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주부 시간제 노동자의 노동실태에 관한 연구
        저자 김순영
        발간호 제045호 통권제목 1994년 겨울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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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Ⅰ. 문제제기 
        Ⅱ. 시간제 노동의 정의 
        Ⅲ. 연구방법 및 연구대상 
        Ⅳ. 사례분석:주부 시간제 노동자의 취업실태 
        Ⅴ. 결 론 


        Ⅰ. 문제제기 

        4, 5년전까지만 해도 서구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던 시간제 노동이 이제 우리 
        노동시장에도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시간제 노동에 대한 수요공급측 요인이 
        모두 광범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농촌 과인인구풀의 고갈, 노동운동의 
        활성화로 인한 임금상승 등의 요인은 기업측으로 하여금 고용형태의 다양화를 
        통한 기업경영합리화를 꾀하게 하였다. 정부에서도 단순미숙련 노동력의 
        부족현상을 노령인구와 기혼여성인구를 시간제노동을 통해 흡수함으로써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많은 수의 기혼여성이 
        시간제취업을 원하고 있다. 제3차 고용구조특별조사보고에 따르면 현재 
        취업의사를 밝힌 미취업 기혼여성 131만9천명 중 63%가 시간제 취업을 원한다. 
        생활의 전영역에 걸친 상품화의 진전으로 인해 맞벌이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고, 여성교육의 증대와 자의식의 제고로 인해 취업욕구 또한 증대하였다. 
        게다가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교육비의 부담은 대다수의 기혼여성에게 
        기회만 있다면 취업해야 하는 상황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가사와 양육의 
        부담이 있는 기혼여성들이 전일제 취업을 꿈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이런 상황에서 시간제취업은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시간제 노동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서구에서는 시간제 노동이 
        기혼여성취업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다(Note : 1981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의 전체 고용인구중에서 시간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8.3, 25.2, 20.8, 19.4, 15.9, 15.4, 14.4%이다. 이 
        시간제 노동자 중의 여성비율은 77.9, 84.5, 92.0, 67.6, 79.0, 94.3, 
        70.3%이다. 또 이들 나라의 여성고용인구 중에서 시간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3.6, 46.4, 43.6, 45.2, 34.6, 37.1, 23.7%이다(OECD, 1985 : 51). 
        1989년 현재 영국, 미국, 서독, 일본에서 전체 고용인구 중 시간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4.7, 17.3, 13.6, 12.6%이다(ILO, 1989;노동부, 1992에서 
        재인용).). 시간제 노동이 가정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기혼여성의 상황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간제 노동이 여성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시간제 노동이 가정과 일의 
        원만한 조화라는 1950, 1960년대의 낙관론은 이제 상당 정도 설득력을 잃은 것 
        같다. 그것보다는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성별분업을 그대로 받아들여 
        유지시키는 것이라는 논의가 설득력을 가지고 등장하였다. 시간제 노동자는 
        전일제 노동자보다 시간당 임금이 더 낮고, 고용안정성이 현저히 낮으며, 
        실질적으로 단결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등 노동시장 내에서 최하층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여성이다. 이러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상태는 결과적으로 
        여성을 남편의 수입에 더 의존하게 만들고 성별분업의 악순환을 유지, 
        강화시킨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하지 않은 것은 과연 기혼여성에게 시간제 노동이 갖는 
        의미를 이런식으로만 규정할 수 있는가이다. 성별분업의 타파, 가사와 육아의 
        사회화가 혁명적 방식으로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에서 적절한 
        보호규정을 동반한 시간제 노동이 현실의 여성의 삶에 합리적 타협이 될 수도 
        있지 않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즉 시간제 취업이 아니면 아예 취업할 수 
        없는, 그래서 부분적으로가 아니라 전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해야 하는 여성들이 
        상당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지 않는가라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유연한 고용형태라는 점에서 같이 거론되면서도 시간제 노동은 용역 및 
        임시노동과 같은 성격의 문제로 취급될 수 없다. 대다수의 시간제 노동자들이 
        기혼여성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듯이 시간제 노동의 문제는 노동시장내적 
        요인으로만 분석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가정 내에서의 성별분업을 
        고려하고 이의 변화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시간제 노동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 유지되는 한 많은 수의 
        기혼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제 취업에 임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에서 실제로 행해지는 시간제 노동이 여성의 가사 및 
        양육부담과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이다. 이 후의 연구결과에 나타나겠지만 
        실제로 시간제 노동이 가사 및 양육과 양립할 수 없다면 한국에서의 시간제 
        노동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이용한 여성노동착취의 한 형태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제 노동의 의미는 여성에게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문제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되는 노동력이 한나라에서 10∼20%를 점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그 
        나라의 노동시장, 노동운동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시간제 노동자는 
        조직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보호입법을 통해 노동3권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시간제 노동자의 확대는 노동운동의 단결력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하여 
        노동정치에서 노동의 힘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 시간제 노동을 연구함에 있어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문제는 
        가내노동과의 관계이다. 가내노동과 시간제 노동은 가사 및 양육과 일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시간제 
        노동을 선택하는 사람들과 가내노동을 선택하는 사람들 간에서 어떤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이 가내노동과 시간제노동의 비교연구는 
        아니지만 양자의 비교를 암묵적인 관심으로 채택할 수는 있을 것이다. 



        Ⅱ. 시간제 노동의 정의 

        시간제 노동에 대한 정의는 각국마다 매우 상이하다. ILO에서는 "그 
        취업형태가 규칙적 자발적이라는 전제 하에 통상노동자의 소정의 노동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 취업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독일도 이 규정을 따른다. 
        프랑스에서는 "1/5이상 짧게 노동하는 자"로, 일본에서는 "통상노동자의 
        소정노동시간에 비해 1∼2할 정도 짧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노동부, 1992 : 
        10∼11). 이렇게 시간제 노동자는 형식상으로는 노동시간이 정규노동자의 
        통상적인 노동시간보다 짧은 불완전고용의 한 형태이나 실제적으로는 
        고용계약기간이 매우 짧거나 안정되어 있지 않은 불안정고용과 제반 고용상의 
        차별 대상인 경우가 매우 많다. 일본의 경우 시간제 노동자란 노동시간의 장단에 
        의해 구분되는 노동자라기 보다는 어떤 특정한 신분의 노동자, 즉 비정규 
        노동자로서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 및 기업 내 복리시설의 이용면에서 정규 
        노동자와 차별을 받고 있는 노동자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김현정, 
        1989:29).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부가 1992년에 발표한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장에 
        관한 지침]에서 "시간제 노동자란 소정 근로시간에 비해 3할 이상 짧은 
        근로자"라고 규정하였다. 부연하면 법정노동시간(주 4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사업장의 경우 1주의 소정노동일이 4일 이하이거나 1주의 소정노동시간이 
        30.8시간 이하인 자가 시간제 노동자이다.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개념을 
        상용노동자, 일용노동자, 임시직 노동자, 아르바이트 등과 비교해보면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Note : 노동부, 1992:8∼10 ; 김영미, 1992:123∼124 참조.). 

