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체제의 농업변화와 여성농민의 생산자지위
        저자 김이선
        발간호 제054호 통권제목 1998년 제1호
        구분 ARTICLE 등록일 2010-01-27
        첨부파일 5. 개방체제의 농업변화와 여성 농민의 생산자지위 ; 충청남도 3개 마을 사례연구_김이선.pdf ( 7.09 MB ) [미리보기]

        *주) 본 논문은 본원 김이선의「97 연구보고서 220-10 개방농정체제에서 여성의  
        농업참여에 관한 연구」의 일부 내용을 정리한 것임. 

        <목 차> 
        Ⅰ. 들어가는 말 
        Ⅱ. 연구대상지역의 농업 동향 
        Ⅲ. 여성의 농업노동 참여 현황 
        Ⅳ. 농업변화와 여성농민의 생산자 지위 
        Ⅴ. 맺는 말 


        Ⅰ. 들어가는 말 

        1960년대부터 농업노동력의 여성화는 꾸준히 진행되어, 1965년에는 전체 
        농림업 취업자 중 38.7%에 불과하던 여성의 비율이 70년에는 42.2%, 80년 44.6%, 
        90년 47.2%로 늘어났으며 95년에는 농림어업 전체 취업자 중 여성이 48.6%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화과정에서 농촌 청장년층이 대거 도시로 이동하고 농촌의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농업생산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여성 
        농민은 이제 농업생산의 기간노동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생산 참여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 농민은 전업적 
        농업취업자, 전문적 농업생산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 농민의 
        농업참여를 제한적으로 평가하는데에는 가족노동력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나라 
        농업에서는 여성의 농업 참여 역시 가족내 역할의 일부로서 이루어지며, 여성 
        농민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농업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1995년 현재 농림어업부문에 취업한 여성 중 92.4%가 비임금근로자이고, 상용 
        및 임시근로자는 0.7%, 일용근로자는 6.9%에 불과하여 여성 농민 대다수가 
        자가농업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수도작을 위주로 한 소농적 특징을 보이는 우리 
        나라 농가에서는 농업생산의 특징적인 노동력수요의 계절적 주기성을 주로 가용 
        가족노동력을 일시적으로 동원함으로써 해결하는 방식을 채택하는데, 농가 
        여성들이 그 주요한 대상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농가의 여성들은 
        가족노동력이 충분할 때에는 가사노동에 전념하다가 이앙기나 수확기 등 대량의 
        노동력이 일시적으로 필요한 때에 동원되는 농사보조자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남성농림어업취업자 중에도 비임금근로자가 93.4%임을 감안하면, 이는 
        우리 농업의 소농구조에 기인한 것이지 여성의 생산참여를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근거는 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더욱이, 1995년 현재 농업종사인구 중 
        주종사자의 비율을 보면, 남성이 74.1%, 여성이 80.1%로 여성 농민이 주종사자로 
        참여하는 비율이 오히려 높은 상황에서 여성 농민은 단지 부분적, 일시적으로 
        농업에 투신한다는 전제는 재고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농업종사인구 중 
        겸업종사자의 비율은 남성이 38.0%로 26.2%인 여성보다 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 농민의 농업참여가 남성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1>. 

        <표 1> 성별 농가인구 취업유형(1995) 
        단위 : 명(%) 
        --------------------------------------------------------------------------- 
        | 남 성 | 여 성 
        ------------------------------+------------------+------------------------- 
        15세 이상 농가인구 | 2,020,539 | 2,150,309 
        농업종사인구 | 1,633,342 | 1,661,194 
        (농가인구중 비율) | (80.8) | (77.3) 
        /그중주종사자 | 1,210,076 | 1,330,073 
        (농업종사인구중 비율) | (74.1) | (80.1) 
        겸업종사인구 | 1,621,048 | 1,434,986 
        (농업종사인구중 비율) | (38.0) | (26.2) 
        제1종겸업 | 1,217,672 | 1,171,541 
        (겸업종사인구중 비율) | (35.0) | (39.4) 
        제2종겸업 | 1,403,376 | 1,263,445 
        (겸업종사인구중 비율) | (65.0) | (60.6) 
        ------------------------------+------------------+------------------------- 
        자료 : 농업총조사(1995). 

        농업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력 비중에 있어서도 1975년 33.3%를 차지했던 여성의 
        비중이 1985년에는 42.8%, 1995년에는 48.2%로 증가하였다. 노동력구성상으로는, 
        1995년 전체 가족노동력 투하량의 45.9%를 여성이 제공하였다. 고용노동의 경우 
        여성노동력의 비중은 더욱 현저히 증가해, 75년에 25.0%에 머물렀던 여성노동의 
        비중이 80년에는 42.6%, 90년 55.4%로 증가했으며 95년에는 58.3%에 이르고 
        있다. 품앗이의 경우에도 75년에는 전체 품앗이 노동량의 30.7%가 
        여성노동력으로 충당되었던 것이 80년에는 50.5%로 급상승하였으며 90년에는 
        63.5%, 95년에는 62.1%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같이 여성 농민이 농업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고용노동과 품앗이에서는 
        여성노동의 비중이 남성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성 농민의 농업참여가 증가하고 농업노동력으로서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농민이 농업에 기여하는 바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여전하며 농업종사자로서 실제 역할에 비해 여성 농민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는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동원이 용이한 농업 보조자로, 단순노동만을 
        제공하는 주변적 노동력으로 간주될 뿐이며, 전문적인 농업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성 농민 스스로도 자신들의 농업참여를 직업으로서 선택한 것이라기 보다는 
        농업의 상대적 불리성으로 인한 농가경제의 궁핍으로부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소극적이고 불가피한 자구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여성 농민들은 농업 자체와 자신의 
        농업참여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고 가능한 한 농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여성 농민의 농업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며 최근 들어 더욱 
        낮아지는 추세에 있는데(김종숙 1992), 여기에는 농업의 주변적 위치, 
        농업소득의 상대적 저하, 농촌의 사회문화적 후진성 등 농촌과 농업의 일반적인 
        요인 뿐 아니라 농촌내에서도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집단으로서 여성의 위치가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농민들은 일은 열심히 하면서도 
        농촌주민, 농업생산자로서 긍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하기 어려운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1980년대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진행되는 
        경제구조조정이 여성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에 비추어보면 여성 
        농민의 어려움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견된다. 경제를 회복시키고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거시경제적 정책은 비가시적 노동, 생산성이 낮은 노동을 
        주로 담당하는 여성들의 희생을 대가로 추진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구조조정과정에서 야기되는 1)소득의 변화(임금의 변화, 
        취업수준의 변화, 생산물가격의 변화, 주요 생필품 가격의 변화), 2)공공지출의 
        수준 및 구성의 변화, 3)노동조건의 변화(노동시간, 노동강도, 직업안정성, 
        부가급여, 법적 지위의 변화)가 가구단위 뿐 아니라 가구 내부의 성 
        관계(gender relation)에 영향을 미쳐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여성의 지위는 더욱 낮아질 우려가 있다. 특히, 여성 중에서도 구조조정의 
        일차적 대상이 되는 공공부문 취업여성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저소득계층 
        여성, 여성 농민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었다. 우리 
        나라 농업의 구조조정 역시 이러한 변화를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제한된 
        경지규모와 낮은 자본집약도, 이에 醯 낮은 노동생산성이라는 소농구조의 
        한계에 직면한 농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부담을 값싼 
        여성노동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그 결과 여성 농민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우려가 
        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여성 농민들은 보다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 받는다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집단이기도 한 만큼,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 농민들의 
        동기가 얼마나 향상 내지 저하되는지, 동기가 향상된다면 여성 농민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위치에 있는지를 모니터하고 이러한 혜택의 실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Elson 1991).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본 연구는 구조조정과정에서 여성 농민이 겪는 변화와 
        문제점을 농업 참여와 생산자 지위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는 주로 
        특정 마을에 대한 사례연구를 중심으로 행해졌다. 마을 내에서 농업의 
        전개양상과 농가수준의 경영방식, 여성 농민의 농업참여양태를 파악하기 위해 
        주제보자 면접(key-informant interview)과 가구별 설문조사, 여성 
        농민사례조사 등을 병행하였다. 



