서는 가내노동자의 8/10이 
        가내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Jackson, 1992: 96). 이처럼 생산의 
        하청화가 여성노동에 가져온 결과는 그리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하청피라밋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여성노동력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과, 소기업일수록, 
        비공식적 고용일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 지적은 하청화와 여성노동이 지닌 
        관계의 성격을 암시해 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하청의 확대는 여성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것은 여성들에게 소자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이다(Fernandez Kelly & Garcia, 1988). 생산의 탈집중화로 인한 
        하청의 확대가 여성을 노동조건의 악화와 소기업가로의 성장이라는 두 개의 길 
        중 어느 쪽으로 나아가게 할 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산업과 여성노동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3. 여성의 노동전략과 가내노동 

        기업에 유연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가내노동은 여성노동자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의 유연성을 갖는다. 여성의 가정내 책임과의 양립가능성이 
        그것으로 이는 여성의 노동방식의 선택에서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여성이 임금노동시장에 들어가는 
        것을 가족의 생존전략의 하나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Tilly & Scott, 1978: 
        2∼3). '여성'이란 고립되어 정의될 수 없으며 남성과의 관계속에서만 규정될 수 
        있는 범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성을 남성과의 관계속에서 규정한다는 것은 
        여성을 그들의 생애주기의 관점에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여성의 
        노동방식을 연구할 경우 개별 노동자의 개인적 결정이라는 관점은 적합하지 
        않다. 여성의 노동전략은 가정내 그들이 처한 위치에 따라 규정되고 변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노동방식에 대한 결혼과 모성의 영향은 ①시간적 
        유연성을 제공하는 직업을 선호하게 되고, ②임금노동에의 참여를 불연속적인 
        것으로 만들며, ③탈숙련화(혹은 하향이동 : 결혼전 직업보다 결혼후 직업이 
        낮은 지위를 지니는 현상)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Beneria & Roldan, 
        1987 : 97). 

        한편 가내노동에 대한 여성의 선호는 이들이 노동시간뿐 아니라 노동공간의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알려 준다. 한 예로, 피오레(Piore)는 
        2차노동시장의 직업들이 지닌 속성들로 정실(favorism)에 치우치기 쉽고 
        노동자와 관리자 사이의 사적인 관계로 인해 심각한 고용상의 불안정과 높은 
        노동이동률이 나타남을 지적하고 있다(피오레, 1989 : 117). 그러나 기혼여성의 
        경우 이러한 정실주의와 개인적 통제의 틈을 이용하고 이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가족을 중심으로 노동을 선택하고자 할 경우 이처럼 관리자와 노동자간의 
        고도로 사적인 관계에서 가능한 공간상의 이점을 더욱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혼여성의 경우 다른 노동조건의 격차가 크지 않다면, 노동공간의 
        통제가 덜 체계화된 소기업이나 노동자가 통제력을 지닐 수 있는 가내노동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불리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가내노동을 수행하는 현상은 
        순순히 경제학적인 설명이나 개인적인 선택모델로 분석될 수 없다. 여성의 경우 
        경제적인 선태과정 이전의 조건들로서 비경제적 속성들―가족조직, 또래 문화, 
        지역사회의 연결망―의 중요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Harris & Morris, 
        1986). 여성의 가내노동은 가구내 소득통합(income-pooling) 전략속에서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가족의 집단적 에토스―무엇이 가족의 이익인가에 대한 
        합의와 협상, 타협, 지배과정―와 관련하여 이해되어야 한다(Tilly & Scott, 
        1978 : 9). 여성의 노동전략을 설명하는 데에는 '노동자'라는 계급적 변수와 
        '여성'이라는 성적 변수에 더하여 '가족'이라는 집단적 변수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계급적 이해관계,''성적 이해관계'와는 또 다른 차원인 '가족적 
        이해관계'의 영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족단위의 소득통합전략에서 
        가내노동은 여성에게 현실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내노동은 여성 개인의 독립적인 선택이기 보다는 가족의 생존전략으로 형성된 
        결과물로 해석되어야 한다(주 : 그 결과 멕시코시티의 여성 가내노동자에 관한 
        연구에서 베네리아와 롤단은 가내노동자들을 공식부문에서의 고용기회를 
        기다리는 노동자들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많은 가내노동자들이 공식부문 
        노동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가사노동과의 양립을 위해 현실적으로 가내노동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Beneria & Roldan, 1987:72).). 