        본 연구에서는 일반 백화점에서 시간제라는 명목으로 채용한 기혼여성 
        노동자를 연구의 대상으로 한다. 즉 노동시간의 길이를 엄격하게 적용하여 
        시간제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일단 한국 사회에서 전개되는 시간제 
        노동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백화점의 경우 대체로 노동부의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다. 시간제라는 
        명목으로 채용하여 잔업만 하지 않고 하루 8시간 노동을 하는 사례들도 
        발견되는데(서울지역 노동조합협의회 서울노동운동단체협의회, 1990:68 ; 
        한국여성연구회 한국여성노동자회 1991:29 ; 그 외 각 노조들의 조사) 이런 경우 
        '의사 시간제 노동'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Ⅲ. 연구방법 및 연구대상 

        1. 연구방법 

        본 연구는 ㄱ백화점과 ㄴ백화점의 관리자 및 기혼의 시간제 노동자와 전일제 
        노동자, 노조위원장 등에 대한 심층면적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표준화된 
        질문지를 통한 대상 사업장에 고용된 전체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여 심층면접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연구기간은 1993년 8월과 11월, 
        1994년 2월의 세 달이었다. 각 대상과의 면접시간은 면접대상의 사정에 따라 
        30분에서 2시간 30분 사이에 걸쳐있었다. 면접을 하면서 면접대상자의 사례만이 
        아니라 주변의 사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줄 것을 부탁하여 한 사람의 
        면접을 통해 가능한 한 다양한 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노력하였다. 
        추적이 불가능하여 시간제 원으로 일하다가 퇴사한 사람들을 인터뷰하지 못했기 
        때문에 업무만족도 등 시간제 고용의 문제점을 밝히는데서 '살아남은 자들'만의 
        반응을 보여주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주변사례에 대한 질의를 통해 
        중간에 그만 둔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소 조사하였기 때문에 부분적인 누락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반대된 결과를 보여주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2. 연구대상 

        백화점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시간제 노동이 늘어가는 
        분야는 정작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제조업분야보다는 은행, 보험회사, 편의점, 
        병원, 백화점 등 서비스 분야이기 때문이다(Note : 노동부가 91년 전국의 14개 
        주요공단지역에 대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 고용비율은 
        0.2%로 나타났다(노동부, 1992). 이 수치는 본 사례의 경우보다 매우 낮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유통업, 서비스업 등의 부문에서의 시간제 노동자 
        고용비율은 현재상태에서도 이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다.). 백화점은 그 중에서도 
        서비스 업종의 성격이 강한 업종이기 때문에 백화점을 선택하였다. 시간제가 
        일찍 도입되어 광범하게 시간제 노동이 집중해 있다. 이는 각 분야의 노동과정의 
        특성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기혼여성을 매우 
        호소력이 있는 취업형태여서 우리나라도 앞으로 시간제 노동자가 늘어난다고 
        했을 때 그 주대상을 기혼여성이 되리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경우 
        시간제 노동자의 절대다수가 기혼여성이고 또 기혼여성들이 출산 및 
        자녀양육으로 인해 노동시장을 이탈한 후 재진입할 때 주로 시간제 노동자로 
        출발하는 실정이다(Martin & Robert, 1984 : 136). 

        가. 사업체 

        ㄱ백화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으로 노동자들에게 임금수준을 
        동업계 최고로 제공하는 대신 최대한의 서비스를 이끌어 낸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이는 그만큼 철저한 사원관리와 노동통제로 
        판매실적을 높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3년 12월 현재 총 3,196명의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여 7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정규직 사원의 성별, 
        학력별 구성은 남자 1,446명, 여자 1,750명, 고졸 2,501명, 대졸 695명이다. 이 
        외에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선발한 주부 시간제 사원이 285명, 미혼 시간제 
        사원 218명, 촉탁 74명을 고용하고 있고 세일시에는 일시적으로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대규모로 고용한다(Note : 1993년 현재 세일때문에 700명의 아르바이트 
        사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주된 일이 판매이기 때문에 주로 여자를 
        고용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방학을 이용해서는 백화점 카드회원모집 및 연체자 
        독촉 등을 위해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대규모로 모집하는데 이런 일은 남자들에게 
        많이 할당된다. 정규직 사원은 인사과에서, 시간제 노동자와 아르바이트 사원은 
        별도로 있는 캐스팅 센터에서 모집한다.). 이 밖에 청소, 전기설비, 수리, 경비 
        등은 용역회사에 맡기고 있었다. 용역직의 수는 확인을 못했으나 ㄴ백화점에 
        비추어 볼 때 최소 500명은 넘으리라 짐작된다. 이 백화점은 노조가 없다. 

        ㄴ백화점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업체로 1994년 2월 현재 분점으로는 대형슈퍼 
        하나만 있다. 1994년 2월 현재 정규직 사원의 고용규모는 970명이며 청소, 
        기계설비, 보수, 경비 등을 맡는 용역직이 140명, 아르바이트 사원이 40여명, 
        주부 시간제 사원은 본점에 13명, 분점에 14명이 있다. 미혼 시간제 사원은 없고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다. 이 사업장의 정규직 사원 중 노조가입대상자의 수는 약 
        600여명에 이르는데 1993년 8월 현재 노조원의 수는 8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Note : 노조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 노조가 생겼을 때는 
        가입대상자의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했었으나 80년대 후반 이후 노동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탄압의 분위기 속에서 계속 탈퇴가 늘어나 이제는 더 이상 줄어들지 
        않을 마지막 사람들만 남아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백화점이 직접 고용한 사람들만이 백화점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에서 파는 상품은 직매입상품, 특정매입상품(일종의 
        위탁상품), 임대상품의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매장도 그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백화점 직영사원들은 주로 이 전체에 대한 
        관리와 직매입상품 판매를 담당한다. 특정매입상품이나 임대상품의 경우 
        상품소유주 또는 점포임대주가 직접 판매사업을 고용해야 한다. 이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상용직, 임시직, 아르바이트, 시간제 등의 다양한 형태로 고용된다. 
        백화점에는 브랜드 파견사원 및 임대점포 판매사원들의 수가 직영사원의 수보다 
        훨씬 많다. ㄱ백화점 ㅇ지점의 경우 백화점 건물에 있는 전체 노동자는 
        1,500여명이나 직영사원은 550이다. ㄴ백화점의 경우 전체 노동자는 
        2,300∼2,700명 규모이나 직영사원은 970명이다. 

        나. 주부 시간제 사원 

        백화점의 주부 시간제 사원은 대략 초기양육기가 끝난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는 중산층 주부들이다. 이 중에서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가장 
        많다. 본인의 학력은 고졸과 대졸이 반반씩 정도 섞여 있고, 남편은 거의가 
        대졸자로서 안정된 직장이 있고 월수입이 평균 150만원 이상(상여금포함)인 
        사람들로서 자신이 전적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거나 부양해야하는 경우는 
        아니다. 자가주택 소유여부는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난다. 30대 초 중반까지는 
        전세인 경우가 많고 30대 후반 이후는 대부분 자가소유자이다. 

        기존에 기혼여성에게 제공되어 왔던 일은 제조업부문의 하청업체에서 
        흘러나오는 가내 노동물량과 외판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고학력의 중산층주부에게는 자신의 지위와 걸맞는 일로 인식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깨끗하고 화려한 이미지의 백화점에서 일하는, 특별한 업무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일자리는 취업을 원하는 중산층주부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일자리이다. 