        Ⅱ. 연구대상지역의 농업 동향 

        농업의 특성상 지대별로, 지역별로 농업조건이나 생산방식이 상이한 만큼, 본 
        연구에서는 특정마을을 선정하여 농업, 농촌의 변화와 그 안에서 여성 농민의 
        변화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대상지역을 선정하는데 있어서는 
        새로운 농업으로의 이행을 보여줄 수 있도록 농업의 규모화, 상업화라는 일반적 
        추세를 반영하는 곳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지역은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면 상하리 하산마을과 부여군 세도면 
        가회4리, 논산시 채운면 삼거1리 등 총 3개 마을이다. 이 가운데, 하산마을은 
        전형적인 중산간 복합영농지대에 속해 있다. 다른 두 마을은 금강유역 평야에 
        위치해 있는데, 가회4리 일대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시설재배지역이고 삼거1리는 
        생산기반을 완비한 수도작 전문지역이다.(주1: 조사지 선택에서 도시근교지역과 
        산간지역은 제외되었다. 도시근교지역의 경우 교통시설이 발달하면서 
        근교농업의 특성이 지리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도시와의 물리적 거리만으로 
        농업지역을 범주화하기 어렵게 되었고 도시의 팽창으로 농업생산자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산간지역의 경우는 대부분 조건불리지역( Less Favored 
        Areas)으로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라 농업여건이 더욱 불리해져 지역 공동화마저 
        예상되고 있어 본 연구에서는 제외하였다.) 

        연구대상마을에서는 농업조건과 교통입지 등에 따라 속도는 차이가 있지만, 
        80년대 말~90년대 들어 농업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수도작과 전작을 함께 하는 
        전통적 작부체계와 비교해, 현재 삼거1리와 가회4리에서는 수도작이나 
        시설농업으로 단작화되고 비교적 변화속도가 느린 하산의 경우에는 복합영농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90년대 이후 시설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산에서는 
        1992년 연동의 도입과 함께 10가구가 대거 시설농업을 시작하였다. 
        가회4리에서는 4~5년 전부터 시설재배농가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단동과 
        연동하우스로 시설이 양분되어 있는 하산과 비교해 가회4리에서는 단동하우스도 
        반연동으로 만들어 시설비는 연동만큼 들지 않으면서도 연동과 유사한 조건에서 
        일년중 상당기간 동안 시설재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일반화되었다. 

        시설농업의 확산으로 수도작과 밭농사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하산에서는 시설의 확대로 밭농사가 급격히 축소되었고, 가회4리에서는 대부분 
        수도작과 시설재배를 병행하는 가운데 시설재배를 전문으로 하는 농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시설재배와 수도작을 병행하는 경우에도 가능한 한 시설을 
        우선으로 하고 수도작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을 만큼 시설이 ‘본업’이고 쌀 
        농사는 ‘부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설농업과 함께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경향은 농기계 사용과 이를 통한 
        규모화의 추구인데, 연구대상마을 중에서는 삼거1리에서 기계화 정도가 
        현저하며, 3-4년 전부터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가구이농으로 늘어난 임대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경지면적을 늘리고 있다. 

        농업이 변화하면서 이제까지 경험으로 익혀왔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과 
        지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작물의 특성, 돌려짓기 등 재배기술, 새로운 비료 
        등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각종 시장정보와 재배작물의 동향 등도 생산과 
        판매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농민들은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적극적이다. 

        새로운 기술이 중요해짐에 따라 농사일에서는 단순한 육체노동력이 아니라 
        전문기술을 갖춘 농업기술인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수도작에서는 기계를 
        다루는 노동력이 필수적이다. 시설재배를 처음 시작하거나 새로운 시설, 작물, 
        농약·비료를 도입할 때에는 농촌지도소나 농약상 등을 통해 기술교육을 받고 
        있다. 

        변화하는 농업환경에 대비해 새로운 시설과 작물을 도입하고 적극적인 
        농업경영방식 채택하는 경향이 마을내에서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결과, 농가들간에 작부체계와 경영방식이 양분되고 있다. 노인농가나 하산마을의 
        겸업농가에서는 수도작을 기본으로 하고 전작을 하거나 소를 한 두 마리 
        키우거나 하는 예전의 농사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 농가들에서는 경지를 
        확대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비해, 새로운 시설과 작물은 
        상업농업지역, 특히 30~40대의 비교적 젊은 농민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Ⅲ. 여성의 농업노동 참여현황 

        1. 참여기간 및 참여도 

        3개마을 전체 여성취업자 143명 중 농업취업자는 126명(88.1%)으로, 
        전업취업자가 117명, 겸업취업자가 9명이다. 이들 중 가구별로 한 명씩 총 
        118명의 여성 농민에게 농업참여 현황을 질문하였다.(주2: 가구당 2명의 
        여성농업취업자가 있는 7가구에서는 2명 중 1명에게 질문하였다) 

        가. 참여기간 
        여성 농민들이 일년중 농업에 참여한 기간을 보면, 66명이 10~12개월 동안 
        농사일을 하고 있어 절반 이상이 거의 일년 내내 농사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별로는, 가회4리에서 10~12개월 동안 일하는 여성 농민의 비율이 
        높았고, 삼거1리에서는 10~12개월 동안 일하는 여성은 적은 데 비해 7~9개월 
        동안 농업에 참여한 여성이 많았다. 