        그러나 이러한 가구 단위의 분석모델 역시 한계를 지닌다. 그것은 가족을 
        하나의 단위로 취급함으로써 가족내 성원간 불평등 관계를 은폐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의 생존전략으로서 여성이 가내노동을 선택하였다면 그것은 양성의 
        어떠한 권력관계 속에서,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결정되는가? 또 반대로 
        가내노동은 여성과 남성의 노동과 의식, 권력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점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다. 결국 가내노동을 적절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가구의 소득극대화 전략을 고려하면서도 가족내 양성의 권력관계를 포착할 수 
        있는 모델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Ⅳ. 한국의 여성 가내노동자의 현실 

        1. 하청의 확대와 가내노동 

        8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노동력의 유연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강현수, 1993). 아직은 가설의 수준이지만, 
        80년대말부터 기업의 수량적 유연성 확보방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가내노동에 
        이르는 외부 하청의 확대는 이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결과 제조업 중소기업의 하청의존도는 90년대로 올수록 심화되며 소규모 
        기업일수록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주 : 제조업 5∼19인 규모 사업체의 
        하청의존도((국내주문판매액/로컬 수출액)/매출액)는 78∼80년 17.7%에서 
        90∼91년 84.9%로, 20∼99인 사업체의 하청의존도는 같은 기간 25.1%에서 
        73.5%로 크게 증가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하청계열화가 임금비용의 절약과 
        노동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 까닭에 노동시장의 분절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하청계열화는 비공식부문에 대한 보호입법의 부재, 즉 영세기업 
        노사관계에 대한 국가의 불개입정책에 힘입어 확산되고 있다(주 : 정부는 89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4인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의 일부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그 적용 시기와 범위는 "대내의 
        경제여건과 영세사업주의 부담능력 및 법 이행능력, 근로감독 행정능력 등의 
        여건이 성숙할"때까지 미루고 있다. 한편 이를 위해 91년 4월부터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보호를 위한 지침'을 시행하고 표준계약서에 따른 임금 등 기본적 
        근로조건을 명확히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지방관서에 '4인이하 사업장 
        민원전담창구'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민원처리 실적을 보면 
        표준고용계약서를 권장하거나 사업주 설득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법적으로 
        해결된 사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 전체적인 민원해결 실적도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노동부, 1993:48).). 

        의류산업을 연구한 또 다른 글에서도 80년 후반 생산의 외부화, 즉 생산업체 
        규모의 전반적인 축소와 임가공업체의 증가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이정협, 1993). 91년의 경우 의류산업내 종합제조업체가 39.9%인데 비해 
        하청업체는 63.6%에 이르고 위탁가공비율은 하청업체로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생산을 외부화한 대표적 업체인 E업체의 경우 본사는 관리기능만을 
        전담하고 100% 하청생산으로 조직되는데 각 하청기업 역시 재하청이나 가내하청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의류산업의 소규모업체는 서울 등 도시지역에 집중하고 있는데(주 : 
        90년 5∼9인 사업체의 93.4%가 서울에 분포하고 있다.) 이는 시장정보에의 
        접근성과 숙련노동자의 확보가 주원인이다. 특히 의류업체의 62.9%가 노동력 
        확보의 용이함 때문에 주거지역을 공장입지 희망지로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거지역의 저임금 노동력 확보가 이들 기업의 관건이 되고 있음을 
        알려준다(이정협, 1993:49). 여기서 이러한 현상은 이들 기업이 지금은 
        기혼여성으로 존재하는 60∼70년대 의류산업 미혼여성노동자들이 보유한 
        숙련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그들이 거주하는 도시주변의 저소득 주거지로 
        모여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진종헌, 1993:69) (주 : 그러나 이러한 
        도시지역 입주업체의 74%가 무등록 공장이어서 이와 연결된 가내노동의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2. 가내노동 여성노동자들의 실태(주 : 가내노동 여성노동자의 전반적 실태에 
        관한 통계 조사로는 1989년 한국여성개발원의 조사보고서 [가내노동실태에 관한 
        연구]를 참조.) : 의류업과 전산입력업을 중심으로 (주 : 한국내 
        전산입력업무를 수행하는 100여개의 기업들은 87년 이후 노동조합 결성과 
        임금상승에 대응하여 고용형태를 바꾸어 왔다. 이들 전산입력업체에서 가장 
        주력으로 생각하고 확대시켜가는 형태는 재택근무제이다(김정은, 1993). 
        대표적인 예로 한국 최초로 설립된 자료 입력 수출업체인 ㅎ전자계산 
        주식회사의경우 87년 8월 노조가 결성되자 이후 3차례에 걸친 시도끝에 89년 3월 
        폐업하였다. 그후 6개의 하청계열사를 설립하여 본사와 각 하청기업에의 
        관리직과 영업직, 품질관리(오타수정)요원 등 10인 미만의 정규직 사원만을 두고 
        자료 입력업무는 재하청업체인 센터에 소속된 재택근무자에 의해 수행하고 있다. 
        재택근무제의 도입 이유로는 인건비 절감과 노무관리가 제시되고 있다. 그후 
        ㅎ사의 고용전략은 경쟁의 압박속에서 전산입력계 전반으로 확산되어 왔다.) 