        <표 1> 심층면접대상 
        --------------------------------------------------------------------------- 
        사례번호 소속사업장 직위 나이 
        --------------------------------------------------------------------------- 
        1 ㄱ백화점 주부시간제사원 31세 
        2 32세 
        3 42세 
        4 37세 
        5 33세 
        6 39세 
        7 32세 
        8 21세 
        9 정규직 여사원 20세 
        10 캐주얼코너 담당대리 33세 
        11 상담실장 42세 
        12 ㄴ백화점 주부시간제 사원 44세 
        13 42세 
        14 47세 
        15 43세 
        16 37세 
        17 하이퍼 관리직원 20대 후반 
        18 인사과 직원 20대 후반 
        19 노조위원장 30대 후반 
        --------------------------------------------------------------------------- 



        Ⅳ. 사례분석 : 주부 시간제 노동자의 취업실태 

        1. 시간제 노동의 도입의도 

        본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업계의 경우 인력부족에 대한 대처로 시간제 노동을 
        도입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제조업계와는 달이 아직 서비스, 
        판매업계에서는 인력부족의 상황은 아니다. 이직률이 높기는 하지만 여전히 
        백화점 판매직 여사원공채는 100:1도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다. 따라서 
        백화점업계의 경우 다른 오인들이 시간제 노동을 도입하게 했는데 가장 중요한 
        동기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비용절감효과이다. 그 외에는 피크타임대처, 
        마케팅전력이 지적될 수 있다. 

        ㄱ백화점에서 시간제 노동을 도입한 직접적인 계기는 공정거래법의 강화였다. 
        ㄱ백화점은 우리나라 백화점 중 직영브랜드(직매입상품)가 가장 많은 업체이다. 
        직매입상품의 경우 이전에는 납품업체에서 거래지속을 위해 직매입상품을 판매할 
        사원을 파견해 주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강화로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지불하지 않던 임금을 지불하면서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자는 가능한 한 임금수준을 낮추고자 하게 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시간제 노동자였다. 이것은 비용절감을 위해 시간제가 전일제를 
        대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ㄱ백화점의 경우 최근 판매직사원의 이직률이 연 36%에까지 이르는 등 
        겉보기와는 달리 매우 높은 노동강도(Note : 관리자 스스로 3D 업종의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언제라도 손임을 맞이할 정중한 자세로 하루종일 꼿꼿이 서서 웃는 
        얼굴과 상냥한 태도로 판매에 임해야 하는 판매직 사원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다. 
        실제도 노동강도로 인해 질별이 발생해서 백화점을 그만두는 판매직원의 수가 
        매우 많다고 한다.)를 견디지 못하고 이직하는 사람의 수가 점차로 늘어나자 이 
        직업이라도 감수하고 취업할 계층(Note :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을 원하는 
        기혼여성 수는 많지만 제공되는 적절한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모든 백화점의 
        주부 시간제 사업모집은 10:1에서 20:1에 이르는 경쟁률을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훨씬 더 높은 경우도 있다.)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 강해졌다. 

        회사측에서 계산하는 바로는 직원 1인에게 지출되는 것을 임금과 그 외의 
        교육비, 회의비, 대출금, 퇴직금, 보험, 교통비, 성과급 등등의 간접비용으로 
        나누어 보면 그 비율이 거의 1:1로 잡힌다. 따라서 후자의 부분에 대한 
        지불의무가 없는 직원을 채용하면 그만큼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신입사원의 
        기본급만은 가지고 보면 시간제 노동자의 시간당 급여(시급)는 정규판매직 
        여사원의 시급과 비교할 때 그리 낮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과 맞먹는 간접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게다가 상여금, 호봉승진, 직급승진이 없다는 점 등은 
        사용자에게 50%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ㄴ백화점도 비용절감을 통한 
        합리적 경영을 위해 시간제 노동을 도입하기로 하였다. ㄱ백화점, ㄴ백화점 모두 
        사용자는 가능하면 더 많은 시간제 노동자를 사용하고 싶어하나 매장에 있는 
        정규직 사원들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늘릴 수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일선의 관리직 사원들도 시간제 사원에 대한 통제애로를 들며 난색을 
        표명하였다. 

        일반적으로 시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는 중요한 동기 중의 하나가 피크타임에 
        대한 대처이다. 그러나 ㄱ백화점의 경우 시간제 노동자가 주 4일 하루 9시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피크타임 대처를 위해서 보다는 전일제 노동자를 대체하여 
        사용되고 있다(Note : 박정원(1991)의 연구에서도 시간제 노동을 도입한 동기가 
        피크타임 대처와 휴가 및 제반 사유로 인한 결원을 보충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출발은 그랬지만 그 후의 운영과정에서 변화하여 실제 시간제 
        노동자도 많지만 시간제라는 명목으로 채용하여 전일제 노동을 하는 
        의사파트타임 노동자도 많다고 보고되었다.). ㄴ백화점의 경우 오후 2시에서 
        7시까지 피크타임에 시간제 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ㄱ백화점의 
        경우에도 시간제 노동을 도입한 처음 1년여간에는 오후 1시에서 7시까지 매일 
        6시간씩 피크타임에 근무를 했었다. 그러나 시간제 직원들이 1시에 나와 점심을 
        먹고 실제근무는 2시부터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중간에 또 삼십 분에서 한 시간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실제 근무시간은 4시간여에 지나지 않아 회사로서는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고 판단하였다. 또 주부 시간제 사원들도 매일 출근하는 
        것은 가사와 병행하기에 부담이 되므로 조정해 달라는 건의를 하여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변경하였다고 한다(Note : 면접을 한 주부 시간제 사원들도 매일 
        출근하는 것보다 주 4일 근무가 훨씬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케팅전략의 측면에서는 백화점의 주 고객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백화점이 
        주부고용을 창출하고 있다고 선전함으로써 얻는 선전효과와 시간제 노동자들의 
        친구들이 고객으로 확보될 수 있다는 점, 일단 시간제 사원으로 채용된 사람들은 
        퇴직한 이후에도 그 백화점의 고객이 된다는 점 등이 있다. 그리고 너무 나이 
        어린 여직원이 판매할 때보다 고객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고 또 같은 주부의 
        입장에서 상품에 대해 소개 및 권유를 하기 때문에 손님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고 
        한다. 

        2. 채용방식 및 채용기준 

        ㄱ백화점의 경우 91년 8월에 주부 시간제 사원 1기를 40명 뽑은 후, 92년 
        6월에 2기 100명, 92년 9월에 3기 101명, 93년에 4기 160명을 뽑았다. 그 중 
        116명이 그만두고 현재 285명이 근무하고 있다. ㄴ백화점의 경우 92년 5월에 
        주부시간제 사원을 8명 뽑은 이후 93년 3월, 6월, 94년 1월에 걸쳐 3차례 더 
        채용하였는데 아주 소수씩만 채용하였기 때문에 현재 27명이 근무하고 있다(Note 
        : ㄴ백화점의 경우 사용자측은 시간제 직원을 가능한 한 많이 늘리려하나 이에 
        대한 관리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ㄱ백화점처럼 대량으로 채용하는 것은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다. 게다가 ㄱ백화점과는 달리 전일제 직원 대체가 아니라 
        전일제 직원에 대한 보충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규모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양 백화점 모두 중간에 퇴직한 사람들의 경우 자녀양육부담과 가족들의 
        반대가 주요한 이유였다. 