        <표 2> 마을별 참여기간 
        단위 : 명(%) 
        --------------------------------------------------------------------------- 
        하산마을 가회4리 삼거1리 계 
        --------------------------------------------------------------------------- 
        1~3개월 9 (15.3) 4 (9.3) 4 (25.0) 17 (14.4) 
        4~6개월 1 (1.7) 5 (11.6) - 6 (5.1) 
        7~9개월 17 (28.8) 3 (7.0) 9 (56.3) 29 (24.6) 
        10~12개월 32 (54.2) 31 (72.1) 3 (18.8) 66 (55.9) 
        --------------------------------------------------------------------------- 
        계 59(100.0) 43(100.0) 16(100.0) 118(100.0) 
        --------------------------------------------------------------------------- 

        이러한 차이는, 각 마을의 특징적인 농업유형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거1리와 하산마을에서 주로 나타나는 수도작이나 일반전작의 경우에는 계절에 
        따라 농한기와 농번기가 구분되며 월별로는 6월과 10월이 노동수요와 투하량이 
        가장 많은 달이다. 전체적으로는 5월과 6월, 9월과 10월이 농번기이고 4, 7, 
        8월은 여유가 있는 편이며, 11월에서 3월까지가 농한기로 이때를 이용해 계도 
        열리고 관광도 가고 일년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기회였다. 

        이에 비해, 가회4리에서 두드러지는 시설재배의 경우 1년에 2기작, 3기작을 
        하기 때문에 농한기, 농번기의 구분이 없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농한기였던 
        기간이 시설작물 가격이 좋아 생산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일손이 가장 많이 
        드는 바쁜 기간이다. 오히려 가장 바빴던 논농사기간에는 그래도 쉴 틈이 있다. 
        시설재배농가에서는 매일같이 하우스의 기온과 채광을 맞추고 주위를 관리하고 
        작물의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할 일이 있어 하루도 농사일을 거르기 힘들다. 
        하산에서 일부 나타나는 축산의 경우에도 계절에 관계없이 일이 계속되기 때문에 
        농번기, 농한기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나. 참여도 
        농가 소속 여성 농민들이 자가농업에 참여하는 정도를 보면, 20명(18.0%)이 
        집에서 하는 농사를 ‘전적으로 맡아한다’고 하였으며, 57명(51.4%)이 ‘다른 
        가족과 비슷하게 일한다’고 하여 대다수 여성 농민이 소속 농가의 주노동력으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다른 가족을 돕는 정도로 일한다’는 
        여성은 25명(22.5%), ‘거의 하지 않는다’는 여성 농민은 9명(8.1%)뿐이었다. 

        <표 3> 연령별 참여도 
        단위 : 명(%) 
        --------------------------------------------------------------------------- 
        20~30대 40~50대 60대 이상 계 
        --------------------------------------------------------------------------- 
        전적으로 4 (19.0) 10 (16.4) 6 (20.7) 20 (18.0) 
        비슷하게 13 (61.9) 35 (57.4) 9 (31.0) 57 (51.4) 
        돕는정도 4 (19.0) 8 (13.1) 13 (44.8) 25 (22.5) 
        거의 안함 - 8 (13.1) 1 (3.4) 9 (8.1) 
        --------------------------------------------------------------------------- 
        계 21(100.0) 61(100.0) 29(100.0) 111(100.0) 
        --------------------------------------------------------------------------- 

        연령대별로는, 50대 이하의 여성 농민층에서는 주노동력으로서 참여하는 
        비율이 60대 이상의 고령 여성 농민들보다 높았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여성 
        농민들의 경우 농업에 참여한다면 대부분 다른 가족, 즉 남편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가생산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의 중년 여성 농민들 역시 10명이 
        농업생산을 전적으로 맡아 하고 35명은 다른 가족과 비슷한 수준으로 참가하고 
        있어 농가 농업생산의 주된 노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60세 
        이상의 노인여성들은 다른 가족을 돕는 정도로 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여성 농민의 농업참여정도는 농가의 경영규모에 따라서도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경영규모 6000평을 기준으로 그 미만인 농가에서는 20명의 여성 
        농민이 농업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데 비해, 경지면적이 6000평 이상인 
        경우에는 여성 농민이 전담하는 사례가 없고 대부분 다른 가족과 비슷한 정도로 
        참여하고 있다. 다른 가족을 돕는 정도로 농업생산에 참여하는 여성 농민은 
        경지규모가 작은 농가에서 주로 나타난다. 

        <표 4> 경영규모별 참여도 
        단위 : 명(%) 
        --------------------------------------------------------------------------- 
        3000평 미만 6000평 미만 6000평 이상 
        --------------------------------------------------------------------------- 
        전적으로 14 (21.5) 6 (20.0) - 
        비슷하게 29 (44.6) 15 (50.0) 11 (78.6) 
        돕는 정도 16 (24.6) 7 (23.3) 2 (14.3) 
        거의 안함 6 (9.2) 2 (6.7) 1 (7.1) 
        --------------------------------------------------------------------------- 
        계 65(100.0) 30(100.0) 14(100.0) 
        --------------------------------------------------------------------------- 


        2. 농업의 변화와 여성의 참여유형 

        가. 농업경영형태별 참여정도 
        농업경영방식이 양분되는 추세가 여성 농민의 참여도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보기 위해, 경영방식을 크게 수도작을 위주로 하거나 이에 더해 전작을 겸하는 
        전통적인 형태(A)와 시설이나 축산 등 자본집약적 상업농업을 전적으로 하거나 
        수도작이나 전작과 함께하는 경우(B)로 나누어 각각의 농업유형을 채택한 
        농가에 소속한 여성 농민의 참여정도를 비교해보면 <그림1>과 같다. 