        가. 가내노동을 선택하는 이유 

        업종에 관계없이 가내노동을 하는 여성들은 주로 30세 이상의 기혼여성이다. 
        의류업에서 이들이 가내노동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개 세 가지 경우인데, 어린 
        자녀를 가진 여성이 가장 많고 결혼전 취업을 하지 않았거나 다른 직업을 가졌던 
        여성들이 미싱을 배워 쉬운 일부터 시작하려고 할 경우 어려운 회사일보다는 
        단순한 가내노동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연령이 높고 직장을 오래 다닌 노동자들 
        중 '회사생활이 힘들고 지겨워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 전산입력직은 
        이미 노동과정 자체가 분산되어 재택근무형태로 바뀌어져 버렸기 때문에 
        파트타임이 아니고는 회사에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없다(주 : 본 
        조사는 의류업과 전산입력업의 가내노동자들에 대한 개괄적 인터뷰 조사와 4명의 
        가내노동자에 대한 심층면접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사기간은 1994년 4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이며 심층면접 대상자는 다음과 같다. 사례1 : 36세의 
        기혼여성으로 남편(37세, 세탁소 경영했으나 현재 쉬고 있음)과 딸(12세), 
        아들(10세)과 함께 살고 있다. 16살 때부터 직장생활을 했으며 5년째 가내부업을 
        해왔다. 주로 대인복 바지와 숙녀복 완성품을 만들며 재단이외의 전 과정을 
        수행한다. 현재 일감이 없어서 쉬고 있으며 직장에 들어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사례2 : 30세의 미혼여성으로 미싱 3대를 가지고 동생, 친구와 유아용품 모자를 
        만들고 있다. 일종의 소사장인 셈이다. 미싱사 경력은 11년이며 가내노동을 
        한지는 1년 남짓 되었다. 사례3 : 31세 기혼여성으로 남편(34세, 공무원)과 
        살고 있다. 전산입력업무를 수행하며 결혼전 5년동안 ㅁ전산입력회사에 
        근무하였으나 회사가 해체되는 바람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를 
        한지는 3년이 되었다. 사례4 : 31세 기혼여성으로 아들(6세)과 살고 있다. 
        여성세대주이다. 전산입력직에서의 경력은 10년으로 ㅁ전산입력회사에 다녔다.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1년 조금 넘었다.). 

        인터뷰대상자들 중 자녀를 가진 여성들은 모두 아이를 낳고도 시골집에 
        맡기거나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하면서 한동안 직장생활을 계속하려고 노력한 
        경험이 있었다. 그만큼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것은 그들에게 '힘든 
        선택'이었으리라고 추측된다. 시골에 맡겨둔 아이를 "독하게 마음 먹고 일 년에 
        두번만 찾아가 보면서 죄책감 때문에 더운 여름날 사이다, 콜라도 사먹지 않고 
        돈을 버는" 여성들도 어쩌다가 보는 아이가 안떨어지려고 하고 자꾸 울어대면 
        결국 자신이 아이를 키우려고 생각하게 된다(사례1). 그리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내노동이 주는 여러가지 불이익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여러가지 시도끝에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은 "본인 자신은 나가는 것을 
        원하지만, 집도 떠나고 아이들을 떠나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집에서 일하기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사례3). 

        직장에 다니지 않고 집에 있다가 새로 기술을 배워 가내노동을 시작하는 
        여성들은 아이를 떼어놓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의 기술로는 아이를 맡기고 
        가사노동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벌이가 되는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점이 더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려면 탁아 비용 뿐 아니라 자신이 
        쓰는 돈도 생기므로 최소한 70만원 벌이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구로공단에서 A급 미싱사가 하루 9시간 일하고 받는 임금이 45∼60만원선임을 
        고려하면 기혼여성들의 취업욕구를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한편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사람의 경우 기혼뿐 아니라 미혼여성도 
        가내노동을 선택할 수 있다. <사례2>는 고된 직장생활로 지치고 "쉬고 싶어서" 
        집에서 일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든가는 이미 
        알려져 있다. 의류업의 경우 보통 오전 8∼9시에서 오후 7∼8시까지 일하고 
        일주일에 두 세번 잔업을 하는 장시간 노동체제 속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고 나면 
        노동력이 고갈되어 버리는 노동자들이 많다. 그래서 "28∼30세가 되면 한 회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몇달 일하다가 며칠 쉬고 다른 직장에 들어가는" 관행이 
        보편적이다. 이처럼 직장 일이 힘들어서 직장 이동을 되풀이하는 속에서 직장 
        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울 만큼 지친 노동자들은 다른 이유가 없어도 집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가내노동은 장시간의 고된 공장노동체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또다른 대안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나. 노동시간 : 작업시간과 가사노동시간 