        ㄱ백화점의 경우 시간제 사원은 판매직에만 배치하고 ㄴ백화점은 계산직에만 
        배치하는 차이가 있다. ㄱ백화점 관리자는 돈을 다루는 일은 책임성이 큰 일인데 
        시간제 사원의 경우 책임성이 낮을 뿐 아니라 정규직 사원들보다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돈을 다루는 일은 맡길 수 없다고 한다(Note : 편의점처럼 시간제 
        노동자를 주 노동자층으로 운영하면서 한 사람이 맡은 시간을 끝내고 다음 
        사람에게 넘길 때 완전히 계산기를 털어서 계산을 맞추고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계산방식과는 달리 백화점은 폐점 이후에만 계산기를 털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제 
        직원에게 맡길 수 없다고 한다.). 반면 ㄴ백화점의 경우 정규직 사원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판매직으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계산직에는 인원이 
        따라 시간제 사원들을 배치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ㄱ백화점과 
        ㄴ백화점의 신입 정규여사원의 업무가 주로 어떤 것인가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다. ㄱ백화점은 직영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직영사원들은 판매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영사원들이 백화점 내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 통제 및 계산업무를 담당하지만 이런 업무는 직영사원 내에서도 상당히 
        경력이 쌓이고 직위가 생겨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ㄴ백화점의 경우 
        신입사업들도 약간의 교육을 받은 후 곧바로 계산업무에 배치된다. 

        주부 시간제 사원들이 배치되는 부서는 ㄱ백화점은 식품, 의류, 가정용품의 
        순이고 ㄴ백화점의 경우 하이퍼, 문화용품, 특선의류, 외식 부서 등에 배치한다. 
        양 백화점 다 배치 시에 특별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임의적으로 
        배치한다고 한다. 

        ㄱ백화점의 경우 주부시간제 사원은 신문에 광고를 내어 모집(Note : 
        ㄴ백화점은 백화점 광고전단에 모집을 공고한다. 그리고 ㄱ백화점에서도 
        미혼시간제 사원은 아르바이트 사원들 중 판매실적이 좋다거나 근무태도가 
        양호하다고 평가된 사람들 중에서 시간제 사원을 채용한다. 이런 채용시장의 
        차이는 주부시간제 직원 채용 자체가 백화점 이미지 홍보의 하나임을 확인해 
        준다.)을 하는데 채용기준은 다음과 같다. 학력은 고졸 이상, 연령은 만 45세 
        이하, 자녀가 국민학교 학력 이상일 것, 출근한 사이에 자녀를 돌봐줄 사람, 
        취업에 대한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 몸무게가 65㎏ 이하일 것 등이다. 1기 
        채용시에는 학력을 전문대졸 이상으로 했었는데 매장으로의 배치 후 이들이 
        고졸인 정규직 여사원과 공감대를 잘 형성하지 못하고 학력차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2기 채용시부터는 고졸로 학력을 
        하양조정하였다. 일단 서류전형을 해서 선발된 사람들을 여러 차례 면접을 
        하면서 '튀는 인상을 주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호감을 주는 인상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선발'한다(Note : 백화점 판매직 사원의 채용에서는 면접이 여러 차례 
        행해진다. 본 조사에서는 주부시간제 사원 채용시 몇 차례나 면접을 하는지는 
        조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사원 채용시 면접을 3회하고 정규직 사원 
        채용시 6회 하는 것으로 미루어 최소 3회 이상은 실시되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서 신체검사를 하여 최종적으로 채용여부를 결정해낸다. 

        백화점은 판매가 생명이기 때문에 여직원을 선발할 때 외모를 포함한 인상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주부시간제 사원의 채용기준으로 몸무게가 기준이 된 것은 
        계속 서 있는 직업이므로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면 관절염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한 편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주부사원이라 하더라도 너무 
        뚱뚱하면 손님들에게 인상이 좋지 않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이다. 출근 시에 
        자녀를 돌보아줄 사람, 남편의 동의 등이 요구되는 것은 그것 때문에 그만 두는 
        사람들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ㄱ백화점의 경우 주부시간제 사원으로 채용하였다가 근무실적이 매우 좋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을 1년 계약의 촉탁직으로 승격을 시킨다. 현재 20여명이 그런 
        과정으로 승격되었는데 촉탁은 이전의 근무실적을 평가하여 연봉제로 계약을 
        하며 전일제근무를 한다. 촉탁은 자금대출이 안되는 점을 제외하면 그 외의 
        노동조건은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다고 한다. 

        3. 취업동기 

        왜 이 일을 시작에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오는 공통적인 답변은 자기 
        일을 가지고 싶었다는 것과 경제적인 필요라는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한 
        사람에게 이 두 가지 동기가 다 존재하는 것이었지만 그 강조점은 연령과 
        자가주택소유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전세를 사는 30대 초반의 주부들은 경제적 
        필요를 단연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임금은 매월의 경상지출비로 
        나가거나 주택마련을 위해 저축된다. 30대 중반까지의 주부들은 대부분 
        이중수입이 요구되는 경제적 압박이 있지만 자녀양육부담 때문에 선뜻 취업할 수 
        없었다가 가사 및 양육과 양립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매력 때문에 시간제일을 
        선택할 사람들이었다(Note : 다소 특이한 동기로 파악된 것(사례 1의 동료)은 
        고부간의 갈등이 심해서 나와있는 동안에라도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취업한 
        경우였다. 이런 경우에도 가사와 양육부담 때문에 전일제로 취업하지는 못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전일제 일이 주어진다면 하겠느냐는 질문을 하면 
        한결같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심지어 전일제로 취업해 있다고 가사 및 
        양육과 병행하기가 너무 어려워 시간제로 바꾼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연령이 40대로 접어들면 강조점이 상당히 달라진다. 이 연령층의 
        면접대상자는 모두 자기주택을 소유하고 있었고, 자녀들은 중학교학령 
        이상이었다.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찮지만 주택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경제적인 압박은 상당히 완화되었고 자녀들은 모두 학교다, 학원이다 해서 
        밤에나 집에 들어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있게 되는 시간에 운동을 하러 
        다니기도 하고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기도 하지만 '자일일'이라는 정체감을 
        갖기는 어려웠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그리고 경제적인 압박이 상당히 완화되었다 
        하더라도 한정된 수입 내에서 생활해야 하는 층이기 때문에 자신이 놀면서 돈만 
        쓰고 산다는 심리적 압박을 면하기 어렵다(Note : 사례 14의 경우 자녀가 모두 
        대학에 다니고 있는 중상층 가정의 대졸여성이었는데 아무런 자기일이 없이 
        집에서 애키우고 살림 사는 것이 주는 무력감이 지나쳐 신경정신과 치료를 
        요구하는 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막내 아이가 대학에 
        가서 해방되기만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전일제 
        취업이었지만 50이 다되어 가는 그녀를 전일제로 고용해 줄 직장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ㄴ백화점의 주부시간제 사원 채용에 응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을 통해, 아는 사람을 통해 알게 된 시간제 일은 가사와 
        병행할 수 있어 가족들에게 크게 미안하지도 않고 자기도 돈을 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고 가족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일로 다가가게 된다. 이 
        연령층의 여성들에게서 나오는 취업동기 중의 하나가 '자녀의 사교육비에 보탬이 
        될까해서'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시간제일로 받은 임금을 어떻게 쓰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화점 내에서 생활용품이나 가족들의 피복구입에 
        전반이 좀 못되게 쓰고 절반 이상은 '자신만을 위해 저축'(Note : 이렇게 저축한 
        돈을 앞으로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계획이 없는 상태였다. 그냥 
        '내가 번 돈이라서 남겨두고 싶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이 돈을 벌었는데 
        쓰느냐', '돈 있으면 나중에 쓸 데 없겠느냐' 등의 반응이었다.)한다고 응답하는 
        점이다. 전액 저축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2, 3명 있었다. 처음 취업할 때는 
        자녀의 학원비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힘들게 번 돈을 쓰기가 너무 
        아까워서' 학원비에 보태고 있는 사람은 면접자 중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이 연령층의 주부들도 시간제 일이 가사와 손쉽게 양립시킬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상당한 매력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전일제 일이 주어지면 어떻게 
        하겠는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30대와는 다소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즉각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응답하지 않고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응답과 어려울 것같다는 
        응답으로 나뉘어졌다. 자영업(제과점)을 하다가 가사와 양립하기가 너무 어려워 
        그만두고 시간제 일에 취업한 경우도 있었고, 전일제 일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간제 일로 취업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자영업을 할 계획을 가지고 
        경험을 쌓기 위해 시간제로 취업한 경우도 있었다. 

