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여성지도자 시대 개막
        등록일 2002-11-15

        워싱턴 정계에 여성지도자 시대가 개막됐다.

        미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에서 민주당 지도자로 62세의 낸시 펠로시 의원
        (캘리포니아)이 선출되었다.

        9선의 펠로시 의원은 내년 1월 3일 제108대 국회가 새롭게 출범하면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오는 2004년 대선 및 의회선거때까지 민주당내 하원을 이끌게 된다.

        약 200년의 의회사를 가진 미 정당사에서 여성이 상.하원의 지도자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 펠로시 의원이 남성 주도의 워싱턴 정계에서 처음으로 민주당내
        206명의 하원의원을 '지도자(leader)' 자격으로 이끌게 된 셈.

        전통적으로 양당제를 골간으로 하고 있는 미 의회는 한국 정당처럼 당총재나 대표
        또는 당수라는 직책은 없고 대신 당내 서열 1위의 `지도자'를 선출해 의회활동을
        대표토록 하고 있다.

        당내 서열 2위는 이른바 우리 의회의 원내사령탑에 해당하는 원내총무(whip)로
        의원들간 경선으로 선출된다. 펠로시 의원은 하원지도자로 뽑히기 앞서
        리처드 게파트 하원지도체제에서 원내총무를 맡아 의정활동을 벌였다.

        펠로시 의원은 이날 경선에서 177표를 얻어 29표에 머문 소장파 해롤드 포드 의원을
        압도적으로 눌러 당내 그녀의 영향력과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공화당의 조지 W.부시 대통령은 매주 수요일 백악관에서 공화.민주당의 상.하원지도자
        4명을 초치, 조찬을 함께 하며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협의하는 것을 관례화하고 있다.

        펠로시 의원은 새해 새 의회가 구성되면 공화당의 상원지도자 트렌트 로트 의원,
        하원지도자 데니스 헤스터드 하원의장, 민주당의 상원지도자 토머스 대슐 의원 등
        남성지도자 3명과 함께 부시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국정을 조율하게 된다.

        펠로시 의원은 민주당내 초강경 자유진보파로 부시 대통령의 대(對)이라크 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공화당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어
        정치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펠로시 의원은 하원지도자 출마에 즈음, "오는 2004년 대선과 하원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당이 단합해야 한다"며 "당의 결속을 위해 민주당의 비전과 공화당의 극단 정책간
        차별화를 분명히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백악관 당국은 벌써부터 그녀의 강경 진보노선을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의회에서의 초당적 협조를 강조했다.

        미 상.하원 의회사에서 여성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까이는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공화당의 엘리자베스 돌 전 노동장관이 지난
        `11.5' 상원 중간선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어스킨 볼스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 힐러리 클린턴 여사도 지난 2000년 뉴욕주
        상원선거에 출마, 백악관 안주인을 물러나면서 동시에 상원으로 자리를 옮겨
        워싱턴정계에 여성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제107대 의회에서 여성 상원의원은 16명으로 전체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1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치맛바람'이 제법 거세다. 상원에 여성이 처음 등단한 것은
        지난 1922년 레베카 펠튼 의원이 처음으로 임명직 상원의원으로 단 하루 의정활동을
        한 게 시초다. 그 이후 지금까지 21개 주에서 모두 31명의 여성 상원의원이
        배출돼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원의 경우, 107대 의회에서 활약한 여성의원은 총 60명이며 이번 중간선거에는
        현역의원을 포함해 약 160명의 여성후보가 워싱턴 의사당 문을 두드렸다.

        펠로시 의원의 하원 여성지도자 부상은 워싱턴 의사당내 바로 그같은 여성바람을
        반영하는 것으로 미 정치계 변화 추세의 일단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 여성정치계 일각에서는 건국이래 처음으로 2004년 대선에서 여성후보를 내세워
        여성대통령시대를 개막시키자면서 힐러리 클린턴 의원을 비롯한 의원, 주지사,
        기업인 등 여성지도자 100명에게 백악관 도전을 시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 정치사에 아직까지 여성 부통령이나 대통령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1984년 제럴딘 페라로 여사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 월터멘데일의
        러닝 케이트로 출마해 낙마한 바 있다. 미 대통령후보에 도전한 여성은 몇몇 있지만
        아직까지 정식으로 공화.민주 양당 대통령후보에 여성이 선출된 적은 없다.

        펠로시 의원의 여성지도자 탄생으로 다시 `여성대통령 대망론'이 고개를 들 추세다.