        인터뷰에 응한 가내노동자들이 보여준 공통된 특징의 하나는 집에서 일을 
        하더라도 회사에 다닐 때와 비슷한 작업시간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아침에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 늦어지는 데 비해 밤늦게까지 일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그들의 
        작업시간은 정규직 노동자의 그것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싱일을 하고 있는 <사례2>는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점심 
        1시간을 빼고는 하루 8∼9시간을 일한다. 어린 아이가 있는 주부는 보통 
        10시반에 시작하여 5시반이나 6시에 끝나 작업시간이 6∼7시간으로 다소 짧다. 
        전산입력직 재택근무자들도 하루 평균 8시간씩 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한결같이 "작업시간은 직장나갈 때나 마찬가지"라고 대답하고 있다. 
        오히려 가내노동자가 더 많이 일을 할 수도 있는데 "집에 있는 사람은 더 많이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회사에서 일감을 더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업무량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사례4). 또, 가내노동자 스스로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기도 한다. <사례1>은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서 잠잘 때까지(보통 1시) 
        일을 하며 바쁘면 밤샘도 예사로 하고 있다. 그녀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씩 
        일을 하고 있는데 가사노동시간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미싱을을 한다. 

        따라서 가내노동자에게도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장시간 노동이라는 
        특징은 여전히 나타난다. 그들은 양육등 가사노동 때문에 가내노동을 선택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사노동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작업시간을 최대화하려고 한다. 그 
        결과 작업시간과 가사노동시간을 합한 총노동시간은 최소한 11시간∼12시간 
        이상으로 나타난다(주 : 한국여성개발원의 연구보고서 [가내노동 실태에 관한 
        연구](1989)에 따르면 가내노동자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7.7시간이며 1개월 
        노동일수는 21.6일로 월평균 노동시간수는 167.2시간에 이른다. 이는 87년 
        제조업부문 사업체에 고용된 전국 기혼여성의 월평균 노동시간수 246.1 시간의 
        67.9%에 해당한다.). 

        다. 소득과 숙련도 

        가내노동자의 월평균소득은 매우 다양하다. 대체로 그것은 생산품의 종류와 
        가내노동자가 지닌 기능 및 숙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크게 두 층으로 
        나뉘어진다. 의류업의 경우 미싱사 경력이 길고 높은 기능수준을 지닌 여성들은 
        주로 완성품을 만들며 비교적 높은 공임을 받는다. <사례2>는 유아복 모자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는데 한달 평균 70∼80만원의 공임을 받고 있다. <사례1>은 
        대인복 바지와 숙녀복 완성품을 하는데 장시간 작업으로 100만원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는 직장다닐 때의 월급보다 많은 액수여서 그녀는 가내노동의 
        유일한 장점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이에 비해 부업으로 
        가내노동을 인식하고 별다른 손기술이 없는 주부의 경우 한달 평균 노동일수도 
        작지만 임금도 20∼30만원을 넘지 못한다. 특히 공장다닐 때 라인 작업을 했던 
        노동자들은 가내노동을 하더라도 완성작업을 하지 못하고 부속만 단다. 
        완성작업은 일정 수준이상의 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속작업만 
        할 경우 공임을 훨씬 낮다. 기능에 따라 임금차이가 큰 것이다. 