        먼저 전통적인 농업방식을 유지하는 농가에서는 여성 농민이 집 농사를 
        전담하는 경우와 공동으로 참여하는 경우, 보조역할을 하는 경우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와 비교해, 상업농업을 시행하는 농가에서는 여성 농민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많았고 전담하거나 보조역할을 하는 경우는 전통적 
        농업유형보다 그 비중이 적어 농업의 변화에 따라 여성 농민의 농업참여형태가 
        공동참여방식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그림 1> 농업유형별 참여정도 
        ------------------------------------+--------+--------+------+------------- 
        | 전담 | 공동 | 보조 | 거의안함 
        ------------------------------------+--------+--------+------+------------- 
        농업유형A :수도작 및 일반전작 | -50% | -50% | -50% | -25% 
        농업유형B: 시설 또는 축산 | -25% | 50%이상| -25% | 10%이하 
        (+수도작 또는 전작) | | | | 
        ------------------------------------+--------+--------+------+------------- 

        나. 참여유형별 특성 
        여성 농민을 집 농사를 전담하는 경우와 다른 가족(주로 남편)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경우, 다른 가족을 돕는 보조역할을 하는 여성으로 구분해 각 
        유형별로 농가의 농업유형과 가족구성 등을 비교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전 담 
        먼저 여성 농민이 집안농사를 전담하는 경우는 농사규모가 크지 않고 
        시설재배 등 노동집약적, 자본집약적 농업을 채택하지 않고서 수도작이나 일반 
        밭농사 등을 유지하는 농가에서 주로 나타난다. 그 가운데 자신이 농가의 
        가구주인 여성들은 농사를 전담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은 소규모 농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자가의 농사일을 하면서 다른 집 품일도 다니고 이에 
        더해 농외취업을 하기도 한다. 

        시설재배농가 중에도 여성 가구주들이 집안농사를 전담하는 사례가 소수 
        발견되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농사를 계속 짓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한다. 
        시설재배의 경우 시설설치 및 보수나 종자구입, 인건비 등으로 영농자금이 
        꾸준히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여성 농민이 단독으로 
        농사를 짓는 경우에는 남성가구주들이라면 겪지 않을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이외에, 여성이 집안 농사를 전담하는 경우는 겸업농가에서 부부분업 형식으로 
        부인이 집안농사를 거의 담당하는 사례가 있다. 

        집농사를 전담하는 여성 농민은 해오던 농사를 근근히 이어가는 정도로, 
        변화하는 농업환경에 대처하여 새로운 농업방식을 수용하는 데에는 큰 한계가 
        있으며, 농업보다는 여성 농민 자신이나 다른 가족원의 농외 취업을 통해 
        겸업농가화하는 경향이 있다. 
        2) 공동참여 
        대다수 여성 농민들은 남편과 함께 집안농사에 참여하는데, 농업유형별로는 
        특히 시설재배농가에서 공동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시설농사는 ‘여자들 
        일’이 많은 데다가 품값이 많이 드는데, 여성 농민들은 이를 한푼이라도 아껴 
        집안 살림에 보태기 위해 농사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시설을 시작하기 전에는 농사일에 소극적이었던 여성들도 시설재배와 함께 
        농사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시설농가 중에서도 
        경작규모가 클수록 여성의 참여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을 다 키워놓은 
        40~50대 여성들은 물론이고 30대의 젊은 여성들 역시 결혼과 함께 또는 
        육아부담이 줄어든 이후에 농가의 주노동력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참여라 하더라도 여성의 농업활동도 한계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농사와 관련된 문제는 남편이 결정하며, 시설재배에서도 ‘바깥 일’은 남편이 
        하고, 부인은 하우스일만 하는 식으로 성별분업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외에, 수도작과 함께 밭농사 내지 단동하우스를 하는 농가에서는 남편과 
        부인이 각각 수도작과 밭농사나 딸기재배를 담당하는 식으로 성별분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여성 농민들이 공동으로 농사일에 참여한다. 
        3) 보조역할 
        여성 농민이 다른 가족을 돕는 정도로만 제한적으로 농사일을 하는 경우는 그 
        수가 적을 뿐 아니라, 논농사만 짓거나 논밭을 조금씩 짓는 농가에서 주로 
        나타난다. 다른 가족을 돕는 정도로 농사일을 하는 여성 농민들은 대부분 
        기계품에 의존해 수도작을 소규모로 하는 노인농가에서 나타나고 있어 농업의 
        변화가 진척되면서 그 수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같이, 일부 노인여성을 제외한 대다수 여성 농민들은 농업생산의 
        주노동력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 농업과 대비해 시설농업이나 축산 등 
        자본집약적 농업경영을 하는 농가소속 여성들, 20~30대의 젊은 여성 농민들, 
        경영규모가 큰 농가소속 여성들을 중심으로 공동참여형태가 두드러지고 있어 
        농업의 변화와 함께 여성들의 농업참여는 공동참여형태로 수렴될 것으로 
        보인다. 



        Ⅳ. 농업변화와 여성 농민의 생산자지위 

        연구대상지역에서는 최근들어 새로운 시설과 설비, 작물, 기술이 
        도입되었으며, 수도작을 중심으로는 기계화를 통한 규모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과 경영이 농업생산의 주 요소로 자리잡고 
        농업노동력 구조도 노동생산성에 따라 위계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의 과정에서 여성 농민의 농업참여 양상과 생산자 지위는 전통적인 
        농업에서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 노동강도 증가와 항시적 이중부담 
        우선 상업농업에서는 수도작이나 일반전작의 농업주기와는 달리 자본의 투여를 
        통해 1년 내내 생산이 이루어지는 만큼, 여성 농민들의 노동도 농번기, 
        농한기없이 주년화되고 있다. 여성 농민들은 힘든 농사일로부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형편이다. 특히, 시설재배농가의 여성 농민들은 
        농사일이 눈에 띠게 힘들어졌다고 토로한다. 사계절 내내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쉴새 없이 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쁠 때에는 새벽부터 저녁 8~9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 시설이나 축산농가에서는 하루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마을 
        밖에서 일이 있을 때에는 한 사람은 남아서 시설을 지켜야 하고, 심지어 집안에 
        큰 일이 있어도 교대로 가야할 정도이다. 

        여성 농민들이 일하는 환경 또한 열악하다. 축사에서 나오는 악취나 오수는 
        말할 것도 없고, 딸기를 재배하던 하우스에서는 땀이 비오듯 했다. 연동에서는 
        환기가 잘되기 때문에 조금 낫지만, 비닐하우스 온도는 식물의 생장조건에 맞게 
        24~5도로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일을 하다 보면 덥고 습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 

        이에 더해 여성들이 주로 하는 일은 기계를 사용할 수 없고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 해야 하는 일이다. 남자들은 이런 일을 꺼린다고 한다.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여성 농민들이 ‘하우스병’이라는 관절염, 디스크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가회4리에서는 예로부터 전해오던 ‘강나루가 여자 
        죽인다’는 말 대신 ‘하우스농사가 여자 죽인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이다. 여성 농민들은 일반적으로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고통이 심한 
        여성들은 단체로 한약방에 약을 지으러 가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시설과 서비스는 전무한 상태이다. 