        이상으로 미루어 볼 때 중산층의 기혼여성의 취업을 하려는 동기가 연령에 
        따라 다소 달라짐을 알 수 있다. 30대는 경제적 필요가 가장 우선적 요인이라면 
        40대는 자기 일을 갖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동기이다. 그리고 전일제가 아니라 
        시간제 일을 선택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가사 및 자녀양육과의 
        병행가능성이다. 그러나 자녀의 연령에 따라, 구체적으로는 중학교 입학을 
        전후로 하여 어머니의 손을 요구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30대 여성들은 
        '시간제 일이 아니면 취업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40대 여성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시간제 일을 하는 중산층 주부의 취업상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내노동자의 것과는 매우 다르다. 경제적으로 하층에 속하는 가내노동자들의 
        경우 초기양육기에 있는 경우가 많고 초기양육기가 지나면 전일제로 취업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초기양육기에 처해 있는 중산층주부는 아예 취업할 엄두를 
        내지 모하고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초기양육기가 지나면 가사와 양육에 결정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 부부취업을 꿈꾸는 것이다. 한편 주부시간제 사원들은 자녀가 
        고 2, 3이 되지 않는 여성들이다. 만족스럽게 시간제 일을 하던 여성들도 자녀가 
        고 2, 3이 되면 입시 뒷바라지를 위해 그만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사례 3의 
        경우 자녀가 고 2였는데 그 문제로 몹시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점은 자녀의 
        성적은 어머니의 책임으로 되어 있는 한국의 중산층가정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기층여성들의 경우 자녀가 고 3이 되었다고 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는 흔하지 않는 것같다. 이런 차이점은 여성의 일차적 
        본분이 가사와 육아라는 이데올로기는 일정 수준의 경제적 뒷받침이 있을 때만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노동조건 

        ㄱ백화점의 경우 주부시간제 사원들은 두 조로 나뉘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일 9시간을 주 3일 또는 4일씩 근무하도록 한다. 백화점은 월 
        2회의 정기휴일만을 쉬기 때문에 정기휴일이 있는 주는 한 조가 3일 근무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모든 시간제 사원들이 다 근무하게 된다. 
        주말근무는 두 조가 돌아가면서 한달씩 한다. 휴식시간은 오후 3시 반을 전후로 
        하여 한 시간 정도이다. 임금은 시급 2,000원으로 하루 18,000원이 된다(Note : 
        임금이 하루 25,000원 이하이기 때문에 시간제 사원의 경우 세금은 없다.). 월 
        16일을 만근하면 만근수당(월차수당)이 18,000원 지급된다. 세일이 끼게 되면 그 
        기간에는 쉴 수 없다. 이렇게 하여 한달 임금은 보통 42만원이고 세일이 있는 
        달은 48만원이 된다. 일년을 근무하면 숙련수당(연근수당)이 2만원 나오는데 
        이는 누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고용계약은 6개월 단위로 하는데(Note : 
        재고용 여부는 관리직 사원들이 올려보낸 근무태도에 대한 평점과 
        고객으로부터의 불만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지고 결정한다.) 이 기간에 
        한해퇴직금은 일반계산방식으로 나온다. 그 외의 교통비나 일상적인 상여금은 
        없고 세일기간 중에도 시간외 수당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일년에 두번 
        상여금조로 10만원씩 지급된다(Note : 그 외 아주 이례적인 일로 1994년 2월 
        면접당시 성과급이 전일제사원과 시간제 사원 모두에게 30만원의 상품권이 
        지급된 일이 있었다.). 생리휴가를 대신해 보건수당이 12,000원 나오고 
        점심식사를 제공하며 법정공휴일에 근무할 때는 정규직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휴근수당이 150%로 계산되어 나온다. 호봉승진은 물론 없고 여름이나 겨울에 
        유급으로 2박 3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때 휴가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수습기간은 특별히 설정되지 않고 근무복은 회사에서 지급하며 자금대출은 일체 
        되지 않는다. 

        ㄱ백화점의 주부시간제 사원의 노동조건을 정규직 사원과 비교해보자. 사례 
        5는 입사한지 만 1년된 정규직 전일제 여사원이다. 그녀의 노동시간은 
        공식적으로는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8시 까지이지만 대체로 앞뒤로 30분씩은 
        더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세일기간에는 정리할 것이 많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더 길어져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는 경우도 많다. 그녀의 기본급은 
        36만2천원이고 그 외에 수당 등을 합하면 한달 임금은 52만원이 된다(고졸 
        신입사원의 경우 48∼49만원)(Note : ㄱ백화점의 경우 타백화점보다 임금이 다소 
        높은 편인데 이는 하루 1시간씩을 시간외 근무로 인정하여 이 수당을 아예 
        임금에 포함하여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에서 세금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47만원이 된다. 그 외 상여금이 연 800%이고 성과급이 연간 100% 휴일근무수당이 
        3개월당 11만원이 지급된다. 그 외 수당으로는 교통비 15,000원, 가족수당 
        20,000원, 토요수당, 근속수당, 월차수당, 연차수당이 있다. 식대는 본사의 
        경우는 월 50,000원, 지점의 경우 중식으로 지급한다. 생리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가능하면 쉬게 한다. 창립기념일, 근로자의 날, 추석·구정·연말에 
        직원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연 5회 12만원 상당의 현물이 지급된다. 결혼퇴직이 
        강요되기 때문에 산전산후휴가는 물론 없다. 정기휴가는 연중 아무때나 유급으로 
        5박 6일이 주어진다. 자금대출은 1,000만원까지는 무이자로 10년 
        분할상환조건으로 가능하고 그 외 500만원까지는 연리 5%, 3년만기로 가능하고 
        연리 10%로 퇴직금의 50%까지 마을금고에서 대출할 수 있다. 

        ㄴ백화점의 경우 주부시간제 사원은 매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근무한다. 
        시급은 2,000원이고 하루임금은 10,000원이다. 만근을 하면 만근수당이 2만원 
        지급되고 교통비가 1만원 지급된다. 이렇게 하면 한달 임금은 대체로 25만원에서 
        30만원 사이가 된다. 휴가는 여름철에 유급으로 2박 3일 주어진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면 시급이 100원에서 200원 인상된다. 그 외 수당은 일체 없다. 
        고용계약은 3개월 단위로 한다. 