        전산입력직 역시 작업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다. 1차 작업, 첫작업이라고 
        불리는 자료입력업무는 일이 힘든 데 비해 2차 작업, 뒷작업인 오타수정업무는 
        비교적 쉽다. 그러나 단가에는 별 차이가 없어 첫작업을 하는 사람은 작업량이 
        많지 않기때문에 결과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게 된다. 첫작업에서는 잘하는 
        사람이 하루 8시간 일해서 40∼50만원을 받지만 뒷작업은 70∼100만원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오타수정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업무에 대해 잘 알아야 
        하므로 숙련노동자가 아니면 할 수 없다. 각 회사마다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프로젝트가 바뀌면 입력 프로그램만도 달라지기 때문에 여기에 빨리 적응하려면 
        경험과 숙련도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 전산입력직 재택근무자는 "이쪽에서 
        살아남으려면 최고의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의류업이나 전산입력직 같은 일정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내노동은 훨씬 
        더 낮은 공임을 받는다. 밤까는 일(이 일도 물론 일정한 숙련을 요한다)은 한 말 
        까는데 5천원으로 밤 12∼1시까지 까야 3말을 깔 수 있다. 마늘까기도 하루 
        종일해야 20㎏을 까는데 7천원의 벌이에 지나지 않는다. 기능과 숙련도에 따라 
        소득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별다른 기능이 없는 여성들은 가내노동과 
        여러가지 단순노무직 파트타임을 겸하는, 소위 다중취업을 하기도 한다. 흔히 
        별다른 기술이 필요치 않으리라고 가정되는 가내노동에서 오히려 노동자가 지닌 
        숙련은 그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데 훨씬 더 큰 중요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라. 회사와의 연결 및 노동조건 교섭방식 

        가내노동자들이 회사에 연결되는 방식은 개별적인 통로에 의존한다. 회사와 
        위탁관계를 맺는 것부터, 전에 다녔던 회사의 주문을 받거나 시장 등지에서 
        "그사람 뭘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개인적으로 관련을 맺는 식이다. 또, 회사와 
        직접 관계를 갖지 않고 지역팀장이나 중간 관리자의 모집에 응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고용계약 자체가 개별적인 수준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내노동자들 각자는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도 서로 알지 못하고 노동조건의 
        교섭도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게 된다. 

        1) 일감조달의 안정성 

        가내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일이 꾸준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류업 가내노동자는 회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한달에 20일가량만 일이 있고 
        경기가 나쁠 때는 한동안 일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 일감을 
        제공하는 하청기업 자체가 부실하여 문을 닫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일감의 
        안정적인 조달은 더더욱 어렵다. 전산입력직도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재택근무자들은 "집에서 일하더라도 나름대로의 계획을 가지고 하지만 종종 
        일감이 끊기고 연결이 안된다"고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는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변동의 안전판이자 영세하청기업의 생존을 지탱해주는 가내노동의 
        기능이 노동자에게 가져온 가장 심각한 불안정문제이다. 

        2) 공임의 결정 

        가내노동이 지닌 또다른 특징의 하나는 단가교섭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산입력직의 경우 파트타임 노동자만 하더라도 사전에 단가를 조정할 수 있지만 
        가내노동자의 사정은 다르다. 회사에서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 공임액을 
        규정하는 것은 물론 단가를 올릴 때에도 사전에 상의나 교섭이 없이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사장이 알아서 올려주지만 이쪽에서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내노동자들에게 한 마다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임을 
        깍는 경우도 있다. 

        전산입력직에서는 '월급'이라고 부르는 공임을 지급하는 날짜도 회사마다 
        달랐으나 노동자들의 이동이 잦아지자 월급날짜를 통일하였다. 그러나 월급 
        지불시 1달간 노동한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20일분, 15일분 등으로 
        나누어 지급한다. 또 몇 달씩 월급이 밀리기도 하고 수출업무에서는 일감이 다 
        완성되어 외국으로 나가야 주기도 한다. "일을 해다가 주어도 언제 그 돈을 
        받을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월급은 통장에 입금되는데 월급내용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으므로 통장에 입금된 액수를 보고 알뿐이다. 월급날짜를 어기는 회사도 
        있지만 가내노동자들은 그것마저 안떼이고 받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월급을 아예 떼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젠가는 주겠지"하고 
        체념하며 돈을 받지 못해도 달리 호소할 방법이 없다. 월급을 제때에 주지 않기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가내노동자들이 많다. 

        3) 납기일 

        가내노동자들은 일이 있을 때 집중적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품의 
        납기일에 쫓긴다. 회사에서 급하게 일을 주는 경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며 
        다른 일은 거의 할 수 없다. 회사 측에서는 집에서 하는 거니까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납기일을 재촉한다. 그러나 가내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작업량이 
        많아질 때 심한 부담을 갖게 되고 집안 일도 미루어 둘 수 밖에 없다. 회사의 
        요구대로 하지 않을 경우 일감이 끊길 수 있다는 불안감때문에 지시된 납기일을 
        받아들이지만, 정해진 대로 "하루에 얼마만큼"씩 일할 수 있는 규칙적인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엄마들도 일을 가지면 그것에만 매달려야 하니까… 절대로 부업이 아니다. 
        애들 보면서 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회사에서 일을 주면서도 매일 급한 
        편이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해야 한다. 일을 끝낼 때까지는 일어나지 못한다. 
        혼자 하다보니까 거의 거기에만 매달려 있어야 한다. 차라리 출퇴근하는 것이 
        편할것 같다. 그것이 애들에게나 자신에게나 좋을 것 같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나면 쉬지만 집에 일이 있으면 정신적으로 쉴 수가 없다… 가내부업에서는 일감 
        양의 조절이 어렵다. 바쁠 때는 많은 양을 가져와서 해 달라고 한다. 안 들어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으니까. "하루에 얼마만큼"이 안된다. 
        회사가 가내부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감을 갖다주면 어떻게 해서든 일을 끝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사례1). 