        노동량 증가, 시간적 제약과 휴식 부족, 건강문제 이외에 여성 농민들의 
        다중적 역할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예전부터 농번기 때에는 여성 농민들이 
        이중노동으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지만, 생산의 주년화로 농사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문제는 단순히 특정기간에 한정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농촌에서도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각 가구마다 성인여성은 1인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족내 성별분업은 재조정되지 않고 가사노동이나 육아 
        부담을 지원할 복지시설이나 서비스도 갖추어져 있지 않아 대다수 여성 농민들은 
        가사노동과 농사일을 동시에 혼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면서도 
        여성 농민들은 ‘시간이 없어 청소도 제대로 못해 집안이 더럽고 먹는 것도 
        대충 먹고 살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다. 

        일상적인 이중부담에 더해 품을 많이 살 때에는 직접 일을 하다가도 일꾼들의 
        점심까지 손수 장만해야 한다. 품값에 더해 점심값을 지불하고 도시락을 
        싸오도록 하거나 주위식당에 주문하기도 하지만, 일꾼들이 집에서 해주는 밥을 
        선호하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어쩔 수 없다. 항시적인 이중노동문제는 시설의 
        배치에도 반영될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는데, 점심 때 집을 오가는 시간이라도 
        아끼기 위해 반연동이나 연동 하우스 안에 간단한 취사도구를 갖추어 놓고 
        점심을 인스턴트 식품으로 해결하고는 한다. 

        이중노동문제는 특히 육아기 여성들에게 심각한 문제이다. 보육시설도 없고 
        집안에 달리 아이를 돌보아 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아이를 업고 일을 하든지 
        아이 혼자 집에 놓아둔 채 하우스와 집을 오가면서 불안한 상태에서 일해야 
        한다. 

        <사례1: 가회4리 김옥선씨 30세> 
        남편의 고향은 홍가골(가회1리)이고 김씨도 강경에서 살았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농사일을 해왔으나 김씨는 농사를 하지 않고 가게에서 점원을 하다가 
        94년 결혼을 하고 95년 가회리로 이주하면서 하우스 농사를 시작하였다. 96년에 
        아들 현우를 낳았는데 출산 후 1년 동안은 아이를 돌보느라 하우스 일은 많이 
        못했다. 그 바람에 일품값이 최소한 200만원은 더 들었다. 그렇다고 집안일만 
        한 것은 아니고 출산 후 2달 동안은 몸이 안 좋아서 일을 많이 못했지만 그 
        이후로는 줄곧 하우스에 나갔다. 

        하우스가 가깝기 때문에 아이를 방안에 혼자 뉘어 놓고 잠깐 나가서 일하고 
        일하다가 불안해지면 다시 들어와서 아이가 잘 있나 보고 젖 먹이고 다시 나가곤 
        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우스와 집을 왔다갔다 한다. 아이가 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계속 아이 옆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을 집중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이다. 96년에는 농사도 잘 안되고 여러 가지로 안 좋은 일도 
        겹쳐서 남편에게 농사를 그만 두자고 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 결정적인 것은 
        영농자금 이자를 못 갚고 돈 융통이 안 되는 바람에 돈 만원이 없어서 아이가 
        아픈데도 병원도 못가고 며칠씩 보낼 때는 정말 모든 것 다 집어치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3일 아프더니 저절로 낫긴 하였는데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하다. 

        농사 지으면서 보람이 있으면 좋은데 전혀 보람이 없어서 지금이라도 다른 
        직장만 가질 수 있으면 외지로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2. 농업경영과 변화에의 참여 제한 

        가. 남성중심적 의사결정 
        농가에서 농사일과 관련해 각종 사안을 결정하는데 있어 남편과 부인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모든 영역에서 
        남성위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있어 노동참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성들의 의사결정참여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가운데서도, 특히 작목반이나 
        영농조합 등 생산자조직 가입에 대해서는 대부분 농가에서 남편 혼자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나 여성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영농조합 등의 생산자조직을 중심으로 농업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성 
        농민들은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만큼 농업과 농가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각종 사업이 여성 농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로 진행될 
        우려가 크다. 

        경지구매나 판매, 소작계약 등 경지와 관련된 사안, 농기구나 농기계 구입과 
        같은 생산수단의 구입 등 농업 생산요소와 관련한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여성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영농자금 대출은 농가 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여성 농민들의 의사결정권은 낮은 상황이다. 

        작물선정이나 농사일정 등 농사일과 직접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여성들의 
        참여도가 다소나마 높으며, 농업 수입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과 품 
        사기와 관련된 일을 결정할 때 여성들의 의사결정권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일은 성역할 분업체계상 여성들의 일로 여겨지는 영역이어서 그나마 
        여성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표 5> 의사결정 참여정도 
        단위 : 가구(%), 점 
        --------------------------------------------------------------------------- 
        남편 남편주/ 공동 부인주/ 부인 계 5점척도 
        혼자 부인과상의 으로 남편과상의 혼자 평균 
        --------------------------------------------------------------------------- 
        작물선정 45(40.9) 35(31.8) 2(1.8) 9( 8.2) 19(17.3) 110(100.0) 2.291 
        경지구판매 40(41.7) 46(47.9) 2(2.1) 4( 4.2) 4( 4.2) 96(100.0) 1.813 
        임대차계약 40(44.0) 38(41.8) 3(3.3) 4( 4.4) 6( 6.6) 91(100.0) 1.879 
        비료,농약, 73(66.4) 22(20.0) 1(0.9) 1( 0.9) 13(11.8) 110(100.0) 1.718 
        농기구 구입 
        농기계 귀입 63(63.6) 26(26.3) 2(2.0) 2( 2.0) 6( 6.1) 99(100.0) 1.606 
        영농자금대부57(58.2) 26(26.5) 5(5.1) 4( 4.1) 6( 6.1) 98(100.0) 1.735 
        작목반,영농 69(72.6) 18(18.9) 1(1.1) 1 (1.1) 6( 6.3) 95(100.0) 1.495 
        조합 가입 
        농사일정 48(44.4) 32(29.6) 9(8.3) 5( 4.6) 14(13.0) 108(100.0) 2.120 
        품사기 31(31.3) 23(23.2) 4(4.0) 20(20.2) 21(21.2) 99(100.0) 2.768 
        농산물판매 57(54.3) 29(27.9) 2(1.9) 5( 4.8) 12(11.4) 105(100.0) 1.914 
        판매수입 40(36.0) 37(33.3) 6(5.0) 11( 9.9) 17(15.3) 111(100.0) 2.351 
        소비용도 
        --------------------------------------------------------------------------- 

        나. 농기계 이용 및 영농교육 기회 제한 
        농기계는 이미 농업생산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새로운 기술의 
        획득과 시장동향 등 각종 정보에 대한 접근 역시 농업경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농민들의 기계조작능력이나 기술 습득정도, 영농교육에 
        대한 접근도를 보면, 우선 각종 농기계를 운전해 본 여성은 19명에 불과하여 
        대부분의 여성 농민들은 농기계를 전혀 다루어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농기계를 다루지 못한 이유는 ‘기계사용은 여자가 할 만한 일이 
        아니므로,’ ‘무서워서’ 등으로 아직도 ‘기계는 남성들이 다루는 것’이라는 
        성별분업의식과 기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농기계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고 
        있었다. 