        ㄴ백화점의 계산직 정규직 사원의 초임은 49만원(이중 83%가 기본급)이고 
        상여금은 연간 기본급의 550%가 주어진다. 이 임금으로 2년간 근무하고 난 뒤 
        근무실적이 좋아 승진을 하면 임금이 5∼6만원 인상되고 승진하지 못하면 
        2만원만 인상된다. 

        5. 노동과정 

        비교를 위해 백화점의 정규직 판매사원들의 하루 노동과정을 보자. 먼저 
        이들은 백화점 개장(오전 10시 30분) 1∼2시간 전에 출근을 하여 회사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분임조활동을 하게 된다. 분임조활동이란 판매를 하는 
        부서나 매장별로 구성되어 있는 토론과 역할실습의 기본단위이다. 여기서 그들의 
        일과를 계획, 전날의 노동과정을 평가하고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가려서 
        지적하여 판매서비스를 개선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서 매장청소, 물품정리, 새로 
        구매된 상품에 대한 지식습득 등에 시간을 보낸다. 그 다음에는 조회를 한다. 
        방송으로 판매에 관한 서비스 강조나 고객의 불만접수사항 등을 지적하면서 이런 
        점들을 개선하고 또한 여러 가지 기본사항을 점검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내용이다. 기본사항이란 판매사원들의 옷차림이나 표정을 밝게 하라든가, 친절한 
        서비스가 백화점의 판매첩경이라는 어려가지 회사의 기본방침을 조회를 통해 
        사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어서 개점행사에 들어간다. 개점행사에 들어간다. 개점행사는 백화점의 모든 
        직원들이 정문이나 각 출입구에 일렬로 늘어서서 입장하는 고객에게 90도 각도로 
        절을 하면서 "저희 백화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등의 인사를 하는 
        것이다. 개점행사가 끝나면 각 매장으로 돌아가 판매업무를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직원들에게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서비스한다는 마음가짐을 
        다지게 하는 효과를 노린다. 이어서 판매업무로 들어간다. 하루 9시간의 
        개점시간 중 점심시간 1시간, 오후의 중간 휴식시간 30분에서 1시간을 제외하고 
        대체로 7시간 가량을 꼬박 서서 판매업무를 수행한다. 이 중에는 판매업무만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고객의 문의 및 요구사항에 대한 친절한 응대, 일상적인 
        태도나 행위가 고객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철저한 감정관리까지가 
        포함된다. 

        이들이 판매업무를 하는 과정은 항상 주목받고 감시 받는 조건 하에서 
        이루어진다. ㄱ백화점의 경우 과정, 대리 등의 관리직 사원들이 하루종일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매장을 돌면서 판매실적, 판매사업들의 태도, 복장 등을 점검하고 
        지적한다. 눈에 보이는 관리직 사원의 감시만이 전부가 아니다. 백화점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친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주부모니터 사원'의 방문이 있다. 얼굴을 모르는 모니터 사원이 언제 방문하여 
        자신의 판매태도를 점검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만일 이들이 왔을 때 
        친절하게 판매했을 경우에는 우수사원추전 등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경고를 당하거나 심하면 근무해제나 해고까지 가게 되기 때문에 모니터 
        사원의 방문에 대해 이들은 상당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 외 새로 생기는 
        분점들의 경우 감시카메라가 작동하는 곳도 있다. 

        폐점시간이 되면 개점행사와 마찬가지로 폐점행사를 하고 매장의 덮개를 
        씌우고 정리정돈을 한 후 물건의 위치나 그날의 판매량, 재고, 반품량 등을 
        확인하고 퇴근한다. 이 시간은 보통 폐점 후 1시간 가량 걸린다. 

        ㄱ백화점의 경우 주부시간제 사원들이 하는 일은 이 가운데 판매업무만이다. 
        정규직 사원의 경우 계산, 물품인수인계, 판매현황점검, 입고, 출고, 재고정리 
        등을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판매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판매는 대부분 시간제 사원이나 브랜드 파견 사원, 아르바이트 
        사원 등이 하게 된다. 정규직 사원은 포스라 불리는 계산대 옆에 서서 이들에 
        대한 관리도 일상적으로 하게 된다. 

        주부시간제 사원의 경우 나이가 정규직 여사원보다는 물론이고 관리자들보다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정규직 사원에 대한 통제만큼 철저한 통제가 
        가해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규직 사원들이 판매현황에 대한 점검을 수시로 
        당하면서 압력을 받을 때 이들도 이 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이들도 
        용모와 손임을 대하는 태도, 일상적인 자세에 대해서는 지적 받고 강제 당한다. 

        ㄴ백화점의 주부시간제 사원들은 정규직 계산직 사원들과 똑같이 계산대에서 
        계산업무를 한다. 다만 정규직 사원들은 여러 계산대를 돌면서 계산하기도 하고 
        다른 업무로 배치전환을 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한 곳의 계산대에 서서 계산 
        업무만 한다. 5시간을 꼬박 서 있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중간쯤에 30∼40분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대체로 이들의 노동과정은 정규직 사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고 손님들이 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정규직 여사원에 대한 태도보다는 
        훨씬 정중한 편(Note : 이에는 나이라는 요소도 작용하고 자신과 같은 주부이며, 
        같은 계층의 사람이라는 판단도 작용하는 듯하다.)이기 때문에 일 자체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례는 별도 없었다. 

        6. 직무만족도 

        '이 나이에 누가 나를 고용해 주랴'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해서인지 일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재미있다', '할 만하다'는 반응이 일반적이었다(Note : 그러나 
        사례 1의 경우 가사와 병행해 두 가지를 다하는 것이 몸에 부쳐 몸무게가 1년 
        6개월만에 5㎏이나 빠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또 이런 긍정적인 반응이 일반적인 
        것은 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남아서 계속 일을 하니까 그런 반응만이 
        수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 자체가 힘들어서 그만 두었다는 사례는 
        면접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보된 바 없다.). 그리고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나도 
        '독립적인 내 일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켜 이들에게 주는 기쁨도 매우 
        크게 나타난다. 현재의 보수에 대해서도 ㄱ백화점의 주부시간제 사원들은 대부분 
        근무일수에 비해서는 적지 않다는 반응이었다(Note : 사례 3의 경우는 
        근무일수에 비해서는 적지 않지만 한 달의 임금으로는 너무 적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ㄴ백화점의 사원들은 총액이 너무 작다는 
        반응이었다. 또 집에 혼자 있다가 사회생활을 하러 나온다는 것, 젊은이들과의 
        일상적인 접촉으로 자신이 정신적으로 젊어지고 활기 있어 진다고 느끼는 점 
        등이 만족을 주고 있었다. 사례 9의 경우 계산업무가 상당히 복잡한 편인데 
        자신이 그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것에서 자신에 대한 긍지를 느낀다고 
        응답하였다. 또 사춘기의 자녀가 있는 경우 젊은 사원들과의 대화가 자신의 
        자녀를 이해하는데, 자녀들과의 대화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문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괜찮지만 앞으로 3, 4년이 지나고 난 후에도 자신을 제자리에 있지만 
        같이 일하던 정규직 사원들은 임금도 상승하고 승진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한 소속감을 느낄 수 없고 겉돈다는 기분으로 일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짧은 계약기간, 그리고 계속적인 계약갱신이 주는 불안정성이 
        지적되었다. 3개월, 6개월 단위로 계속되는 계약갱신도 대단히 형식적이고 
        시간제 사원들은 그냥 계약서에 도장만 찍는 것뿐이다. 짧은 계약기간이 
        자신들을 영원한 시간제 사원으로 묶어 놓는 것이며, 어중간한 위치로 일하게 
        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만은 매우 높았다. 면접을 한 전원이 
        상용시간제 사원으로 채용되어 임금도 상승하고 승진도 하기를 희망하였다. 

