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女權 '베일' 벗는다
        등록일 2002-11-04

        암만여성 정상회의 - '아랍여성:새로운비전' 시민권등 촉구선언 채택

        남녀 성차별 관습이 뿌리 깊은 아랍 지역 여성들이 시민권, 참정권 등법적ㆍ제도적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3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열린 아랍 여성 정상회의는 베일을
        벗고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아랍 여성의 움직임을 대표하는 자리다.

        2000년 이집트 카이로 회의에 이어 요르단, 이집트, 모로코, 레바논, 수단의
        퍼스트 레이디를 비롯해 아랍권 18개국 정부 및 비정부기구 대표 1,800명이 참석해
        두번째 열린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12개 항의 ‘암만 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은 여성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사회 각 분야의 의사 결정에
        참여토록 경제, 교육, 정치 영역에서 여성의 능력을 계발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또 아랍연맹 산하에 아랍여성기구(AWO)를 신설해 지속해서 각국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랍 여성:새로운 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는 “여성들이 의사 결정에
        온전하게 참여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수잔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부인의 말처럼 아랍 여성들의 절박한 심정을 그대로 담았다.

        의장국인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는 “아랍 여성의 4%만이 인터넷 사용자이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 다음으로 아랍 국가의 여성 취업률이 최악”이라며
        현실을 개탄했다.

        이 때문에 라니아 왕비가 개막 연설에서 내놓은 요르단 여성의 기본권신장
        조치는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요르단 정부는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요르단 여성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인정하고
        여성과 자녀들이 남편 허가 없이 여권을 발급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요르단의 조치는 다른 아랍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아랍권의 여권 신장 움직임은 최근 2, 3년 사이 두드러지고 있다.
        비록여성 당선자를 내지는 못했지만 걸프국 가운데 처음으로 바레인이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해 10월에 의회 선거를 실시했다.

        개혁 성향인 이란의 하타미 정부는 이슬람 보수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혼 요구권 등 여권 신장 입법을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겼던 직업으로 여성의 진출도 활발하다. 엄격한 이슬람
        체제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최근 인명 구조 등 자위 활동을 위한 대대적인
        여성 훈련을 실시했으며 이란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버스운전사가 등장했다.

        일부 아랍국에서 대학 졸업생 숫자는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
        바레인 노동시장에서 여성 비율은 1971년에 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0%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아랍 여성들이 남성과 대등한 권리를 갖는 것은 여전히 요원한일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6월에 낸 ‘아랍 인간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 여성의
        선거권을 비롯한 법적 권한은 지극히 불평등하며 의회나내각은 물론 노동 현장의
        여성 참여는 최악이다.

        아랍인 문맹자 6,500만 명 가운데 3분의 2가 여성(문맹률 51%)이며 산모사망률은
        남미의 2배, 동아시아의 4배에 이른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일부국가에서는
        여성들이 베일을 쓰고 외출하는 것이 의무이며 남편이나 아버지의 허가 없이는
        그나마 여행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