        마. 노무관리 

        전산입력업의 기업해체과정이 보여주듯이 가내노동의 확산 자체가 노무관리의 
        목적을 지니기도 한다. 그러나 가내노동에 의존하면 할수록 가내노동자의 
        작업과정과 생산품의 질을 관리할 필요성도 커진다. 의류업 역시 이미 
        하청중심으로의 재편이 끝난 상태이고 공장 안에서도 객공제가 도입되는 등 
        생산과정의 변화가 뚜렷하다. 따라서 분산된 생산과정을 관리하고 기능적으로 
        통합하려는 기업의 욕구도 커지고 있다. 의류업에서는 불량품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불문하고 가내노동자가 전적으로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 
        전산입력직에서는 주문 국가(주로 미국)에서 원본을 만들어 오는데 화면 속에 
        원본이 숨어 있어 에러가 있으면 화면이 안 넘어가는 프로그램이 최근 
        도입되었다. 그 결과 "과거에는 오자에 신경을 안 썼으나 지금은 화면이 
        안넘어가므로 더욱 어렵고 복잡해졌다"고 입력자들은 말한다. 노동강도가 
        강화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프로그램 개발에 의한 생산성 통제뿐 
        아니라 에러율을 적용해서 공임을 깎기도 하고 최근에는 오타가 많은 사람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바. 노동과정에서의 경험 

        가내노동자들이 일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양하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회사에 다닐때만큼 일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 
        어쨌든 아이가 엄마그늘에서 노니까 안심할 수 있다는 점, 자기일이라는 
        인식에서 우러나오는 자부심, 출퇴근하는 부담이 없고 상사의 눈치를 보는 일 
        없이 심리적으로 자유롭다는 점, 직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육체적 
        부담이 적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작업과정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율성의 느낌은 특히 과거의 직장 생활 경험과 비교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상대적인 의미에서의 자율성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직장일과 집안일이 구별이 안되고 혼자서 
        일하니까 작업능률이 떨어진다는 점, 줄곧 집에서 있기 때문에 답답하고 집에 
        일감이 쌓여 있어서 항상 일에 대한 정신적 부담이 따라 다닌다는 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기혼여성은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데 일과 아이돌보기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부담이 그것이다. 

        주변에 아이가 있는 경우는 집중이 안되어 일하기 어렵다. 아이들때문에 
        정신이 분산되니까. 이 일(전산입력업무)은 에러에 신경써야 하는데 중간중간 
        미싱(missing)이 생긴다. 이 일은 집중력과 인내심을 요구하는데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자거나 밤에 하거나 한다.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게 아니라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것이다(사례3). 

        가내노동자는 직장다닐 때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육체적 부담이 적고 
        일에서의 자율성을 경험하는 듯하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은 일과 양육을 
        동시에 수행하려는 욕구로 말미암아 적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 결국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보다는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된다. 

        사. 가족생활에 미친 영향 

        공식통계에서 정확히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몇몇 지역조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노동자계급 가족에서 남성가구주의 저임금과 가족생계비의 격차를 메꾸기 
        위한 가족적 차원에서의 생존전략은 기타 가구원의 임금노동, 특히 부인의 
        임금노동이다. 그리고 이때 나타나는 부인의 노동형태는 절대다수가 
        가내부업이다(이효재, 지은희, 1988 : 83). 이러한 부인의 가내노동은 한국과 
        같이 가사 및 양육의 사회화가 미진한 상황에서 가구주인 남성의 장시간 노동을 
        보조하고 자녀양육에 최선을 다하여 세대간 계층상승을 하려는 가족의 현실적인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정이환, 1986). 

        가내노동이 가족생활에 미친 영향도 여러가지로 나타난다. 살림을 하고 아이를 
        보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가정생활이 안정되어 있는 사례도 있고 자신이 집에 
        있으면 집안일도 완벽하게 잘 하리라고 생각하는 남편의 인식을 바꾸고자 
        의도적으로 집안일을 함께 하고 자신의 일이 심심풀이로 하는 부업이 아님을 
        이해시키려는 경우도 있다(사례3,4). 