        또한 농기계를 운전해 본 여성조차도 대부분 경운기, 분무기 등 소형 
        농기계만을 다룬 경험이 있을 뿐이고 최근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트랙터나 
        콤바인 등을 다루는 여성 농민은 한 명에 불과하다. 이들 가운데 농기계 교육에 
        참여해 기계조작을 익힌 여성은 4명 뿐으로, 여성 농민들은 농기계를 
        다루더라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교육을 받지 않고 남편이 조작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간단한 조작법을 익히는 상황이다. 농기계 교육 참가경험이 없는 
        여성 농민들이 교육에 가지 못한 이유 역시 ‘필요가 없어서,’ ‘여자가 할 
        만한 일이 아니므로’ 등 기계는 자신이 다룰 게 아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기계교육 이외에 영농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여성 농민은 30명이었는데, 
        주로 농촌지도소나 면사무소에서 실시하는 일반 영농교육에 참가하였다. 새로운 
        기술이나 농업동향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 농민들조차 변화하는 농업 동향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다. 농업변화로부터의 소외 
        농업에서는 큰 변화가 야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방향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각종 정보와 기술에 대한 접근이 지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여성 농민들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남성이 주도하는대로 
        소극적으로 따라가거나 때로는 반대하면서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1) 규모화로부터의 소외 
        수도작 기계화와 이에 수반된 경지규모 확대 과정에서 여성 농민들의 참여는 
        크게 제한되고 있다. 기계를 다룰 줄 모르는 여성 농민들은 물론이고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여성 농민의 경우에도 기계는 여성이 할 일이 아니고 오히려 일만 
        늘어나기 때문에, 게다가 여성의 체력으로는 크고 무거운 기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계조작을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 경지면적을 
        늘린 농가에서는 남편이 주도하여 임대차 면적을 늘려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은 물론이고 작업 자체에서도 여성 농민의 입지는 축소되고 있다. 
        특히, 규모화를 추구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하에 조직되고 있는 공식적인 생산자 
        조직인 위탁영농회사의 조직과 운영은 여성의 참여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이다. 
        삼거1리의 삼일위탁영농회사에서는 정식 성원 자격으로 참여한 농민은 모두 
        남성이다. 이들이 회사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고 사무나 회계정리 등을 
        돌아가면서 맡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 위탁받은 작업에서 기계운전까지 직접 
        하고 있다. 여성으로서 위탁영농회사에 관련된 사람은 파종, 육모, 이앙작업에 
        동원되는 품일꾼 1명 뿐이다. 그밖에, 수탁자 자격 이외에 회사와 관련되는 여성 
        농민은 없다. 심지어 남편이 회사에 참여한 경우에도 부인들은 이 일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은 전혀 모를 정도로 여성의 참여가 배제되어 있다. 
        2) 상업화 과정에서의 배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사결정과정에 여성들의 참여가 낮은 것은 
        생산자조직과 관련해 두드러지는데, 농업구조조정정책의 방향 중 하나가 
        상업농업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자조직을 지원하고 이를 활성화하는데 두어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여성 농민들의 경제적 위상이 더욱 낮아질 위험이 
        있다. 

        연구대상지역에서는 상업농업의 도입, 확산과 관련해 농협이나 농촌지도소 뿐 
        아니라 작목반, 영농조합 등이 농업생산 자재의 공급, 신품종 도입, 
        기술보급에서부터 농산물 유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여기에 여성 농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산의 토마토작목반에서는 작목반원들이 연동하우스 설치에서부터 모든 
        사안을 회의에서 결정하였는데,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는 여성들의 참여가 
        완전히 배제되었다. 아저씨들은 농촌지도소나 농협으로부터 정보를 전해듣고 
        전남 광양의 오이단지까지 방문해 희망을 가지고 일을 추진했다. 
        그러나, 부인들은 대부분 환영하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반대하기까지 하였다. 
        작목반에 참여한 농가 부인들에게조차 농업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의 중요성, 
        농업의 동향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들로서는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지만 농가에서 투자해야 할 금액도 상당했고 또 그만큼 
        소득이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일이 많은데 일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들끼리 회의를 
        계속하고 관공소와 주위 경험자들의 조언을 구해 대출문제, 시설설치관련문제 
        등을 추진하였다. 요즘도 작목반 회의를 통해 작물이 결정되고 선별기 도입이나 
        이와 관련된 농협대부에 관한 사안도 이 자리에서 정보가 교환된다. 그러나, 
        처음 도입과정부터 작업반의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어온 아주머니들은 이러한 
        회의에는 참여조차 하지 않는다. 結 비해, 농촌지도소에서 나와 토마토 심는 
        법 등 영농교육을 할 때에는 아주머니들도 관심이 많아 남성과 거의 비슷하게 
        참석하고 있다. 

        가회 4리의 신성영농조합은 가구당 세대주 1인이 조합원이 되기 때문에, 여성 
        가구주를 제외하고는 남성들이 정식조합원이 된다. 따라서 1년의 사업계획을 
        결정하는 정기총회를 비롯해 조합의 공식행사에 여성들이 정식회원자격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1년에 한번 부부동반 여행을 가는 것 정도가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조합행사이다. 조합원 부인들이 영농조합에 
        출입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여자가 나선다’고 할까봐 웬만하면 
        망설인다. 