        교육기회가 없는 것에 대한 불만도 지적되었다. ㄱ백화점의 경우 매장에서의 
        전시를 주부시간제 사원이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코디에 대한 교육이 
        코너장에게만 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또 권한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판매를 책임지고 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손님이 교환이나 
        반품을 요구할 때 주부시간제 사원들은 이런 일들을 처리할 수 없고 정규직 
        사원들만이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코너장이 쉬게 되면 업무처리가 전체적으로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 것도 불만사항 중의 하나이다. 실제 판매를 주로 하는 
        것은 자신들인데 성과급은 정규직 사원들에게만 지급될 때 허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하였다. 정규직 사원에 의한 관리에서 오는 마찰도 지적되었다. 나이가 
        자신보다 어리고 많은 경우 학력도 낮은 정규직 사원이 자신의 일에 대해 
        지시하고 관리, 감독하는 것이 주는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는 것이다(Note : 
        그러나 이에 대해 사례 8의 경우 대졸의 주부시간제 사원들이 고졸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사원들을 얕보는 듯한 태도가 나타나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음을 
        지적하였다.). 

        사례 4의 경우는 기혼여성에게 주어지는 취업의 기회가 너무 적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일도 하는 일에 비해서는 보수도 괜찮고 재미있지만 대학에서 외국어를 
        전공한 자신이 백화점에서 주방기구를 팔고 있다고 생각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하였다. 

        7. 정규직 사원들과의 관계 

        관계가 아주 좋은 경우 시간제 사원과 정규직 사원은 나이차로 인한 
        보완효과를 누리면서 언니, 아줌마로서 정규직 사원들이 부딪히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상담도 해주고 이를 통해 작업장 내 문제를 제거하여 작업이 
        원활하게 수행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원만해 
        보이는 양자의 관계는 속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주부 시간제 사원들이 주로 
        하는 일은 판매인데, 주부시간제 사원들은 자신들이 거의 다 판매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판매는 이전에도 파견사원들이 주로 담당해왔기 때문에 정규직 
        사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일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납품업체의 
        파견사업들은 전일제 노동자들이어서 자신들과 같이 개점 준비에서부터 폐점 
        이후 정리까지를 함께 해주었다. 그러나 이 인원이 시간제 사원으로 교체되고 난 
        뒤 이전에는 같이하던 업무들이 모두 자신들만의 일로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제 
        사원의 고용으로 정규직 사원의 일은 더 늘어났다. 그래서 시간제 사원들은 
        책임성이 부족하고 시간만 떼우고 간다는 등의 불만이 쌓여간다. 

        또 다른 문제는 피크타임에서의 휴식문제이다. 정규직 사원은 그 매장에서의 
        판매를 책임져야하고 또 그것을 토대로 이후의 승진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오후의 휴식시간에 매장이 아주 붐비게 되면 쉬러가지 못하고 판매를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제 사원의 경우 규정 이상으로 열심히 일한다고 댓가가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쉬러가고자 한다. 그렇게 되면 그만큼 더 바빠지는 
        것은 정규직 사원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결국 회사가 
        인건비 절감이라는 이익을 보는 만큼 정규직 사원에게는 업무량 증가라는 
        반대급부가 쌓이고 이로 인해 노동자 상호간의 불신과 갈등만 높아져 간다. 

        주부시간제 사원들은 정규직 사원들보다 나이도 훨씬 더 많고 학력도 더 높은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이 또 다른 갈등을 낳기도 한다. 시간제 사원들은 나이어린 
        정규직 사원들의 지시가 껄끄럽게 느껴지고 정규직 사원들은 학력과 나이를 
        내세워 무시하려 한다고 느낄 때가 있는 것이다. 

        ㄴ백화점처럼 주부시간제 사원들이 계산직에 배치되는 경우는 돈 문제가 
        걸리기 때문에 갈등은 더 첨예해진다. 백화점의 계산방식은 계산기를 조작하는 
        직원들이 각자 자기의 코드를 가지고 있다. 그래야 나중에 계산이 틀렸을 때 
        누구 책임인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부시간제 사원들이 자기가 
        일하는 자리의 여직원 코드로 그냥 계산을 하였는데 숙련도가 정규직 사원에 
        비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였다. 그것도 시간제 사원은 
        퇴근하고 난 후에 확인이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 책임을 정규직 사원이 져야만 
        했다. 이 때문에 시간제 사원이 자기 자리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할 수 밖에 없고 
        이런 방식이 문제가 되자 시간제 사원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하여 계산하도록 
        시정하였다. 

        관리직 사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이어린 미혼의 사원들처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또 1, 2시간씩 연장근무를 
        했을 경우에 백화점측은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정규직 사원에게는 
        성과급이라는 형태로 이에 대해 지급하는 셈이기 때문에 정규직 여사원들을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시간제 사원의 경우 연장근무수당도 성과급도 없기 
        때문에 연장근무를 하지 않으려 하고 연장근무를 하게 되면 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시간제 사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아무리 열심히 팔아도 이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열심히 팔겠다는 의지는 없어지기 마련이고 쉬기로 
        되어 있는 시간만큼은 쉬겠다, 연장근무는 하지 않겠다는 반응은 당연한 것이나 
        관리자들이 보기에는 성가신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다. 

        회사가 시간제 사원에게 제공하는 노동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과 불만을 
        회사측은 쉽게 주부시간제 사원의 이해심부족이나 책임감부족으로 돌린다. 
        나이가 많은 만큼 어린 정규직 사원들을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고 책임자들은 
        말하지만 노동과 이에 대한 보상의 문제가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8. 가족들과의 관계 

        시간제 일과 가족관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자녀의 연령과 
        휴일근무이다. 자녀가 중학교 이상에 재학중인 경우는 가족관계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고, 오히려 취업이 자녀와의 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는 반면, 
        자녀가 아직 학령 전인 경우에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이라고 응답하였다. 특히 
        집안 내에서 자녀양육을 맡아줄 사람이 없어 외부에 자녀를 맡기게 될 경우 
        취업과 가정에 대한 책임을 양립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학령전의 자녀가 있는 경우는 중간에 퇴직하게 되는 비율이 높다. 
        회사측에서도 입사시에는 자녀를 대산 양육해 줄 사람이 있다고 하였으나 입사후 
        자녀양육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그만두는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하였다. 

        이들은 경제적인 절박성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남편들은 대체로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나중에는 소일거리고 해보라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것은 동시에 
        이 취업으로 인해 가정생활에 무리가 와서는 안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휴일근무이다. 휴일에는 남편도 자녀들도 집에 
        있기 때문에 주부가 집에서 시중을 들어주고 맛있는 음식도 해주기를 바라는데 
        격월로 주말에 근무를 하고 또 법정공휴일에도 근무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이를 싫어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자녀양육문제 다음으로 많다. 