        그러나 전적으로 일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매우 달랐다. 
        <사례1>은 전형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결혼초부터 자신의 월급이 남편의 
        월급보다 더 많았고 현재에도 자신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조건에 있다. 
        따라서 그녀에게 가내노동은 직장에 다는 것보다 더 오래 일함으로써 더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외에 가족생활에 대해 가내노동이 갖는 장점은 거의 없는 
        듯 했다.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되나 시간이 없으므로 돈을 더 쓴다. 시금치도 삶아놓은 
        것 사고 맛있는 것을 해 먹을래도 시간 걸리고… 밤중에 일하고… 먹는 데는 
        얼마 안드나… 튀김을 만들면 얼마 안드나 사먹으라고 돈을 준다. 떡볶이도… 
        돈을 주고 사먹으라고 하는 게 애들에게 안좋으나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부업해서 번 돈은 주로 저축한다. 생활비는 거의 없고 세금, 학원비, 계 등에 
        쓴다.… 가사보조자가 없어서 더 힘들다. 정말 집에서 하는 것은 아이들 보면서 
        한다고 하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다. 아이들도 공부도 못한다. 널어놓고 
        시끄럽고, 집은 어지럽고, 먼지 많고, 아줌마들까지 들락거리는, 남대문시장 
        저리가라 하는 정도다. 애들 정신만 산만하고 공부 못한다…. 여자가 일함으로써 
        가족이 잃는 게 많다. 깨끗하게 해 놓고 사는 집 보면 부럽다. 부엌이 밖에 
        있어서 발시렵고 손시렵고 그렇다. 애들은 어지르고… 여기서 탈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사례1). 

        그러나 가내노동은 가족내 양성의 성별분업을 그대로 유지하기 쉽다. 집안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직장에 다니는 경우와 비교해서 여성이 
        가사노동과 양육을 전담하게 된다(김정은, 1993). 

        아. 조직화 

        인터뷰 대상자들은 모두 가내노동자를 위한 보호법과 조직화를 희망하고 있다. 
        회사와 고용관계에 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임금을 받는 문제에까지 개인과 회사의 
        관계로 개별적으로 처리되고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어서 가내노동자의 
        연결망이나 조직을 꾸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감하고 있다. 또 조직이 꾸려지면 동참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했다. 문제는 누가 나서서 조직을 만들어 갈 것인가, 즉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와 같은 상황이다. 한 응답자가 지적했듯이 "기업주의 조직인 전산조합은 
        있어도 노동자의조직은 없는" 현실이 가내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문제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의 가내노동 관행은 계약서류도 없이 구두로 일이 이루어지므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또 이들의 
        고립분산된 존재조건과 개인주의적 의식도 조직화의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또 이들이 회사에 대해 조직적인 교섭을 시도하고자 해도 노동조건의 
        교섭자체가 회사의 경영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관념이 확산되어 있다. 일감을 
        주는 회사 자체가 영세 하청업체이므로 근본적으로 단체교섭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회사와의 공식적인 교섭통로가 필요함을 
        인식하면서도 공식적인 통로를 마련하기 보다는 다른 회사로의 이동이나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 등 개인적인 출구를 찾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므로 적절한 보호법이 마련될 경우 가내노동자의 
        조직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Ⅴ. 맺는 말 