        영농조합의 운영이 남성중심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집안에 농사를 짓는 
        남성이 없으면 여성 농민들은 영농조합에 가입할 엄두를 못내고 가입하더라도 
        농사를 계속하는데 필수적인 영농자금을 대출받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남편 사망으로 농업을 중단하는 사례까지 있다. 
        이와 같이 상업농업으로의 전환은 남성들간의 공식적, 비공식적 
        연망(network)에 기초해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요구는 
        생산자조직의 운영과 농업의 변화에 반영되지 못하고 심지어 여성 농민들의 
        요구에 반하여 새로운 농업이 시도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여성들은 노동량 
        증가를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느끼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없이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환경의 변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이와 관련된 각종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데 참여하는 것조차 기피하고 그저 ‘집안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소극적 생각에 머무르게 된다. 당장의 농사일 이외에 농업생산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채 중요한 결정은 남편의 경험과 정보에 따라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 유통망에 대한 접근이 농업경영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소외현상은 여성 농민이 폭넓은 농업경험을 지닌 
        생산주체로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 주변화 심화 

        가. 여성의 자율적 영역 축소 
        농업의 변화가 여성 농민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미치는 또 하나의 영향은 
        농가의 가용노동력과 토지, 자본 등이 한정된 상황에서 새로운 시설과 작물의 
        도입은 여성들이 주로 담당해왔던 영역의 축소 내지 포기와 병행해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논농사의 경우에는 일관 기계화로 노동 부담이 크지 
        않고 판로가 비교적 확실하여 수입이 보장되지만,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영역이었던 밭농사는 기계화도 이루어지지 않은데다가 생산물 시세가 해마다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축산시설을 늘리거나 하우스재배를 시작할 때 
        흔히 밭농사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이 경우, 밭농사를 주로 담당하던 여성은 
        논/밭의 성별 분업체계 속에서 그나마 유지해왔던 생산결정 기회마저 제한되고 
        품앗이 속에서 형성되었던 이웃여성들과의 관계도 멀어질 우려가 있다. 

        <사례2: 하산마을 정영숙씨 50세> 
        정씨는 10대 중반부터 농사일을 시작해 근 35년동안 농사일을 했지만 
        하우스농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이 힘든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기름값이며 돈이 많이 드는데 농산물 값이 오르락내리락해서 걱정이다. 그래도 
        연동을 먼저 시작한데가서 토마토가 탐스럽게 열린 것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얼마나 촘촘히 어느 정도로 깊숙히 심어야 하는지, 대는 어떻게 세우는지, 
        언제쯤 가지를 쳐줘야 하는지, 벌을 이용해서 수정시키는 것은 또 어떤 것인지 
        등 대부분 처음 해보는 일이다. 이런 기술은 농촌지도소에서 와서 작목반회의때 
        가르쳐주는데, 여기에 참석한 정씨는 농사경험으로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작물 상태도 잘 알고 손으로 하는 일도 능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밭농사만 지을 때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밭농사는 아저씨가 
        기계로 해주는 일 이외에는 아주머니가 알아서 할 수 있었고 품이 많이 들 
        때에는 친한 아주머니들과 품앗이로 했다. 하지만, 하우스에서는 무엇을 지을 
        것인지부터 모르겠다. 연작피해라는 것이 생겨 이번에는 방울토마토를 짓기로 
        했다고 한다. 무엇을 심을 것인지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결정한 것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잘 모르는 것을 해야 하는 만큼 불안하지만 정씨 자신은 ‘농사를 
        잘 짓는 데에만’ 관심을 둔다. 

        하우스를 시작하면서 낯선 것이 많아졌다. 정씨는 연동하우스의 여러 장비에 
        익숙하지 못하다. 도르레며 온수보일러는 흔히 보는 간단한 것이지만, 몇천만 
        원에 이른다는 온풍기는 잘못 만져서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어서 아예 손을 
        대지 않는다. 그저 보일러 온도나 볼 줄 아는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기계 만지는 일은 아저씨 몫이다. 얼마전 농협에 선별기를 
        신청했다. 하우스에서는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역시 작목반 아저씨들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융자도 아저씨가 처리했다. 정씨는 그저 ‘필요하니까 샀겠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나. 성별분업의 재구성과 여성의 단순노동력화 
        이제까지 성별분업은 주로 해당작업에서 요구하는 육체적 노동의 강도와 
        ‘논/밭,’ ‘안/밖’ 등 관습적인 이분법에 따라 이루어졌다. 논이 남성의 
        영역이라면 밭은 여성의 영역이며, 구체적인 작업에 있어서는 육체적인 힘을 
        요하는 작업은 남성중심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손놀림이 필요한 작업은 
        여성의 일로 여겨져 왔다. 그러던 것이 시설농업의 확대와 함께 논/밭 대신 
        수도작/시설 각각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중심을 차지하는 형태로 이분법적 
        틀이 유지되는 한편, 농업노동의 재편으로 성별분업에 새로운 차원이 부가되고 
        있다. 

