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총선 '女風'… 후보자 39%차지
        등록일 2002-06-05

        총 3250명… 97년 총선보다 2배이상 늘어

        올해 프랑스 총선에서 여성 정치 바람이 일고 있다.
        좌우파 정당들이 오는 9일과 16일에 각각 1·2차 투표로 총 577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모두 8456명의 후보를 등록시킨 가운데 여성 후보가
        3250명으로 38.5%를 차지, 지난 1997년 총선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늘어났다.

        ◆ 정치의 남녀 평등법 =이 같은 여성 후보 급증은 2000년부터 실시된 ‘선출직
        접근에 대한 남녀 평등법’ 덕분이다. 여성에게도 정치 참여 기회를 평등하게 줘야
        한다는 여론을 수용한 사회당 정부가 정치 개혁 차원에서 제정했다.

        이 법은 모든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에게 반드시 남녀 50%씩 공천토록 규정했고,
        이를 어기는 정당들은 남녀 후보의 격차 비율에 해당하는 만큼 국가로부터 정당
        보조금 지원을 삭감당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남녀 동수 공천을 명문화한 이 법은 2001년 시의회 선거에
        첫 적용됐고, 무려 25만명의 여성 후보가 나와 주민 3500명 이상의 선거구들에서
        3만8106명이 당선돼 전국 시의회 의원 중 47.5%를 차지하는 ‘부드러운 혁명’을
        일으켰다.

        ◆ 현실 정치의 벽 =그 여세를 몰아 올해 총선에서도 여성 후보 숫자가 늘어났지만,
        당초 이 법의 취지에 비하면 충분치 않다는 여론이 높다.
        이번 총선은 중도 우파의 자크 시라크(Chirac) 대통령이 지난 5월5일 대선 결선투표에
        서 82%의 압도적 지지율로 극우파 후보 장-마리 르펜(Le Pen)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
        한 뒤 치러지는 좌우파의 최종 승부로 불리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성 정치인들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다.

        만약 좌파가 이기면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에 따라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하고, 시라크
        는 외교와 국방만 맡는 ‘반쪽 대통령’으로 전락하는 좌우동거(左右同居) 정부가 재
        연된다.

        중도우파 연합 정당인 ‘과반수 대통령을 위한 연합(UMP)’은 536명의 공천 명단에
        106명의 여성을 포함시켜 여성 후보 20%를 기록했다. UMP는 앞으로 매년 200만 유로
        의 정당 지원금을 덜 받게 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배
        수진을 친 것.

        UMP는 시라크 대통령의 부인 베르나데트(Bernadette) 여사가 여성 후보들의 선거 유세
        에 직접 나서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내심 여성 정치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중도 좌파를 대표하는 사회당은 당초 여성후보 40%를 지향했지만, 역시 당선 가능성
        이 높은 후보를 선호하다 보니 여성 공천을 36%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집권
        능력이 없는 군소 정당일수록 여성후보 비중이 높다. 극좌파 ‘노동자의 투쟁(LO)’
        이 50.5%로 가장 높고, 녹색당 49.5%, 극우파 ‘국민전선(FN)’이 48.4%, 공산당이
        44.8%를 각각 기록했다.

        한편 총선 결과 예측을 위한 가장 최근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총선에서 UMP는 36%,
        사회당은 24.5%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나 우파의 승리가 예상된다. 여성 당선자
        는 전체의 15%를 차지, 1997년 총선의 9.7%보다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