        가내노동법도 없고 가내노동에 관한 정책도 전무한 한국의 현실에서 
        가내노동자의 보호는 요원한,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내노동자는 제도적 보호가 부재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과, 
        가내노동자들 스스로 이러한 자신의 위치를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조직화의 가능성은 의문시하면서도 조직화의 필요성은 의심치 
        않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점 등은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를 앞으로 전개될 노동시장상황의 전망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가내노동자의 
        보호와 조직화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작업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리라고 
        보인다. 다양해지는 고용형태, 즉 노동력의 유연화 논리에 대응하여 노동자들의 
        특수한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가내노동자의 조직화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여러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인도의 SEWA(Self. Employed Women's 
        Association)로 1972년에 결성되어 현재 7개주에 10만명이상의 회원을 지닌 
        조직체로 성장하였다. 회원의 대다수가 제조업 가내노동자이며 그밖에 행상인, 
        농업노동자를 포괄하는 이 조합은 여성의 임시 노동을 공식적인 것으로 
        가시화하고 그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으며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들은 직접적인 정치적 행동과 생산 및 판매활동, 
        정부정책에의 개입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해 나가고 있다. 
        이 조직은 전통적으로 공장체제가 그리 확산되어 있지 않고 가내수공업 등 
        가내노동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던 인도의 상황에서 공장조직에 국한하지 않고 
        가내노동부문을 조직함으로써 현실적인 운동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EWA와는 다른 형태의 운동으로 1980년에 시작된 영국의 '라이체스터 가내노동 
        캠페인(The Leicester Outwork Campaign)'이 있다. 이 운동은 가내노동자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 스스로 운동에 참여하여 정책입안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를 
        개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또,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가내노동문제를 
        공적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가내노동자의 노동권을 주장하고 있다. 또하나의 운동 
        형태로는 네덜란드의 헨젤로(Hengelo)에 있는 '가내노동자지원세터'를 들 수 
        있다. 이것 역시 가내노동자의 존재를 가시화하고 그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장단기 프로그램을 가지고 가내노동자에 대한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내노동자의 조직화 시도와 캠페인이 활발해지고 있는 이유는 이미 
        몇몇 국가의 가내노동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내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의 보호권 밖에 놓여 있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첫째, 
        가내노동법 자체가 불완전하여 가내노동자를 보호하기 어렵거나, 둘째, 법을 
        실현하려는 정부의 의지나 노동부문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가내노동법을 제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법이 현실적인 
        효력을 갖도록 법의 내용을 규정하고 이를 감시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가내노동자의 존재자체가 전혀 가시화되어 있지 않고 그들의 
        노동권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내노동자에 대한 보호법의 
        마련은 언제까지나 미루어 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고용계약을 공식화하고 
        고용관계를 합리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용관계는 기업측의 편의에 따라 자의적이고 불안정한 것으로 되기 쉽고 
        가내노동자들이 비인간적 대우를 경험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보호조치와 그것의 점진적인 확대를 통해 가내노동자내 가장 낮은 층의 
        노동조건부터 끌어올리고 그들을 정규직 노동으로 흡수해 가는 정책이 좀더 
        현실적인 기반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가내노동자의 내부에서도 두 개의 층이 
        발견되고 하층, 즉 숙련도나 기능수준이 낮고 더욱 영세한 기업에 속해 있는 
        가내노동자들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가내노동자의 보호법 제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내노동자의 정의의 문제가 있다. 
        가내노동자를 독립된 자영업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피용자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피용자를 정의할 때 '노동장소'에 초점을 
        둘 것인가 혹은 '고용주와의 관계'를 우선할 것인가에 관련된 문제이다. 그러나 
        앞의 논의에서 살펴본 대로 가내노동자는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을 뿐 
        고용주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반 피용자와 다른 위치에 있지 
        않다. 따라서 가내노동자의 피용자로서의 위치를 인정하고 피용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그들에게 허용하여야 한다. 

        둘째, 여성 가내노동자의 특수성 문제가 있다. 여성 가내노동자는 정상적인 
        피용자의 지위와 아울러 모성을 지닌 존재로서 특수한 요구를 가진 
        노동자집단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의 특수 요구에 맞는 부가적 
        권리와 보호조치가 제공되어야 한다. 가내노동자에게도 다양한 형태의 
        사회보장과 모성보호, 탁아설비가 제공되어야 한다. 

        셋째, 법의 강제력의 문제가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가내노동법이 시행되고 
        있는 몇몇 국가에서도 법은 현실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법과 
        현실간의 괴리가 큰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1960년 
        '전일본가내노동자조합총협회'가 결성되고 '70년 가내노동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가내노동자를 자영업자로 규정함으로써 기업소유자와 같은 범주로 
        구분되어 피용자보다 훨씬 높은 조세율을 적용받게 되자 많은 가내노동자가 
        등록을 기피하게 되었다. 또, 법 위반시 벌금규정에서도 벌금액수가 작아 별다른 
        강제력을 지니지 못해 왔다. 업종에 있어서도 제조업에 한정하고 있어 최근 
        확대되는 사무직 및 서비스직 가내노동자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가내노동법은 가내노동자의 존재를 가시화 하는 정도의 의미만을 지닐 
        뿐, 실질적으로 가내노동자의 보호에 기여하지 못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법이 실체적인 구속력을 가질 만큼 충분한 강제조항과 가내노동자의 적절한 
        지위규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가내노동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피용자로서 
        가내노동자의 지위와 권리 규정, 고용계약의 문서화와 가내노동자 수첩의 발급, 
        가내노동자의 등록의무, 최저공임제의 실시, 가내노동 관련 고용관행을 심의 
        규제하는 위원회 설립 등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제정과 함께 정부는 
        가내노동자에 대한 포괄적인 보호정책을 수립하고 법실행을 감시할 기구를 
        정비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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