        회사측에서 보기엔 가정과 직장을 양립시키는 훈련을 하는데 가족이나 
        주부시간제 사원이나 모두 평균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 기간 중에 
        위의 문제점을 해결하면 계속 다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만 두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녀의 연령이 일정 정도에 오른 사람들이 문제해결이 용이하기 
        때문에 대체로 남아있는 주부시간제 사원들의 연령은 35∼45세로 집중해 있다. 

        가족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의 경우 생활이 활발해저 
        가족들에게서 이전 보다 간섭이나 잔소리가 줄었다는 호평을 받는 경우와 엄마가 
        일상적으로 들어주던 모든 시중과 간섭이 없어져 자녀들의 독립심이 더 
        강화되었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9. 노조와의 관계 

        ㄱ백화점은 노조가 없고 ㄴ백화점은 노조가 있다. ㄴ백화점의 노조는 점차 
        줄어만 가는 노조원 관리만으로도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30여명에 지나지 않는 
        시간제 주부사원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주부시간제 
        사원의 경우에도 출근한 동안에는 일하기에 정신이 없고 퇴근 후에는 집에 
        가기가 바쁘기 때문에 노조의 존재유무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ㄴ백화점에서 1993년 봄에 주부시간제 사원 1기와 사용자측 간에 마찰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 회사측은 시간제 사원 1기를 뽑아 1년 이상 고용한 후에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고용된 자는 상용노동자로 
        인정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아무런 약속도 없이 무조건 
        몇 일동안 출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 때 1993년 3월에 들어온 
        2기들이 이 일에 같이 개입되면서 같이 그만두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2기들이 
        "회사를 믿고 기다리면 곧 다시 출근하라고 하지 않겠느냐"며 설득하여 1기들이 
        며칠간 쉬고 다시 출근하게 되었다. 이 때부터 ㄴ백화점은 고용계약기간을 
        3개월로 설정하여 3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이 사건은 노동자의 고용안정성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이런 사건을 알지도 못했고 주부시간제 사원들도 노조와 협의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ㄴ백화점 노조의 상황이 워낙 열악하고 또 주부시간제 
        사원들의 수가 매우 적어서 이렇게 된 측면도 있겠지만, 서구에서 노조운동이 
        쇠퇴하게된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늘어가는 시간제, 임시직, 용역직 노동자들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하고 사용자의 분리전략에 그대로 끌려 들어간 것임(Note : 
        영국의 최대 노조연합인 TUC는 1978년에 영국 노동운동의 쇠퇴가 여성노동자, 
        시간제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이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최대의 당면현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Valerie Ellis, 1988).)을 생각해 
        볼 때 이 사건이 시사하는 의미는 큰 것이다. 



        Ⅴ. 결 론 

        시간제 노동은 과연 가정에 대한 여성의 책임과 일을 조화시킬 수 있는 
        해결책인가? 가사와 양육이 여성의 책임이라는 전제 자체가 문제이지만 이를 
        차치하고 생각해본다 하더라도 한국의 백화점에서는 완전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가사와의 양립이라는 측면은 가능하지만 자녀양육과는 양립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주부시간제 노동자들은 초기양육기가 끝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탁아시설의 보급수준이 낮고 또 탁아비용이 
        전적으로 개인부담으로 되어있는 사회에서는 초기양육기에 주부가 가정 이외의 
        일터에 취업한다는 것은 시간상으로도 조화시키기 어렵지만 비용의 면에서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그 취업이 시간제여서 수입이 
        전일제취업의 절반이 되지 않는 수준일 때는 더 그렇다. 물론 경제적 압박이 
        커서 초기양육기에도 돈을 벌여야만 하는 기층여성의 경우 아이를 옆에 둔 채 
        집에서 할 수 있는 가내노동이라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출최소화전략을 통해 
        남편의 수입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중산층가정에서는 그 기간에 주부가 
        자녀양육에 전념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 선택일 수 있는 것이다. ㄴ백화점처럼 
        피크타임에만 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어차피 자녀를 맡기려면 하루 종일 맡겨야 
        하기 때문에 백화점에서의 시간제 근무로 받는 임금으로 자녀탁아비가 나올 수 
        없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본 연구의 사례에만 국한해서 본다면 주부의 
        시간제 노동은 남성의 임금으로 최소한의 생계가 해결되는 층의 기혼여성들을 
        가사와 양육이 여성의 책임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전일제 노동자를 
        대체하는 저임금 노동자층으로 활용하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판단되나. 특히 
        ㄱ백화점에서의 여사원 고용정책을 보면 정규직 여사원에게는 결혼퇴직제를, 
        주부시간제 사원의 선발시에는 자녀의 연령이 일정 수준에 달할 것을 요구하여 
        결혼 및 육아로 인한 부담을 사용자는 전혀 지지 않고 여성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면서 최대한의 노동력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결혼 및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의 취업단절을 강제하고 여성노동자의 
        숙련이 쌓이지 못하게 하여 언제까지나 말단의 미숙련 노동자로만 남게 하는 
        방식이다. 

        본문에서 살펴본 주부시간제 노동자의 노동실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는 취업의 기회가 희박한 기혼여성의 상황을 이용하여 이들을 영원한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로 묶어두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으면 시간제 노동을 
        확대하여 전일제 노동을 대체하려 한다. 또 시간제 노동의 활용으로 사용자가 
        보는 이익은 전일제 노동자의 노동부담을 증가시키는 반대급부를 낳고 이것이 
        노조갈등으로 전환해 노동자 내부가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사용자는 
        경제적 이익과 노동자에 대한 분할통치라는 이중의 효과를 얻게 된다. 또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제 노동이 이런 불안정, 저임금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 이런 방식의 취업은 성별분업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취업인 동시에 
        성별분업의 악순환을 유지, 강화시키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필자는 시간제 노동이 갖는 
        이런 문제점들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 해결은 시간제 노동에 대한 거부에서 
        찾아지기보다는 시간제 노동에 대한 보호규정을 현실화하는데서 찾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성별분업이 어느날 혁명적으로 타파되지 
        않는 한 우리는 대다수 여성이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제 노동이 어떤 층의 
        여성에게는 사회적 노동에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는 디딤돌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 디딤돌을 딛고 서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여성이 
        사회에서 자리잡게 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시간제 노동자 보호법에는 다음의 점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일시적인 사용이 아니라 상시적인 사용일 때는 시간제라 
        하더라도 상용노동자로 채용하여 상용노동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누리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전일제로의 이동기회를 개방하여 시간제 노동자가 원할 때 이동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둘째, 시간제 노동자에게도 노동 3권이 모두 적용되어야 
        하고 반드시 단결권이 보장되어 노동조합 활동을 권리와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셋째, 시간제 노동자에게도 직업훈련의 기회를 부여하여 시간제 취업을 
        통해서라도 직업내 상승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넷째, 시간제 노동자 사용시 
        반드시 정규직 상용노동자와 사전에 협의하여 양자간의 업무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시간제 사용으로 인해 정규직 노동자에게 업무부담이 더 
        가중된다면 사용자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등에 대해 분명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는 대신 전일제 
        노동자의 업무가 과중해져 노조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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