        기계조작이나 새로운 영농기술 등에 숙달된 노동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농업노동은 단순반복적 작업과 기계·설비 운전이나 농약·주사약 처방 등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으로의 분화가 진척되고 있다. 그런데, 남성들은 일관 
        기계화된 수도작 전반과 밭농사와 시설농사에서도 기계를 사용하거나 시설 
        설비를 다루는 일, 시설이나 축산에서 농약 살포나 주사놓기, 하우스 설치나 
        관리 등에 집중적으로 참여하는데 비해, 여성들은 옮겨심기나 김매기, 수확, 
        포장 등에 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위계적으로 조직되는 기술중심적인 노동과 
        단순반복적 작업 담당자가 성별로 구분되는 방식이 체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별분업체계에 있어 상보적 기능분화의 성격은 크게 축소되고 성별분업을 
        중심으로 위계적 농업노동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농업노동의 분화과정에서 여성 농민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여성 농민의 단순 수작업 집중현상은 기존에 여성이 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일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일은 증가했지만 이러한 작업은 기계화가 힘들다는데 
        하나의 요인이 있다. 농촌지역의 노동력 구조 상 값싸고 비교적 구하기 쉬운 
        여성 노동력이 이 작업에 동원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런 일들은 참을성 
        있게 오랫동안 앉아 있고 손놀림이 빠른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전통적인 인식은 
        여성 농민의 단순노동 집중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별기 도입과정처럼 여성의 일로 간주되었던 작업에 
        기계가 도입되는 경우에도 그 일을 담당해왔던 여성 농민 자신은 기계의 도입과 
        사용에 있어서 소외되고 단순작업에 치중한다는 점은 분업체계의 전개에서 여성 
        농민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여성 농민의 
        단순노동 집중현상은 작업의 성격과 여성에 대한 관습적 평가, 농촌의 노동력 
        상황 등이 작용한 결과일 뿐 아니라, 농업노동의 전반적인 재편과정의 일부로서 
        농업생산의 변화에서 구조적으로 소외된 여성 농민이 생산에서 여전히 
        필수적이지만 생산력 발전에 따라 그 중요성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작업에 
        제한되는 경향으로 볼 수 있다. 농업의 변화 속에서 성별분업체계는 농업노동을 
        위계적으로 조직하는데 있어 더욱 공고한 구성원리로 작용하고 그 결과 여성 
        농업노동력의 구조적 위치 역시 단순노동력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성 농민의 단순노동 집중현상은 가족노동력으로서 주로 단순수작업에 
        가담한다는 점 뿐 아니라, 단순농업 노동자층의 여성화 추세에서도 나타난다. 
        전통적인 상시고, 계절고 등의 농업노동자들은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농업노동자는 여성을 중심으로 충원되고 있다. 주로 
        시설재배지역을 중심으로 품일을 다녀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들이 있다. 여성들의 
        품일에 대한 수요가 항상 존재하며 여성의 입장에서도 가족상황 때문에 
        농업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여성 가구주나 여성 노인들이 이런 일에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이라도 축산이나 수도작의 기계조작이나 기술이 
        필요한 일 등에는 여성들이 동원되는 경우가 없어 고용노동력으로서 여성의 
        비중이 큼에도 불구하고 그 위치는 주변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노동력으로 평가되어 
        왔다. 여성들이 이제까지 해왔던 단순작업에 치중하는 한편 농업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전문적인 작업으로부터는 배제되는 경향이 심화되면 여성 노동력에 
        대한 가치평가는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4. 가족 공동경영의 가능성과 한계 
        이와 같이 농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여전히 남성중심적이며 농업의 판도가 
        변하면서 여성들의 참여범위는 제한되고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성 농민들은 농사일 뿐 아니라 
        관련기술이나 기계에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농업경영에 참여하려 
        함으로써 영농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자질을 살려 공동경영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성들의 모임을 생산과 관련해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부녀회 등 공식적인 조직에서는 조직원 대부분이 
        농업생산에 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사업이 전무하거나 폐비닐 
        수거 등 주변적으로 관련되어 활동하는 수준이지만, 사적인 모임에서는 
        생산기술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어 생산과 직접 연계된 여성 조직활동의 
        가능성이 나타난다. 

        +---------------------------+ 
        | 개방화시대 농업정책 | 
        +---------------------------+ 
        | 규모화 | 
        | 자본집약적 농업 | 
        | 기술농업 | 
        +-------------+-------------+ 

        +--------+ +-+---+ +---------+ 
        |전문인력| |금융 | |경지소유.| 
        |육성 | |지원 | |경작분리 | 
        +--------+ +-+---+ +---------+ 

        +-------------+-------+ 
        | 농업의 변화 + -------------------------------------------------+ 
        +---------------------+ +-------------------------------------+ | 
        |-기계화 | | 남성중심적 가족관계.사회적 인식 | | 
        |-상업농업확대 | +-------------------------------------| | 
        |-기술,정보,경영의 | | - 여성의 생산참여에 대한 제한적 평가| | 
        | 중요성 증가 | | - 이분법적 성역할체계 | | 
        |-위계적 분업체계 확산| | - 남성중심적 사회관계 | | 
        |-생산자 조직 활성화 | +---------------------+---------------+ | 
        +----------+----------+ | | 
        +---------------------------------------+ | 

        +------------------------------------------------------------------+ | 
        | 여 성 농 민 | | 
        +---------------------------------+--------------------------------+ | 
        | - 노동강도 강화 | - 농업에 대한 관심과 노하우 | | 
        | - 자율적 영역 축소 | - 적극적 여성농민 등장 가능성 | | 
        | - 기술, 정보접근권 제한, | - 생산연계 가능성 | | 
        | 경영참여 제한 | | | 
        | - 단순노동자화 | | | 
        | - 남성중심적 생산조직 운영 | | | 
        +--------+---- ----------------+--+--------------------------------+ | 
        | | +---------------------+ | 
        +----------+-----------+ --------+-여성농업인력육성정책| | 
        | - 농업변화로부터 소외| +----------------+ |-여성농민발전계획 |---+ 
        | - 주변화 심화 | |-공동경영 및 | +---------------------+ 
        +----------------------+ | 생산자 지위향상| 
        +----------------+ 

        <그림 2> 개방농정과 여성 농민의 생산자지위 


        연구대상마을에는 여성 농민후계자는 없지만, 남편이 후계자이거나 전업농인 
        경우 적극적으로 영농활동을 펼치는 젊은 여성 농민이 있다. 젊고 적극적인 
        성격을 지닌 이들은 각종 영농교육에 관심이 크고 새로운 설비나 기계에도 별 
        두려움 없이 쉽게 접근한다. 이들도 처음에는 남편의 시도에 반대하기도 했는데, 
        새로운 농업, 농촌에 대한 비전을 지니지 못하고 변화하는 농업 동향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여성 농민 자신이 지금은 적극적으로 농업에 
        참여하고 영농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원하며 농사규모 확장을 
        원하기도 한다. 

        물론 아직은 남편과 공동경영자로서 인식을 갖추고 역할을 다하지는 못한다. 
        농업인·후계자, 전업농 등으로 선정될 만큼 적극적인 남편들이 새로운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돕는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였고, 그에 따라 
        집안 농사와 관련된 주요한 일은 남편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또한 
        교육에 참가하는데 있어서도 남편이 지원은 해주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사와 
        아이들 때문에 참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Ⅴ. 맺는 말 

        상업농업이 발달하고 단순 수작업이 늘어나면서 여성 농민들은 일은 많이 
        하면서도 농업노동력으로서의 위치는 주변화되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농업생산에 있어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지식, 기술, 자본,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어 농업경영인으로의 발전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농민은 자신의 생산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을 내에서도 농사를 짓지 않는 여성을 동경하고 가능하면 농촌을 떠나거나 
        장사 등 농업 이외의 일을 하고자 한다. 대다수 여성 농민은 물론이고 비교적 
        적극적인 여성 농민들 조차도 “농사를 계속 짓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젠 
        양액재배까지 벌여 놓았으니 그만 둘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고 체념하거나 
        심지어 “지금처럼 농사짓기 어려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자녀들에게 
        농사를 결코 짓게 하지 않겠다,” “육체적으로 힘들 때에는 그만두고 싶다. 
        나이들어 50대가 되면 장사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불만스러워하며 농업포기 
        의사까지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문 여성 
        농업인력으로 육성하고 여성발전 조류에 여성 농민을 통합하고 여성 농민의 
        복지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여성 농민정책이 시급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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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국여성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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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s in Farming Systems Research and Extension, Boulder, 
        Colorado: Westview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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